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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핸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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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03 - 05

한반도 통일핸드북 (Ⅰ)

좌승희ㆍ문정인ㆍ노정호 편

- 총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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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핸드북(Ⅰ) - 총 론 -

1판1쇄 인쇄/2003년 7월 8일 1판1쇄 발행/2003년 7월 15일

발행처/한국경제연구원 발행인/좌승희 편집인/좌승희 등록번호/제13-53

(150-75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8-1 전경련회관 전화(대표)3771-0001 (직통)3771-0057 팩시밀리 785-0270~1

http://www.keri.org/

ⓒ 한국경제연구원, 2003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 3771-0057

ISBN 89-8031-275-×

ISBN 89-8031-274-1( 전4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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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간 사

한국전쟁 이후 초래된 민족 분단과 남북한간의 군사적 갈등은 한반도의 정치적 특성을 대표하는 고정관념으로 고착화되어왔으 며 한국민들 사이에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중시키 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남북한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민족 통일의 달성은 한국 국민들과 역대 정부의 역사적 과제로서 중요 하게 인식되어 왔다. 본 프로젝트는 이처럼 역사적 소명으로 인식 되고 있는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통일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할 핵심적인 기 본적 내용들을 법률적ㆍ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 영역에 따라 개 별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4권의 책자로 구성된 본 연구의 결과물들은 통일된 한반도의 새로운 헌법과 국가 구성에 있어 아주 유용한 검토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일부 연구들이 통일된 한반도의 헌법구상과 관 련하여 이미 상당한 연구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만 본 책자에 수록된 연구내용들은 포괄적인 연구범위 속에서 교 차학문적인 접근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다양한 시각 의 학자들의 견해를 함께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의 연구들과는 아주 차별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국ㆍ미국ㆍ독일의 저명한 학자 25명으로 구성된 본 연구의 집필 진들은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하여 독창적인 탁월한 연구 결과물 들을 완성하였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핸드북의 완성이라는 본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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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였다. 당시는 독일이 통일되었고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 하였으며,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었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시점에 직면해 있었다. 또한 동독이 갑자기 붕괴되 면서 독일의 통일이 급작스럽게 진행되었듯이 한반도의 통일도 북한의 붕괴와 함께 갑자기 진행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들이 아주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따라 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과 북한이 한국에 흡수되는 형식의 한반도 통일 가능성에 대한 두 가지 요인이 통일된 한반도의 헌법적 기 초를 구상하려는 본 프로젝트의 기본적 가정이었으며 출발점이기 도 하였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상황의 전개는 이러한 가정의 현실성을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 우선 북한은 심각한 경제 난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예상과 달리 체제의 강한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히려 흡수의 주체가 되어야할 한국은 1997년 의 외환유동성 위기를 겪게되면서 흡수통일의 현실성이 크게 낮 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흡수통 일의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햇볕정책을 통한 합의형 통일방식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본 프로젝트가 착 수되었던 1996년의 국내외 상황과는 아주 다른 양상들이 전개되 어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그동안 준비해온 결과물들을 다시 수정해야만 했으며, 따라서 본 프로젝트의 완성도 또한 상당 기간동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얻게된 성과물들은 상당하 다. 비록 서로 상반된 입장들이 부분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된 한반도의 헌법적 기초를 마련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있는 결과 물들을 많이 제시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점 진적인 통합과정과 합의에 의한 통일이 흡수에 의한 통일이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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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에 의한 통일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한 형태라는 점에 대해 대 체로 합의를 하였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가 통 일된 한반도의 새 헌법을 구성하는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모두가 동의하였다. 따라서 일반적 인 예상과 달리 독일의 통일모형이 갖고 있는 장점들과 경험들은 한반도의 통일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며, 보다 한국의 현 상황에 맞는 형태의 차별적인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 감하였다. 더욱이 보다 중요한 요소로서 한국은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한반도가 예상치 못한 돌발적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통일된 한반도를 목표로 준비된 다양한 법과 제도들을 적시 적소 에 제시하는 형태로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은 통일 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대응능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들은 본 책자에 실린 대부분의 연구들이 지적하고 있는 공통된 사항이기도 하다. 본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집필진들은 한국정부는 물론이고 한반도의 통일에 관심이 있는 민간인들과 외국정부 및 기업들이 본 책자에 수록된 내용들을 통 해 한반도의 통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유익 한 내용들을 많이 습득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본 책자가 한반도의 통일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핸드북을 위한 본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4권의 책자 가 그 결과물로서 나오게 된 것과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전국경제 인연합회의 후원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한국경 제연구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원을 배경으로 본 프로젝트를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한국법연구센터

the Center for Korean Legal

Studies

에 발주하였고, 한국법연구센터는 본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을

맡은 상태에서 정치ㆍ사회ㆍ행정ㆍ법ㆍ경제 분야 중 법률 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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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세부과제로서 담당하였다. 그리고 정치ㆍ사회ㆍ행정 분야 는 다시 독일 뮌헨대학의 응용정책연구센터

the Center for Applied

Policy Research

가 담당하였고, 경제분야 연구는 연세대학교 통일연

구원이 담당하는 것으로 세부분야의 업무영역을 재배정하였다. 이 처럼 세부 연구분야들을 맡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관리해준 한․미․독 3국의 연구기관에 대해서도 이 자 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물론 본 프로 젝트에 참가하여 양질의 우수한 연구논문들을 작성해준 연구자 개인들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본 프로젝트의 발주와 진행, 그리고 성공적인 마무리와 관련하여 효성그룹의 조 석래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손병두 부회장, 프로젝트 출범당 시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마이클 영

