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현대 패션에 나타나는 남성복 디자인의 유희 특성에 관한 연구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현대 패션에 나타나는 남성복 디자인의 유희 특성에 관한 연구"

Copied!
12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투고일_2020.04.10 심사기간_2020.05.01-14 게재확정일_2020.06.01

현대 패션에 나타나는 남성복 디자인의 유희 특성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Play in Contemporary Menswear Fashion Design

허가영, 숙명여자대학교 의류학과 / 김영선(교신저자), 숙명여자대학교 의류학과

Huh, Ga Young_Department of Clothing and Textiles, Sookmyung Women’s University /

Kim, Yonson(Corresponding author)_Department of Clothing and Textiles, Sookmyung Women’s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유희에 대한 일반적 고찰 2.1. 용어 정리

2.2. 유희 이론의 흐름

2.2.1. 고대: 하위 개념으로서의 유희 2.2.2. 근대: 예술의 근원이 되는 유희 2.2.3. 현대: 예술 존재 방식으로서의 유희 2.3. 유희와 현대 예술

3. 현대 패션 디자인의 유희 특성 3.1. 무목적성

3.2. 탈관념성 3.3. 가상성

4. 결론 및 제언

참고문헌

(2)

현대 패션에 나타나는 남성복 디자인의 유희 특성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Play in Contemporary Menswear Fashion Design

허가영, 숙명여자대학교 의류학과 / 김영선(교신저자), 숙명여자대학교 의류학과

Huh, Ga Young_Department of Clothing and Textiles, Sookmyung Women’s University /

Kim, Yonson(Corresponding author)_Department of Clothing and Textiles, Sookmyung Women’s University

요약 중심어

유희 유희적인 예술과 유희 현대 패션 디자인 무목적성 탈관념성 가상성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 유희적 표현은 다양하게 나타나며,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남성복 디자인에서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실험적인 시도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주 목하여 본 연구는 유희 개념을 철학·미학·현상학 등의 다각적인 이론적 고찰을 통해 유희의 특성을 도 출하고, 이를 현대 남성복 패션디자인에 적용하여 분석하는 것에 연구의 목적을 갖는다. 연구 범위는 유희적 표현이 두드러지는 최근 5년간의 남성복 디자인으로 한정하였고, 가상 패션이 주목되는 상황 을 반영하기 위해 최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패션 디자인을 포함시켰다. 유희 개념의 이론적 고찰을 통해 무목적성, 탈관념성, 가상성의 유희 특성을 도출하였다. 무목적성은 유희 활동을 통해 다른 목적 을 추구하지 않고 유희 자체를 즐기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 패션에서는 기능성과 실용성이 배 제되어 유희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탈관념성은 현실의 규칙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 나 자유롭게 표현되는 것을 의미하며 현대 패션에서는 남녀 성구별에 따른 복식 규정을 넘어 새로운 경계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가상성은 유희의 매체적 특성으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현상을 의미하며, 현대 패션에서는 신기술을 통한 비물질적인 디자인으로 제시된다.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는 전통적인 유희의 개념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독창적인 시도와 디자인으로 재해석되어 발현되고 있으 며, 현대 패션 디자인 근저에 유희의 특성이 핵심적인 작용을 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유 희는 부차적이고 주변적인 개념이 아닌 근본 가치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도 창조 와 생성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본 논문의 의의를 갖는다.

ABSTRACT Keyword

Play Playful Arts and play

Contemporary Fashion Design

Purposelessness De-ideology Virtuality

In contemporary fashion design, playful expressions appear in various ways, and its importance is

further highlighted. In particular, interesting experimental attempts are frequently occurring in

recent menswear design.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rive the characters of play through

theoretical considerations such as philosophy, aesthetics and phenomenology, and to analyze the

play characters by applying it to the contemporary menswear. In order to focus on the

menswear, where playful expressions began to stand out, the research scope was limited to

menswear design in the last 5 years and digital fashion design using the latest technology to

reflect the situation in which virtual fashion is attracting attention also included. Through the

theoretical considerations of play, the characteristics of play were derived: purposelessness,

de-ideology, and virtuality. Purposelessness means to enjoy the play itself without pursuing any

other purpose through play activities. In contemporary fashion, only playful aspects are

emphasized without functionality and practicality. De-ideology means free expression from the

rules of reality or stereotypes, and in contemporary fashion, it appears as an attempt to form a

new boundary beyond the double regulation according to gender distinction. Virtuality means a

phenomenon in which digital technology is incorporated as a media characteristic of play, and in

contemporary fashion, it is presented as a non-material design adopting new technology. The

concept of traditional play is reinterpreted with original attempts and designs in line with the

trend of the times, and it was found that the characteristics of play a key role in contemporary

fashion design. As such, play has significance in this study in that it serves as a fundamental

value rather than a secondary and marginal concept, and suggests that it also serves as a driving

force for origination and creation in contemporary fashion design.

(3)

1. 서론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유희에 관한 논의는 20세기 후반부터 학문적인 관점에서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이때부터 유희는 노동과 반대되는 하위개념이나 주변의 현상이라는 통속적 인 개념을 넘어, 근원적인 인간 존재의 방식이며, 예술의 창조적 영감의 원천으로 논의된다.

