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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학생 “불법 노동”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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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_이 연구는 유학생의 불법노동을 줄이려는 일련의 정책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허 가 노동이 만연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유학생의 불법노동이 생산되어 지속되는 과정 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법인류학에서 발전시킨 ‘불법성’의 개념을 가져와 불법노동을 문제(problem)로 바라보기보다는 역사적,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보고 한국 정부와 대학-유학원의 이해관계, 그리고 유학생의 사회적 환 경이 맞물리면서 불법노동이 생산된다는 점을 밝힌다. 또한 지방대학에 재학 중인 몽골 과 베트남 출신 유학생에 대한 면담을 통해 실제 유학생들이 미허가 상태에서 노동을 행 하는 경험을 자세히 살펴 이들의 노동이 ‘불법’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것이 이들의 한국살 이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이를 통해 이 연구는 유학생의 미허가 노동을 유학 비자를 악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이주자의 일탈적 행위로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 언 론의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불법의 영역에 놓인 유학생 이주자들이 노동자로서 제 대로 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요어_ 유학생, 학생 이주자, 이주 노동자, 불법 노동, 불법성

유학생 노동의 불법성 연구: 한국 지방대학의 몽골과 베트남 유학생의 노동경험을 중심으로

바트챙게르 투맹뎀베렐*·김도혜**

이 논문은 2019년 6월 14일,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초국적 행위로서 유학: 정책과 실천”에 발표된 논문을 발전시킨 것이며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이다 (NRF-2018S1A5B8070580).

* 제1저자, 대구대, DU인재법학부, 박사수료, tumee8841@naver.com

** 교신저자, 대구대 다문화사회정책연구소, 인류학, 조교수, dohyekim@d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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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몽골 사람 없이는 이삿짐센터 운영이 안 되고 베트남 사람 없이는 농사가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학생들 사이에 있을 정도로 한국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 생의 상당수가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미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 현 재 유학생의 경우 출입국관리소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하여 주당 20~35시간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시간제 취업 규정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사전 허가를 받 아 노동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임석준 2010). 2019년 현재 전 체 유학생 규모 160,165명 가운데 통계에 잡힌 취업 중 유학생은 약 23,000명으 로 14%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통계청 2019). 물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제 임금노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19년 현재 90% 이상의 유학생이 중국,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중저소득 아시아 국가 출신이고, 전체 유학생의 91.3%가 자비유학생임을 감안할 때 시간제 취업률 14%는 현실 과 괴리가 상당히 큰 숫자일 것임에 분명하다.

2004년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마련한 이래로 유학 생 수는 해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중도탈락해 학교를 이탈하는 유학생의 수 역시 늘어나 2018년 기준, 전체 유학생 가운데 14%가 불법체류자 로 기록되고 있다.1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자 한국 정부는 유학생의 불법노동 활 동이 불법체류를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이라 판단하고 불법노동을 막기 위한 시 간제 취업 정책을 거의 매해 수정하고 있다. 이 연구는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노동이 지속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유학생의 불법노동이 이들의 불법적 의도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한국 정 부, 대학-유학원, 그리고 유학생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여건에 의해 구성된다 는 것을 강조한다. 즉, 유학생 불법노동을 막기 위한 정부와 대학의 노력이 오히 려 반대의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법인류학에서 발전

1 물론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는 중도탈락자가 모두 미등록 이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을 중간에 그만두는 유학생은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노동시장에 남아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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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킨 ‘불법성’(illegality) 개념을 적극 활용하여(De Genova 2002; Heyman and Smart 1999) 유학생의 불법노동을 문제(problem)나 상태(state)로 바라보기보 다는 역사적,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생산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국의 외국인 유학생 불법노동이 구성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즉, 유학생의 불법노 동을 근절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는 기존의 정책적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 대학, 유학원, 유학생 등 다양한 층위의 주체들이 만들어 지속시키고 있는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합법’과 ‘불법’이라는 법적 카테고리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 그러므로 자명하게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금 부터는 ‘불법노동’이라는 용어 대신 ‘미허가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이 연구는 크게 두 가지 연구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째, 유학생 미허가 노동이 생산, 지속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정책의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대학과 유학원이 유학생 시간제 취업을 다루는 방식, 나 아가 유학생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살핀다. 이를 통해 정부, 대학-유학원, 그 리고 유학생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유학생 시간제 취업에 대한 상이한, 때 로는 모순적인 이해관계가 미허가 노동을 생산, 지속시킨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 다. 둘째, 실제 유학생들이 시간제 취업 현장으로 들어가는 과정과 미허가 상태 에서 노동을 행하는 경험을 면밀히 살펴 이들의 노동이 불법의 영역으로 분류되 는 것이 이들의 한국살이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파악한다. 특정인의 노동 행 위를 불법으로 규정할 때 특정 형태의 훈육과 강제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기존 연 구(Coutin 1993; De Genova 2005)에 기대어 유학생의 노동을 불법으로 규정할 때 유학생 주체에게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이들의 노동 경험을 통해 밝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노동이 불법의 영역에 놓인 학생 이주자들이 노동자로 서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을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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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행연구 검토

1) 이주자의 ‘합법성’과 ‘불법성’

인류학자들은 불법성을 개인이나 집단의 일탈적 행위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 에서 벗어나 특정 행위, 특정 집단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방식을 살피고 불법의 카테고리가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다(Hayden 2014).

