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20.08.10 심사기간_2020.09.01-14 게재확정일_2020.10.06
후각의 공감각적 표현에 관한 연구 – 연구자의 설치작업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synesthetic expression of smell – focusing on researcher's installation work
김지수,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Kim, Jee Soo_Department of Art & Webtoon, Pai Chai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감각과 공감각 2.1. 후각과 촉각 2.2. 공감각의 특성 2.3. 냄새의 공감각적 표현
3. 시각예술의 후각적 표현 3.1. 후각의 간접적 표현 3.2. 식물과 교감하는 오감
4. 후각의 예술
4.1. 후각적 상상력과 기억 4.2. 냄새와 네트워크 4.3. 후각의 공감각적 표현 5. 결론
후각의 공감각적 표현에 관한 연구 – 연구자의 설치작업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synesthetic expression of smell – focusing on researcher's installation work
김지수,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Kim, Jee Soo_Department of Art & Webtoon, Pai Chai University
요약
중심어 후각 냄새 공감각 상호작용
후각은 모든 감각 중에서 가장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곧 사라지기 때문에 다른 감각에 비하여 숨겨진 감각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에 연구자는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후각이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표현 가능할까’라는 질문과 ‘만약 식물도 오감을 갖고 있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특히, 다양한 연구와 작업을 바탕으로 시각 위주의 미술작품에 비하여 그 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후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 낼 필요성을 발 견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시각 위주의 미술작품에 비하여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후각이 예술작 품으로 표현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한 새로운 표현방법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연구 자의 후각을 주제로 하거나 혹은 냄새와 향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로 사용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또한 특별한 냄새에 대한 ‘후각적 상상력’을 반영한 작업을 통하여 다양한 시공간에서 냄새들의 연결 과 교감에 대해 분석하였다. 후각과 공감각에 대한 이론적 고찰과 작업 사례 및 분석을 바탕으로 첫 째, 후각을 직 · 간접적으로 활용한 작업의 사례를 통하여 후각의 공감각적 전이와 예술표현을 확인하 였다. 둘째, 식물학자와 협업을 통하여 식물도 오감이 존재하며 빛과 냄새로 인간과 식물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이끼군락의 설치작업을 통해 감각으로 상호작용하는 작업에 대한 재 해석과 동시에 예술의 영역이 무한함을 확인하였다. 셋째, 냄새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후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냄새라는 비물질을 물질로 변환시켜 공감각적으로 표현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향후 이를 바탕으로 후각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작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ABSTRACT
Keyword olfaction smell synesthesia interaction
It can be said that olfaction, the sense of smell, is the most instinctive and subconscious sense among all the senses. Due to its invisible and ephemeral characteristics, olfaction is sometimes called a hidden sensation. This led the author to ask “how can this invisible and immaterial sense be expressed as a work of art?” and “if plants had the five senses, could they communicate?”. Olfaction is an area less explored in art compared to its visual counterparts.
Therefore, the author found the need to present a new perspective via olfaction achieved through conducting various research. The aim of this study is to derive new methods of expression through the realization that olfaction, as a medium, can be expressed in art; a subject matter less handled in a field that is almost exclusively focused on the visuals. For this, the author explored prior pieces that worked with a sense of smell as its subject matter or olfaction as the medium to convey a message. In addition, an analysis was conducted on the connection and communication of scents in various space and time settings through works that reflect upon the
“olfactory imagination”. The research process was as follows. First, based on a theoretical examination of olfaction and synesthesia, synesthetic transference of olfaction and its artistic expressions were verified through case studies on works that utilized the sense of smell in both direct and indirect manners. Second, through collaboration with botanists, it was concluded that plants also have five senses and that humans and plants can indeed communicate through light and smell. In addition, through an installation with moss colonies, the reinterpretation of the works interacting with the senses and the infinite possibilities of art were both confirmed. Third, in the process of collecting scents, the implications were derived that non-materials such as scents can be transformed into a medium through olfactory imagination to express synesthesia.
Based on this, the author intends to further explore new perceptions and possibilities of works that express the sense of smell in a synesthetic manner in the future.
