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인문학칼럼] 묵자, 전쟁과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인문학칼럼] 묵자, 전쟁과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Copied!
3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60

공업화학 전망, 제21권 제6호, 2018

묵자, 전쟁과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이 상 은 교수 (상지대학교)

묵자(墨子)는 성이 묵(墨)이요, 이름은 적(翟)이다. 묵(墨)을 묵형(墨刑: 얼굴에 먹물로 죄명을 문신하는 형벌) 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묵적은 묵형을 받은 적이라는 사람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묵자도 노자처럼 출생지 나 생존 연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묵자를 송나라 사람이라 고도 하고 어떤 이는 공자와 같은 노나라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정확한 생존 연대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기 원전 479~381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서로는 묵자와 그의 제자들을 비롯한 묵가학파의 학설을 정리한 ≪묵 자≫가 전해지고 있다.

묵적은 제자백가 중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묵가(墨家)라는 학파의 창시자이다. 묵가에 대해서도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무사(武士)집단이라는 설과, 수공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소생산자 집단이라고 보는 설이 있다. ≪사기(史記)≫를 비롯한 여러 자료에 의거하면 묵가가 군사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엄격히 훈련된 조직체였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조직 안에서 노동과 생산 활동을 중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주대(周代)의 봉건사회에서 천자와 제후 그리고 대부들은 각기 군사적 전문가를 두고 있었다. 주나라 말기 봉건사회가 무너지자 이 군사전문가들은 지위와 명성을 잃고 여러 곳으로 흩어져 그들을 등용해 줄 사람들을 찾게 되었다. 이들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해 만든 조직체가 필요했고, 그 조직의 지도자를 거자(鋸子)라고 하였 는데, 초대 거자가 묵자였던 것이다. 묵가 집단에는 국법(國法)보다도 더 엄격한 묵법(墨法)이 있었으며, 거자 는 조직 구성원의 살생권도 가지고 있었다. 마피아 조직의 대부(代父)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묵가의 조직은 범죄집단이 아니라, 정당한 일을 하며 대가를 받고 또 노동과 생산 활동을 통해서 생 활하는 이들이었다. 묵자는 이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실권자였으며, 그들에게 철학을 제공한 정신적 지도자이 기도 했다. 그저 대가를 받기만 하면 아무 전쟁이나 용병으로 참가하는 무사들과는 확연히 달랐고, 단순히 자 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생산자집단도 아니었다. 그들은 오직 직업윤리에만 충실했던 것이 아니라, 거기에 합리적인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며, 묵자가 바로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다.

묵자 철학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비공(非攻)과 겸애(兼愛) 그리고 교리(交利)이다. 비공 이란 공격을 비난한다는 말이다. 즉,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공격전쟁을 반대하는 것이다. 요즘 식으로 얘기하 자면 묵자는 반전평화주의자라 하겠다. 그렇다고 묵자가 모든 전쟁을 다 반대한 것은 아니다. 무도한 침략을 막아내는 방어전쟁은 인정하고 있다. ≪묵자≫에도 9편 이상의 방어전술과 성을 방어하기 위한 기구제조법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묵자는 송나라가 초나라의 침입 위협을 받았을 때, 직접 송나라로 가서 전쟁을 막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 내용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당시 유명한 기계제작자인 공수반(公輸般)이라는 사람이 초 나라에 기용되어 도성(都城)을 공격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송나라를 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묵자는 이 소식 을 듣고 초나라 왕에게 공격을 단념하라고 설득하기 위해 초나라로 건너갔다고 한다. 묵자는 초나라 왕 앞에서 공수반과 가상전쟁의 대결을 통해 아홉 번 다 그의 공격을 막아내어 초나라 왕이 송나라의 공격을 단념하게 했다는 얘기다.

인문학칼럼

http://www.ksiec.or.kr

(2)

KIC News, Volume 21, No. 6, 2018

KIC News, Volume 21, No. 6, 2018

61

묵자가 전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성들이 입는 피해 때문이었다. 묵가집단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 배계급이나 귀족을 대변하는 철학이 아니라, 일반 백성과 하층민을 대변하는 철학이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 를 쳐들어 올 경우, 전쟁에 동원되는 것은 양쪽 모두 백성들이다. 전쟁에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그 피해는 고 스란히 백성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묵자의 이상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부국강병과 침략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여 강력하고 큰 나라를 만들려는 봉건군주와 지배세력들의 욕망은 더욱 불타올랐고, 춘추전국시대 수백 년 동안 전쟁이 없 는 해가 거의 없었다. 이후로도 인류의 역사상 전쟁이 그친 적은 없다. 그렇다 해도 2,500여 년 전에 이처럼 반전평화를 주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묵자의 사상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옛날이나 지 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른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평화를 위한 노력은 그 무엇보다도 고귀한 것이다.