불법성에 대한 탐구는 특정 조직이나 행위가 ‘범죄’로 분류되는 방식에 대한 연 구(Schneider and Schneider 2008)에서부터 비공식 경제 행위에 대한 연구 (Wilson 2010), 특정 인간과 그들의 노동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방식에 대한 연 구(Coutin 1993; 2000; De Genova 2002; 2004; 2005)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 가운데 인간과 노동에 관한 연구는 주로 미등록 이주 노동자 에 주목하여 시민권을 둘러싼 국가의 이민 정책과 법률이 어떤 역사적, 정치적,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특정 이주민 집단과 그들의 노동을 ‘불법’이라 규정짓게 되 는지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불법성이 어떤 행위의 결과거나 상태를 뜻하는 것 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생산된 개념이라는 인식을 바탕 으로 이주 노동을 불법화하고 그 불법화를 지속시키는 여러 주체들의 사회적 관 계를 파악해 내는 것을 주된 연구의 아젠다로 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연구 에서는 불법성을 해결해야 할 숙제라거나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불법이 만들 어지는 과정과 불법화가 지속되는 과정을 분석한다고 할 수 있다(De Genova 2002).

가장 대표적인 예로 Coutin(1993; 2000)과 De Genova(2002; 2004; 2005)의 연구를 들 수 있는데, 일례로 De Genova(2004)는 미국 이민법에 대한 연구를 통 해 미국이 멕시코 이주노동자들을 대량 추방시키는 동시에 수입해오는 일종의

‘회전문’ 정책을 사용하면서 소위 불법 노동자를 구조적으로 양산해 왔음을 지적 한다. 즉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멕시코 이주 노동자들을 적극 수입해 오는 동시 에, 노동 계약 위반 등 사소한 잘못만 발견되어도 언제든 추방가능한(deport- ability) 상태로 만들어, 멕시코 이주 노동자에게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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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주민이 아니라 불법과 추방의 이미지가 덧씌워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법과 합법 이주자를 가르는 것은 어떤 도덕적 정당성이 아니라, 추방을 전제로 하는 국가의 이주 노동자 수입 정책, 고용주의 “불법” 노동력 선호 등 정치경제적 구조라는 말이다(김현희 2019: 102). 나아가 이처럼 특정한 인구 집단을 불법으 로 분류하는 것은 정치적 효과도 생산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멕시코 이주노동 자를 소위 불법 이민자의 표본처럼 재현하는 방식, 미등록 멕시코 이주자를 곧장 추방 가능한 준-범죄인의 상태로 만드는 방식이 그 자체로 이들의 노동을 훈육 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뿐 아니라 국가 주체가 이주민 전체에 대한 감시를 확장하 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Behdad 1998; Coutin 2003).

De Genova의 불법성에 대한 탐구는 한국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 연구에도 적 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Shin과 Tajaroensuk(2018)은 De Genova의 불 법성 개념을 토대로 한국의 태국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사례를 연구하여 미등록 이주 노동이 이주자와 고용주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 한다. 또한 한준성(2017: 18)의 연구는 불법성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의 이주 노 동 정책을 분석하여 한국의 “불법” 이주 노동이 “단순 기능 외국인력의 국내 취업 을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령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법체계에 의해 ‘생산된’” 것 이라고 주장한다.2

2) 학생이주자의 학업 중 노동

유학생과 학생 이동성에 관한 기존 연구는 글로벌 자본을 획득하기 위해 영어 권의 고소득 국가로 이동하는 중산층 이상 가계 출신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 되어왔다(Fong 2011; Ong 1997). 이 때문에 학생이주자는 대개 노동 이주자와 상반되는 엘리트 이주자로 분류되어 왔고 이들의 노동 역시 숙련노동(skilled-

2 De Genova의 연구는 미국의 한국 미등록 이주자 특히 청년 연구에 적용되기도 하였는데 김현희 (2019)의 연구는 주로 중남미 이주자에 국한된 미국의 미등록 이주자에 대한 연구를 한인으로까지 확 대시켜 미국 법제가 “불법” 한국 이주민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한국인 미등록 이주 청년의 일상 경험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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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으로 분류되어 왔기 때문에 불법성의 개념으로 학생이주자와 이들의 노동 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학생 이주의 방향이 다변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존의 유학생 노 동 및 취업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 고 있다. 일본의 중국인 유학생 노동 경험을 분석한 Liu-Farrer(2011)는 “교육으 로 중개된 노동 이주”(educationally channelled labor migr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유학생을 미래의 고숙련 노동자, 즉 ‘두뇌’로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 점으로는 일본의 중국 유학생 노동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고소득 영어권 국가가 아닌, 신흥 유학 목적국으로 유입된 저소득 국가 출신 유학생의 경우 상 당수가 저숙련, 저임금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Liu-Farrer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유학생 유인 정책으로 들어온 중국인 학생 중 일부가 기존 중국 이주민 사회 네트워크와 접촉하게 되면서 학업을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시장으 로 유입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들이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게 되는 과 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이를 통해 이들이 단순히 학업 대신 돈을 좇았기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유학생 정책, 일본 노동시장의 변 화, 기존 중국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작동하여 유학이 곧 “저임금 노동력을 위한 비공식 창구”(side door for cheap labor)로 존재하게 된다고 지 적한다.

한편 한국의 유학생 연구는 유학생을 학업을 수행하는 학생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상당히 높아 이들의 노동 경험에 대한 연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저소 득 국가 출신 유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아르바이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연구들은 꾸준히 있지만(김선아 2010; 하정희 2008), 학 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며 어떤 노동을 경험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학생의 학업 중 노동에 대한 연구 로 Cha와 Chang(2009)의 연구와 조은희·유기웅(2017)의 연구, 그리고 임석준 (2010)의 연구를 유학생 노동 경험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는데 Cha와 Chang (2009)의 연구와 조은희·유기웅(2017)의 연구가 교육학적 시각에서 중국을 위 시한 아시아 국가 출신 유학생들이 학업 중 노동 경험을 통해 얻어가고 있는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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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에 반해 임석준(2010)의 연구는 실제 유학생이 처해있 는 노동 환경에 집중한다. 특히 임석준(2010)의 연구는 부산지역 중국 유학생에 대한 질적, 양적 연구를 통해 유학생이 학생 이주자인 동시에 노동자의 이중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노동자로 정당한 위치를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차별과 부당 대우를 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본 연구는 학생 이주자가 학생이자 노동자로 이중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임석준(2010)의 연구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이들이 미허가 노동을 하게 되는 이유와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내밀한 접근을 통해 유학생의 노동 경험을 면밀 히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통해 유학생의 미허가 노동이 단순히 학업 대 신 돈을 선택하는 유학생이 많기 때문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대학, 유학 에이전트, 그리고 유학생을 둘러싼 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층위 의 행위자들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것임을 강조한다. 이런 분석을 통해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 유학생의 미허가 노동을 학생비자를 악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이주자의 일탈적 행위로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 언론의 시각을 정면으로 반 박하고자 한다.