1. 서론
지금까지 예술의 범주는 주로 시각위주로 표현 되어왔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그 영역이 무한하 게 넓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감각 중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하고 있다. 다만 후각은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감각이며 무의식에 가장 오래 기억되는 감각이다.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특별한 냄새를 만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후각적 상상력이 자극되어 어느 순간 새로운 시공간이 느껴지는 또 다른 세계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냄새, 혹은 향은 오랜 시간 인간이 탐닉해 온 도구로써 자신을 드러내거나 체취를 감출 때 혹은 외부의 악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치료의 도구로써 사용되어 왔다. “냄새는 기억과 욕망의 감각이 다.”라는 루소의 말에서처럼 다양한 냄새 중에서 ‘향기’뿐이 아니라 ‘악취’도 누군가의 후각적 상상력 속에서는 친밀한 추억의 냄새가 될 수 있다. 즉, 향기와 악취는 매우 개인적인 판단의 영역이면서 상대적인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위에서 기술한 냄새의 다면성을 바탕으로 무의식적이고 비물질적인 후각을 공 감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며, 다양한 냄새를 맡고 채집하는 과정에서 냄새 상호간의 작용을 설치작품으로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에 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더불어 그 동안
‘인간만이 오감을 가지고 있고 식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만약 오감을 갖고 있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과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후각이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의 이론과 식물학자와의 협업 등 작업 표현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결과를 기술하고자 한다. 더불어 보이지 않는 비물질에 대한 연구자의 작업을 통하여 시각 위주의 미술작품에 비하여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비가시 적이고 비물질적인 후각이 예술작품으로 표현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2. 감각과 공감각 2.1. 후각과 촉각
흔히 감각이라고 하면 오감을 말한다. 오감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말하는데 그 가운 데서도 시각과 청각은 일찍부터 중요시 되어왔다. 그러나 후각이나 촉각도 시각이나 청각 못지 않게 중요한 감각이다. 원래 인간의 두뇌도 신경줄 위에 있던 후각조직의 작은 덩어리가 두뇌로 발전한 것이므로 우리는 냄새를 맡아야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엔 애커먼은 1991년
<감각의 박물학(NATURAL HISTORY OF THE SENSES)>에서 “어떤 향내가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다가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모든 추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수많은 영상들이 덤불속에서 뛰처 오른다(Baeg, Y. M., 1991/2004, p. 39)”고 후각의 ‘신비함’에 대해서 언급하 고 있다. 또한 후각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어떤 종류이냐에 따라서 인간의 감정과 행위에 중요 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좋은 향내는 좋은 쪽으로 좋지 않은 향내는 나쁜 쪽으로 감정을 일으켜서 이것이 기억으로 남아 있다가 때때로 폭발하기도 한다. 후각이 사람들의 감정과 행위 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 후각에 전달되는 냄새(향)은 좋은 냄새도 있지만 맡기 싫은 악취도 있다. 그러나 이를 모두 통틀어 ‘냄새’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쾌감을 주는 냄새를 ‘향기’라고 하고 불쾌감을 주는 냄새를 ‘악취’라고 한다. 이러한 후각에 대한 이론 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자신의 감각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통해 후각의 특성을 작업 속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러한 감각을 다른 생명체도 갖고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식물과 사람이 냄새, 소리, 빛으로 상호작용하는 설치작업을 하게 되었다.
냄새와 함께 연구자의 작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또 다른 감각으로 ‘촉각’이 있다.
다이앤 애커먼은 <감각의 박물학>에서 이러한 축축함은 온도와 압력의 혼합이라고 하였으며 그것은 이끼의 촉각적 느낌과 어우러짐과 동시에 또 다른 그것만의 적절한 ‘향’을 내포한다.
또한 “촉각은 최초로 점화되는 감각이며 대개 마지막에 소멸한다.”는 과학 연구를 인용하면서, 촉각이 없이 사는 것은 흐릿하고 마비된 세상을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인간 이전에 존재 했고 이후에도 남아있을 식물은 감각에 있어 촉각과도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비평가 이선영은 2016년 <식물과 대화하는 여자>에서 연구자의 작품(Kim, J., 2016, 개인展 '초록덮개- 감각하는 식물들')에 대해 “이끼라는 기저 생물은 어느 한 감각기관이 아니 라, 온 몸에 퍼져 있는 촉각성과 함께 그에 해당하는 ‘냄새’를 일깨운다. 그것들은 피부처럼 대지를 덮는 ‘초록덮개’인 것이다”(Lee, S. Y., 2016)라고 기술하고 있다.
