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38
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도시청년들의 서천 정착기
김혜진 충청남도 서천군 삶기술학교 공동체장 ([email protected])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는 도시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1500년의 전통을 이어온 작은 시골 마을,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에서 대안적 삶을 추구하며 나만의 삶기술로 더불어 사는 자 립공동체이다. 이곳에서는 도시의 삶기술과 마을의 삶기술을 교환하는 ‘삶기술 프로젝트’
실험을 통해 자기 실현을 돕는 대한민국 청년성장지원 코칭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회혁신공동체로서 지역 혁신형 인재를 발굴 · 육성하고 있으며, 중앙 및 지방정부, 전문 가, 마을 주민과 함께 지방소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시 청년들의 서천 정착기 시작!
필자가 처음 한산면에 왔던 날이 기억난다. 한산면 주민자치위원장님을 만나 인사드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민 2800명이 살고 있는데 매년 평균 100명씩 줄어 들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위원장님은 머지 않은 미래에 1500년을 이어온 한산의 전통자원(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대표 전통자원으 로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가 있다)과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을 오랫동안 하셨다 고. 그러면서도 한산의 우수한 전통자원을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자부심과 그 노력 또한 느껴졌다.
제477호 2021 July
필자는 그동안 주로 특정 지역을 모델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마케팅 · 개발 · 투 자 · IT와 관련된 일을 해왔는데, 2017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한산모시문화제’ 축 제기획을 맡게 되면서 충남 서천군 한산면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마을이 참 매력적이어서 그해 아예 빈집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 ‘노란 달팽이’를 만들고, 내친김에 삶기술학교를 구 상하게 되었다. ‘취향 있는 삶(살다)’, ‘배움이 있는 앎(알다)’, ‘혁신이 있는 팖(팔다)’을 추구 하며 상 · 하반기 모집설명회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많은 도시청년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취향 있는 삶(살다)
삶기술학교는 각자의 개성 있는 삶기술을 바탕으로 공간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며, 기존 공 간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10년 이상 비어 있던 인쇄소 자리에는 독립서점 · 사진관이 들어섰고, 다방 자리에는 카페 · 리빙랩(living lab), 대장간 자리에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가 생겼다. 삶기술을 통해 한산의 DNA를 이어가고 있기도 한데, 대학에서 외식을 전공한 청년은 소곡주 지게미를 활용해 돈가스를 만들고, 요가가 특기인 청년은 비어 요가(beer yoga)처럼 소곡주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 서는 높은 임대료 탓에 작업장을 쉽게 찾지 못한 미술전공 청년이 이곳에서 미술교습소를 차려 마을 아이들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하고 있기도 하고, 생태도시답게 생태 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도 있다.
도시청년 마을
자립공동체 생활공간
청년 A
생활공간
청년 B
일하는 공간
삶기술 + 마을지원 상품 서비스 공유
자원
도시청년의 ‘삶기술’
지원·교육
공유·협업
마을의 ‘삶기술’
전통기술, 공간, 주민협력
공간 조성, 창업, 취업, 콘텐츠 개발
팀빌딩, 컨설팅, 코칭
자립과 창작물 지원
전통문화 스타트업 발굴
도시청년의 삶기술 + 마을의 삶기술
그동안의 지역 정착 프로그램이 ‘여기 와서 살아’ 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우리는 ‘네 삶을 위해 필요하면 도시와 지역을 오가며 삶의 질을 높여나가라’라고 말한다. 교통이 발달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도시에서 문화 욕구를 채우고, 로컬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만 해도 굳이 도시에서 운영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힐링하는 삶으로 확장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노트북 하나로 어디 서든 일할 수 있는 리모트워크 시대가 열렸고, 농어촌사회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청년들이 채워주며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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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동체 활동 내용