3. 연구방법

한국 정부, 대학-유학원, 유학생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미허가 노동을 둘 러싼 이해관계를 밝히기 위해 정부 정책에 대한 문헌 조사뿐 아니라 대학 정책, 대학과 연계된 유학원에 대한 자료 조사와 몽골과 베트남 유학생에 대한 심층 면 담, 그리고 유학생을 미허가로 채용 중인 한국인 고용주에 대한 심층 면담을 실 시하였다. 대학-유학원은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4년제 사립 대학인 P 대학 을 중심으로 대학의 유학생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조치가 있는지 살펴보았고 이 대학이 몽골 유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현지 유학원을 중심으로 유학원 홈페이지, 홍보 브로슈어 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 행되었다. 이와 더불어 유학생 심층 면담은 경산시에 위치한 4년제 사립대학 3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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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Q, R로 표기)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몽골과 베트남 유학생 20명(몽골 12명, 베트남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몽골과 베트남 출신을 선택한 것은 이 두 국가 출신 유학생이 2019년 현재 중 국에 이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3 한국 언론을 통해 미허가 노 동을 하는 대표적인 유학생들로 자주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 유학 생의 경우 2019년 현재 불법체류 유학생 가운데 최대 비중인 66%(9,213명)을 차 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또한 지방대학 유학생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유학생 연구가 밝혔듯이 이들이 경제적 제약으로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닌 지방 대 학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고(박소진 2013; 이민경 2012), 이 때문에 시간제 취 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 시간제 취업, 즉 아르바이트 자 리가 어학당 이후 어느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 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김도혜·최희정 2019), 지방대학에 재학한 몽골과 베트남 유학생은 시간제 취업과 노동경험을 자세히 살피는 데 적합하다 할 수 있 다. 유학생에 대한 면담뿐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는 한국인 고용주 1명에 대한 면 담도 함께 진행하였는데 이는 유학생이 노동 시장 특히 미허가 노동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노동 시장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면담 대상 유학생 섭외는 연구자 중 한 명이 한국에 입국한 지 10년 이상 된 몽 골 출신 유학생이기 때문에 이 연구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몽골과 베트남 출 신 유학생 면담 대상자들을 선정하였으며 한국인 고용주 역시 이 연구자의 지인 (몽골 유학생)이 근무하고 있는 이삿짐 센터의 사장 L 씨를 소개받았다. 유학생 연구 참여자들은 성별, 국적별뿐 아니라 교육과정별, 입국시기별, 한국어 능력별 로 유학생이 경험하는 시간제 취업 경험를 보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에 재학 중 인 입국 시기가 상이한 학생들로 모집하였다. 유학생 연구 참여자를 분류하자면, 성별로는 여성이 12명, 남성 8명이고, 입국 시기는 2010년에서 2019년에 이르기

3 2019년 현재, 중국 출신 유학생이 전체의 44.3%(71,067명), 베트남 23.3%(37,426명), 우즈베키스탄 4.6%(7,492명), 그리고 몽골 4.6%(7,381명)를 차지하고 있다.

4 2019년 현재 불법체류 유학생의 국적별 규모는 베트남 66%(9,213명), 중국 13.8%(1930명), 몽골 7.6%

(1,066명)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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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교육과정별로는 어학당 재학 4명, 학부 과정 5명, 대학원 석사 과정 4명, 박사 과정 1명, 졸업자 4명, 중도탈락자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명 가운데 3명은 자비가 아닌 본국 학교 장학금으로 한국에 들어와 공부 한 경험이 있는 자들로 구성하였다. 특히 미허가 노동 시장을 거쳐 불법체류 상 태를 경험한 유학생 2명도 면담하였다.

유학생 면담은 유학생의 현지 언어 즉 몽골어와 베트남어로 이루어져 유학생 이 한국어로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운 내밀한 언어를 말할 수 있게 하였다. 면담 은 대개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소요되었으며 연구자의 연구실과 각 대학 근 처 커피숍 등지에서 이루어졌다. 한국인 고용주에 대한 면담은 고용주의 사무실 에서 진행되었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이름은 가명 처리하였다.