그러면 겸애(兼愛)린 무엇인가? 묵자는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仁)이나 의(義)를 반대하지 않는다. 묵자가 초 기에는 공자의 학설을 배웠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유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묵자에 있어서 인과 의는 겸애라는 말로 통합된다. 겸애는 말하자면 묵자 철학사상의 핵심인 것이다. 겸애란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자면 박애평등사상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철학은 단순한 이론이나 주장이 아니라, 그들이 조직 내의 집단에서 함께 생활하며 동고동락하 는 가운데 얻어진 실제체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묵자≫에는 겸애를 주제로 한 편목이 3편이 있는데, 여기서 묵자는 별(別)과 겸(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즉, ‘따로’와 ‘함께’를 구분하여 과연 어느 것이 옳은가를 묻고 있다.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묵자 는 삼표(三表) 즉,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삼표란 무엇인가?...근본을 정하는 것, 연원을 찾는 것, 효용을 살피는 것이다. 어디에 근본을 두어야 하 는가? 훌륭한 임금의 사적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 어디서 연원을 찾아야 하나? 백성들이 직접 보고 들은 사실 에서 연원을 찾아야 한다. 어디서 그 효용을 살펴야 하는가? 형벌과 정치로 시행함에 국가와 백성의 이익에 맞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삼표인 것이다.”(何謂三表...有本之者 有原之者 有用之者 於何本之 上本之於聖王之事 於何原之 下原察百姓耳目之實 於何用之 發以爲刑政 觀其中國家百姓人民之利 此所謂言有三 表也)(≪墨子閒詁≫ 非命上)

삼표 중에서 묵자가 모든 가치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세 번째 것 즉, 국가와 백성의 이익에 맞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묵자도 공자처럼 인(仁)을 말한다. 그러나 묵자의 인(仁)은 공자처럼 인간다 움의 본질이나, 생명에 대한 사랑, 동질성의 회복을 통한 상호간의 조화, 본래적인 자기로의 환원이라는 윤리 적이고 도덕적인 철학명제가 아니다. “국가와 백성의 이익에 맞는 가”하는 지극히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 인 을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묵자의 겸애(兼愛)는 교리(交利)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 교리란 교상리(交相利)라고도 말한다.

서로 이익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묵자는 겸애하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진이가 할 일은 천하의 이익을 마련해주고, 천하의 해를 제거하는 데 힘쓰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천하의 해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무엇인가? 대국의 소국에 대한 공격, 대가의 소가에 대한 교란, 강자의 약자에 대한 겁박,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 교활한 자의 어리석은 자에 대한 속임수, 귀한 자의 천한 자에 대한 멸시, 이 러한 것들이 천하의 해이다(子墨子言曰 仁人之事者 必務求興天下之利 除天下之害 然當今之時 天下之害孰爲大 曰 大國之攻小國也 大家之亂小家也 强之劫弱 衆之暴寡 詐之謀愚 貴之傲賤 此天下之害也....此胡自生....)(≪墨 子閒詁≫ 非命上).

여기서 어진 이[仁人]가 할 일은 “천하의 이익을 마련해주고, 천하의 해를 제거하는 데 힘쓰는 일이다.”라고 한 대목은 허치슨이 사회일반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善)에 대해 말하면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가져다 주는 행위가 최상”이라고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은 벤덤이 이를 감동적으 로 받아들인 후, 영국 공리주의의 표어가 되었지만, 우리는 묵자에게서 그런 사고의 맹아를 발견할 수 있다.

묵자의 사상을 반전평화, 박애평등, 공리주의로 요약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3)