2020 삶기술학교 <경제공동체 창업>
•청년 63명 수강생 및 참가자 배출
•창업형 커뮤니티 공통체 63명 운영(이주민 20명 - 2019년 14명, 2020년 6명)
•공간 D.I.Y를 통해 유휴공간 3개소 재생(대신인쇄소, 서광장여관, 무지개식당)
•청년 창업 15개 팀 양성
•신규 일자리 창출 5명
-지역 혁신 요가관광 프로젝트(느린여행사) -지역 정착 연계 커뮤니티형 창업(제3지대) -소곡주 지게미를 활용한 베이커리(한끼제빵소) -소곡주 빈병을 업사이클링한 유리공예 -추억을 아카이빙하는 사진관(기억상사) -돌봄교육, 리빙랩 카페(해피캔버스) -한산면 대표 게스트 하우스(노란달팽이) -지역의 숙박, 마을 호텔(커뮤니티 호텔 H)
-지역 자원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의류업체(로컬러) -지역 재생 업사이클링 건축업체
(어글리플레이스)
-예술을 통한 미술치유(그림한담) -지역 대표 디자인업체(아트팩토리) -모시 돈가스 F&B(마로스키친) -유기동물 체험교육업체(함께쓰담) -지역 대표 IT기업(자이엔트)
※삶기술학교 청년들이 합동 커뮤니티형 기업으로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그림 2> 한산면 어디서나 가능한 리모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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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정착이 비교적 쉽겠지만, 자기만의 삶기술이 없다면 조금 어렵지 않 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삶기술학교 공동체에서 ‘나만의 재능’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공동체에서 ‘너의 강점은 이것 같아’라고 알려주거나, ‘이러한 역할이 필 요한데 해보지 않을래?’라며 권하기도 한다. 물론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도 있다. 마을의 전통기술 명인이나 주민에게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청년들 이 기술을 공유하면서 삶기술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앎의 기회를 프로그램으 로 제공한다.
혁신이 있는 팖(팔다)
삶기술학교 공동체에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 가 ‘일오백 프로젝트’이다. 1500년 전통의 한산소곡주를 청년의 감각으로 브랜딩하여 온라 인 홈 술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감미로운 맛으로 앉은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든다
<그림 3> 서로의 삶기술을 나누고 배우는 공동체 생활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기도 한 ‘한산소곡주’는 300여 개의 양조장이 있 어 집마다 고유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매력 있는 술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한산소곡주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는데, 청년들이 의기투합 해 온라인으로 판매한 결과 일주일 만에 700병이 팔렸다. 2021년 최근 진행한 온라인 펀 딩에서도 목표 금액의 869%를 달성했다.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온라인 판로를 개척한 것인데, 지역사회에서는 이러한 시도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민과 새로 정착 한 도시청년들의 상생으로 지속가능한 삶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판매를 넘어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일오백은 단순히 술을 팔아 수익을 창출하 고자 하는 사업이 아닌, 양조장들과 계약양조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의 양조장 에 판매된 수익을 배분하여 한산소곡주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쇠퇴하고 있는 전통 주 사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오백의 온라인 리테일 비 즈니스를 위한 첫 펀딩은 성공적이었고, 2차 앙코르 펀딩도 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주민의 전통주 제조기술과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협력하여 한산소곡주의 매력과 우수성을 글로벌하게 알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쇠퇴하고 있는 지역 산업의 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오백을 통해 일상이 무르익길 바라며 우리는 오늘도 혁신을 실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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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한산 소곡주 사업 포스터와 참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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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디지털 노마드가 이 지역에서 실험해볼 수 있 도록 도와주는 삶기술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할수 록, 그들이 지낼 수 있는 거주공간의 부족 문제가 대두 되었다.