Michael Young

교수, 독일 뮌헨대 학의 베르너 비더펠트

Werner Wiederfeld

교수, 그리고 연세대학교 이 영선 교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 와 윤건영 교수, 콜롬비아대학 법대의 노정호 박사는 본 프로젝트 의 시작에서부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실질 적인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본 프로젝트의 진행을 실무적으로 관리해준 한국경제 연구원의 박승록 박사와 이주선 박사에게도 감사드린다. 비록 여 기에서 거명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조력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본 통일핸드북 프로젝트는 결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했을 것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동안 통일핸드북 프로젝트에 관 여하면서 유형ㆍ무형으로 다양한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3년 7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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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제 Ⅰ 부 총 론

제1장 한반도 통일과 헌법적 기초의 구상 문정인․노정호 / 3

1.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담론 : 분석적 이슈들 / 8 2. 한반도 통일방안과 김대중 정부

: ‘햇볕정책’과 합의에 의한 통일방안/ 13 3.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통일의 전망 / 21 4. 통일된 한반도의 제도적 골격 / 31

제2장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와 헌법 구상의 개연성 문정인/ 63

1. 서론 / 65

2. 한반도 통일에 대한 논의 : 북한체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의 모형화 / 67

3. 한반도 통일의 네 가지 시나리오 / 83 4.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의 가능성 평가 / 101 5. 결론 : 한반도 통일과 헌법 구상의 개연성 / 106

제3장 남북한 헌법체제의 비교와 통일헌법구조 개관 장명봉/ 111

1. 머리말 / 113

2. 남북한 헌법체제의 비교 / 114

3. 통일헌법의 제정방향과 기본질서 / 120 4. 통일헌법의 구성 / 127

5. 맺음말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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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Ⅱ 부 정치ㆍ사회부문

제4장 한반도 통일과 민주적 정치구조의 형성에 관한 연구

Olaf Hillenbrand / 149 제5장 정당 정당제도가 한국의 통일과 민주화에 미치는 영향

Wolfgong MerkelㆍAurel Croissant / 257 제6장 정치과정, 이익집단과 남북한 통일 장 훈 / 327

제7장 정치문화와 대중정서 Manfred Kuechler / 363

제8장 한반도 통일과 통일한국의 국내적 안보 배종윤 / 455 제9장 통일된 한반도의 외교정책 Felix Philipp Lutz / 563

제 Ⅲ 부 법 률 부 문

제10장 통일된 한반도의 통일국가의 구성 Michael Geistlinger / 633 제11장 연합에서 연방까지 : 통일된 코리아를 향하여 고병철 / 713 제12장 국제법의 시각에서 바라본 분단과 통일

Michael Geistlinger/ 747 제13장 북한기업의 사유화와 기업지배구조 : 통일된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함의 Curtis Milhaupt / 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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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Ⅳ 부 경 제 부 문

제14장 남북한의 사회경제적 환경 비교

: 한반도 통일 전망에 대한 함의 Nicholas Eberstadt / 835 제15장 한국통일 전환기 및 그 이후의 경제정책 좌승희ㆍ허찬국 /893 제16장 한국통일과 북한경제의 사유화 윤건영 / 929

제17장 한반도 통일을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구성열 / 971 제18장 투자환경의 조성 Udo Ludwig / 1007

제19장 한반도의 통일비용과 그 조달방법 이영선 /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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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Ⅰ 부

총 론

제1장 한반도 통일과 헌법적 기초의 구상 문정인․노정호 제2장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와 헌법 구상의 개연성 문정인 제3장 남북한 헌법체제의 비교와 통일헌법구조 개관 장명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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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한반도 통일과 헌법적 기초의 구상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노정호

(콜럼비아대학 법대 교수 )

1.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담론 : 분석적 이슈들 ··· 8 2. 한반도 통일방안과 김대중 정부

: ‘햇볕정책’과 합의에 의한 통일방안 ··· 13 3.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통일의 전망 ··· 21 4. 통일된 한반도의 제도적 골격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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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이 실현되었을 때 한반도에서는 남북한의 통일도 머지 않은 장래에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확산되 고 있었다. 1990년대 초 당시에 보편적으로 이해되던 한반도의 통 일 모습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몰락하면서 북한 사회 전반이 붕괴 되고, 북한 정권은 통치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북한체제가 해체 되고, 이로 인해 한반도가 급격하게 통일되는 형태였었다. 따라서 당시의 일반적인 통일 시나리오는 한국이 붕괴된 북한을 불가피 하게 흡수해서 통일하는 독일식의 흡수형 통일방식이 대세를 이 루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당시의 분위기가 한국경제연구원으로 하여금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한국법연구센터

the Center for Korean

Legal Studies

에 의뢰하여 한반도의 통일이 의도하지 않게 갑자기 진

행될 경우를 대비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하며, 통일된 한반도의 헌법적 기초는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가를 준비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바로 본 연구 프로젝트의 주목적이기도 하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한국법연구센터는 독일 뮌헨대학의 응용정책연구센터

the Center for Applied Policy Research

와 한국의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과 함께 공동 작업에 착수하였다. 한국과 미국, 독일 3국의 저명한 학자 25명이 참여한 본 연구는 4년의 연구기간동안 독일의 뮌헨, 미국의 하와이와 뉴욕, 그리고 한국의 서울에서 다양하고도 열기 넘친 토론을 진행해왔다. 물론 그동안 본 연구는 항상 좋은 환경 에만 놓여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유동성 위기 에 직면해 있던 시기에는 본 연구가 거의 중단될 상황에 놓여있 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의 지속적이고도 열의있는 관심 과 지원에 힘입어 본 연구는 지속될 수 있었고 정치적ㆍ경제적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물들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본 책자는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한반 도 통일과 관련하여 예상될 수 있는 통일 시나리오의 내용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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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된 한반도의 헌법적 기초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두 번 째 부분에서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정치적, 행정적 내용들을 고 찰하고, 세 번째 부분에서는 통일된 한반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복잡한 법률적 문제들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 부분에서는 한반도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의 경제적 재건 과 관련된 전반적 내용들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본 연구에 참여한 세 연구기관들간의 업무 분담을 통해 진행되어져 왔다. 독일의 응용정책연구센터