유희와 예술은 미학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졌고, 유희는 현대 예술에서 예술작품 근저에 작용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새로운 창작이 요구되는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도 유 희적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빠르게 성장한 남성복은 치열한 경쟁 속 실험적인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디자인을 차별화 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유희적 현상이 나타는 점에 주목하여 컨템포러리 남성복에서 유희 특성들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살펴보는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첫째, 유희 관련 문헌 및 선행 연구를 통하여 유희 개념에 대한 용어정리 와 시대에 따른 유희 개념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후 유희 특성을 도출한다. 이렇게 도출된 유희 특성을 현대 예술과 연관지어 고찰하고, 현대 남성복 디자인에 적용하여 분석한다.

연구 범위는 동시대의 동향을 중심으로 분석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최근 5년간 컬렉션과 패션관련 자료를 통해 발표된 남성복으로 한정한다. 컬렉션 자료는 패션 전문가에 의해 영향력 있는 베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된 남성복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디지털 패션은 가상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특성으로 관련 웹 사이트와 매거진 등을 참고하고자 한다.

2. 유희에 대한 일반적 고찰 2.1. 용어 정리

유희에 대한 학문적 고찰에 앞서 본 연구에서 다루게 될 유희의 일반적인 개념에 대한 용어 정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유희 개념은 언어와 학자들에 따라 다의적인 특성을 가지며, 수많 은 이론에 속에서 그 의미가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유희의 국어사전적인 의미에 대해 살펴보면, 유희란 “즐겁게 놀며 장난함. 또는 그런 행위”

이며, 한자어인 유희(遊戲)는 비슷한 우리말로 ‘놀이’이다.

1)

유희는 영어의 ‘play’, ‘game’,

‘amusement’, 독일어의 ‘spiel’, 프랑스어의 ‘jeu’, 이탈리아어의 ‘gioco’에 해당된다.

2)

영어는 희곡, 연극, 게임 등, 독일어로는 장난, 오락, 경기, 시합, 승부, 내기, 도박 등 겨루는 행위를 지칭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프랑스어는 놀이, 쉬운 일. 승부 등을 의미하고, 이탈리아어는 오락, 경기라는 뜻과 희롱, 실없는 일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각 나라의 언어별로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강요에 의한 노동이나 생산 활동이 아닌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 행하는 연극, 경기, 도박 등의 활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희에 관한 관련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유희 충동’, ‘놀이 존재론’, ‘유희 세계’, ‘놀이 철학’

등 연구자들에 따라 유희와 놀이가 혼용되고 있다. 유희와 유사한 ‘놀이’의 국어사전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 또는 그런 활동’, ‘굿, 풍물, 인형극 따위의 우리나라 전통 적인 연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일정한 규칙 또는 방법에 따라 노는 일’

3)

이라는 좀 더 실질적 이고 구체적인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유희를 ‘인간이 즐거운 감정을 얻기 위해 자유롭게 행하는 모든 태도의 방식’으 로 정의하고자 한다.

2.2. 유희 이론의 흐름

2.2.1. 고대: 하위 개념으로서의 유희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유희에 대한 철학적 접근은 고대에서부터 존재하였다. 헤라클레이 토스는 인간을 ‘놀이하는 아이(pais paizon, spielendes kind)’로 설명하며, 인간의 삶을 우주에

1) 표준국어대사전, https://ko.dict.naver.com/#/search?range=all&query=%EC%9C%A0%ED%9D%AC 2) 노에 게이이치 외, 『현상학사전』, 도서출판 b, 201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717494&cid=41908&categoryId=41972 3) 표준국어대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5ad7fec0d0af41c08e427fa6fb07b675

(4)

던져져 놀이하는 것으로 비유하였고, 이를 표출한 것을 예술 또는 유희라고 하였다.

4)

플라톤은 유희는 인생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이고, 유희 활동의 결과인 예술은 헛된 모방이라는 유희에 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졌다. 그는 인간의 유희 활동을 ‘신이 만든 침대’, ‘목수가 만든 침대’,

‘화가가 그린 침대’의 3가지 종류의 침대를 예를 들어 비교하며 설명한다. 완전한 원형으로서

‘신의 침대’만이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본질인 실재이고, ‘예술가의 침대’는 실재를 모방한 가장 하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5)

참된 실재인 신의 침대를 모방한 목수의 침대, 또 다시 그것을 모방한 것을 예술가의 침대이기 때문에 이는 실재를 흉내 내는 것에 그친 것이다. 이처 럼 플라톤에게 유희 활동인 예술은 대상을 모방하는 헛되고 무의미한 활동으로 규정된다. 아리 스토텔레스는 유희를 고유한 즐거움을 생성하는 점에 주목하였으나, 예술작품보다 철학이 중 요하고 우위에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학자들의 유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근대 이전까지의 서양 철학사에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서양의 유희와 동양의 유희는 다른 맥락에서 다루어졌다. 동양에서 유희의 개념은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유희의 개념에 해당하는 ‘유(遊)’에 대한 논의는 논어와 맹자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장자(壯者)의 사상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장자의 사상에서 ‘유’는 세 속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하여 마음으로 노니는 것, 더 나아가 세속에서 유희하는 것으로 발전한 다.

6)

정신적인 여유와 자신을 비우고 버리는 것이 곧 유희인 것이다. 이러한 장자의 유희 개념 에서는 예술과 유희의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은 작가의 순수한 표현인 반면에 예술 작품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위를 버리고, 아무것도 구애됨이 없는 궁극 지점을 추구한다는 것은 예술의 자기목적성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 다.