4. 유학생 “불법 노동”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1) 국가 정책

한국 정부의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정책을 요약하자면, 유학생 유인책인 동시에 중도탈락과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철저히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이 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해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 제한적인 영역이더라도 시 간제 취업을 가능하게 해 놓아 저소득 아시아 국가 출신 유학생들이 한국행을 결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만, 매우 한정적인 영역에서만 취업이 가능하도록 상 당히 복잡한 조건들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당장 생활비 보조를 위해 아르바이트 가 필요한 이들 유학생들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한 배경과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정부 정책이 어떻게 미허가 노동 생산에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한국 정부는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타격을 입은 대학 의 재정적 위기를 막고자 2001년부터 적극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을 펼치 기 시작하였다(배소현·김회수 2014). 2002년 유학생 유치 방안 중 하나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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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취업이 허용되지 않았던 유학비자 소지자도(전문대 이상의 교육기관에 서 1년 이상 재학 중인 유학생)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허락을 받은 경우에 한 해 주당 10시간 이내 취업을 허용하면서 첫 번째 관련 정책이 수립되었다. 흥미 로운 것은 2002년 당시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취업 허가 정책이 “외국인 유 학생의 친한 정서를 확산시키고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유학 생들의 음성적 취업활동을 차단”시키기 위함이라 분명히 밝혔다는 점이다(한겨 레 2002). 즉 유학생의 취업이 한국 사회에의 빠른 적응, 유학생의 자립심 강화 등 학업 중 노동이 가져올 수 있는 교육적 효과(Cha and Chang 2009)와는 무관 하게 철저히 한국 정부의 이익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시간제 취업허가 제도는 원칙적으로 입국 후 6개 월이 지나야 취업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전공과 관련된 업종에 취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전공에 관련되지 않은 일자리 중에서는 영어 관련 업무나 식당 관련업, 판매 서비스업에의 노동이 허가되어 있고, 기타 서비스업, 제조업, 건설업, 농업 분야 등에서 일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다.5 그리고 2002년 이후 거의 매해 한국어 능력별, 대학별로 취업 가능한 분야 및 기간, 취업 가능 자격 등에 크 고 작은 변화가 거듭되었는데 변화의 골자는 법무부 관계자의 인터뷰에서 알 수

5 다만 제조업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 4급을 소지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제조업, 건설업, 서 비스업의 복합 업종인 경우 대학이 제출하는 “시간제 취업확인서”상에 기재 된 업종이 제조업 또는 건 설업이 있는 경우 아닌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표 1. 2020년 현재 유학생 시간제 취업 허가 및 불허 노동 영역

허용 분야 불허 분야

- 전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분야 - 일반 통·번역

- 음식점 보조 - 일반사무보조

- 영어마을이나 영어캠프 등에서 판매원 - 식당점원

- 행사보조요원

- 관광안내보조 및 면제점 판매보조

- 교육기관 등록 6개월 이내 취업

- 장소 및 대상 등의 특수성이 있는 개인 과외 교습 행위

- 제조업 - 건설업 -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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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듯이 “단기간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불법취업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다(연합뉴스 2007).

특히 2011년 정부는 유학생 불법체류율과 중도탈락률을 각각 2~4%, 6% 미만 으로 유지하는 대학을 인증대학으로 분류하고 이들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에 한 해 주 25시간의 취업을 허용하는 등 대학의 불법체류율과 중도탈락율을 기준으 로 유학생 시간제 취업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이뿐 아니라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 이 유학생 본인이 어학연수생이냐 학부생이냐 대학원생이냐, 그리고 유학생 본 인의 한국어 능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도 취업할 수 있는 시간에 차이가 난 다. 예를 들어 어학연수생은 입국 후 6개월이 지나고 한국어능력시험 2급을 소 지하면 주 20시간, 한국어능력시험 등급이 없으면 10시간, 학사과정의 유학생이 한국어능력시험 4급이 있으면 주중 20시간, 주말·방학기간에는 시간제한 없이

표 2. 한국어 능력별, 인증대/비인증대별 시간제 취업 차등 운영내용 대학

유형 학년 한국어

능력 수준 시작 시기 허용시간 주중

인증대 혜택 주중 주말, 방학기간

어학 연수 과정

무관

‘18.10.1 이전 6개월 후 20시간 25시간

2급 × 상동 10시간 10시간

상동 20시간 25시간

전문 학사 과정

무관

‘18.10.1 이전 제한없음 20시간 25시간

3급 × 상동 10시간 10시간

상동 20시간 25시간

학사 과정

1~2 학년

‘18.10.1 이전 제한없음 20시간 무제한 25시간

3급 × 상동 10시간 10시간

상동 20시간 무제한 25시간

3~4 학년

‘18.10.1 이전 제한없음 20시간 무제한 25시간

4급 × 상동 10시간 10시간

상동 20시간 무제한 25시간

석/박사

과정 무관

‘18.10.1 이전 제한없음 30시간 무제한 35시간

4급 × 상동 15시간 15시간

상동 30시간 무제한 3시간

자료: 법무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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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수 있는 반면에 대학원생은 한국어능력시험 4급 소지하고 주중 30시간 주 말·방학기간에는 시간제한 없이 일할 수 있다. 이처럼 유학생이 어떤 상황이냐 에 따라서도 노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 다른 것이다.

정리하자면, 정부의 시간제 취업 정책은 더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는 동시에, 이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당근’ 정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 에 취업이 가능한 영역이나 노동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고 이 때문에 취업 관련 조건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특히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 국가 출신 유학생 의 경우 맞추기 어려운 취업 규정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입국 후 6개월이 경과해 야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상당수 유학생들은 본국보다 물가가 월등히 높 은 한국에서 생활비를 벌어서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이 규정을 지키기 가 쉽지 않다. 실제 이 연구에 참여한 2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6개월 이내에 아 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학비나 주거비는 가지고 온 돈으로 충당했더라도 생각 보다 비싼 한국 물가에 생활비가 모자라 일을 시작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뿐 아니라 영어권 유학생이라면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영어 능력을 토대 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비영어권의 경우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이 있어야 만 일할 수 있다. 시간제취업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사무보조, 판매 서비스업, 식 당 점원 등 전공 관련 일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업종이 유학생의 입장에서는 기 본적으로 상당 수준의 한국어 실력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연구 에 참여한 몽골,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은 입국 초기 한국어가 크게 필요하지 않 은 공장, 밭일, 식당 설거지, 모텔 청소 등 미허가로 분류된 노동 현장으로 들어가 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2) 대학-유학원