그래서 주민들과 함께 오랫동안 비어 있던 여관을 리모델링하여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임시거주공간 만 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주민들과 협의를 위해 주 민설명회를 열었고, 논의를 통해 ‘행정안전부 지역 자 산화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했다.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 우리는 마을 주민들과 정착 청 년, 전문가들과 함께 ‘커뮤니티 호텔 H’를 조성했다. 총 8개의 숙박공간과 1개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된 호텔 H는 디지털 노마드가 지역에 정착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 길 수 있도록 최적화된 멀티스페이스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마을 호텔로도 기능하여 한산 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다양한 미트업(meetup), 문화 프로그램, 마을 전체를 연결해주는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을 호텔이란 일반적인 호텔처럼 수직적 구조가 아닌, 마을 전체에서 수평적 구조로 호
<그림 6> 마을호텔 서비스와 공간서비스 소개 지도
텔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을에 있는 숙소, 카페, 식당, 사진관, 갤러리, 전통기술 체험 등을 통틀어서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사실 마을 호텔 서비스를 펼치고 있 는 곳은 공주 봉황재, 신안 박지마을 호텔, 정선의 마을 호텔 18번가 등,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훨씬 전부터 이 방식으로 운영하는 공간이 많은데, 대 표적인 예가 ‘하나레 호텔’이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에는 두려움도 있지만 설렘도 생기기 마련이다. 마을 호텔을 운 영한다는 건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주민들과의 소통,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며, 홍보와 마케팅은 어떻게 할지 등 정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이 셀 수 없이 많은 작 업이었다. 많은 사람의 노고와 시간이 들어가 완성된 듯하다. 하지만 우리의 수고와는 상 관없이 어떤 장소라도 사람이 찾아와야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많은 디지털 노마드 가 한산을 찾아와 잊지 못할 경험을 함께하게 될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지쳐 있다
어릴 때부터 서울로, 대도시로 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지내왔다. 대학부터 시작 되는 수도권으로 가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듯한 삶. 태어난 시점부터 무수한 경쟁을 하며 살아왔는데 지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 갑갑한 현실을 넘어서고자 사람들은 대안적 삶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바로 디지털 노마드이다. 인터넷과 노트 북만 가지고 제약 없이 여기저기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이를 일컫는다.
이미 시선을 돌려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의 미래로 디지털 노마드를 꿈꿔봤을 것
<그림 7> 디지털 워커들을 위한 노마드센터(2021년 개관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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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업무와 시간을 채워야만 생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시 디지털 노마드는 꿈일 뿐일까? 노마드를 위하여 자연에서 치유하며 일할 수 있는 마을과 커뮤니티가 생긴다면,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처럼 지역에서도 유니콘을 꿈꾸는 IT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생기진 않을까.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인 만큼, 일하기 편리한 환경과 특색을 지닌 ‘로컬’이 점점 많 아 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로컬’은 단순히 지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 자체는 물 론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놀 거리, 볼거리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는 로컬 문화 콘텐츠 전체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천에는 2021년 9월, 노마드 센터가 완공된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보다 최적화된 워케 이션1)을 할 수 있도록 마을형 코워킹 스페이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산에서 리모 트워크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삶기술학교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이색적 인 음식점, 카페, 미트업, 문화 프로그램 등을 멤버십 서비스로 제공하며, 다양한 프로젝 트 실험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노마드 센터는 총 4개 실의 IT기업과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사무실이 존재하며, 최신식 IT기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더불어 1개의 공 유교육장이 존재하여 커뮤니티 활동과 워케이션을 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앞으로도 삶기술학교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함께 일할 수 있고, 로컬문화 콘텐츠를 소비 하며 지내볼 수 있는 노마드 타운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더불어 한산에 더 머물고 싶은 마 음이 있다면 제2의 고향이 되어 나만의 기술을 가지고 삶의 방향성을 재설계하고 실험해 보면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로의 성장을 꿈꾼다.
1)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집과 사무실이 아닌 휴양지에 머물면서 업무를 하는 근무방식을 뜻함. 일의 효율 과 삶의 활력을 동시에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뉴노멀 시대 새로운 근무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