the Center for Applied Policy Research

는 정치와 행정 분야의 연구를 주도했고, 한국의 연세대학교 통일연 구원은 경제분야 연구들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리고 콜롬 비아 대학의 한국법연구센터는 연구 프로젝트의 전반적 업무를 총괄했을 뿐 아니라, 법률분야를 책임지고 진행해왔다. 실제로 한․미․독 3개국의 연구기관들이 3개 분야로 나누어 각자 진행 하는 전문적 연구 작업들을 하나로 조율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본 연구가 상당히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고, 상당한 연구성과도 거 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본 연구가 진행되면서 연구가 시작되던 초기에 설정한 연구 목적과 가정들이 상당부분 바뀌어왔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요소들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하나는 1999년 한국에서 김대중 정부가 출범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출범 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이념적ㆍ정책적 판단기준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김대중 정부가 시도한 「햇볕정책」은 흡수통일이라는 기존의 통일방안을 포기한 채, 대북 포용정책을 통한 ‘합의에 의한 남북통일’을 달성한다는 것이 주목적이었기 때 문이다. 다른 하나의 요인은 북한의 김정일 체제가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붕괴되지 않고 지속되어 오고 있다는 점이다.

1994년 북한 김일성의 사망이 북한 정권의 붕괴로 직접 연결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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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않았다. 북한의 김정일은 정치권력의 승계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정권의 불확실성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심각한 경제난, 에너 지난,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체제의 생존을 유지해오고 있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요소는 본 연구가 출범하면서 설정했 던 기본적 가설의 유효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내부적으로 붕괴하고 한국이 붕괴된 북한을 흡 수․통일한다는 기본적 가설이 설득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 참여한 많은 연구자들은 남북한의 평화공존 과 합의에 의한 통일 추구라는 새로운 가설을 반영하기 위해 초 기의 작업들을 새롭게 수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의 수 정과 무관하게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한반도의 통일에 있 어 가장 바람직하고 유용한 통일방식은 합의에 의한 통일이며, 자 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는 통일된 한반도가 채택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통치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제1장에서는 본 연구의 내용들을 단순히 요약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있다. 연구결과물들을 간단히 소개하기 전에, 연구결과물들 이 적절하게 이해되기 위해 필요한 남북한 관계의 최근 변화양상 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망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론 부분인 제1절에서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현안들을 심층적 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2절에서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논의되 고 있는 다양한 통일모델 및 통일 유형들을 간단히 점검한다. 그 리고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햇볕정책의 본질 을 탐구한다. 제3절에서는 2000년 6월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의 남북한관계 발전과 한반도 통일의 미래 전망들을 정 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에 이어 제4절에서는 본 책자의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견한 내용들을 요약하여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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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담론 : 분석적 이슈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민족통일의 작업들을 다소 감정적으로 취 급하거나 접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감 정적인 접근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이성적인 논의 의 진행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1) 한국인들은 한반도 의 통일을 논함에 있어 신중한 개념적 정의도 없이 통일방안들을 구상하고 정리하려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들은 한반도의 통일문제 를 남북이 단순히 하나로 통합된다는 개념으로 정의해온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하나가 된다’는 것이 매우 혼란스럽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내부갈등의 문제들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로 다음과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과 북한 중에서 어느 쪽을 중심으로 통합을 진행할 것인가? 통합은 어떤 행로를 따라 진행될 것인가? 어떤 종류로 통합이 진행될 것인가? 단순한 수적 통합, 변증법적 통합, 또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통합을 진행 할 것인가? 이상의 질문들과 관련하여 우리가 그동안 일반적으로 인식해온 바에 따르면, 한반도의 통일은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와 같은 한국의 정치․경제 체제들을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이식 시키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엄연한 주권적 실체 로서 존재하는 한 이러한 이해와 사고 방식은 주어진 현상을 주 관적으로만 이해하게 하는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만드는 원 인이 될 수 있으며, 남북한간의 상호불신과 의심의 단초를 제공할

1) 문정인, “남북한 통일연구의 총점검 및 새 연구방향 모색,” 양성철 편, ꡔ남북통일 이론의 새로운 전개ꡕ(서울 : 경남대학교 출판부, 1989), pp.234-305; Chung-in Moon and Yongho Kim, “The Future of the North Korean System,” in Samuel S. Kim, ed., The North Korean System in the Post-Cold War Era(New York: Palgrave, 2001), pp.221-258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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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분단되어 있던 남북한이 하나로 통합된 실체로서 ‘통일’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행태들 중 하나의 방식에 의해 진행될 것이다. 즉 점진적 통합, 연합, 연맹, 연방, 완전한 단일국가들 중 에서 하나의 형태가 선택되어질 것이다.2) 통일된 한반도의 국가 형태만큼 통일방식 또한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다. 우선 극단적 형태의 하나로서 흡수형 통일 또는 일방이 타방을 일방적으로 통 합하게 되는 일방적 통일 방식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협의 와 협상에 의한 합의형 통일 방식이 있다. 그리고 전쟁이나 기타 군사적인 수단을 통해 승자가 패자를 접수하는 형태의 통일이 진 행될 수도 있다. 반면 흡수형 통일의 또 다른 대안적 형태로서 제 3자의 개입을 통해 한반도의 통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세부적인 특징들을 고려한다면 한반도의 통일 방식은 더욱 다양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세부적 분류는 한 반도 통일에 대한 개념적 합의를 어렵게 할 뿐이다. 따라서 다양 한 수사적 용어에 근거한 형태분류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서는 이러한 4가지 정도의 분류에 근거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 다.