기존 연구에서 유학생이 대학 관련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주로 친척이나 친구 가 많이 거론되어 왔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많은 경우 유학원을 통하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2017). 유학원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유학생을 한 국 대학으로 보내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 유학에 대해 최대한 긍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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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홍보하고 유학생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몽골과 베트남의 1인 당 국민 총소득이 2017년 기준 각각 미화 11,170달러(몽골), 6,450달러(베트남) 이고 어학당 1학기 등록금이 약 2,100달러(한화 250만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들 유학생에게 아르바이트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고 이 때 문에 유학원은 시간제 취업제도를 한국 유학의 ‘꽃’으로 강조한다. 다시 말해 한 국 대학 홍보를 할 때,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유학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면담에 응한 연구 참여자들 모두에게도 아르바이트 가능성은 한국 대학 선택의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였는데 몽골 출신 유학생 중 한 명은 “만약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면 한국 대학을 선택했겠느냐”는 연구자의 질 문에 “돈 벌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정도라면 미국을 가지 왜 한국을 오겠어 요?”라고 반문했다. 다시 말해 이들 유학생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데에는 한국 대 학의 학비나 생활비가 미국, 영국 등지에 비해 적게 든다는 사실뿐 아니라 한국 에서 노동을 통해 돈을 벌면서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매우 크게 작 동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학생 모두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 등록한 어학당 첫 학기 등록금을 부모나 형제의 돈, 본인이 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벌어 놓았던 적금 등으로 해결하였지만 이후의 학비와 생활비의 경우는 돈을 벌 어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이런 계산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유학원 의 홍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몽골의 A 유학원은 한국의 P 대학과 직접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유 학원으로 한국에 유학하러 온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등을 소 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 는 유학원 중 하나이다. A 유학원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 유학의 장점이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학사과정에 입학 시 등록금 20~50%, 석사과정 등록금 50%까지 전액 장학금 받을 수 있으며 입국 후 6개월이 지나면 일주일에 20시간 아르바이트할 수 있 다. 석사 과정 유학생은 가족초청 즉 동반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A 유학원 홈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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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지, 그 조건이 어떤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이뿐 아니라 실제 A 유학원에서 담당자와 상담을 진행한 후 한국 대학을 결심한 연구 참여자들은 상담에서도 홈페이지에 적힌 내용 정도의 정보밖에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 즉 “한국에 유학 가면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다” 정도의 정 보를 들을 뿐이지 허가 노동을 하기 위하여 어떤 절차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P 대학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토야(몽골, 여, 35)는 유학원에서 “그 냥 가면 된다. 일자리는 걱정 안 해도 된다”라고 말해서 한국 유학을 결심했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6개월 치 기숙사비는 선불로 냈으니 숙박은 문제 없었지만, 곧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단돈 10만 원만 손에 쥐고 들 어왔기 때문이다. 허가 노동 영역이나 노동 가능 조건이 복잡하게 존재한다는 것 을 대학원 입학 후에 알았지만 이미 생활비가 바닥이 나 허가 노동인지 미허가 노동인지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한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토야는 몇 달을 몽골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버틴 뒤 미허가 노동인 모텔 청소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한국 대학이 주로 현지 유학원을 통해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김도 혜·최희정 2019) 이런 상황을 대학이 모르고 있다 보기 어렵다. 하지만 대학은 유학생들의 만연한 미허가 노동 활동에 특별히 어떤 개입도 하고 있지 않다. P, Q, R 대학 모두 유학생 아르바이트와 관련해 특별히 교육을 실시하거나 안전 한 허가 일자리 알림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재정을 위 해 유학생 유치가 절실한 동시에 불법체류 4~6% 미만의 인증대학 지위를 유지 해야 하는 한국 대학이 처한 딜레마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인증대학 지위 를 유지하지 못하면 교육부로부터 유학생 비자발급 시 불이익을 당해 당장 유학 생 수가 급감할 수 있는 현실에서 대학 입장에서는 유학생들이 어떤 노동을 하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다수 저소득 국 가 출신의 유학생이 많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도록 하거나 허가 영역 안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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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도록 강제하면 유학생 유치에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사라 지지 않는 한’ 노동 현실을 방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학이 앞장서서 ‘사라지지 않도록’ “불법” 취업을 알선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 실이다(MSN 뉴스 2019). 다시 말해 유학생을 유치하는 동시에 불법체류를 막으 려는 정부 정책과 대학이 유학생의 미허가 노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연구 참여자 중 일부는 대학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유학생 아르바이트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주 장하였다. 예를 들어 P 대학에서 4년째 공부 중인 베트남 출신의 타인호아(남, 29 세)는 한국 대학이 미허가 노동이 만연한 현실을 알면서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며 안타까워했다.

유학원이나 대학이나 그냥 돈 주면 아무나 받으니까. 공부할 생각 없는 학생들 도 들어오고, 한국어도 모르고 말 안 듣는 학생들도 다 (들어오고). 우리 대학에 서만 1년 안에 2명이(베트남 학생) 죽었어요. 공장에서 일하다가 15층에서 떨어 진 경우와 페인트칠하다가 납중독으로(사례 1 타인호아).

즉 한국 유학에 대해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 제공 없이 두루뭉술하게 “한국 대 학 가면 좋다”, “대학 가면 일 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유학원과 이를 묵인하는 대 학이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말이다. 베트남 출신 어학연수생 레빈콩(남, 27 세) 역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였는데,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어려움을 경험하는 와중에 대학 쪽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대학 쪽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은 적 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경험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대학에서 안전한 일자리 가 어디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3) 유학생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

(1) 에스닉 커뮤니티(ethnic community)를 통한 미허가 노동 시장 진입 한국 정부와 대학의 ‘유학생 유치와 체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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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뿐 아니라 유학생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 역시 미허가 노동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이를 유학생의 에스닉 커뮤니티와 한국인 고용주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르바이트 가능성이 한국 대학 선택의 중요 요인 중 하나이 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 모두는 한국 대학 입학과 동시에(어학 코스이든 정규 교 육과정이든)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를 시도한다. 대학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 학생의 아르바이트에 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지식이나 한국 어가 부족한 이들은 자신들의 에스닉 커뮤니티에 의존해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몽골, 베트남 출신의 경우 기존 에스닉 커뮤니티가 이주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주로 미허가 노동 영역인 공장, 농사일 등 저임금 저숙련 제조업 및 농업 현장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학생의 기존 에스닉 커뮤니티가 이들을 미허가 노동으로 이끄는 일종의 다리(bridge) 역할을 하게 된다.