7)

장자의 유희 개념은 정신의 자유를 의미하며, 세상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고대의 유희 사상은 서양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중심으로 인간의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개 념으로 전개되었고, 동양에서는 인간 세상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자유 상태를 향유하는 것으 로 나타난다. 서양의 유희는 행위 활동에 초점을 맞춰 논의되고, 동양의 유희는 정신적 상태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동·서양의 유희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유희 활동 그 자체에 몰입하느냐 아니면 세상과 떨어져 자유로운 정신 상태를 추구하느냐에 따른다 고 할 수 있다.

8)

유희 활동으로서의 예술은 서양에서는 인간 활동의 하위 개념으로 실재를 모방하고자 하는 행위이고, 동양에서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2.2.2. 근대: 예술의 근원이 되는 유희

서양에서 유희의 주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때는 근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중세에는 유희나 쾌락, 즐거움에 관한 논의는 신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하여 찾아보기 어렵 다. 자신의 감정이나 즐거움보다는 종교를 위하여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숨기는 것이 강요되 었기 때문이다. 이후 유희에 대한 철학적·미학적 논의는 심층적으로 다루어졌고, 유희는 예술과 밀접하게 관계를 가지며 미학적 논의 대상이 되었다. 대표적 사상가인 칸트(Immanuel Kant)와 쉴러(Friedrich von Schiller)를 중심으로 유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칸트에게 유희적 행위는 어떠한 목적도 갖지 않는 것이고, 유희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 유희하는 동안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었다. 목표에서 자유로운 자족 적인 행위인 유희는 질서나 이성이 아닌 상상력에 의한 활동이며, 대비되는 개념에는 업무, 법칙, 진지함, 강요 등이 있다.

9)

상상력과 지성 사이의 자유로운 상호유희를 통해 목적에서 벗어난 행위 개념인 것이다.

4) 김재철, 「E. 핑크의 놀이존재론(I)-실존범주로서의 놀이」, 현대유럽철학연구 32, p.194

5) 정낙림, 「놀이에 대한 철학적 연구 - 니체의 놀이 개념을 중심으로」, 니체연구14, 2008, pp.164-165 6) 김시천, 「정신(精神)과 유희(遊戱) : 『장자』(莊子)의 '유(遊)'와 삶의 복원」, 도교문화연구, 2012, pp.123-124 7) 민주식, 「개념으로 보는 놀이와 예술」, 미술세계, 2014, pp.56-61

8) 최고원, 「놀이’ 개념에 대한 동, 서양의 시각차에 관하여- ‘몰입’ 놀이와 ‘거리두기’ 놀이 -」, 철학연구 117, 2011, p.394 9) 하선규, 「예술과 유희의 연관성에 관한 현대 미학사적 고찰, 고대 그리스와 칸트와 실러의 미학사상을 중심으로」, 예술과 미디어

14(2), 2017, p.20

(5)

칸트의 미학적 논의에서 유희는 상상력, 취미, 가상 등의 주제들과 함께 다루어졌다. 이때 유희 는 미적 영역에서 상상력과 결합하여 예술의 핵심을 이루는 창작 활동의 원동력이 된다.

10)

미적 취미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희의 결과이고, 상상력은 예술가의 천재성에 독특한 성질로 정의되었다. 칸트는 상상력과 유희가 작용한 결과로 ‘고안’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는데 이는 실재 와 대비되는 ‘가상(Schein)’을 의미한다.

11)

쉴러는 유희를 인간 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적 요소로 받아들 였다.

12)

그는 칸트의 이론을 계승하면서 유희충동(Spieltrieb)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는 인간의 생명이 유희충동에서 출발하였고, 유희하는 인간만이 진실하고 완전한 인간이 된다고 말한다. 그의 사상에서 인간성의 근원이 되는 충동(Trieb)은 이성적인 형식충동(Formtrieb)와 감성적인 감각충동(Stofftrieb)으로 대립된다. 이 두 충동은 서로 대립하지만 상호보완적이다.

이 충동들을 매개하는 것이 유희충동이고, 이는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두 충동이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이러한 유희충동의 결과로 생성된 것이 예술이다.

13)

쉴러에게 유희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창조적인 정신 활동을 의미하며,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그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자유로운 인간 활동을 의미한다.

2.2.3. 현대: 예술 존재 방식으로서의 유희

근대 이후 유희는 학문적 논의 대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유희를 인간학적인 연구 주제로 다룬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인간이 유희하기 때문에 동물과 구별되며, 인간의 특징을 유희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정의하였다. 문화의 기원인 유희의 본질은 재미로 규정되며, 유희 활동은 긴장과 쾌락, 재미로 놀이에 참여하는 주체자들을 빠져들 게 한다. 하위징아는 모든 유희 활동은 자발적인 행위

14)

라는 전제 아래 유희의 특징을 자유스 러움, 비 실제 생활, 일상 삶과의 구분 등 3가지로 정리한다. 유희는 일상의 공간과 분리된

‘유희의 장’에서 벌어지며, 유희 활동의 즐거움과 여유는 분리된 현실에서 오는 안정성에서 기 인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회학적 관점으로 유희에 접근한 카이와(Roger Caillois)는 하위징아의 유희 연구가 문화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비판적 방식으로 계승하였다. 자유롭고 자발적이며, 즐거움의 원천이고, 생활과 구별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실행된다는 점에서 하위징아의 유희 연구와 유사점을 갖지만 경기, 오락적인 측면이 강조된 ‘놀이’를 중심으로 연구하였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15)

카이와는 유희를 자유로운 활동, 분리된 활동 등의 특징과 함께 확정되어 있지 않는 활동, 비생산적인 활동, 규칙이 있는 활동, 허구적인 활동 등으로 정의하였고, 규칙과 의지 의 유무를 기준으로 경쟁놀이, 모방놀이, 우연놀이, 현기증놀이 등으로 놀이를 구분하였다.