둘째, 인식론적인 제약이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논의의 취약 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3) 제약의 형태는 크게

2) 서진영, ꡔ북한 권력변동 및 사회변화 대비 계획연구ꡕ(서울 : 통일원, 1990); 김진 기, “북한체제의 변화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의 검토,” 통일원 편, ꡔ1995년도 북한 및 통일연구 논문집, IIIꡕ(서울 : 통일원, 1995), pp.2-65; 김성철, ꡔ북한 사회주의체 제의 위기수준과 평가 및 내구력 전망ꡕ(서울 : 민족통일연구원, 1996); 하봉규, “김 정일정권 붕괴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의 검토,” 통일원 편, ꡔ1996년도 북한 및 통일 연구 논문집, Iꡕ(서울 : 통일원, 1996), pp.79-119; 구종서 편, “남북한 통일 시나리 오,” 「SERI 정책연구논집」(1996), pp.87-162; 서진영, “북한의 체제위기와 급변사태 의 유형,” 「정책 포럼」, 제21권 (Spring 1997), pp.7-25 참조.

3) 문정인, “남북한 통일연구의 총점검 및 새 연구방향 모색,” pp.234-30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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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통일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으로 인해 초래되는 오류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현실태’가 아니 라 ‘가능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한반도 통일에 있어 인식의 균형을 깨는 중요한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인지되지 못하 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한반도 통일의 실체를 구체화하고, 분석의 단위를 구분하는데 있어 오류와 곡해를 초래 하게 만든다.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위기적인 불확실성이 만연해질 수록 다양한 고려와 추측들, 그리고 희망적인 사고의 내용들이 광 범위하게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 과정에 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위기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역 동적 분석들이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통일방안과 관련된 논의들도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힘들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제약은 생태학적인 결정론적 오류의 문제이다. 한반 도의 분단은 미국과 구 소련간의 전략적 경쟁의 산물이다. 그리고 한반도 분단의 냉전적 기원은 한국의 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의 사고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반도 통일에 있어 체제 결정론적인 판단을 초래하도록 스스로를 구속시키도록 만들어 버 렸다. 다시 말해서 세계 균형론적인 가치관에 근거한 결정론적 인 식이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익한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될 수 있는 개연성을 강력히 지배하고 제한해온 것이다. 이러 한 양상은 가치에 대한 판단 또한 그르치게 만들고 있다. 한반도 의 분단이 냉전적 기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반도 내 부의 독특한 갈등적 구조와 연계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반도 내부의 갈등구조는 한반도 주변 4강의 힘과 영향 력을 제한해 왔던 것이다.4) 최근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건

4) Chung-in Moon, Arms Control on the Korean Peninsula : International Penetrations, Regional Dynamics, and Domestic Structure(Seoul : Yonsei University Press, 1996), chapter 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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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말해주고 있듯이, 냉전의 종료는 분단된 남북한 모두에게 긍 정적인 영향만을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냉전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는 첨예한 군사적 대립과 갈등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초강대국들과 지역 강국들은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한반도의 통일을 촉진시 키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한반도 통일의 본질과 그 방향을 설정하거나, 그 내용을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본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 들의 관심을 한반도와 그 국내적 결정요인에 주목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범적이고 목적론적인 편견들 역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담론의 다양화를 제약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있어 한 반도 통일은 어떠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이뤄내야만 하는 지고 한 국가적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절대적 목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이는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되어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목표는 이 미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심지어 통일의 방식까지도 결정되어 있 다. 남은 것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 이러한 경직된 사고 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창조적 사고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 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규범화된 태도는 남북한의 정치지도자 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추진한 방식들에 의해 한국인의 사고가 고 형화되었고 체계적으로 교조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남북한 정부와 그 지도자들에게는 국내 통치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 권력을 공고화하며, 합법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가 장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오랜 기간동안 이용되어져 왔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궁극적인 국가 목표로 인 식되어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상징으로서 이용되던 한반 도 통일문제는 현재 수확체감의 법칙이 강력히 작용하는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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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이게 되었으며, 이제는 역으로 남북한 정치지도자들의 행보를 크게 제약함으로써 지도자들로 하여금 꼼짝할 수 없는 딜레마 상 태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정치적 수사의 오남용은 남북한 관계가 장기간 대치국면에 빠지도록 만들었으며, 실질적인 통일작업이 진행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들을 상실하도 록 만들었던 것이다. 남북한 관계 개선이라는 목적을 위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용되어온 기존의 수사들을 변형시키거나 우회하는 행동을 취하게 될 경우에는 국내의 상당한 반발에 직면하게 되거 나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받기도 했다. 한반도와 관련된 수사에서 는 평화공존이라는 본심과 무조건적 통일이라는 표면적 이유가 서로 극적으로 상반되는 이중성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모습 들이 남북한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한반도 통일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내는 작업들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반도 통일은 ‘현실태’가 아니라, ‘가능태’의 문제라 하겠다.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는 가능태로서의 한반도 통일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존재인 남북한 이 하나의 실체로서 완전히 통합되는 것은 한반도 통일의 다양한 통일형태들 중의 하나인 극단적 경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 형태는 통합, 연맹, 연합, 그리고 연방의 다양한 조합 이나 그 결과물들을 포함할 수가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이 흡수에 의한 통일방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다양한 통일 방식들 중 의 하나로 고려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가 통일되는 작업방식과 형태들은 매우 다양한 과정을 거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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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반도 통일방안과 김대중 정부 : ‘햇볕정책’과 합의에 의 한 통일방안5 )