http://www.ksiec.or.kr

62

공업화학 전망, 제21권 제6호, 2018

묵자는 이러한 천하의 해가 대체 어디서 생기는가를 묻는다. 그것이 과연 함께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해주는 데서 생겨났는가? 그렇지 않음이 분명하다. 묵자는 이러한 공리주의적 논법을 통해서 천하의 해는 결국 함께 하는 겸(兼)이 아니라, 따로 노는 별(別)로 인해서 생겨난다는 것이 묵자의 결론이다. 결국 우리는 “따로 논다 (別)”는 잘못된 명제를 “함께 한다(兼)”라는 올바른 명제로 바꾸어야 천하의 해를 제거하고, 천하의 이익을 증 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묵자는 함께 사랑하는 것(兼愛)을 통해서 서로가 이익(交利)을 얻고 다수 가 행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인(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가의 맹자는 묵자를 부모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어떻게 남의 부모를 자기 부모와 똑같이 모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맹자는 “나의 부모를 모시는 마음으로 남의 부모에게 미쳐 나가고, 나의 자식을 사 랑하는 마음을 미루어 남의 자식까지 미루어 나간다.”고 하여,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 이상이지만 현실에 있어 서는 차별이 없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가의 주장을 방법적 차별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묵가는 겸애의 실천을 위해서 강력한 하늘의 의지와 귀신의 영향력을 동원한다. ≪墨子≫에는 천지편(天志 篇)과 명귀편(明鬼篇)이 있는데, 그 내용은 대개 이렇다. 하늘은 모든 백성을 사랑하며, 모든 사람은 서로 사랑 (兼愛)해야 하는 것이 또한 하늘의 뜻이기도 하다. 하늘은 항상 인간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으며, 특히 통치자 의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하늘은 하늘의 뜻에 따르지 않는 자에겐 재앙을 내리고, 순종하는 자에게는 복을 내 려 상을 준다고 한다. 귀신도 겸애를 실천하는 자에게는 상을 주고, 따로 떼어 놓음(交別)을 행하는 자에게는 벌을 준다고 한다. 묵자에게는 이러한 이상적인 행위를 실천하기 위해서 강력한 권위를 가진 하늘의 뜻이 요청 되었던 것이다. 묵가의 정치철학을 간접적 천치주의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묵가는 유가가 후장구상(厚葬久喪) 즉, 장례를 후하게 하고 상을 오랫동안 하는 것을 반대한다. 무가는 장례 는 간소하게 상은 짧게 지낼 것을 주장한다.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묵가의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고에서 나온 주장이다. 근검절약하고 함께 노동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중시한 묵가의 기본철학에도 부 합되는 것이다.

하지만 묵가의 예술에 관한 관점은 문제가 있다. 그는 <비악편(非樂篇)>에서 음악을 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음악을 하려면 악기가 필요한데 그것은 결국 백성의 세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세금을 걷어 수레나 배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면 좋은 것이지만 악기를 만드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악공들을 뽑아 쓰기에 노동력이 줄어들고 그들에게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셋째는 백성들이 음악 을 듣느라고 일을 게을리하여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묵자 자신도 아름다운 음악이 듣기 좋고, 멋진 그림이 보기 좋은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이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예술행위가 일부 계급에 독점되고 백성의 이익에 해가 된다는 사회경 제적인 측면에서의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의 효용성을 간과한 편협한 공리주의적 사고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유가의 순자(荀子)는 <악론편(樂論篇)>에서 음악이 개인과 사회에 가져다주는 효과를 강조하며, 묵자는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묵자는 그 시대의 병통을 무도한 겸병전쟁과 계층 및 피아간의 심각한 괴리와 차별, 그리고 무분별한 물자의 낭비 등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리하여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반전평화론을 제기하고, 차별을 없애 고 함께 사랑하고 서로 이익을 나누는 겸애와 교리설을 주장하며, 근검절약과 노동의 신성함을 역설하는 것이 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어 가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다보니, 보통 사람들이 이를 견뎌내기 어려웠다. 또 한 문화의 효용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삶의 질을 오직 경제적인 이익으로만 측정하려 한데서 부작용이 발 생했다.

그리하여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묵가사상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는 그 세력이 점점 약화되어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묵자의 주장은 오늘날에 보아도 참신한 데가 있으며, 특히 묵가학파의 기계 및 도 구의 제작을 위한 노력은 후대 중국의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참조

관련 문서

그러므로 빨간색을 가진 모든 것은 세 개의 변을 갖 는다...

 다성음악이 가장 중요한 새로운 장르.  마쇼와 란디니가

실리콘 고 무는 기본적으로 실리콘-산소 결합의 반복 구조를 뼈대로 하는 실록세인 고분자이며 통상 적으로 고무(elastomer, or rubber)라 하면 위의 고분자들이 서로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 인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의 관심뿐

표제어의 표기 문제와 함께 발음 문제도 새로운 사전에서는 적절하게 제시 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발음 문제가 이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투쟁이듯이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 다.. 손기정 선수가 우승기념으로 받은 그리스의

 When we refer to ‘blood sugar’, we actually mean the monosaccharide (simple sugar) glucose dissolved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