존재론적인 입장에서 유희를 다룬 핑크(E. Fink)는 유희를 주변 현상이 아닌 인간 존재 자체로 해석한다. 유희는 인간 존재에 관한 죽음, 사랑, 고통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간 실존 현상과 연관되어있다.

16)

유희는 ‘유희의 즐거움, 유희의 의미, 유희 공동체, 유희 규칙, 유희 도구’ 등 다섯 개의 구조 계기로 구성된다. 여기서 그가 의미하는 유희의 즐거움은 복합적인 감정을 포함하는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개념이라는 점을 명시한다.

17)

즉, 유희는 긍정적인 감 정인 즐거움과 함께 슬픔과 고통, 끔찍함까지 포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계기들을 통합하는 유희 세계(Spielwelt)는 고유한 시간과 공간을 갖는 동시에 현실 속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갖는 세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희는 현실적인 동시에 실재성을 띄는 가상인 것이다.

10) 공병혜, 「칸트철학에서의 상상력과 놀이에 대한 미학적 고찰」, 철학연구회 57호, 2002, p.126 11) 위의 논문, pp.135-137

12) 요한 하위징아,

호모루덴스』, 이종인 역, 연암서가, 2010, p.44

13) 하선규, 「예술과 유희의 연관성에 관한 현대 미학사적 고찰, 고대 그리스와 칸트와 실러의 미학사상을 중심으로」, 예술과 미디어 14(2), 2017, pp.24-27

14) 요한 하위징아, 『호모루덴스』, 까치, 2011, p.15

15) 로제 카이와, 『놀이와 인간』, 이상률 역, 문예출판사, 2004, p.19 16) 김재철, 「핑크의 놀이존재론II」, 존재론 연구 32, 2013, p.39

17) 박소영, 「정현종 시의 놀이적 상상력 연구-오이겐 핑크의 ‘놀이존재론’을 중심으로」, 문화와 융합 41-4, 2019, p.103

(6)

그는 어린이들의 공기 놀이에서도 ‘가상과 현실, 실재와 비실재’가 드러난다고 하였다.

핑크는 유희의 비현실성을 거짓된 가상으로 한정시키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적인 접근을 비판하 면서, 가상과 현실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룬다

근대에서 유희의 주체는 인간이고, 다른 모든 것들은 대상이 되는 인간 주체 중심으로 해석되었 다. 하지만 가다머(H.G Gadamer)는 유희의 주체를 인간이 아닌 유희 그 자체로 정의하였 다.

18)

현대에서 유희는 주체의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유희가 아닌 그 자체가 중요 한 개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유희 자체에는 신성한 진지함

19)

이 있는데 유희에 전적으로 몰입하고, 이러한 진지성만이 유희 활동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유희는 예술 자체의 존재 방식이 된다. 예술 작품인 존재의 유희는 유희를 바라보는 관객에 의해 만나게 되며 유희는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된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현실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며, 현실 안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20)

유희의 개념에 대해 시대와 학자별로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유희의 중요성은 현대에 오면서 더욱 강조되며, 유희는 부수적인 인간의 행위가 아닌 창조를 위한 인간의 고유한 핵심 행위로 그 개념이 변화한다. 또한 유희는 실재를 모방하고자 하는 행위가 아닌 예술 작품의 존재방식 자체인 것을 알 수 있었다<표 1>.

구분 대표 학자 내용

고대

헤라클레이토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하위 개념으로서의 유희 유희 활동인 예술작품은 모방

유희는 노동과 진지한 것과 상반되는 것

근대 칸트

쉴러

자기만족적인 행위

업무 법칙 진지함의 반대개념 상상력의 결과인 예술 작품 유희충동

현대

하위징아 카이와

핑크 가다머

자유로운 목적 일상과 분리 자발적 즐거움 존재방식으로서의 유희 진지한 예술

유희의 중요성 강조

창조를 위한 고유한 인간 행위

예술 작품의 존재 방식으로서 유희

<표 1> 유희 개념의 변화

이렇게 확장된 유희의 개념을 바탕으로 유희 특성을 도출하기 위해 유희의 내재된 의미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고대부터 유희에 관한 이론에서 공통된 점은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 자족적 행위이며, 외부의 강요 없는 유희 자체에 목적이 있는 자발적인 행위라는 점이다. 법칙, 규칙에 서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고대에 유희는 사물의 본질을 모방하려는 행위였다면, 근대 이후 현실적인 동시에 본질을 포함 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또한 유희가 즐거운 감정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이 되었다면, 현대에서 유희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자 예술 작품의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변화한다. 단순한 모방을 하는 헛된 허구의 활동으로 여겨졌던 유희가 창의적인 정신 활동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는 인간이 유희의 주체였던 인간주의 관점에서 유희 그 자체가 존재와 연결되는 존재적 관점으로의 변화가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유희의 특성을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무목적성, 규범에서 벗어나는 탈관념성, 현실과 본질의 가상성으로 정리 할 수 있다<그림 1>. 유희 이외의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 특성인 무목적성은 목적에서 자유로 운 순수한 조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기존 고정 관념을 초월하는 특성인 탈관념성은 의미적

18) 김주완, 「H.G. Gadamer의 놀이와 예술작품」, 철학연구 46, 1990, pp.180-181 19) 고든 그레이엄, 『예술 철학』, 이론과 실천, 2000, p.23

20) 멜빈 레이더, 『예술과 인간가치』, 김광명 역, 까치, 2001, p.493

(7)

<그림 1> 유희 특성

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유희의 가상성은 매체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이렇게 도출한 유희 특성을 현대 예술과 현대 패션 디자인에 적용하여 분석의 틀로 활용 하고자 한다.