<Figure 1> Breathing-Ⅰ, Detail <Figure 2> Breathing-Ⅰ, Moss, Incense, Arduino, Water, 228×72×75cm, 2016
Figure 1,2의 < Breathing-Ⅰ> 작업은 지하의 어둑한 공간에 들어선 관객이 건네는 말(소리) 에 냄새로 빛으로 반응한다. 작품 속 식물(이끼)들은 그 공간 전체를 향기를 머금은 축축한 공간으로 만든다. 습기를 머금은 이 초록덮개는 관람객의 소리에 빛과 향으로 반응하며 후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이 작업은 소리에 반응하는 ‘빛’과 ‘향’이 관람객의 기억 속에 이미지와 냄새, 촉감으로 함께 기억되길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2.2. 공감각의 특성
공감각(synesthesia)이라는 용어를 문학비평용어사전에서는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유발하 는 감각간의 전이현상(Lee, S., 2009)”이라 하였다. 이 감각전이(感覺轉移 Sense tranference) 현상은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조화라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봄이 되어 따뜻한 햇빛이 대지를 비추일 때 나무에는 움(새싹)이 트고, 땅에 묻혔던 씨앗은 싹을 틔우고 날짐승들은 알을 낳고 땅 속에 숨었던 벌레들은 땅위로 기어 나온다. 이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따뜻한 기온, 온화한 바람의 키가 되어 봄이라는 계절에 이루어져야할 정보를 사방에 전하는 것과 같다. 이것 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간의 감각적 전이현상을 일으켜서 각자의 생태대로 움직이 는 것이다. 공감각의 사전적 정의 뿐만 아니라 2000년 라이얼 왓슨(Lyall Watson)은 <코 (Jacobson's organ : and the remarkable nature of smell)>에서 “시각이나 청각을 잃은 사람 들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곳에 있는 다른 사람을 냄새로 인지하는 능력을 보여줄 때가 있다. 또한 그 밖에 다른 후각적 인지 방법 중에 공감각이 포함되는데, 한 가지 감각을 잃었을 때 다른 감각들이 그 손실을 보충할 뿐 아니라 하나의 감각에 다른 감각을 더함으로써 두 감각 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는 감각이다(Lee H. G., 2000/2002)”라고 공감각에 대해서 이야 기하고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1943년 <공기와 꿈(Air et les Songes:Essai sur l'Imagination du Mouvement)>에서 “우리 주위로, 기이한 나무들이 대지로부터 솟구쳐 나와 괴물스런 팔을 뻗쳐 섬세한 구름을 잡으려 드는 듯이 보였다. 기민한 구름은,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지는 황금빛 휘장자락을 저 야만의 침략자에게 양보하면서 이 무시무시한 포옹으로부터 몸을 피하였다(Jung, Y. R., 1943/2000, p.385)”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연구자는 가끔 책을 읽거나 이미지를 볼 때 시각적 이미지와 동시에 냄새가 떠오르는 공감각적인 경험을 한다. 이러한 공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수행하였다. 공감각을 느끼는 사람들은 평범한 세상을 자신이 인지하는 감각으로 특별하게 경험하며 언어에서 냄새나 맛을 느끼거나 색깔에 서 선율을 떠올리기도 한다. 제이미 워드(Jamie Ward)는 2015년, <소리가 보이는 사람들 (The Frog Who Croaked Blue : Synesthesia and the Mixing of the Senses)>에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색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색이 소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는다. 색은
소리와 공존한다. 이것이 바로 공감각을 추가적 감각이라 여기는 이유다”(Kim, S. H., 2008/
2015, pp.23-24)라고 했고, “공감각이란 곧 변경된 현실이다. 이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대안적 인 감각의 창이며, 우리의 생각을 색칠하는(혹은 생각을 맛보는 등) 대안의 방식이다(2015, 113p)”라고 기술했다. 따라서 공감각은 공감각자인 개인에게 한 가지 이상의 감각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되어 발현된다. 이를 다른 관점으로 정리해 보면 공감각의 모든 분야가 한 덩어리 로 연계되어 있어서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쪽에서 보완되어 결국 공감각이라는 하나의 큰 순환 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2.3. 냄새의 공감각적 표현
알랭 코르뱅(Alain Corbin)은 2013년 <날씨의 맛(la pluie, le soleil et le vent―une histoire de la sensibilite au temps qu’il fait)>에서 “모든 감각(감수성)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어떤 현상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이미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리 · 역사적, 연대기 적 축적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어떤 물건, 풍경, 기상 현상 등을 느끼는 우리의 감수성에는 진화가 요구된다고 이야기 한다(Gil, H. Y., 2013/2016)”라고 했다. 이와 같이 연구 자는 어떤 현상에서 연결되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감각의 전이를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텍스트에서 이미지와 냄새를 떠올린다거나 반대로 냄새나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떠 올리는 방식이다. 연구자는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7월 뉴스레터 인터뷰 <현대 예술가들 ‘보 존과학자 C의하루’를 상상하다>에서 “처음에는 인터렉티브 설치를 통해 식물과 사람이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감각으로 교감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후각이 특히 발달했 고, 텍스트나 시각적 이미지에서 자연스럽게 냄새를 떠올리는 ‘공감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요. 냄새는 만질 수 있거나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으로 소환되거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했 어요. ‘순간의 냄새’를 어떻게 하면 간직할 수 있을까? 혹시 전송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 속에서 냄새를 드로잉, 영상, 설치로 표현하며 공감각적 전이가 일어나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Kim, J. S., 2020)”라고 냄새의 공감각적 전이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작업과정에서 연구자 자신의 전이된 감각들을 표현한 작업을 다른 작가의 사례와 함께 살펴보려 고 한다.
