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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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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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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NOVEMBER 20 1 9 52

장회익 교수

장회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주 립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고체물리학 연구(논 문 <GsSb의 에너지 밴드 구조>)로 박사학 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원과 루이지애나대학교 방문교수를 거쳐 30여 년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 과정’에서 겸임교수로 참여했다. 지금은 서 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초빙교수로 서 경희대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물질, 생명, 인간: 그 통합적 이해의 가능 성』,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 삶』, 『공부 이야기』(구판 『공부도둑』), 『이분법을 넘어 서: 물리학자 장회익과 철학자 최종덕의 통합적 사유를 향한 대화』, 『삶과 온생명』, 『과학과 메타과학』 등이 있다. ◀ 고향이 경상북도의 시골이신데 어린 시절 은 어떠하셨나요? 내 고향은 경북 예천군 “호랑이가 운 다”는 뜻의 호명면(虎鳴面)입니다. 그렇 다고 깊은 산 속은 아니고 지금은 생태 계 파괴로 논란을 빚고 있는 맑은 내 내 성천변의 작은 마을입니다. 내 저작인 ‘공부이야기’(‘공부도둑’의 개정판)에 자세 히 적었지만, 나는 태어난 지 1년 만에, 토목기사였던 아버지 직장을 따라 만주 연길이란 곳에서 7살까지 살고, 다시 강 원도 춘천으로 돌아와 해방이 되던 해 3 월, 춘천국민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반년 간이나마 일제의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 대입니다. 4학년 초에 고향으로 돌아와 호명국민학교를 몇 개월 다니다가, 다시 청주로 옮겨 한벌국민학교에서 5학년을 마쳤습니다. 졸업을 했더라면 1회 졸업 생이 됐을 텐데, 6.25 전쟁으로 인해 고 향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중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농사일을 돕다가 다 음해 우리 동네에 설립한 고등공민학교 를 1년 남짓 다닌 후, 충북 음성군에 있 는 감곡중학교 2학년 2학기에 가까스로 편입하여 그 곳에서 최초로 졸업장이라 는 것을 받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배운 것이라곤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낯선 곳,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방법이고, 다 른 하나는 공부는 결국 제 힘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종 때 문필가 강희맹 선생이 쓴 ‘도자설(盜子說)’이라는 글이 있는데, 애비 도둑이 아들 도둑을 고의로 위험에 빠트려 스스로 위기를 벗어날 능 력을 키우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내 경 우가 바로 그 도둑의 아들 신세였던 셈 이지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 ‘공부도둑’이 라 칭하기도 합니다. ◀ 해방 이후 곧바로 전쟁을 겪은 그야말로 어렵고 힘든 시절이셨을 텐데 어떻게 물리 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셨습니까? 처음에는 ‘과학’을 하겠다는 생각에 청 주공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입학했어요. 당 시에는 과학고등학교라는 곳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산업을 일으키 려면 기계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요. 공과대학으로 진학하려면 필수 적으로 물리 과목 시험을 쳐야 했는데, 운이 나쁘게도 당시 우리학교에서는 물 리 과목을 한두 주밖에 배우지 못했어요. 물리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고 그 후 충 원이 되지 않았던 탓이지요. 그래서 결국 교과서만 붙잡고 물리를 혼자 공부했는 데, 이게 너무도 재미있는 거예요. 그리 고 또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 의 길이가 늘어났다 줄었다 한다는데, 이 걸 모르고 어떻게 세상을 살 수 있느냐 하는 생각에서 기계공학을 기꺼이 포기 하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지요. ◀ 대학에 입학해서는 어떻게 생활하셨고 또 공부하셨습니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에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고 보니 물리학 공부가 그리 만만 치 않더군요. 선생님들도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 잘 인도해 주지 못한 탓도 있겠지요. 어쨌든 물리학이 잘 이해 되지 않기에 철학이 부족해서 그런가보 다 하고, ‘과학철학’을 비롯해 철학과 과 목들을 제법 여러 개 들었는데(아마 철학 부전공 정도는 될 거예요), 철학적 소양은 좀 얻었지만 물리학 공부에는 별 도움이 안 되더군요. 당시 교육 여건은 아주 열 악했어요. 교재는 주로 영어로 되어있어 서 읽기도 쉽지 않았지만 그나마 살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어서 교수가 칠판에 적어주는 것만 받아 적기 바빴지요. 또 등록금 이외에 집에서 학비 를 대어줄 형편이 안 돼서 주로 가정교사 를 했는데, 아이들과 부대끼다보니 공부 할 시간이 태부족이었어요. 그래도 학구 열은 높아서 친구들과 함께 두서없이 이 것저것 하는 척은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별로 없었어요. 다행히 졸업 후, 공 군사관학교 물리학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그간 소화하지 못한 물리학 내용들을 스 스로 정리해냄으로써 나름의 기초를 쌓 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의 되새김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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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NOVEMBER 20 1 9 53 라는 것이 있지요. 내 경우가 딱 거기에 해당하는 거예요. ◀ 유학생이 거의 없었던 시대에 유학을 결 심하시게 된 동기가 무엇이고, 또 유학생활 은 어떠셨는지요. 당시 공부를 계속하는 거의 유일한 길 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었어요. 