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회적경제 정책의 한계

56 57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원을 통해 본 사회적경제 성장전략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Science & Technology Policy

56

기존 사회적경제 정책의 한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 작한 것은 2014년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자며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고 나서부터다. 물론 그 이전 에도 생산적복지를 지향하는 자활사업이 2000년부 터 시작되었고, 2007년에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 정되면서 사회적경제라 할 수 있는 민간의 움직임과 정책은 있었다. 사회적기업 정책의 성공에 따라 행 정안전부의 마을기업, 농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다양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 전 에는 신용협동조합이나 농업협동조합을 제도화시키 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사회적경제라는 큰 틀 속에서 함께 가기보다는 각각의 개별 정책으로 인식되었고, 서로간의 관련성도 크게 없었다. 특히 이들 정책은 개별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서만 인건비나 자본재에 대한 지원을 하도록 한정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영리 를 추구하는 기업과 비교해서 현저하게 다른 차별성 이 있는 사회적경제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특성

사회적경제는 단순히 “투자자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이라 는 방법을 활용하는 기업”이다.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신용협동조합이 우리나 라에서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625전쟁 때 부산으로 부임했던 메리 가브리엘라 수 녀는 성당에서 아무리 피난민에게 구호물자를 제공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신용협동조합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민들이 작은 돈이라도 저축하도록 독려 하고, 그렇게 모인 돈으로 대출을 해서 작은 돼지국 밥집을 열게 하는 등 가난을 해결해 나갔다. 1970년 대의 자료를 보면 고리사채가 연이율 200%가 넘어갈 때 신협 등은 36%의 대출이자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물가인상율이 30%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서민들 이 조합을 만들어 파격적인 서민들의 자구책을 함께 만들어 나갔던 것이다.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경제는 당연히 문제의 대상이자 해결의 주체인 사람 중심의 운영을 추구하게 된다. 사람들이 함께 소유하고 함께 운영하 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다양한 연결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사회적 경 제사업의 본령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 목표는 가급적 당기순손익이 0에 가깝게 수렴하도록 하는 “ 원가경영의 원칙”을 지향한다. 배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들이사회적경제의 사업을 통해 문제를 완화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 때문에 사회적경제기업은 초기에 자본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당기수익을 축적하여 규모화를 추구하는 데에도 영 리기업에 비해 더 힘들게 된다. 하지만 사회적 효과 를 높이려면 검증된 사회적경제기업의 사업이 확대 될 필요가 있다. 사업을 규모화하기는 해야 하는데, 기업체 내부의 원리로는 규모화하기 어려운 딜레마 에 빠지기 쉬운 것이 사회적경제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정책의 등장

따라서 이런 사회적경제기업의 특징을 감안하여 정 책을 펼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정책을 “생태계 지원

58 59

정책”이라고 불러 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초반부터 사회적경제의 이런 특징을 감안하여 생태계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 적경제의 혁신성장과 규모화를 추구하는 방향을 모 색했고, 그 결과 2018년부터 “커뮤니티비즈니스 활 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의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분석한 결과 빠져 있는 부분에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다음 그림은 기존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이 주 로 기업의 수명주기에서 준비기와 창업기, 혹은 안정 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비즈니스 정책 은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협력적 체계를 구축 하면 주도적인 사회적경제기업이 주관하여 다른 사

Science & Technology Policy

회적경제기업을 견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그 동안 등한시 되었던 기술과 공동협력의 사업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책의 대상은 기존의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이 개별 기업형태에만 지원해 주는 것으로 한정된 데 비해 사 회적경제기업은 유형과 상관없이 부처별로 다른 사 회적경제기업을 하나의 정책대상으로 통합하여 포괄 적으로 지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사 회적기업(고용부,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재 부, 협동조합기본법), 마을기업(행안부, 도시재생 활 성화 특별법), 자활기업(복지부, 국민기초생활보장 법) 등이 모두 포함된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과 별도로 대규모 시설의 도

입과 혁신클러스터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경제 혁신 센터라는 정책도 2019년부터 지원 중이다.

산자부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은 현장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동안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정책적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정책이었기 때 문이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은 크게 R&D 사업과 비R&D 사업으로 구분하여 지원된다. R&D 사업은 사회적경 제기업들의 사업적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사업 적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2018년에는 주로 각 시도의 테크노파크가 주관하여 사회적경제기업들을 결합하여 추진했다.

비R&D 사업은 새롭게 개발된 기술과 상품을 실제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통합적인 지원을 해 주는 사 업이다. 시도의 사회적경제중간지원조직들이 주관하 고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는 컨설팅과 사업전수 등 다 양한 경영서비스를 제공하며, 통합 마케팅 활동을 수

[그림 1] 사회적경제정책의 새로운 영역

BM개발 기술 시스템개발 상품개발 판로개척

판관비 지원

취약계층 인건비 관리인건비 등

시설지원 소규모 시설 대규모 시설 역량강화

기반조성

기반조성 교육/컨설팅

활성화 단계 준비기 창업기 안정기 성장기 사업협력 추진기 혁신단지 구축기 신규정책 필요

신규정책 필요 사회적 기업

공통: 컨설팅 공통: 중간지원기관

공통 자활기업

마을기업

금융제도 등 협동조합

출처 : 저자 작성

60 61

행한다.