한반도가 통일되는 방안은 결코 한가지 외길만을 갖고 있는 것 은 아니다. 다양한 내용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6) 한반도 통일은 흡수에 의한 통일, 무력에 의한 통일, 국제적 신탁에 의한 통일, 합의에 의한 통일 등으로 통일방안이 분류될 수 있고, 정리될 수 있다. 독일의 통일은 흡수에 의한 통일방식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한반도 내부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는 근래에 북한에서 진행된 경제위기의 확산과 생태적 위기가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정통성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고, 그 결과 통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더욱이 북한의 통치체제가 붕괴하 게 될 경우에는 북한의 주권이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결과를 초래 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한국이 북한을 ‘인수’하게 됨으로써 결과 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이 흡수형 통일 방식에 따라 진행될 것이 라고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7) 그러나 한반도의 흡수형 통일 시 나리오는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보편적인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놀랄 만큼 뛰어난 생존 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흡수형 통일방식은 너무나도 비싼 통일비

5) 이 부분은 다음의 내용 중 일부를 새롭게 정리한 것임. Chung-in Moon, “Understanding the DJ Doctrine : The Sunshine Policy and the Korean Peninsula,” in Chung-in Moon and David Steinberg, eds., Kim Dae-jung Government and Sunshine Policy (Seoul : Yonsei University Press, 1999), pp.36-40 참조.

6) 구종서, “북한의 조기붕괴론,” 한국정치학회 연례학술대회 발표논문 : 강지한, “북 한체제의 불안정요인에 따른 변화 가능성,” 「경북대 연구」, 제20권(1995), pp.95-114.

7) 이정우, “남북한 관계 변화의 시나리오와 사회통합 과정,” ꡔ북한의 체제전환과 통 일ꡕ(부산 : 인제대학교 출판부, 1998), p.76; Chung-in Moon and Dong-Yoon Lee,

“Korean Unification : Contending Scenarios and Implications for Japan,” Young-Sun Lee and Masao Okonogi, eds., Japan and Korean Unification(Seoul : Yonsei University Press, 1999),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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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흡수형 통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과도기적 혼란, 그리고 주변의 국제적 행위자들 의 반대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다지 높은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20세기 후반에 한국이 직면했던 경제적 위기와 관련하여, 과연 한반도의 통일에 독일식의 흡수형 통일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한국의 수용 능력과 관련하여 현실성 이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한 회의를 가져오고 있는 실정이다.8)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형 통일방식은 다양한 통 일 방식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독일의 통일과정 자체도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서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 하에 진행된 산물이라기 보다는 상황이 진행되면서 초래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을 가진다. 물론 한반도 통일의 당사자인 한국은 독일형 통일방식 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독일형 통일 방 식 이상의 것들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연구하고 있어야만 한다. 따 라서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예상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들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방안들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 하다. 한반도 통일과정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정한 의미를 가 지기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예상 가능한 모든 방안들 을 점검하고, 그 중에서 어떤 내용이 가장 바람직하며 가장 현실 성이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작업이 결코 간과되어져서는 안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2장에서는 문정 인이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4개를 검토 하면서, 그 중에서 합의형 통일방식이 가장 바람직하고, 현실성이

8) Soon-young Hong, “Thawing Koreas Cold War : The Path to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Foreign Affairs, May/June 1999, pp.8-12 참조. 이러한 내용은, 1999년 2월 9월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연설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Ministry of Unification, Policy Towards North Korea for Peace,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Seoul : The Ministry of Unification, 199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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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형 통일방식은 한 국의 과거 정부 하에서는 결코 심각하게 고려되지 못한 내용들이 었다.

한국의 통일정책 방안에 변화가 발생한 것은 1998년 김대중 정 부가 들어서면서부터이다. 김대중 정부는 과거 정부가 주장하던 흡수형 통일방식을 거부하면서, 평화공존, 교류와 협력, 합의에 의 한 통일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적 목표들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적 개념으로서 햇볕정책, 즉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해오 고 있다. 결국 한국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남북한간의 화해와 교류, 협력의 지속을 통하여 북한이 점진적이면서도 자발적인 변 화를 시도함으로써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고 평화를 추구할 수 있 도록 유도하는 적극적인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포용정책이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군사적 억제, 국제적 협 력, 국내적 합의와 같은 요소들이 함께 진행될 때만이 가능한 일 이다. 그러나 포용정책의 목표는 분명하다. 즉, 평화공존과 평화적 교류 및 협력을 통하여 남북한간의 적대적 행동과 대응이라는 악 순환의 고리를 차단함으로써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기초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햇볕정책의 내용은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제시된 3가지 의 기본원칙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 는 북한의 일체의 무력도발이나 군사적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

둘째, 한반도 통일에 있어 흡수에 의한 한반도 통일방식을 공식적 으로 배제하며, 북한을 약화시키거나 위협할 수 있는 다른 수단에 대해서도 부정한다. 셋째, 1991년 체결되고 1992년에 발효된 「남 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 합의서)의 정신에 의거하여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킨다 는 것이다.9)

햇볕정책의 실천과 관련하여 그 작동원칙들을 5가지 정도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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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햇볕정책이 가지고 있는 전 략적 공세성이다. 경우에 따라 햇볕정책이 너무 나약하거나 허약 한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햇볕정책 은 극히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들은 대부분 북한의 행동에 반 응하는 형상이었다. 따라서 돌출적이고 예상하기 힘든 북한의 행 동에 대응해온 한국의 대북정책들은 일관적이지 못했고, 지속적이 지 못했으며, 심지어 정책적 오류를 남발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한국의 행동은 북한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좌우되었고, 조건지워지는 특성들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한 관계에 있어 한국이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바로 이러한 수동 적이고도 반응적인 정책 행태들을 수정하고자 했다. 이러한 의도 는 북한이 수동적 반응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한 대북 포용정책의 추진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피상적으로는 김대중 정부의 이러한 포용정책이 유약해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햇볕정책은 매 우 침투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햇살은 지속 적인 반면, 구름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구름이 햇살을 언제까지나 차단할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는 좀 더 인내하고 참고 기다린다면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이 북한 지 도부의 언 마음을 결국에는 녹이게 될 것이며, 북한 경제의 개혁, 개방만큼 남북한의 평화공존도 가능해 질 것으로 믿고 있다.