일례로 어학연수 차 Q 대학 어학당에서 6주 프로그램을 받던 도중 어학당 측 제안으로 학부 유학을 결심하게 된 두마(몽골, 여, 31세)는 월세, 등록금 등 해결 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자 학교 근처 몽골식당에 가장 먼저 찾아갔 다.

당시에 (6주 예정으로)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는데 기간을 연장하게 되면서 당 장 살 곳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6개월 치 어학당 등록금 내느라고 부모님께 돈 도 빌렸고. 그러니까 돈도 없고 살 곳도 없었어요. 근데 어디 도움 요청하거나 물어볼 데도 없고. 그때 마침 학교 근처에 몽골 식당이 있어서 거기로 찾아갔어 요(사례 2 두마).

이 몽골식당은 유학생뿐 아니라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 할을 하고 있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모텔 청소를 하는 또래 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 친구의 소개로 두마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모 텔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경우다.

이처럼 에스닉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것은 유학생의 노동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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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동시에 미허가된 노동 시장, 나아가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내모는 원인이 기도 하다(Liu-Farrer 2011). 예를 들어 바타르(몽골, 남, 20세)는 예상보다 비싼 한국 물가에 입국 한 지 3개월 만에 생활비 부족을 경험하다가 어학당 방학을 틈 타 돈을 벌기 위해 울산에 있다는 먼 친척 아저씨를 찾아갔다. 이 먼 친척은 외국 인 노동자 인력 사무소에서 일하는 몽골 사람으로 바타르는 프레스기를 쓰는 공 장에 배치받아 일당 85,000원에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다가 4일째 되 는 날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했다. 기존 한국의 몽골, 베트남 이주민 커뮤니티가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들이 소위 3D 제조업 과 농업 현장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학생 이주자들 도 기존 이주민 커뮤니티에 의존하게 되면서 유학생에게 미허가된, 저임금의 위 험하고 열악한 제조업, 건설업, 농업, 서비스업 현장으로 쉽게 진입하게 되는 것 이다.

(2) 한국인 고용주의 이해관계

한국 거주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와 한국 사회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구할 루트도 다양해지는 경향을 띤다. 예를 들어 면담에 응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초창기 에스닉 커뮤니티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알바몬과 같은 앱을 사용하거나 가게 앞에 붙은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보고 직접 연락해 자리를 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고 시간제 취업 허가가 가능한 영역에서 노동을 하게 되는 경우에 도 어느 누구도 출입국 관리소의 허가를 취득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데 첫째,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 이상 노동하고 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둘째, 고용주가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다. 이 두 가지 요인은 상호 긴밀하게 작동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경우 미허가 상 태이기 때문에 평균 5,000~6,000원, 즉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었고 이 때문에 법적으로 정해진 20~35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 일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등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고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 해서는 허가를 받는 것이 좋겠지만 많은 경우 고용주들이 원치 않는다. 다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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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시간제 취업에서 정하는 노동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고용주가 노동 허가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출입국관리소에 시간제 취업 허가를 내기 위해서는 고용주와 합의 하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담당 직원의 날인을 받아 외국인 등록증과 여권, 재학증명서, 성적증명서, 고용주 사업자등록증 복사본을 관할 출 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몽골 출신 사라(여, 28세)는 미허가 노 동이 발각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 걱정스러워 출입국관리소에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고용주(서비스업)에게 신청서 날인과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부탁 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그냥 이런 거 해줄 수 없다고 했어요.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고. 이런 거(허 가서 제출) 할 거면 나가라고(사례 3 사라).

“얼마든지 싼 임금에 일할 수 있는 유학생들이 많기 때문”(부산일보 2014)에 노동법을 준수해 최저임금 등을 맞춰줄 필요가 없는, 미허가 노동을 하려는 유학 생들을 고용주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미허가 노동으로 인한 신분의 불안정성까지 유학생들이 떠안게 된다. 물론 이는 유학생에게만 국한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오랜 세월 동안 미등록 외국 인 노동자를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용해 온 중소 업체에게 미등록 노동자 혹은 미허가 유학생 채용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이삿짐센터를 운영해 온 한 국인 사장 L 씨는 유학생이든 노동자든 신분에 상관없이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 노동하기를 꺼려하는 영역에서 저렴한 가격에 열심히 일해 주는 고마운 사람이 라 표현했다. 그리고 한국인보다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 력을 인정받으면 한국인만큼 혹은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친구들은 진짜 지금 우리 그 다른 (한국) 식구들보다 더 잘 살고 더 열심히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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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친구들이에요. 정부에서는 이 사람들 많으면 일자리 없어진다고 그러 는데 우리는 사람을 많이 쓰고 싶어도 사람이 없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제 생각 자체가 내 편한 일, 뭐 안정적인 일 뭐 이런 것만 찾다 보니깐. 이 친구들이 보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 하는 일자리를 다 찾아가 있단 말이야. 유학 생이든 외국인 노동자든 고용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데 이런 규제가 중소업체의 현실을 모르고 만든 거예요(사례 4 L 씨).

다시 말해 한국인이 꺼리는 업종에서 고용주의 눈에 들 때까지 언제까지고 저 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이고 이런 측면에서 L 씨에게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는 그다지 큰 차이를 가지지 않는다.

