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News, Volume 18, No. 3, 2015 41 칼럼: 한국의 불탑(3) - 불국사 다보탑과 불국정토
❙강 병 희 강사 (충북대학교)
다보탑이라 함은 다보여래가 계시는 전신사리탑으로 “법화경” 견보탑품에 등장한다. 아주 먼 옛날 과거의 부처님이셨던 다보불은 장래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지 가서 듣고 거룩함을 증명하겠다고 맹세 하고 원하였는데 석가모니가 사부대중과 함께 “법화경”을 설하자 약속대로 그의 전신탑이 땅 속에서 솟아나 공중에 머무르며 찬양하였다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탑이 돌연 솟아남에 의아해 하는 대중들에게 다보탑임을 알리고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탑문을 열었다. 이에 다보불은 자신을 증명한 뒤 자리를 나누어 석가모니와 함께 하니 이때 이를 지켜보던 사 부대중들도 공중에 있는 탑 주변으로 부양되고 이 보탑에 공양하기 위해 모든 세계의 부처님들이 보살들과 함 께 이르자 세상에서 더러움이 사라지며 불국토로 정화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다보탑이 서 있는 곳은 지상에 구 현된 정토인 것이다.
다보탑은 중국의 경우 남북조시대인 4세기부터 조성된 기록이 보이나 5세기 경 조성된 운강석굴에서(그림 1) 처음 찾아지며 이후 당나라 시대 돈황석굴 등에서도 다수 보인다(그림 2, 3). 일본은 7세기 말 동판에서 다 보탑이 나타나며 본격적인 다보탑은 구카이(空海, 774∼835년)가 804∼806년 당나라 유학 후 귀국하여 세운 것에서 시작된다. 가장 오래 된 현존 예는 1194년에 세워진 교토 시가현의 이시야마데라(石山寺) 다보탑이다 (그림 4).
▲ 그림 1 운강석굴, 북위 ▲ 그림 2 돈황 68굴, 당 초기▲ 그림 3 돈황 361굴, 당 중기 ▲ 그림 4 교토 이시야마데라 다보탑, 1194년 KIC News, Volume 18, No. 3, 2015
칼럼: 한국의 불탑(3) - 불국사 다보탑과 불국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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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공업화학 전망, 제18권 제3호, 2015
중국의 다보탑은 다층목탑, 단층 목조 건축, 단층 건물 위에 원형 인도 탑이 표현된 모습 등으로 나타나며 모두 초층 탑신부에 석 가불과 다보불이 함께 있는 이불병좌상이 있다. 특히 당나라 중 기에 조성된 돈황석굴 23굴에 그려진 다보탑은(그림 5) 탑 주위 에 공중 부양된 사부대중이 에워싸고 있고 탑 위 하늘에 여러 세 계의 부처님들과 보살들이 와 있는 모습이 표현되는 등 경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재현해 내고 있다.
한편 불국사 다보탑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완전 해체되어 복 원되었으나 보고서도 없고 출토된 사리구도 사라진 것으로 추정 된다. 당시 작업에는 일반 노무자일지라도 한국인을 쓰지 않았 으며 다만 소나무 숲 언덕에 숨어서 광경을 지켜 본 지역 주민이 탑 속에서 하얀 보자기로 싼 꾸러미를 꺼내 옮기는 모습을 보았 다는 내용만이 전해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불국사 동탑이 다보탑이고 서쪽의 탑이 석가탑임을 알려 주는 것은 조선 후기에 필사된 사찰측 기록인 “불국사사적”
과 “불국사고금창기” 뿐이다. 불국사는 임진왜란 때 지장전 벽 사이에 감추어둔 무기를 발견한 왜병들에 의해 불살라져 관련 기록은 물론 석조유물을 제외한 많은 건물들과 유물들이 완전 소실되었다.
따라서 이 기록은 후대에 쓰여진 것으로 조선 후기의 인식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최 근에 복원 판독된 1966년 석가탑 출토 문서에서 고려 현종과 정종대인 11세기 초반에 석가탑 수리를 기록한 내용 중에서도 ‘불국사 무구정탑’, 혹은 ‘불국사 서 석탑’이라는 명칭만 발견되는 점도 이러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과거의 내용을 기록하면서 중요한 내용을 변형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점, 두 탑이 석가모니의 대웅전 영역에 있다는 점, 다보탑의 모습과 불국사의 남아 있는 석조 유물들의 이국적인 면모가 경전의 내용을 잘 구 현한 이상적인 불국토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국사 대웅전 앞의 두 탑은 통일신라 때 석가탑과 다보탑으
로 조성되었다고 본다.
현재 불국사는 크게 네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는 “법 화경”에 근거한 석가모니불의 사바세계, 둘째는 “무량수경”에 근거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 셋째는 “화엄경”에 근거한 비로 자나불의 연화장세계, 넷째는 위 세 경전에 근거한 관음의 세계로 각각 대웅전 일곽, 극락전 일곽, 그리고 비로전과 관음전으로 구성되었다(그림 6).
그 중 석가모니불의 세계에 서 있는 두 탑은 “법화경” 견보탑 품 내용 중 석가와 다보불이 다보탑에 앉아 있는 장면만을 묘사 한 중국, 내부에 대일여래상을 모신 금강계만다라 삼매회에 나 타난 밀교적 보탑을 표현한 일본과는 달리 사부대중에게 경전 을 설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의 다보탑이 솟아난 역동적인 장면을 구현하고 있다.
즉 석가탑에는 특이하게 팔방금강좌라고 하는 8개의 연판이
▲ 그림 5 돈황 23굴 법화경변, 당 중기
▲ 그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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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18, No. 3, 2015 43 탑 주위를 두르고 있어 보살을 위시한 사부대중의 존재를 표 현한다(그림 7). 다보탑은(그림 8) 중국의 높은 대(高臺) 건축 을 닮아 있다. 돈황석굴 217굴(당나라 중기) 북벽에 그려진 관 무량수경변의 고대(高臺) 건축은(그림 9) 계단이 있는 하층기 단, 굵은 가운데 기둥과 주위 기둥이 있는 상층기단 위에 누각 건축이 높이 있어 하늘로부터 불, 보살이 내려와 머무는 건축 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이층 기단 위의 건물이 중국과는 달 리 좀 더 이국적일 뿐 다보탑과 동일한 구조다. 땅 위로 솟아 오른 건축을 높은 대 건축으로 지상에 재현한 것이다.
탑은 기단부터 차례로 사각, 8각, 원형의 기하학적 평면이 균형 있게 감축하며 중첩되었는데 기단 위 건축물은 각 층이 다양한 모습의 난간, 기둥 등의 부재가 벽체로 막 힘없이 결구되어져 내, 외 공간이 겹쳐진다. 더구나 각 석재는 서로 어우러져 유려한 곡선으로 조합될 수 있게 세밀하게 다듬어져 있어 빛의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음영이 드리워진다. 이렇듯 개방적인 테라스 형태의 벽면 구성은 시각적으로 건축물의 중량 감각을 줄여 준다. 이상세계의 건축답게 이국적이다.
“불국사 사적”에는 석가탑을 ‘상주설법 常住說法(언제나 법화경 설하고 계심)’, 다보탑을 ‘상주증명 常住證明 (언제나 이를 증명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결구해 낸 불국정토의 영원한 모습이다.
▲ 그림 7 석가탑 팔방금강좌
▲ 그림 8 다보탑 ▲ 그림 9 돈황석굴 217굴 고대, 중당
◀ 그림 10, 11, 12 다보탑 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