2.3. 유희와 현대 예술

예술과 밀접하게 논의되어온 유희는 예술의 핵심에 작용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현대 예술 작품 에서 유희적인 요소는 매체· 양식· 주제와의 유희 등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21)

대표적인 유희의 방식은 상징, 은유, 아이러니, 유머, 패러디 등과 같은 비유의 기법들이 있지만 예술 작품에서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예술에서 유희적인 특성은 모더니즘 이후 다다와 초현실주의, 팝아트 이후 예술의 중요한 주제 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유희의 방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유희의 특성 역시 정확 하게 구분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닌, 중복되고 혼합된 상태로 관찰되지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을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예술에서 유희의 무목적성은 예술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이며, 유희 이외의 다른 목적 을 추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신을 위한 봉사, 도덕적 관념의 설명, 또는 사회적 비판 등 일정한 목적을 취해왔지만, 기본적으로 예술 행위 자체가 인간의 자연적 충동이자,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

22)

라는 점에서 예술과 유희의 상당한 연관성을 발견 할 수 있다. 예술에 나타난 무목적성은 미적 감성을 추구하는 예술 작품이 그 목적과 기능을 상실한 채 내적 무한성을 표현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뒤샹(Marcel Duchamp)의 대표작인

<샘>(1917)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배설 행위를 위한 현실적인 오브제인 변기로 제작되어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예술이 추구하는 우아미, 숭고미 등과는 매우 거리가 먼 일상의 물건이었다. 이 작품은 유희적인 방식으로 변기의 원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예술 작품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되었다. 인간의 배설을 위한 물건을 근원이라는 의미를 갖는 ‘샘(fountain)’이라고 이름붙인 작품명 또한 유희적이라 할 수 있다.

유희의 탈관념성은 기존 통념에 도전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고자하는 현대 예술과 공통분 모가 많다. 모더니즘 이후의 예술은 기존의 예술을 부정하고, 형식을 파괴하는 특징을 나타낸 다.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1664)에서 마켓의 공산품을 미술관에 옮겨놓으며 다의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예술 작품의 전통적 개념을 와해시키고, 현실과의 분절은 관객에게 유희적 인 감정을 전달한다. 아이러니와 패러디를 활용하여 예술 작품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중단시키 고, 복합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였다.

21) 하선규, 「예술과 유희의 연관성에 관한 현대 미학사적 고찰, 고대 그리스와 칸트와 실러의 미학사상을 중심으로」, 예술과 미디어 14(2), 2017, p.15

22) 타타르키비츠, 『미학의 기본 개념사』, 손효주 역, 미술문화, 2014, p.61

(8)

예술에서 유희의 가상성은 새로운 기술과 접목하여 환영을 넘어 새로운 예술로 확장이 가능한 기회를 제공한다. 벤야민은 인간의 미메시스 능력 속에서 가상과 유희가 충돌하며, 예술 작품이 생성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예술과 가상성에 관한 논의는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예술을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였다. 발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플루서의 미디어론

23)

에서 예술은 시간이 생략된 4차원의 시공간, 공간과 조각 대신 깊이, 평면이 아닌 표면, 선이 아닌 광선으로 표현된다. 디지털 조형 예술에서 회화와 조각의 경계는 무너지는 것과 같이, 전통적인 조형 예술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영역이 확대되고 변화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현실을 모방하고 표현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실존하지 않는 가상현실로 표현하는 것이다. 멕시 코 작가 Miguel Chevalier는 디지털화된 자연을 표현한다. 대표 작품인 <Ultra Nature>

(2005)는 식물의 성장 과정을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청각 과 후각, 촉각의 가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이다. 롤랑바르트의 주장처럼 예술 작품은 더 이상 절대적 고정 불변의 완결 형태가 아닌 것이다. 열린 예술 공간, 관객의 참여에 의해 가변적인 유희 행위 그 자체에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다.

3. 현대 패션 디자인의 유희 특성 3.1. 무목적성

유희는 시대별 학자별로 그 내용이나 중요점이 다르게 논의되었으나 가장 큰 공통점은 외부의 목적이나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닌 유희 자체의 활동과 즐거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예술의 경우에도 예술 그 자체의 목적에 의의를 두는 것이지 외적인 것들과는 거리를 둔다. 예술 작가 의 자유로운 유희 활동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형적인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현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능성, 경제성, 합리성을 떠나 순수한 즐거움과 쾌감을 갖게 한다. 유희의 무목적성은 목적을 부정하고, 아무 의미 없음이 아닌 외부의 특정한 목적에서 자유롭고, 유희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의미이다.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 무목적성은 의복 기능을 상실한 채 독창적인 조형 형태로 나타난다. 인간 의 의복 착용 동기는 인체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거나, 아름답게 보이게 꾸미거나, 성적 수치심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복식을 착용하는 신체 보호설, 장식설, 정숙설 등이 있다. 하지만 현대 패션에서 의복은 이러한 동기보다는 자유로운 내적 감정의 표출의 매체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인체에 착용 가능하고, 움직임에 편안한 의복의 기능적인 측면 이 부정된다. 매 시즌 남성복의 새로운 실험을 제안하는 톰 브라운(Thom Browne)의 2017 FW 컬렉션은 모두 회색 수트로 채워졌다. 하지만 수트의 실루엣, 재킷의 길이, 어깨 넓이, 소매 길이 등이 다양하게 변형되어 등장한다. 각 패턴의 크기가 축소되거나 확대되는데, 그는 ‘비율 을 가지고 놀겠다는 단순한 의도’