기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관련해서 한국 정부는 중소기업 인력 공급과 불법 체류자 추방이라는 모순된 정책을 펼쳐왔고 이 사이에서 저임금 미등록 이주자 들은 끊임없이 양산되어 왔다(한준성 2017). 유학생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학생 유치와 체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간제 취 업 정책을 보고 많은 저소득 국가 출신 유학생들이 들어오지만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이들의 현실과 맞지 않아 오히려 미허가 노동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입국 후 학생 아르바이트에 관심이 크지 않은 국가, 대학, 유학원을 대신해 유학생들이 기존의 에스닉 커뮤니티에 의지하게 되면서 미허가된 저임금, 저숙

그림 1. 유학생 미허가 노동 생산·유지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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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 노동시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미등록 이주 노동자와 같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 인력 공급처가 되면서 미허가 노동은 지속적으로 유지 되는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

5. “불법 노동”이 유학생에 미치는 영향

1) 노예같은 삶을 버티기

De Genova(2004)는 미국의 멕시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구에서 미 등록 이주노동자를 언제든지 추방 가능한, 불법을 저지른 죄인으로 ‘범죄자화’

(criminalization)하는 국가의 정책이 노동 종속(labor subordination)을 초래한 다고 주장한다. 즉 추방이라는 환영(phantasm)을 만들어냄으로써 노동은 철저 히 자본에 종속되는 것이다. 한국의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정책은 사전 허가를 받 지 않고 일하는 것을 “불법 취업”으로 규정해 당사자 및 고용주를 출입국관리법 제18조에 의거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6 미허가 노동 1차 적발 시 보통은 100만 원 정도의 범칙금과 1년간 취업허가 제한을 받고, 2차 적발 시 예외 없이 강제 출 국된다. 특히 건설업 분야의 경우 적발횟수와 관계없이 적발 즉시 출국명령이 발 부되어 강제로 출국해야 한다. 즉, 이주 노동자는 아니지만 유학생 역시 추방의 공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와 달리 ‘학생’으로 입국해 반드시 ‘학 위’를 따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추방은 곧 인생의 목표

6 출입국관리법 제18조(외국인 고용의 제한) ①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 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지정된 근무처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고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의 고용을 알선하거나 권유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의 고용을 알선할 목적으로 그를 자기 지배 하에 두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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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미허가 노동을 하는 유학생들 은 불합리한 노동을 ‘버티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면담에 응한 몽골,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은 이삿짐 나르기, 밭일, 식당 설거지와 서빙, 퀵 서비스, 모텔 청소 등 주로 저숙련 노동 시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대다수 시급 5,000~6,000원 수준으로 하루 9시간 이상 일하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폭언이나 임 금 체불을 경험했고, 여학생의 경우 일터, 주로 식당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경험한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다. 면담에 응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대우가 불합리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를 몽골 출신의 나란(여, 26세)은

“노예 생활”이라고 칭했다.

너무 답답해요. 이 상황을 정의하라고 하면 노예 시스템이라고 하겠어요. 한국 사람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는데도 오늘 내일을 계속 버티는 거예요. 알면서 도 노예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내가 노력하는 만큼 돈도 못 받고 이걸 다 아는데 방법이 없으니까요. 다 알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일해야 한 다니 이렇게 생각하면 미워지고, 피할 수 없어요(사례 5 나란).

나란은 자신이 모텔 청소를 하면서 받는 시급이 한국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 고, 그 때문에 자신이 한국인보다 2배, 아니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차별을 다 알면서도 어떤 조치도 스스로 취할 수 없이 그저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에 가장 분노했다. “지금 버 티지 않으면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버틴다’는 것이 마냥 무기력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불법”

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노 동을 공론화시킬 수는 없지만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찾고,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부단히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식당 서빙과 모텔 청소 아르바이트를 주 로 했던 대학원생 자브(몽골, 여, 30세)는 지난 2~3년간의 노동 경험으로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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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방법과 최저시급에 가까운 임금을 받는 방법 을 터득했다고 한다.

일단 한국 사람이 일하고 있는 데는 무조건 좋은 곳이에요. 덜 힘든 곳이니까 한국 사람들이 있는 거거든요. (그런 데는) 한국 사람보다 좀 덜 받더라도 좋아 요…. 처음에는 최저시급 당연히 못 받았는데 요즘은 방법을 좀 아니까. 한국어 가 제일 중요해요.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 (면접볼 때) ‘얘는 돈을 좀 줘야 하는 구나’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해야해요). 뭐 멍하게 가면 좀 적게 주고, 아 얘는 좀 따질 거 같다는 인상을 주면 (되요). 가서 물어보면 얼 굴 보면 대충 아니까. 저쪽(한국인 사장)에서 월급 얘기하면, (내가) ‘적지 않냐.

지금 기준이 이렇지 않느냐. 이렇게 받고 싶다’고 따지면 안되고 ‘이렇게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기분 좋게 해주면 해주고요(사례 6 자브).

물론 이런 시도가 늘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인 주인의 마음 먹기에 따라 서 언제든지 노동 환경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통해 학생들이 주도 권을 잡을 수 있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단순히 힘든 환경을 버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시도를 통해 한국인 사장 과 협상하여 자신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2) ‘노동자가 아닌 자’의 권리

발각되면 추방당한다는 사실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노동 현실을 버텨 나간다 는 점에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와 유학생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유학생의 경우 ‘학생’이기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 학위를 위해 입국한 학생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거나 권리를 찾는 데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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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상담할 노동자 집단이나 단체가 없어 고립될 가능 성이 높다.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유학생을 ‘학생’으로만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편 협한 시각과 대학 사회의 책임 방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몽골 출신 바타르의 사례는 ‘학생’이기 때문에 처한 열악한 노동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학당 방학 기간에 친척 소개로 공장에 갔다가 4일 만 에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바타르는 당시 사고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학교 못 다니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었다고 한다.

다쳐서 병원 가면서도 ‘이제 내가 공부를 못하는 건가. 이뤄야 되는 게 있는데 학교가 나 공부 못하게 막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런데 학교에 서 그런 걱정하지 말고 치료만 잘 받으라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사례 7 바타르).