3. 시각예술의 후각적 표현 3.1. 후각의 간접적 표현
후각적 표현은 이미 습득하고 있는 지식 또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통한 표현이 가능하다.
예컨대 ‘삶은 콩은 구수한 냄새, 생선의 비린내, 소변은 지린내’라는 인식이 지식과 경험으로 체화되어있기 때문에 용어만으로도 후각의 간접적인 표현이 가능해 진다. 또한 색으로도 가능 하다. 가령 붉은 핏빛색깔은 피비린내, 누런색은 구린내 등으로 그 색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연관시키면 어느 정도의 냄새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후각으로 느껴지는 냄새를 기초화
한다면 후각을 지도로도 제작할 수 있을 것이 고 식물의 군락을 기초로 표시한다면 앉아서 숲속을 산책하거나 등산을 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후각의 간접적 표현을 사례 들로 보면 표현물이나 표현방식들도 각양각 색이다. 김도희 작가는 2017년 <혀뿌리> 개 인전에서 후각이 직접적인 표현의 주제는 아 니지만,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Figure 3,
<피 속의 파도>에서 어린 시절 선원이었던 할아버지와 생선을 손질하는 할머니, 생선경 매시장을 뛰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생선상자 더미와 선박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페인트 배경, 그 위로 심전도를 연상시키는 거친 페인트 선을 그었다(Kim, D. H., 2017). 이 작업은
<Figure 3> Waves in the Blood, 2017
공간의 밖에서부터 생선냄새가 진동하며 작가의 유년 시절을 소환하였다. 또 다른 예로 최선 작가의 작품에서도 후각이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손지민은 2019년 <최선: 괴리로서의 현실과 경험의 역류>에서 최선 작가에 대해 “그의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둘러보며 시간을 갖게 한다. 동물의 털을 태워 그 재를 바른 벽면, 노란 캔버스로 빙 둘러진 벽면, 환상덩굴로 가득 채워진 전시장 바닥, 작가의 피 색으로 물든 방, 죽은 사람의 뼛가루가 뿌려진 바닥 등은 어떤 특정한 오브제를 제시하기보다 “익명의 관객이...스쳐 지나치면서...비로소 완성”된다. 관 객에게는 작가가 전달하려는 물질-사실, 예를 들어 뼛가루, 소금, 짓이겨진 은행의 냄새 등을 몸에 묻혀 전시장 밖으로 나가 현실에 다시 그것을 묻힘일 것이다(Son, J. M. 2019)”라고 기술 하고 있다. 또한 시대의 특정한 상황을 반영하는 작업에서 오브제를 직접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냄새’가 전시장에 진동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최선은 2015년 ‘메아리(Meari, Echo Sound)> 전에서 “급격히 사회가 과거로 회귀해가는 요즘, 어린 시절 똥물로 넘쳐나던 변두리 개천 다리 밑에서 토치로 개의 털을 태우던 어른들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며 손바닥이 까지도록 벽에 짐승의 털가루를 발랐다(Choi, S., 2015)”. 이것은 한국의 과거를 드러내는 시대적인 오브 제로서 털가루를 사용하여 냄새가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또한 2008년 김학희는 <현대 미술에서 지리적 상상력의 중요성, 대한지리학회 학술대회논문집>에서 “1998년 영국 터너상 (Tunner Prize) 수상자로서 촉망받는 영국의 현대미술가인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는 자신 의 출신지역인 나이지리아 및 아프리카의 문화적 유산과 지역적 정체성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 반영하였는데, 아프리카에서 직접 공수한 코끼리 똥을 자신의 작품에 그대로 활용하여 센세이 션을 불러일으켰다. 아프리카에서는 다양한 종교 의례에 사용되는 신성한 물건이지만 서구사 회에서는 불결한 야생 동물의 배설물로만 여겨지는 코끼리 똥을 통해 영국 사회 전반에 남아있 는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서구인의 자연에 대한 편견과 제한된 상상력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고 볼 수 있다(2008, p.275)”라고 후각과 냄새를 활용한 메시지 전달을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작가들은 후각을 간접적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사, 사회, 문화적인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연구자는 2013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융복합 프로젝트에서 예술분야 연구원으로 참여한 바 있 다. 식물학 전공자들와 협업을 할 때 식물 실험실에 처음 들어선 순간의 냄새를 지금도 생생하 게 기억난다.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초록 식물들이 있었는데, 식물 고유의 냄새와 다른 화학약 품 냄새가 섞여 그곳만의 독특한 향이 났다. 이때 식물의 다양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에서 영감 을 얻어 식물추출물을 활용하여 식물과 사람이 ‘냄새’로 교감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2019년 세이지 시모다의 <퍼포먼스아트 워크샵 서울 2019>에서 연구자는 손, 정수리, 목, 발 등의 신체의 냄새를 맡는 퍼포먼스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그 순간 상대의 체취를 언어로 표현하면 마치 ‘태초의 이끼 숲에서 방금 걸어 나온 냄새’ 같았다. 그날 이후 각종 냄새를 경험 하거나 상상하면 마치 ‘시’처럼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글을 쓰며 체취를 채집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Figure 4> Pul Pul Pul – C, Detail
<Figure 5> Pul Pul Pul - C, Collected Smell, Vials,e, Stainless, Paint on Wall, 2020
Figure 4,5에서 <풀 풀 풀 – C(Pul Pul Pul – C)>는 작가가 2020년 국립협대미술관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보존과학 도구와 재료의 냄새, 보존과학자의 체취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사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그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없다.