이론적으로는 R&D 사업의 결과가 나오면 비R&D 사업이 그 성과를 사업화시키는 방식으로 정책 수행 과정을 밟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2018년 두가지 사 업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두 사업이 서로의 연계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산업부에서는 매월 1회 시도 내 주관기관 및 참여기관들의 협력회의가 진행되도 록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와 현재까지의 성과

2018년부터 시작된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은 그동 안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가 할 수 없었던 여러 다양 한 협력사업들을 시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었다. 수 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각각 제안한 사업들을 평가하여 사회적경제의 혁신성장에 필요한 사업들을 선정했다. 그 결과를 요약한 것은 다음 표와 같다.

각 시도의 특성을 반영하고, 시도청과 민간의 협의를 통해 선정하였기 때문에 각각의 품목들은 다 나름의 의의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개인적 의견으로 볼 때 성공가능성이 높거나 사회적 의의가 큰 사업들

을 굳이 따져본다면 다음과 같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의 본래 취지와 가장 가까운 사업으로는 대구시의 커피찌꺼기를 수집하여 화력발 전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여 공급하는

“자원재활용” 사업과 대전시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 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료 및 사회서비스업체가 협력하여 만든 지역보건의료 시스템을 정비하는 사 업이다. 또한 강원도의 식품 관련 사회적경제기업들 이 협력하여 전국단위로 도시락을 공급하고 지역내 학교급식에 대응하는 사업을 “로컬푸드”사업도 주목 할 만하다.

부산시의 도시재생지역의 유휴지를 활용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시스템 구축은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부산시를 넘어서 전국 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진행되는 마을관리협동조 합에게 전파될 수 있을 정도의 사업체계를 구축해 나 가고 있다.

충남의 목재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사업은 산림청의 정책사업으로 2건이 채택될 정도로 산촌지역에서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커뮤니티비

Science & Technology Policy

[표 1] 커뮤니티비즈니스 시도별 품목 현황(18-19)

제조・유통 식품제조 에너지 IT문화 사회서비스

①대구(업사이클)

②충북(농촌친화바이오)

③충남(유통판매)

④전남(화장품소재)

⑤경북(친환경섬유)

⑥제주(폐자원활용)

⑦대구(식품클러스터)

⑧강원(로컬푸드)

⑨제주(로컬푸드)

⑩충북(태양광유지보수)

⑪충남(산림에너지)

⑫전남(태양광보급)

⑬제주(에너지설비)

⑭부산(도시재생)

⑮울산(공예품)

⑯세종(IT문화)

⑰전북(IT문화)

⑱경남(IT수산시장)

⑲대전(의료)

⑳광주(웰니스)

㉑세종(도시청결)

㉒경북(돌봄)

㉓대구(자원재활용)

㉔경북(친환경소재) ㉕세종(스마트푸드)

㉖충남(한류슈퍼푸드)

㉗전남(전통발효식품)

- ㉘대전(지역화폐)

㉙경남(식품안전체계) ㉚강원(강원통합돌봄)

즈니스 사업을 활용하여 신발청소와 관련한 프랜차 이즈사업을 준비하였고, 이를 위한 별도의 사회적경 제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겨우 1년반 밖에 지나 지 않았지만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 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의 소셜 리빙랩 사업이 수년 에 걸친 문제탐색과 솔루션을 개발하고 나서도 이를 실행할 기업을 찾는데 또 다시 시간이 들어가는 것 과 달리, 이미 기존의 사회문제 해결형 기업들이 협 동하여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각각의 자원 들을 결합하여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 문이다.

이들 사업들의 최종적인 성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 지만 각 지역별로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 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노력을 현실화시키는 초기의 모범사례들로 기록될 것이다.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의 방향

2년간의 정책 실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평 가하면서 사회적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한 방향을 모 색했다. 우선 지역내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이해관계 자들의 사전 협의와 계획이 부족하면 정책 사업의 실 행과정도 매끄럽지 못하게 되고, 사업적 성과를 기대 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경제의 혁 신성장은 지역사회 전체의 혁신적 프로세스와 밀접 한 연관성이 있다.

또한 기존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이 지역내 다수 의 사회적경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것으로만 설계하다보니 다양한 소수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통한 빠른 성과를 창출하는 데에는 관심을 못 기울이

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2019년부터는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 자체 를 개선하여 명칭도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사업”으 로 바꾸고 다양한 현장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활동 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혁신성을 갖춘 사회적경제기업이 주관하여 연구기관 과 협력하여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도록 하고, 지역내 일반기업과 사회적경제기업의 콜라보 R&D 활동도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성을 높였다. 비R&D 사업도 새로운 품목을 정할 수도 있고, 기존 R&D 성 과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연장하는 방법도 허용해 주는 등 시도단위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 로 정책을 개선하였다.

지역사회의 사회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경 제가 지향하는 목표의 본령이라면 정책은 이런 본원 적인 미션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그럴 때만이 다양한 도전을 촉발시키고 응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혁신 정책은 정책 스스로도 혁신 적이어야 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은 이런 관점 에서 지속적으로 혁신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사회혁신 정책이 개발될 것으로 희망 하며,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도 이런 다양한 사회혁 신 정책, 사회혁신을 위한 R&D 혁신들과 다층적이 고 다면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지향할 것이다.

출처 : 저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