햇볕정책의 두 번째 작동원리는 유연한 이중성이다. 이는 남북 교류의 기본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진행되는 대북 포용정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새로운 용어들 이 등장했다. ① 선이후난

先易後難

, ② 선경후정

先經後政

, ③ 선민후

9) 임동원, “김대중 정부하의 대북정책”, 1999년 3월 11일 민족화해협의회 조찬 모임 발표문, p.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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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民後官

, ④ 선공후득

先供後得

.10) 이들 용어들은 남북한관계 운용 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즉, 과거의 한국정부는 선관후민

先官後民

, 정경연계

政經連繫

, 기계적 상 호주의의 원칙에 집착함으로써 남북한 관계의 정체를 극복하는데 실패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햇볕정책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점 진적이고, 실용적이며, 기능주의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세 번째의 작동원리는 신뢰할만한 군사적 억제가 강조됨으로써 개입과 안보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햇볕정책이 갖고 있는 가장 미묘한 측면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안보위협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안보적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려는 강력한 의지도 갖고 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는 한국의 군사력이 강력하고 북한 의 군사적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을 때 만이 햇볕정책도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신뢰할만한 억제는 두 가지 개념에 근거하고 있 다. 하나는 구체적 상호주의의 원칙이다. 비록 북한이 군사적 도 발을 진행하더라도 남북한간의 경제적, 사회적 교류와 협력 등 남 북한 관계 전반에 거친 모든 관계들을 자동적으로 중단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군사적 도발 자체가 허용되거나 용납되지는 않는 다.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유사한 형태로 즉각 대응하거나 보복하게 된다. 수년 전 서해에서 있었던 서해교전은 이러한 측면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북한의 군사적 시 위와 무력행동에 대해 한국이 무력으로 즉각 대응한 모습들은 바 로 구체적 상호주의를 실행에 옮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한-미 동맹관계를 지속시키고 강화함으로써 한국의

10) 임동원 장관의 발표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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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과 안보대응 능력을 확고히 다져나간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한-미 연합군의 능력이 북한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11) 이러한 점에서 햇볕 정책은 군사적 억제나 동맹관계와 같은 기존의 안보정책들에 비 해 크게 벗어나거나 이탈하는 정책이 아니라 정책적 지속성을 갖 고 있는 것이다.

넷째, 국제공조의 강조는 햇볕정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다. 비록 남북한의 대립과 통일문제가 한국인 스스로의 힘 에 의해 해결되어져야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동북 아시아 지역내 주요 행위자들과의 국제적 공조가 여전히 중요하 다는 사실의 의미를 인지하고 있다. 국제적 공조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갈등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 게 만들뿐만 아니라, 북한의 연착륙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 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간의 긴장과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 의 하나로서 김대중 정부는 4자 회담의 개최를 제안했었다. 또한 김대중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구축을 위해서는 새로운 안보환경의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2+4 회담」과

‘동북아시아 안보협력체’의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연착륙을 위해 다음의 2가지 정치적 수단들을 강 조하고 있다. 하나는 북-미, 북-일간의 국교정상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이 경제적 개방과 개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국제적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개혁 개방 을 위한 국제적 환경과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봉쇄를 해제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해외투자를 촉진시키는 만큼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다자간 국제기구에 북한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서 국제자본에 대한 북한의 접근을 용이하도록 만들