이 작품에서 ‘물질적 특성이 가진 불확실함이 ‘보존과학자의 냄새’라는 상상의 영역으로 관람자 를 안내하는 장치가 된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따라서 연구자의 작업은 후각의 상상력과 상호작 용, 그리고 공감각적인 전이에 대한 내용으로 후각이 작품에 직접적인 주제이며 공간을 떠올리 는 냄새를 직접 만들거나 혹은 냄새 자체에서 영감을 얻어 다른 감각으로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위 작가들의 작품과 차이가 있다.
3.2. 식물과 교감하는 오감
오감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고 식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2012년 대니얼 샤모 비츠(Daniel Chamovitz)는 <식물은 알고 있다(What a plant knows)>에서 식물도 소리를 듣 기도 하고 소리를 내기도 하며 사람의 감각기관과 연결지어 식물과 사람이 교감이 이루어진다 고 하였다. 또한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 등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식물은 후각을 활용해 살아 있는 생명체들과 엄청난 정보를 주고받으며 식물과 냄새를 통한 의사소통을 과학적으로 해석 하였다. 연구자는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이 책을 감수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식물학자와 8개월간의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직접 현미경을 활용하여 각종 식물을 관찰하였다. 이후 이들과 실험적 작업(소리, 빛, 냄새로 반응하는 설치작업)을 한 결과 식물도 오감을 갖고 있으며 그들 끼리 공감각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식물도 감각이 있을까?, 식물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이후 <식물은 알고 있다>
는 책을 접하며 작업의 소재로 삼게 되었다.
<Figure 6> Plant Five Senses Project <Figure 7> Plant Five Senses Project
2019년 Figure 6,7의 <식물오감> 프로젝트의 작업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부산영도 절영로의 독특한 생태계를 관찰하며 그곳의 식물에 관하여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표현한 작업이다. 즉, 그곳의 식물의 냄새를 맡고 채집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냄새 글과 드로 잉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뒤 “흔들리는 한겨울 나무꼭대기에서 가장 푸르른 조용한 몽상의 냄새”, “교묘하고 사뿐하게 나를 숨길 수 있는 나뭇잎을 간직한 든든한 냄새”와 같이 특정한 식물이나 공간, 사람의 냄새를 떠올려 언어로 표현하였다.