미허가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산재보험 처리가 가능할 뿐 아니라 업 무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산재방지 교육 같은 것도 제대로 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손해배상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 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학생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자신이 미허가 노동을 했었 다는 사실을 학교가 알게 되면 자신을 내쫓지 않을까 그것만 두려웠다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를 알선해준 몽골인의 도움으로 산재 처리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바 타르의 사례는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이들이 얼마나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기존에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지원하는 한국의 종교 단체나 비정 부기구 등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연결되기 어려운 현실에 있기 때문 에 더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기존 지원 단체들에 도움을 청할 생각을 하기 쉽지 않고 대체로 10인 미만 소규 모 서비스 업종에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임석준 2010) 자신의 부당 한 노동 현실이나 차별에 조직적으로 대항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 브는 종업원 2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다가 식당 사장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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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툭툭 치는 성추행을 당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한국어가 서툰 다른 국적의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 브: 너무 싫고 끔찍했는데. 앞 시간에 일하던 사람 가고 나만 남으면 그랬어 요. 너무 무서워가지고. 그때는 한국말 못하니까 싫다 말도 못했고요.

연구자: 혹시 그 앞 시간에 일한다는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해본 적은 있어요?

자브: 아니요. 그 사람도 한국말 못하는 중국 여자였는데요.

연구자: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자 브: 일단 일한 만큼 돈은 받아야 하니까 돈 받을 때까지만 버티고 그만뒀어요 (사례 8 자브).

다시 말해 홀로 파편화된 노동을 수행하거나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1~2명과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을 할 창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자로서 누려 마땅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취할 수 있는 대처 방안에 대해 정부와 대학이 전혀 정보를 주지 않 는 상황에서 유학생들은 (미허가) 노동을 경험하며 받은 육체적, 심리적 상처를 고치는 것이 본인의 의무 혹은 책임이라고만 인식하며 해결책을 쉽게 찾지 못하 는 것이다.

6. 결론

이 연구는 유학생의 “불법”노동을 학생비자를 악용해 돈을 벌려는 유학생의 일탈적 행동으로 보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기존의 정책적 시각에서 벗어나 “불법” 노동이 생산되는 과정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법인류학 에서 발전시킨 ‘불법성’ 개념을 가지고 와 한국 정부와 대학-유학원의 이해관계, 그리고 유학생의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맞물리면서 미허가 노동이 생산, 지속되 는지 살펴보았다. 한국 정부가 유학생 유치와 체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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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한 ‘당근’ 정책으로 만든 시간제 취업 정책이 유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일을 할 수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포장되면서 많은 아시아 중저소득 국가 출신 유학생 들이 한국 대학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애초에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 으로 만들어진 정책이기 때문에 아시아 중저소득 국가 출신 유학생의 현실과 부 합하지 않아 법적으로 허가된 노동 안에서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무척 어 렵다. 특히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노동을 하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대 학을 대신해 한국 사회에 이미 오래 거주하고 있던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 노동 자 등 에스닉 그룹에 의존해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서 기존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 이 주로 일하던 저임금, 저숙련의 위험한 노동 영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이 런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한 중소업체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지속적으로 미허가 노동력이 생산되는 것이다.

노동이 “불법”으로 분류될 때 그 노동을 행하는 주체는 법의 테두리 밖에 놓이 게 되면서 자신이 행하는 노동과 관련된 권리를 행사하기 무척 어려운 상황에 직 면하게 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지방대학에 재학 중인 몽골과 베트남 출신 유학생에 대한 면담 자료를 분석해 유학생의 노동이 “불법”의 영역 으로 분류되는 것이 이들의 한국살이에 미치는 영향도 구체적으로 살피고자 하 였다. 이를 통해 학위를 따기 위해 국경을 넘은 학생 이주자기 때문에 노동자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정보가 한없이 부족하고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도 차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유학생을 단순히 학업을 위해 국경을 넘은 ‘학생’으로만 보려는 한국 사회의 편협한 시각이 낳은 문제점인 동시에 ‘사라지지 않는 한’ 유학생의 삶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국 대학이 만들어낸 어려움이기도 하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재정 위기에 처한 한국 대학은 유학생 유치를 통해 살길을 찾고자 하고 있지만, 이렇게 유치한 유학생들이 학교 안에서뿐 아니라 학 교 밖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이 연구를 통해 유학생의 미허가 노동을 그저 문제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 미허가 노동이 발생하는지 직시하고 이를 방지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할 기회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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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신: 김도혜(대구대학교 다문화사회정책연구소 조교수)(dohyekim@daegu.ac.kr)

Correspondence: Kim, Dohye(Assistant Professor, Daegu University)(dohyekim@daegu.ac.kr)

2020.03.24 접수, 2020.04.08 심사, 2020.04.22 게재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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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egality of International Students’ Labor: Focusing on Mongolian and Vietnamese Students in Korean

Regional Universities

Tumendemberel Battsengel* · Dohye Kim**

Abstract_This study explores how “illegal” labor has been popularized among international students in Korean universities although the Korean government has strongly promoted series of policies to crack down such “illegal” labor.

Drawing on the concept of “illegality” that legal anthropologists developed, this research reveals “illegality” does not denote “problem,” but is produced by the interactions of interested parties including the government, universities, migra- tion agencies, and international students. Furthermore, based on interviews with Mongolian and Vietnamese students in Korean regional universities, this study highlights how “illegality” of their labor shapes their lives in Korea. By spotlight- ing the processes of how “illegal” labor has been produced by diverse social ac- tors, this study ultimately refutes the approach of the Korean government and media that identifies the “illegal” labor of international students as the outcome of their deliberate behaviors to break the law.

Keywords_ International Student, Student Migrants, Migrant Labor, Illegal Labor, Illegality

* Daegu University, PhD Candidate, Department of Law, tumee8841@naver.com

** Daegu University, Center for Multiculturalism and Social Policy, Anthropology, Assistant Professor, dohyekim@daegu.ac.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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