11) 김대중 대통령과 CNN과의 인터뷰 내용 참조. 「동아일보」, 1999년 5월 7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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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요소는 국내적 합의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 적인 대북정책은 두가지의 작동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양상을 보 였다. 하나는 남북한 관계의 비밀스러운 운영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정치적 유용성에 따라 남북한 문제가 이용되어온 것이다. 박 정희 정권의 7.4 남북공동성명, 전두환 정권의 김일성과의 정상회 담 시도,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남북화해 시도 등은 남북관계 를 크게 개선시킨 역사적 사건으로서 모두 비공개적 형태로 비밀 스럽게 진행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결국 이들 사건들은 투명 성이 배제된 채 남북한 권력층간의 교류만으로 진행됨으로서 전 임 정권의 정책적 주도의 합법성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 래했다. 더욱이 국내정치에 남북한 관계가 이용되어온 측면들이 이러한 결과를 더욱 가중시켰다. 북풍사건이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듯이, 과거의 집권세력들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북 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적절히 이용했고, 집권세력에 대한 보수세 력의 지지를 강화시킴으로서 그 수혜를 입어왔던 것이다. 결과적 으로 남북한 관계를 국내정치적으로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행위들 은 한국의 대북정책이 국내적 합의를 확보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 으며, 대국민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 공작의 희생자였던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남북한관계를 더 이상 정치화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 언했다. 그리고 대북정책은 투명하고도 국내적 합의에 근거하여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과거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정책들과 비교할 때, 지속성과 비지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가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 서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 시기의 7.4 남북공동성 명,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과 7.7 선언, 김영삼 정부 초기의 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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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정책과 일맥 상통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 되었듯이, 김대중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가안 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상황을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 히 했다. 또한 햇볕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 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강력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것이 가장 우선 되게 다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점 역시 과거 정권들과의 역사적 지속성을 입증해 주고 있는 부분이다. 물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 책에는 과거 정권의 대북정책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몇가지 중요 한 차별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차이점은 구조적 특성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정권의 대북정책들은 대립과 봉쇄로 특징지워지는 냉전적 사고에 의해 제한되고 있었 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이념, 제도, 그리고 외 부환경 등에 있어 냉전적 가치가 해체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는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물론 운영상의 측면에서는 그 차이점 이 더욱 확연해 진다. 냉전시대의 정책들은 수동적이고, 방어적이 며, 전술적이었던 반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적극적이고, 공 세적이며, 전략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대북관계에 있어 전방위적 인 교류를 추구하는 햇볕정책은 과거 정권의 정책들에 비해 더욱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햇볕정책의 시간 적 구조 또한 본질적인 차별성을 띠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는 즉 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시적 성과들에 집착했던 반면, 김대중 정부는 인내와 끈기를 강조하면서 중장기적인 결과와 성과의 달 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과거 정권 하에서는 남북한 관계가 국내 정치적으로 많이 이용되었지만, 햇볕정책은 국내 정 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북한 관계가 수동적 개념으로 이용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차별성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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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통일의 전망1 2)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남북한 관계와 한국의 대북정책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이 변화도 처음부터 성공적 인 결과를 초래했던 것은 아니었다. 국내의 거친 비판에 직면해야 만 했고, 심지어 군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와 공식적인 정부간 대화를 거절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군사적 도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1998년 8월에는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함 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는가 하면, 1999년 6월에는 서해교전 사 태가 있기도 했고, 심지어 잠수함 침투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남북한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류는 일정수준 지속되고 있었지만, 남북한 당국간의 관계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었다. 따라 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도 실패한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 러나 중대한 변화가 2000년 6월에 발생하였다. 2000년 6월 13일 부터 15일까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되었기 때 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의미와 중요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적 의미는 5개항으로 구성된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통해 구체화되었다.13) 그 중 첫 번째인 제1항의 내용은, “남과 북은 나 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 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다. 이는 자주와 주체의 원칙 을 강조해온 북한의 전통적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 다. 그러나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에서

12) 이 장은 다음의 내용 중 일부를 새롭게 정리한 것임. Chung-in Moon, “The Sunshine Policy and the Korean Summit : Assessments and Prospects,” East Asian Review, Vol. 12, No. 4(Winter 2000), pp.22-29.

13) 6.15 남북공동선언문의 원문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의 on-line 사이트를 참조.

http://www.kois.go.kr/government/president/2000/s-n/focus/analysi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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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되었던 북한의 주장들과는 다소 상반된 내용이라는 점을 확 인할 수 있다. 즉, 외세의 영향력과 개입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빠 져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북한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서 외 세의 개입과 외부의 영향력 배제를 항상 주장해왔었다. 북한이 주 장하는 외세의 개입이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한미상호방위 조약의 존재를 의미한다. 그동안 북한은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파기가 우선되지 않는다면 남북한 통일 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었다.

그런데, 6.15 남북공동선언에서는 외세의 개입 등에 대한 언급 이 한마디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을 포함한 주요 4강 들과의 국제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따 라서 6.15 남북공동선언은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도 있다. ‘한반 도의 통일문제는 한반도 문제에 개입되어 있는 남북한이 자주적 인 공동노력을 통해 해결되어져야만 한다’14)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결국, 남북한 정상들이 만나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는 서로 일방을 배제하는 ‘배타적 자주’보다는 ‘협력적 자주’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는 사실은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논의의 초점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역시 남북한 정상들이 지역적 안보환경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 반도 문제가 얼마만큼 복잡한 것인가 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들은 주한 미군의 위상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김 정일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주한 미군에 대한 김대중

14) 남북공동선언문의 영문판 공식 문서에서는 ‘자주’를 독립(independence)로 번역하 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잘못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self-reliance이나 또는 self-initiating으로 번역하는 것이 보다 적실성있어 보인다. independence는 독립의 개념에 부합되는 내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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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음 세 가지의 이유를 들면서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주둔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이에 동의한 것이다. 그 첫째는 한반도에서의 신뢰할만한 전쟁 억지력으로서의 주한 미군, 둘째는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안정성을 지속시킬 수 있는 균형자로서의 주한 미군, 셋째는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인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 으로서의 주한 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 미군은 한국이 북한을 침략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15)고 언급함으로써 주한 미군의 수 단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제2조는 한반도 통일방안에 대해 언급함으 로써 매우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제2조에서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 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당시 에 매우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 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국 민족에 대한 위대한 선물로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고려민주연방 공화국 창립방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었다. 북한은 198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제6차 당대회에서 김일성에 의해 제시된 ‘고려 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한반도 통일방안으로서 지속적으로 고집해 오고 있는 것이다.16)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안은 엄밀히 말하면 연방보다는 연맹이나 연합의 형태에 더 가까운 내용이라 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고려연방제 하에서는 외교권과 군사권을

15) 「중앙일보」, 2000년 6월 20일자 참조.

16) 연합뉴스, ꡔ북한 50년ꡕ(서울 : 연합뉴스사, 1995), pp.483-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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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반면, 여타 다른 권한들과 기능들은 두 개의 지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형태로서, ‘1민족 1국가 2정부 2 체제’의 형태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김일성은 1991년도 신년사 에서 “우리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에 대한 민족적 합의 를 보다 쉽게 이루기 위하여 잠정적으로는 연방공화국의 지역자 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향후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 높여 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하는 문제 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를 제안했었다.17)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의 원문이 일부 수정되는 과정에서도 북한 당국과 관료들은 북한의 연방제 모델이 민족 통 일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었다.18)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민족분단 과 대립의 상태에서 일순간에 연방 또는 연합의 상태로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박했던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외교적 주권을 하나로 단일화하고, 군대의 명령체계와 지휘체계를 단기간내 통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대중 대통령은 연방제라는 틀을 통해 지나치게 성급하게 시도된 군사적 통합이 오히려 통일과정 전반을 망쳐버린 예멘의 통일 경 우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반박이 설득력을 갖고 있음을 주장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연합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연방 의 단계에 다다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합단계는 EU 또는 독립국가연합(CIS)의 경우처럼 국가연합과 비슷한 형태인데, ‘1민족 1국가 2정부 2체제’를 예상하고 있는 것

17) 북한연구소, ꡔ북한신년사 분석 1945-1995ꡕ(서울 : 북한연구소, 1996), pp.220-228.