이를 위한 협업과정에서 식물도 보고 듣고, 냄새 맡는다는 과학적 지식을 얻게 되었으며, 식물 학자들과 실험장비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과 연결지어 식물과 인간의 오감을 활용한 교감에 대해 표현하게 되었다. 또한 식물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 세균까지도 ‘냄새’로 의사소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6년 개인展 <초록덮개-감각하는 식물들, 대전테미예술창 작센터>에서 인간과 식물이 오감으로 교감하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Figure 1,2의 <Breathing-
Ⅰ> 작업은 사람의 눈에 움직임이 쉽게 보이진 않지만 각자 상대적인 시간 속에서 다른 동식물
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식물에 대한 경이로움과 상호작용 속에서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예술 가로서의 바램을 담은 것이다. 식물과 감각으로 교감하는 <Breathing-Ⅰ>은 식물과 사람이 빛, 냄새, 소리로 상호작용하는 작업으로 식물에서 색과 냄새를 추출하여 사람이 작품에 다가가 소리 내어 말을 걸면 빛과 향으로 반응한다. 이에 대해 비평가 이선영은 <식물과 대화하는 여자>에서 “조용한 지하 전시장은 식물이 뿜어내는 향기, 수증기, 빛 등으로 부산해진다. 인간 의 소리나 움직임은 식물을 자극한다. 나무 탁자 위를 뒤덮은 도톰한 이끼 층이 식물답지 않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많은 장치들이 자연의 두께만큼이나 여러 겹 깔려 있다. 탁자 아래에 늘어진 많은 전선줄은 마치 식물의 뿌리처럼 보인다. 식물과 기계가 결합된 사이보그라 고나 해야 할까(Lee, S. Y., 2016)”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 <빛 2017,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연구자의 Figure 8,9의 <Floating garden> 작업은 인간이 시각적으로 익숙한 입방체의 어두운 전시공간에 마치 생명의 근원을 밝혀내는 이끼, 빛, 향이 복합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연구자는 인간과 식물의 오감을 활용한 교감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표현하였다. “먼저 바닥에는 자연생태계에 서 있어서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끼가 바닥에 놓여있고 그 위에 식물의 생태학적인 근원을 찾아 오랫동안 그려낸 드로잉들이 나무틀과 함께 공중에 매달려 있다. 그리 고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는데 그것은 전시장 가득 풍기는 냄새를 감지하도록 연출되어 있다 (Kim, M. G., 2017, 모든 경계에 흩어진 시간, 시간을 연결하는 ‘숨’)”. Figure 1,2의
<Breathing-Ⅰ> 작업은 직사각의 설치 구조물 안에 맞춰진 생태계 내부에 집중하도록 설치하 여 식물(이끼)의 빛, 냄새의 반응을 더욱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 이에 비하여
<Floating garden>은 전시공간의 작품 사이를 오가며 각종 생명현상을 표현한 드로잉과 함께 빛과 반응하는 향을 보다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작업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부터 보이는 동식물과의 교감을 표현하고 그 소통의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풀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4. 후각의 예술
4.1. 후각적 상상력과 기억
후각은 숨을 쉬는 생명체에게 공기의 일부와 같은 매우 기본적이며 본능적인 감각이다. 또한 다른 감각과 달리 뇌에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반응을 보인다.
기억의 보조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정한 과거의 경험과 연결된 냄새를 맡았을 때 기억과 반응이 되살아난다. 1994년 피트 브론(Piet Vroon)은 <냄새 그 은밀한 유혹(Verborgen verleider)>에서 “냄새에는 사건적 기억력, 의미적 기억력, 이 두 가지 과정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 어떤 냄새를 맡으면 우리는 그것에 따른 감정적, 향락적, 사건적 연관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사건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기억들은 특히 냄새로 잘 유발된다. 우리는 많은 냄새들을 거의 혹은 전혀 말로 표현하지 못하므로 냄새에서 의미적 수준은 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Figure 8> Floating Garden, Moss, Incense, Arduino Sensor, Drawing on Cloth, 2017
<Figure 9> Floating Garden, Detail
못한다. 한 향기를 말로 표현할 방도를 찾지 못할 때가 많다(Lee, I. C., 2000, p.124)”라고 했다. 또한 2012년 존 서덜랜드(John Sutherland)는 <오웰의 코(Orwell's Nose: A Pathological Biography)>라는 책에서 “오웰이 건강을 해쳐 가면서까지 성인기 삶에서 제일 좋은 시기를 버마에서 보낸 이유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이유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커리와 그가 성장했던 인도 근무 경력, 영국인 집의 희미해져 가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백단향, 등나무와 티크의 복합적 냄새가 그를 소환했기 때문이었다(2020, p.18)”. 이와 관련하여 연구 자가 기억하는 가장 특별한 냄새는 역사학자인 ‘아버지의 서재’ 냄새, 그리고 그가 정원에서 나무를 손질할 때 쓰던 오래된 가위의 ‘손잡이 냄새’이다. 아버지의 서재에서는 오래된 책 냄새 와 아버지의 체취가 섞여 묘한 향이 났고, 연구자는 가끔 서재에 혼자 들어가 책을 보거나 상상 하길 즐기며 그 냄새공간을 점유했다. 이러한 아버지의 ‘서재’와 ‘정원’은 영감의 원천이자 Figure 10 <Genetic Sense>의 출발지이다(김지수 개인전: 풀 풀 풀-향., 2019). 연구자의
‘후각적 상상력’으로부터 근원적인 감각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직계가족의 체취를 채집하여 설 치하였다.
