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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표기법과 ‘컴퓨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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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표기법과 ‘컴퓨러’

샤프사진

“미국에는 컴퓨터가 없다!” 도대체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미국에 컴 퓨터가 없다니? 모르긴 해도 1억대도 훨씬 넘을 것 같은데. 그러나 이어지는 바디카피를 읽게되면, 위의 광고카피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컴퓨터’가 아 니라 ‘컴퓨러’ 이것이 진짜 미국 발음.” 샤프전자사전의 효익을 강조한 카피 다. 다시 말해서 정확한 미국발음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위의 광고 내용에서 ‘컴퓨터’를 [컴퓨러]라고 발음한 것은 문제의 소지를 남 긴다. 1986년 1월 8일에 고시한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고시 제85-11호)은 제 1장 ‘표기의 기본 원칙’(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 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과 제2장 ‘표기 일람표’, 제3장 ‘각국의 표기세칙’, 제4 장 ‘인명 지명표기의 원칙’으로 이루어졌다. ‘컴퓨터’ vs. ‘컴퓨러’의 표기법과 관련해서는 제2장 표기일람표의 표1에 나와 있는 ‘국제음성기호와 한글대조 표’를 보게되면 정확히 알 수 있다. ‘computer’를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kəmpjútər]라는 발음기호와 접하게 된다. 따라서 국제음성기호 [t]는 한글로 변환될 때 모음 앞에서는 ‘ㅌ’로, 자음 앞 또는 어말에서는 ‘ㅅ’, ‘ㅌ’로 표기되 고, [ər]은 ‘어’가 되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 고시한 규칙에 따른

‘computer’의 정확한 표기는 ‘컴퓨터’가 맞다. 하지만 이 광고는 전자사전 광 고이기 때문에 만국공통의 음성부호를 의미하는 꺽기 괄호를 ‘컴퓨터’에서 생략하면서, 소리 중심의 외국어 습득을 강조하고 있음을 감안해서 표기의 잘못을 이해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의 영어교육에 대한 다음과 같은 황당한 주장은 문제 있다. 이를 테면, 2008년 1월 30일 어떤 공청회의 자리에서 “영어 발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참석자의 제안에 이경숙 대통 령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얼마 전 내가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라는 말을 했더니 언론에서 모두 ‘프렌들리’라고 썼는데 [f] 발음이므로 [후렌들리]

가 맞다”면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부터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 다. 이어 “내가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다가 [아린 지]라고 하니 알아 듣더라”라며 “영어표기법에 대한 것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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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 근본개념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러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2008년 2월 1일자 한국일보 지평선란을 보자. 제목은 ‘오렌지와 아린지’. [또 는 ‘프렌들리와 후렌들리’라고 해도 좋겠다]이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

위원장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 미국에 가서 오렌지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 어서 ‘아린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는 얘기도 했다. 착각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 가서 ‘오,렌,지’ 아니라, ‘아,린,지’라고 골백번을 얘기해도 못 알아듣는 다 … 상대방이 알아들었다면 순전히 로마자로 표기해 a(o)rinji 라고 발음했 을 것이다. 그나마 a(o)에 악센트가 있어야지 i에 강세를 주었다면 역시 잘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이런 엉뚱한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영 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영어를 위해서는 한국어로 생 활하는 사람의 표기법까지 뜯어고쳐야 한다는 ‘오버’ 내지는 범주착오의 오 류다. 둘째 언어학적 무지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외래어 표기법은 그 나라 의 어문 생활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하자는 규정이지 남의 나라 말 발음 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 영어 발음과 음가를 한글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것은 한국어 발음과 음가를 로마자나 기타 문자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칼럼의 주장하는 바는 옳다.

외래어표기법은 기본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하는 우리말 화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기위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외국인은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 에 영어철자나 표기법을 보고 판별한다. 그런데 자국민이 보고 판단하는 외 래어표기법을 미국인에 맞추자는 생각은 문제 있다. 외래어가 현지음에 가까 워야 한다는 이상적 생각은 그 후의 문제이다.1) 또 다른 심각한 오류는 ‘외 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2) 다시 말해서 ‘외래어’는 ‘외래 어표기법’에 의해서 표기해야 하겠지만, ‘friendly’같은 외국어는 ‘영어표기법’

에 의해서 표기해야 할 것이다. 엄밀하게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하기는 힘 들겠지만, 외래어는 외국어가 거의 한국어 수준으로 되어 버린 것, 간단하게 말해서 한국어 사전에 등재된 낱말이고, 외국어는 등재되어 있지 않은 낱말 로 규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프랜들리’든 ‘후랜들리’든 한국어 사전에는 등장하지 않으므로 외국어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이 전문외래(국)어

1) “방송 광고는 외래어에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관용되는 외래어의 발음과 외래어의 표 기법이 유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 마찰음 [f]의 외래어표기법에는 [ㅍ]으로 적게 되어 있으나, 관용적으로는 [ㅎ]소리를 내고 있어 광고에서도 [ㅎ]음이 많이 나타난다. 오용이 되는 대표적인 것에는 ‘횃숀, 화운데이션, 후렛쉬' 등이 있다. 고유명사에서는 거의 [f]음을 [ㅎ]으로 적거나, 발음하고 있다: ‘빅맨, 횃숀[패션]의 시작 입니다.’ (빅맨), ‘스무 살 여성을 위한 화운데이션[파운데이션] 란제리 (비너스).” 박갑수 (1998 :344계속).

2) 외래어와 외국어의 큰 차이점은, 외래어는 우리말에 속하지만 외국어는 그렇지 않다: “우리말의 어휘는 그 기 원에 따라 크게 세 층으로 나뉜다. 가장 아래에 있는 층이 고유어이고, 그 위를 한자어가 덮고 있고, 맨 위에 (한자어 이외의) 외래어가 얹혀 있다. 그 세 개의 층은 우리 말의 어휘를 이루는 낱말들의 기원을 나타낼 뿐 만 아니라, 그 낱말들이 우리말에 흡수된 시간적 순서에 얼추 대응하기도 한다.” 고종석 (2002: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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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남용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신문기사도 외래어와 외국어에 대 한 명확한 구분 없이 쓰여졌음이 틀림없다. 이 두 부류의 낱말들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콤플렉스 플롯을 가진 코미디 오브 시추에이션은 캐릭터들이 라인으로 콤플리케 이션을 만들면서 크라이시스와 클라이맥스를 통해 컨플릭트를 드러내며, 오디토 리엄에서는 스테이지에 엠파시하게 된다.” 만약 어떤 연극에 대해 이처럼 외래어 를 써서 해설한 문장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바꿔 쓸 수 있다. “복합구성을 가진 상황 희극은 인물들이 대사로 꼬임을 만들면서 위기와 절정을 통해 갈등을 드러 내며, 관객석에서는 무대에 동화하게 된다.”3)

우리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될 것은 외국어표기법이 아니라 외래어표기법이 우선이다.4)

3) 조선일보 2003.01.15.

4) 사실, 외래어표기법이라는 규정의 제목 또한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외래어표기법 아래에 영 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표기법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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