18) 일반적으로 연방은 federation으로 번역된다. 그런데 북한은 연방을 연맹의 개념인 confederation으로 번역함으로써 연방을 연합 또는 연맹과 혼돈된 개념으로 사용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6.15 남북공동선언은 이러한 개념적 혼돈 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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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2가지 종류의 연합방식이 가능하다. 하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의 3단계 통일방안에서 밝힌 바와 같 은 ‘공화국 연합’ 형태이며, 다른 하나는 노태우 대통령이 「한민 족 공동체 통일방안」에서 밝힌 ‘남북연합’의 형태가 그것이다.19) 김대중 대통령의 공화국 연합은 연합을 형성하기 위한 전제조건 으로서 이성적인 정치적 신뢰구축, 자유시장경제체제, 그리고 다 원적 정치체제의 구성이라는 3가지 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연합이 형성되면, 연방의 단계로 발전하는 것은 더욱 용이해 질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단일된 통일국가로 나아가게 될 것이 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 안」은 남북연합으로 발전하고 궁극적으로는 단일된 민족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서 화해와 교류, 협력의 단계를 설 정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이 중간단계로서 연 방의 개념을 수용하고 있다면, 노태우 대통령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은 연방의 단계를 배제하고 있으며 남북연합에서 바로 통일국가로 직접 이동하는 것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이 중간단계로 주장했던 남북연합을 북한의 연방제안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시하 고 있다는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중간단계에서는 4개의 차별적 요소들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 긴장완화, 신뢰구축, 군비통제 및 군축과 남북한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민족의 분단과 군사적 갈등 을 평화적으로 관리해 나간다. 둘째, 민족 통일을 촉진시키기 위 해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킨다. 셋째, 상호 적대적 제도들이 제거 되는 반면, 우호적인 제도들은 강화되고, 한반도 통일을 위한 틀

19) 김대중 대통령이 설정한 개인적인 ‘3단계 통일방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김대중, ꡔ3단계 통일방안ꡕ(서울 : 아태평화재단)을 참조하고,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 공동 체 통일방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국토통일원, ꡔ‘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기본해 설자료ꡕ(서울 : 국토통일원, 1989)의 내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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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성됨으로써 남북의 사회적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들 을 정비한다. 넷째, 남북정상회담,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 남북 공동사무처 등을 신설함으로써 남북한간의 연합 또는 연맹의 관 계를 제도화하고 결국에는 남북한간의 협력체를 형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대중 대통령이 제안하는 노태우 정부의 남북연 합은 북한의 지도부도 수용할만한 내용이다. 따라서 남북한 정상 들은 적어도 2가지 점에 있어서는 합의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의 통일은 점진적이고도 기능적인 접근을 통해 이 뤄질 수 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평의회 의 형성 등과 같이 한국이 제안한 연합의 마지막 단계가 북한이 제안한 연방제의 느슨한 형태와 그 내용이 공통적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북한간에 그동안 완전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 던 한반도 통일 형태에 대한 논의들이 서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 이고 있다는 사실은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이 갖고 있는 가 장 괄목할만한 성과들 중의 하나로 판단된다.

제3조에서는,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 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가기로 하였다”고 규정함으로써, 이산가족 문 제를 언급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하면서부터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 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이러한 시도에 적 극적으로 화답하면서 반대 제안을 제기했다. 한국 내 비전향 장기 수들의 북송을 요구한 것이다. 한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요구에 대 해 일반적인 인도주의적 판단의 범위 내에서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송을 승인했다. 이러한 변화는 납북 어민과 한국전쟁 당시의 한 국군 포로들의 한국 귀환과 맞물려 그동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던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간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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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제4조에서는, “남과 북은 경제협 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 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하였다”고 규정되어 있다. 물론 이들 내용들 은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도 실제로 진행되고 있던 것들이다.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내용상의 발전이 있음을 발견 하게 된다. 첫째는 경제적 협력 및 교류와 관련된 내용이다. 7.4 남북공동성명과 같이 과거 남북한이 합의한 합의서에서도 경제교 류와 협력은 그 자체가 목표로서 이해되고 있었다. 그러나 6.15 선언에서는 남북한간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단순한 목표가 아닌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규 정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민족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는 점은 남북한 경제의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 울 뿐 아니라, 가치있게 받아들여야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균 형적으로 발전시키고’라는 문구 역시 남북한 관계에 있어 새롭게 등장한 문구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는 북한 경제가 한국경제에 비등할 만큼 성장하도록 한국이 경제적으로 지원할 의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된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한국은 시장경제체 제를 북한에 강요함으로써 북한경제를 착취하거나 북한 경제를 일방적으로 흡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사회적, 문화적 교류 및 협력과 관련해서는 과거의 접근 방식 들과 달리, 6.15 남북공동선언에서는 북한의 상황을 반영하여 보 건, 환경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도 주목된다.

제5조에서는,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 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 안에 당국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규정하였다. 이 합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자연스 럽게 남북 당국자간의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협상이 진 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춰본다면, 이 조항은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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