<Figure 10> Genetic Sense, Collected Smell, Vials, Velvet on Wood, 2019
Figure 11 <Father and I>는 아버지의 서재와 정원의 냄새 등이 소환한 과거의 기억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아버지의 오래된 서류 가방과 작 가의 작업실에서 함께 살아온 이끼가 공존하는 모습을 통하여 연구자는 세상과 다시 만나고, 나 아가 과거의 기억과 다시 만나기를 제안한다 (Kim, J. S., Solo Exhibition : Pul Pul Pul- incense, 2019). “작가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 재에서 경험한 책 냄새를 기억해내곤 주위의 모 든 것들을 새롭게 보는 눈을 뜨게 된다. 아버지 의 오래된 낡은 서류 가방에는 이끼가 군락을 이 루며 자라고 있다. 마치 습기와 열기가 혼합된 숲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냄새 분자들의 운동을 엔트로피(Entropie)로 이해한다. 동물과 사람과 식물의 흔적이 향기의 숲을 이룬다. 자연과 사회, 역사, 숲과 인간의 생(生)이 교차하는 사건, 세계를 인간의 후각, 냄새로 기록하고 표현한 다. 특별히 작가가 예민하게 느끼는 감각이 최고 절정의 순간을 표현한다(Kim, N. A., 아트스 페이스 휴 디렉터, 2019)”. 이처럼 연구자는 과거의 특별한 경험과 결합된 냄새를 바탕으로 그 기억을 떠올렸으며 이것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Figure 11> Father and I, moss, briefcase, 2019
4.2. 냄새와 네트워크
쾌적한 환경이 있는 곳에는 동식물이 모이고 사람도 모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상호간에 공존의
‘네트워크(network)’가 생겨난다. 그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냄새들이 있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냄새, 밀어내는 냄새, 불쾌한 냄새, 좋은 냄새 등 그들만의 독특한 냄새들이 그들 스스로가 누구인지 나타내면서 동시에 의사소통을 한다. 많은 경우, 냄새는 근친번식을 막아 주는 힘이 되고 집단 내부에 있는 개체들이 서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결국 새로운 종의 진화로 이어진다.
2000년 라이얼 왓슨(Lyall Watson)은 <코>에서 “포유동물은 모든 동물들 중에서 가장 발달 한 야콥슨 기관을 갖고 있는데, 사회적 유용성 때문에,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동료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 기관을 광범위하고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 역시 이 전 세계적인 ‘냄새의 네트워크’의 주요 구성원이다”이라고 했다. 또한 2012년 이병돈은
<후각을 통한 근대적 주체의 형성 :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석사 학위 논문>에서 “냄새 자체가 위험이 되었기 때문에 냄새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냄새는 주위 환경으로부터만 발생하지 않는다. ‘냄새=세균’이라는 등식이 이미 상징체계 안에 들어왔 기 때문에, 사람의 몸 냄새도 이 체계에 포섭된다. 질병과 전염병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그리고 세균이 들어 있을 사람의 몸 냄새는 그 자체로 없어져야만 했다. 나의 몸에서 나는 냄새뿐 아니 라, 타인의 냄새도 없어야 위생적으로 안전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사람에게서 나는 몸의 냄새가 질병을 안고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라고 했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은 실은 본연의 이름이 있으며 어느 장소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잡초가 되거나 귀한 식물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냄새, 어떤 의사소통을 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간에 다양한 관계가 생성되고 이러한 생명체들 간의 네트워크가 하나의 세상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냄새는 눈으로 보이거나 접촉이 없지만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상호 작용을 하며 교감할 수 있다. ‘냄새’라는 감각을 매개로 다양한 사회 · 문화적 맥락을 통해 서로의 관계,
‘네트워크’ 를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든 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서로의 냄새로 인하여 모이기도 흩어지기도 하며 소통하기도 한다. 식물도 특정한 냄새에 반응한다. 예를 들면 기생식물인 미국실새삼(Cuscuta pentagona) 은 토마토향을 특히 좋아하여 토마토가 있는 곳을 향하여 자란다. 흰버드나무(Salix alba)는 애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잎에서 화학물질을 내보내 이웃나무들이 이 냄새를 맡고 곤충이 싫어 하는 페놀성 및 타닌성 화학물질을 내보내 곤충의 공격에 방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냄새에 관한 무수한 과학적 실험들은 식물이 냄새에 반응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즉, 식물을 증류하여 냄새의 화학구조를 분석하거나 향기를 추출하여 연구자 만의 특수한 향을 만들어 보거나 혹은 향을 통한 테라피, 내가 ‘냄새’가 되어 보는 것 등의 다양한 ‘냄새 네트워크’ 이야기가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리서치 하거나, 관찰, 수집한 드로잉, 사진들, 다양한 만남과 대화를 통하여 ‘냄새’
라는 감각으로 소통하거나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하게 되었다. ‘냄새’는 시각과 촉각으로 느낄 수 없지만 다른 감각을 통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독특한 존재 간의 의사소통이며, 그들만의 ‘냄새 네트워크’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는 숨겨져 있지만, 매우 강력한 감각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각각의 독특한 ‘냄새’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공간 속의 다양한 생명체(식물, 인간 등)들이 유연하게 반응하는 과정을 다양 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다양한 협업과 작업과정 자체가 스스로 의 독특한 냄새를 띄면서도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하나의 ‘냄새 네트워크 ’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었다. 즉, 냄새와 같은 소통을 통해 ‘냄새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만 있다면, 상호간의
