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News, Volume 14, No. 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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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만든 정통 멜로 영화
- 제독의 연인(The Admiral) -
강 정 원 교수 (고려대학교)
1970~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 던 올드 영화 팬들은 <닥터 지바 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애 수(Waterloo Bridge)> 등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던 가슴 아픈 사 랑의 영화들을 기억할 것이다. 전쟁 과 운명의 장난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사랑하지만 서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이 커다란 스크린에 서정적인 풍경,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영화로는 <타이타닉>이 비슷한 부류에 속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런 영화들은 많이 사라졌고, 적당한 웃음과 애교를 가진 깜찍한 애정영화들이 주 류를 이루고 있지만 가끔은 옛날 스타일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영화 <제독의 연인(The Admiral) - 2008년 작, 2009년 국내개봉>은 서사적인 멜로물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옛날 영화의 향기를 2000년도에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인 것 같다. 이 영화의 배경은 제 정을 무너뜨린 러시아 혁명이다. 러시아에서 제작된 작품이라 러시아 혁명에 대한 관점이 어떤지 다소 궁금 했는데, 이제는 러시아 혁명을 바라보는 태도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제정 러시아 시대에 연전연승하고 있던 해군 함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의 연인과 함께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놀랍게도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함대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된 수많은 러브레터가 거 의 100년 만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글에 나타낸 사진은 실존 인물 인 ‘안나’와 러시아 배우 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의 사진이다.
서사적인 멜로 영화의 줄거리를 논하는 것은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스포일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자제하기로 하고, 단지 논하고 싶은 것은 사소한 느낌의 거리감이다. 미국 영화의 적극적인 표현방식 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투박한 러시아 말과 절제된 짤막한 영상처리는 영화에 필요한 양념이 부족하다는 느 낌이 든다. 아마도 미국 영화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가끔씩 고개를 든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 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가장 미국 냄새가 많이 나는 영화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나라 팬들에게 다 가오는 그 느낌은 미국 영화와는 다소 다르겠지만, 눈 덮인 시베리아 철도 길의 광활하고 황량한 풍경, 단 2 년의 짤막한 사랑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여인, 민중 혁명 앞에 무너진 러시아를 다시 한 번 재건해 보려는 해군 제독의 필사적인 전쟁 등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요소들이 종합선물세트를 만들고 있다. 러닝 타임 중에 지루한 부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티즌들이 평가한 이 영화의 평 가 점수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점수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옛날 영화에 대한 그리움은 점수에 반영되지 못할 것이다.
KIC News, Volume 14, No. 2,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