24)

라고 설명하였다. 그의 의도에서 비춰지듯이 옷은 그 자체 가 유희의 대상이자 유희의 결과물이 된다. 또한 컬렉션 중간에는 그 수트가 평면 블록으로 분리되어 펼쳐진 채 앞뒤가 따로 붙어있는 의상을 선보였다<그림 2>. 패션은 인체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인체의 비율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는 이번 컬렉션에서 기준이 되는 인체의 비율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변형하였다.

자신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을 전개하고 있는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은 2020 FW 컬렉션 에서 ‘multiple garments’라는 주제로 순수한 컬러들과 추상적인 패딩 테크닉, 퀼팅, 자수 등 조형요소를 텐트, 슬리핑 매트 등의 기능적인 오브제와 조합하였다<그림 3>. 하지만 그가 제 작한 의상들은 아이러닉하게도 고유한 기능성을 상실하며 접을 수 있는 기능을 생각하여 고안 한 장치들, 막대, 끈, 고리 등은 의복의 원래 기능에 대한 물음을 갖게 한다.

그는 2018년부터 진행된 몽클레르의 ‘Project Genius’에 참여하여 패딩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 보였다<그림 4>. 높게 솟은 어깨와 넓은 품으로 인하여 인체의 실루엣은 무시되고, 끈과 손잡 이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조형 요소들로 작용을 하며 의상을 조형물처럼 제작하였다. 상업성과

23) 김성재,

플루서, 미디어 현상학』, 커뮤니케이션 북스, 2013, pp.57-64

24) 보그 홈페이지,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17-menswear/thom-browne

(9)

경제성의 측면이 아닌 독창성과 조형성에 충실하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렇듯 유희의 무목적성은 실생활에서 착용 가능한 기능적인 측면과 제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경제적인 측면 등 일반적으로 패션이 추구하는 목적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디자인 자체 에 몰입하게 하는 특성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창의적인 디자인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림 2> Thom Browne 2017 FW

<그림 3> Craig Green 2020 FW

<그림 4> Moncler ‘Project Genius’, 2020

3.2. 탈관념성

탈관념성은 현실의 규범과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유희 특성을 의미한다. 이는 유희의 특 징인 자기 목적적 행위에서 생기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25)

유희가 현실에서 벗어나 는 방식은 일상의 진지함과 무거움에서 해방되는 것을 의미하고, 유희의 세계는 현실로부터 부상해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현대 패션에서의 이러한 탈관념성은 젠더리스 복식에 주목하여 살펴볼 수 있다. 남녀 복식의 명확한 이분법적 체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젠더리스의 움직임은 최근 남성복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톰 브라운은 이러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남녀 복식의 구분과 경계에 대한 도전을 시도한다. 2020 SS컬렉션의 오프닝은 짧은 발레복을 입은 남성 발레리노의 등장으로 시작한다<그림 5>. 무대 가운데에는 10명의 거대한 사각형 실루엣 의 외투를 입고 있는 모델이 높은 공모양의 신발을 신고 서있다. 트롱프뢰유 기법의 수트 형태 가 그려진 가먼트 백과 유사한 외투 안에는 바깥에 그려진 디자인과 같은 실제의 옷이 입혀져 있다. 평면과 입체의 차원을 넘나드는 재미를 주는 설정이다. 여성의 복식과 남성의 복식의 경계가 파괴된 듯 파스텔 톤, 부드러운 곡선, 크리놀린 디테일, 자수와 패치워크 등의 일반적으 로 여성복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충격과 흥미로움을 준다.

특히 전형적인 여성 실루엣으로 인식되는 가는 허리와 부풀려진 엉덩이의 의상은 치마가 아닌 바지의 아이템으로 유희적으로 표현된다<그림 6>.

전통적인 패션 하우스인 루이비통도 2020 FW 컬렉션에서 여성복의 디테일이 더해진 디자인 을 선보였다. 근대 이후 남녀 복식의 구분이 뚜렷해지면서 남성복은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기능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현대에 남성복은 다시 여성복과 의 경계점을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장식적인 러플은 전통적인 남성 블랙 수트 에 네크, 허리, 소매 등에 부착되어 수트 디자인에 새로운 변화를 준다<그림 7>.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의 로에베도 이러한 고정적인 성 관념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데 2020 FW 컬렉션에서 남성은 전통 블랙 테일러드 재킷 위에 광택이 있는 화려한 색감의 소재로 드레이핑 된 드레스를 레이어드하여 착용하였다<그림 8>.

이러한 탈관념적 특성이 나타나는 디자인들은 남성 복장 규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탈관념성은 새로운 디자인 혁신을 위하여 수용되어 정형화되고 획일화되었던 패션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고, 시대에 맞는 패션을 재정의하는 역할을 한다.