‘다름’이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4.3. 후각의 공감각적 표현
2008년 김학희의 <현대 미술에서 지리적 상상력의 중요성, 대한지리학회 학술대회논문집>에
서 “후각은 강렬한 메시지와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후각을 이용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은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 아니라 예술가와 관람객의 지리적 상상력,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연구자의 냄새채집 작업에서도 그 순간의 냄새를 채집하고, 이를 통해 과거의 기억, 추억을 소환한다. 그것은 냄새의 공감적 표현이며, 후각의 예술적 표현이다. 2020년 ‘보 존과학자 C의 하루’ 기획전에서 보존과학자와의 영상대담을 통하여 연구자는 “냄새를 채집하 고 기록하는 것에는 ‘순간’을 간직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냄새를 맡거나, 채집한 순간의 냄새를 다시 떠올리며 냄새 글을 쓰거나 드로잉으로 표현하는데, 이러한 작업들은 어떻 게 보면 비물질을 물질로 변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냄새를 채집해서 간직하는
‘순간’도 있지만, 그 냄새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상과 공간을 기록한 사진이나 영상을 다시 볼 때 공간과 채집 대상의 냄새를 떠올리려는 이유도 있어요. 제가 후각적 기억력이 뛰어 난 편이라, 이런 기록을 보면서 그 순간의 냄새를 떠올릴 때가 종종 있거든요. 아마 지금 이 순간의 스튜디오의 냄새도 다시 영상을 볼 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후각의 공감각 적 표현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작품이 전시 후 종종 사라져 왔네요. 그런데 조금 다른 맥락 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작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벽에서 완벽히 사라지겠지만 작품을 본 관람객들에 의해서 공간의 향에 대한 인상으로 각자의 기억 속에 이미 지로 남는다고 생각해요. 채집 병에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후각적 상상력 속에 남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또한 작품의 과정 및 전시장 사진과 영상으로 남게 되겠지요.
채집 병에 담긴 보존과학자와 보존과학실의 냄새는 폐기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존될 겁니다. (중략) ‘사라짐’보다는 표현된 순간의 공간에 대한 향과 이미지의 ‘현존성’을 생각하고 있어요(Kim, J. S., 2020,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의 비물질화 경향과 이에 대한 보존복원의 문제, 영상대담, 00;25;02)”라고 하였다. 이는 작가와 관객들의 후각적 상상력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공감각적 의미를 갖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5. 결론
식물과 사람, 사람과 다른 생명체들은 고유의 감각을 지니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감한다. 후각 은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없지만 우리의 무의식 저편에서 비슷한 냄새를 맡았을 때 기억을 소환하며, 후각적 상상력이 펼쳐지고, 공감각적 전이가 일어난다. 이러한 공감각적 전이는 다른 개체와의 교류에서도 작용하면서 서로 모이거나 흩어지며 저마다의 ‘냄새 네트워크’가 형성되 기도 한다. 따라서 세상은 보이지 않는 ‘냄새’로 연결되어 있으며, 식물과 사람, 동물들은 서로 좋아하고 꺼려하는 냄새로 모이고 흩어짐을 알 수 있다. 연구자의 근원적인 감각의 뿌리를 찾아 가는 작업과정에서 본인과 세계가 ‘냄새’라는 감각으로 마치 ‘생명의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는 확신이 들었다. 이러한 ‘냄새’는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과 동시에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연결해 주는 매개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 논문에서 연구자의 작업 및 후각을 주제로 하거나 혹은 냄새와 향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로 사용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유발하는 전이 현상을 공감각이라고 할 때, 후각과 시각, 촉각 등이 연결된 공감각적 예술작업을 진행해 왔으 며 ‘후각’이라는 감각을 시각예술로 표현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비물질에 대한 재해석을 수행하 였다. 또한 특별한 냄새에 대한 개인적인 ‘후각적 상상력’을 통한 경험을 반영한 작업을 통하여 다양한 시공간에서 냄새들의 연결과 교감에 대해 다루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연구와 작업을 바탕으로 시각 위주의 미술작품에 비하여 그 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비가시적이고 비물질 적인 후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 내었음을 확인하였다.
향후 본 연구를 바탕으로 후각의 기억과 시간성과의 작용을 통해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표현 가능한지 살펴보려 한다. 또한 기존 작업에서 다루어진 ‘냄새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생명체뿐만 아닌 비생물과의 ‘냄새 네트워크’로 연구를 확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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