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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학 전망, 제13권 제3호, 2010컨츄리음악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 크레이지 하트
강 정 원 교수 (고려대학교)
음악이 함께 있는 영화는 언제나 나에게 환영이다. 엄청난 크기의 서브 우퍼를 동반한 멀티미디어 5+1 또는 7+1 채널까지는 아니더라도 TV에 붙어있는 조그만 스피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외부 스피커가 설치 되어 있다면 그만이다. 웅장한 소리를 자랑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보다는 못하겠지만 편안한 소파에서 맥 주 한 잔을 기울이면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데는 이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 어디 있겠는가.
영화 <크레이지 하트>는 2010년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음악상, 남우주연상 등을 거머쥔 소위 “화제작”이 라 할 수 있겠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아주 소박하고 따스한 “작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케일이 큰 영 화, 서사적인 영화, 문제작, 시각효과가 뛰어난 영화 등 온갖 화려함에 지친 할리우드의 소박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배드 블레이크(제프 브리지스)는 알콜 중독에 시달리면서 싸구려 시골 바를 전전하며 힘들게 공연 하는 한물간 컨츄리 가수이다. 미래가 없어 보이는 주인공은 과연 어떤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알코올에 절어서 사는 건달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보면 니 콜라스 케이지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연상되지만 그 영화와 같은 처절함은 보이지 않는다. <라스베가스를 떠나 며>가 재즈 음악을 이용하여 처절함과 우울함을 내세웠다면, 이 영화는 컨츄리 음악을 무기로 하여 따스함과 인간적인 감 성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배트맨‐다크나 이트>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여배우 매기 진렌할과
<대부>의 전설적인 노장 배우 로버트 듀발의 진지한 연기도 이 영화의 향기를 배가시킨다.
이 영화의 음악은 “컨츄리 락”쯤 된다고 볼 수 있는데, 사 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 영화 내내 귀를 즐겁게 하 고 있다.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 보면, 70∼80년대 우리나라 에서 인기 있었던 포크락 음악과도 유사성이 느껴진다. 헤비 메탈음악으로 무장한 <아이언 맨>이나 <트랜스포머>에서 눈과 귀가 지친 사람들은 이 영화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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