25) 민주식, 「개념으로 보는 놀이와 예술」, 미술세계, 2014, p.60

(10)

<그림 5> Thom Browne 2020 SS

<그림 6> Thom Browne 2020 SS

<그림 7> Louis Vuitton 2020 FW

<그림 8> Loewe 2020 FW

3.3. 가상성

고대에서부터 논의되었던 유희(Spiel)와 가상(Schein)은 인간의 원초적 행위인 모방하기에서 도 동시에 나타난다고 벤야민도 지적하였다. 유희와 가상은 기술 발전을 통하여, 이미지가 실제 를 지배한다는 보드리야르의 예견처럼 유희적인 활동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또는 혼합현실(MR) 등의 비물질적인 형태로 실현되고, 경험 가능하게 만들었다.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 가상성은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매체와 결합한 디지털 패션으 로 등장한다. 영국 패션 미래 학자 Karinna Nobbs는 현재의 디지털 패션의 기술이 불완전하고, 환경적인 측면과 연관된 경향이 있지만 가상 세계로의 전환 경험을 해볼 수 있다고 했다.

26)

디지털 패션은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로 존재한다. 이전에 디지털 패션은 현실의 옷을 재현하는 도구로서 활용되거나 자신의 착용 경험을 대신하는 용도로 사용 되었다면 현재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19년 네덜란드의 세계 최초 디지털 전용 패션하우스 ‘Fabricant’는 홀로그램에서 영감을 받은 디지털 드레스를 최초로 판매하였다.

2018년 스칸디나비안 패션브랜드인 Carlings는 ‘neo-ex’라는 디지털 가상 컬렉션을 발표하였 다. 벨트가 달려있는 노란색의 오버사이즈 코트와 하늘색 프린트의 패딩 재킷이다<그림 9>,

<그림 10>. 칼링스는 실제 의복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디지털 패션이 환경을 보호하고 낭비를 막는 효과를 강조한다. 이 디지털 상품을 구입하면 실제 제품은 배송되지 않 고, 자신의 사진에 적용되는 디지털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의상이 된다. 디지털로 제작된 의상은 고객에게 전송되어 가상의 세계에서 공유된다. 디지털 패션은 육체를 넘어 존재하고, 원단이라 는 물질을 필요로 하지 않은 상태로 창조된다.

최근 패션에서는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서비스가 만나는 피지털(Phygital)

27)

현상이 나타난다.

디지털 의류는 현재 상업성 테스트를 시도하고 있는데 ‘hot second’는 착용하지 않는 실제 중고 의상을 기부하면 디지털 의상으로 교환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고객은 디지털 의상을 착 용하고 사진을 찍고 그 이미지를 소유하고, 상점은 실제 의상을 진열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다

<그림 11>. AI를 활용하여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을 예측하고, 증강 현실을 이용하여 시착해 보는 등 여러 기술이 실현되고 있다.

미메시스는 원본 복제가 아닌 유희 공간의 확장으로 모방 능력에는 가상과 유희가 동시에 작용 한다. 버추얼 드레스, 디지털 드레스 등,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 의복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가상 세계에서 실현함으로써,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착용자는 능동 적인 주체로서의 패션 경험이 가능하며, 가상성과 동시에 현실성을 부여하며 의복의 유희적 측면에 주목하게 한다. 현대 패션디자인에서 유희의 가상성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질을 초월 하여 실제처럼 경험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26) https://www.forbes.com/sites/katiebaron/2019/11/25/retail-goes-ready-player-one-a-hot-second-the-proto- flagship-for-our-virtual-fashion-futures/#4f26188f3c81

27) physical(물리적인)과 digital(디지털)의 합성어

(11)

<그림 9> Carlings, Intoxica Coat, 2018 <그림 10> Carlings, PufferJacket, 2018

<그림 11> Hot Second, 2018

4. 결론 및 제언

유희는 전통 철학에서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중요성 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주변적인 것으로 유희 활동을 여겼었다면 현재는 인간의 고유한 특질 이자 인간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렇게 유희의 가치가 확장되면서 유희는 예술의 존재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예술 활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유희와 관련된 이론을 다각도에서 살펴본 이후, 유희 특성을 무목적성, 탈관념성, 가상성으로 정리하였다.

유희의 무목적성은 유희가 외부의 특정한 목표를 갖는 것이 아닌 유희 그 자체의 즐거움을 향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유희의 무목적성은 예술에서 추구했던 기존의 목적에서 자유로워 지며 예술의 장을 확장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 역시 무목적성은 의복 의 기능을 넘어 패션이 무한히 확장하고, 새롭게 창조하게 만든다. 이는 유희의 순수한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특성으로 디자인 행위 자체를 자유롭게 유희하고, 향유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유희의 탈관념성은 기존의 고정관념과 상식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며 예술에서는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키는 방식으로 표현되었으며,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 역시 오랫동안 갇혀 있던 패션의 경계와 구분을 무력화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탈관념성은 고전적인 성 관념의 이분 법적인 체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인하여 현재 패션디자인에서의 성별 차이는 모호하게 전개되는 특징을 보인다. 탈관념성은 관습적인 사고에 도전하고 이를 변화된 관점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하며 패션을 열린 접근으로 새롭게 정의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유희의 가상성은 유희가 현실에서 벗어나는 실재성의 특징을 갖는 동시에 현실적 인 특징을 포함하는 특성으로 현대 예술에서의 가상성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함께 변화한다.

매체의 발달은 최근에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 패션 디자인의 개념자체 를 재조명하게 한다. 가상의 세계에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변화의 무한한 한계가 열려있 다. 가상성은 기술과 결합한 패션이 상상력의 영역을 확장시켜 기존의 패션의 한계를 비물질적 인 것으로 확대하여 재설정하게 한다.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와 억눌려있던 표현들이 활발하게 표출되는 남성복 디자인의 유희 특성 에 대한 논의에 집중해보았다. 본 연구를 통해 남성복 디자인을 유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창조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유희의 개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유희 를 부차적이고 주변적인 개념이 아닌 창작의 근본 가치로서 인식하고, 이를 현대 패션 디자인에 서 창조와 생성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관점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논문의 의의를 갖는다.

참고문헌

고든 그레이엄, 『예술 철학』, 이론과 실천, 2000

김성재, 『플루서, 미디어 현상학』, 커뮤니케이션 북스, 2013

노명우,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사계절, 2013

로제 카이와, 『놀이와 인간』, 이상률 역, 문예출판사, 2004

멜빈 레이더, 『예술과 인간가치』, 김광명 역, 까치, 2001

민주식, 『개념으로 보는 놀이와 예술』, 미술세계, 2014

서동은, 『하이데거와 가다머의 예술이해』, 누멘, 2009

(12)

오병남, 『미학강의』,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요한 하위징아, 『호모루덴스』, 이종인 역, 연암서가, 2010 타타르키비츠, 『미학의 기본 개념사』, 손효주 역, 미술문화, 2014

프리드리히 실러,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서한』, 최익희 역, 이진출판사, 1997 한스 페터 발머, 『철학적 미학, 미적 경험으로의 초대』, 임지역 역, 미진사, 2014 공병혜, 「칸트철학에서의 상상력과 놀이에 대한 미학적 고찰」, 철학연구회 57호, 2002 권하진, 「현대 예술과 패션에 나타난 일탈성의 비교 고찰」, 한국디자인문화학회 20(3), 2014 기정희, 「쉴러의 ‘인간의 미적교육’에 나타난 놀이의 의미」, 인문연구, 54(1), 2008

김시천, 「정신(精神)과 유희(遊戱) : 『장자』(莊子)의 '유(遊)'와 삶의 복원」, 도교문화연구, 2012 김주완, 「H.G. Gadamer의 놀이와 예술작품」, 철학연구 46호, 1990

김재철, 「E. 핑크의 놀이존재론(I)-실존범주로서의 놀이」, 현대유럽철학연구 32권, 2013 김재철, 「핑크의 놀이존재론II」, 현대유럽철학연구 33호, 2013

김진엽, 「가상현실 예술에 대한 미학적 비평」, 한국미학예술학회 22호, 2005

민주식, 「놀이 개념의 정립을 위한 시론: 예술과 놀이의 비교를 중심으로」, 인문연구 54(1), 2008

박소영, 「정현종 시의 놀이적 상상력 연구-오이겐 핑크의 ‘놀이존재론’을 중심으로」, 한국문화와 융합학회 41(4), 2019

박현수, 「뉴미디어 예술의 물질성 변화 연구」, 건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8

정낙림, 「놀이에 대한 철학적 연구 - 니체의 놀이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니체학회연구 14호, 2008 최고원, 「놀이’ 개념에 대한 동, 서양의 시각차에 관하여 - ‘몰입’ 놀이와 ‘거리두기’ 놀이 -」, 철학연구

117호,2011

최문규, 「자율적 예술과 가상: 헤겔 미학에서의 가상 개념에 관한 연구」, 독일문학 65(1), 1998

하선규, 「예술과 유희의 연관성에 관한 미학사적 고찰(1): 고대 그리스와 칸트와 실러의 미학사상을 중심으로」, 예술과 미디어 14(2), 2017

http://terms.naver.com/

http://www.fadi.or.kr/

http://www.miguel-chevalier.com/en/ultra-nature-0 http://www.vogue.com/

https://www.forbes.com/sites/katiebaron/2019/11/25/retail-goes-ready-player-one-a-hot-secon d-the-proto-flagship-for-our-virtual-fashion-futures/#4f26188f3c81

https://ko.dict.naver.com/

https://www.designboom.com/technology/digital-clothes-virtual-fashion-carlings-the-fabricant-1 1-18-2019/

https://www.moncler.com/ko-kr/genius/5-moncler-craig-green/

https://www.tate.org.uk/art/art-terms/a/anti-art

참조

관련 문서

 - 인간의 모든 사회적, 문화적, 지적 삶의 양식이 의미 작용체계와 커뮤니케 이션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며 이러한 기호체계는 접근 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 히틀러의 나치주의의 절대권력과 유태인 대량학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의 원자탄 투하로 인한 전 인류의 멸망에 대한 공포감, 자연환경 파괴, 인구증 가와 그에 따른

Ali Mosque Citadel 성곽 ; 무함마드 알리 축조...

행정국가의 등장과 현대행정의 특징... 행정국가의

고대부족국가의 제천행사로는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와 마한의 무천, 신라의 가배 등이 있고 이러한 종교적 의식에서 체육적인 유희 활동들을 실시

주교, 목사와 랍비들은 프랑스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았고 공립학교에서는 종교 교육을 행하고 있었다.. 20세기 동안 내내 학교에

화예디자인에 나타나는 집적 형태는 식물 소재의 집합체로 나타난다. 현대 화예디 자인에서는 작품 성향에 따른 필요성에 따라 인공 재료와의 혼용도 적극적으로

본 연구는 현대 패션에 나타난 기모노와 코르셋의 미적 가치를 이론적 근 거로 하여 현재 패션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나타난 기모노룩과 코르셋 , 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