물론 집 에서 학비를 지원받아 나가는 것은 꿈도 못 꿀 형편이었고 (더구나 내가 졸업한 직후 아버지 건강이 악화되어 직장마저 쉬고 치료에 전념해야 했기에, 많든 적든 내가 오히려 도와야 할 형편이었지요) 따 라서 외국 대학의 대학원 조교 자리를 얻어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다행히 내 경우 미국의 GRE 시험(당시 서울에 있는 미8군 기지에서 대행했음)에서 높은 성적을 얻었기에, 이 를 바탕으로 쉽게 조교자리를 얻어 이후 무난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조마조마했지요. 당시 내 조교 급여를 일 부 남겨 집에 보내드린 것이 우리 집 재 정의 거의 전부였는데, 조교 자리라도 놓 치면 내 학비는 물론이고 우리 집 생계 가 막막해지는 상황이었어요. ◀ 서울대 교수로 계시면서 학내외에서 진보 적이고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신 걸로 기억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10년간 서울대 신입생 을 뽑지 말자고 제안하신 적이 있으시죠? 내부의 반대로 실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는데 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으신가요? 혹 다른 제안이 있으신지요? 지금도 여전히 그 문제가 있고 어느 점에서는 더 심각합니다. 학생들은 고등 학교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은 입학생의 성적이 아니라 입 학 후의 성과를 통해 그 가치가 인정되 어야 합니다. 단지 이를 만들어내는 과정 이 문제이기에, 그런 극단적 처방도 생각 해보았던 겁니다. 이제 제도적 개선에 대 해 내가 할 말은 없고, 오히려 학생 그 리고 학부모 입장에서 이런 굴레를 벗어 날 길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학교 명성 만 무시하면 갈 수 있는 대학은 얼마든 지 많기에, 별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 는 대학을 골라 입학을 한 후, 주로 자 신의 힘으로 공부하면서 최대의 성과를 내도록 해보는 것이 자신에게나 사회를 위해 가장 유익하리라는 것입니다. 그리 고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잘 발굴해 활용해야 할 것이고요. ◀ 정년을 1년 앞두고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을 만드는데 참여하셨고, 또 초대 총장을 지내셨습니다. 대안대학을 만들게 된 계기와 지금 느끼시는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이것 또한 제 나름의 교육 철학에 바 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제도나 형식에 구 애받지 말고 진정한 공부만을 위한 대학 의 표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의 외로 안과 밖에서 제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 더 이상 공적인 교 육에는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 물리학을 공부하시면서 생명에 대해 물음 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생명을 모르고 물리학만 아는 생 애를 영위한다는 것이 제게는 온전한 삶 이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1960년대에 이르러 분자생물학이 알려 졌고 생명을 이해하는 길이 열렸다고 생 각했습니다. 그래서 생물학 쪽으로 관심 을 돌렸는데, 막상 “생명이 과연 무엇이 냐” 하는 문제에 이르면, 이것은 생물학 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물리학의 문 제에 더 가깝습니다. 생명을 포함해 사 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물리 학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제호를 내건 최초의 책을 생물학자가 아닌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썼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지 요. ◀ 생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온생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셨는데 ‘온생 명’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주세요. 아주 간단해요. 생명을 이해하려면 생 명의 테두리가 어디까지인가를 봐야 하 는데, 그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전체가 바로 온생명입니다. 흔히 생명을 ‘열린 계’라고 하는데, ‘열린 계’라는 것이 무엇 입니까? 그 계 밖에 그 계를 가능케 하 는 본질적인 것이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 밖에 있다는 본질을 다 포괄해서 더 이 상 ‘열린 계’가 되지 않는 데까지 나간 것이 온생명입니다. 그러니까 온생명은 ‘닫힌 계’로서의 생명의 모습이고, 따라서 그 자체만으로 자족적으로 존속이 되는 생명 체계를 말한다고 보면 됩니다. ◀ 제임스 러브록도 온생명론과 유사한 ‘가 이아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두 이론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러브록의 가이아와 온생명은 태양을 포함시키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다를 뿐 (온생명은 자유에너지의 근원인 태양을 포함시킵니다) 외형적으로 흡사합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가이아 는 지구 체계도 하나의 유사 생명체라고 보는 관점이며, 온생명은 온생명을 이루 어야 비로소 진정한 생명이 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말하자면 가이아는 기존의 낱생명 중심의 개념 체계를 그대로 두고 가이아도 그 가운데 하나로 편입시키려 는 관점임에 반해, 온생명 관점에서는 낱 생명들은 모두 온생명의 부분으로서만 존재하게 되는 조건부 생명이고 오직 온 생명만이 홀로 설 수 있는 진정한 생명 의 단위라고 보는 것입니다. ◀ 온생명론에 대해 다양한 반응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비판적 견해 를 소개해주시고 그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 을 말씀해주세요. 우리가 지닌 개념들 가운데에는 ‘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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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NOVEMBER 20 1 9 54 적 개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 시간과 공간 개념이 그 대표적인 것들인데, 이것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 도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의식 속 에서 우리가 자기 속에 만들어 가진 관 념의 틀입니다. 이것은 매우 유용하기는 하나 의식적으로 만들어 가진 것이 아니 기에 이를 의식적으로 검토하거나 비판 하기가 매우 어려운 개념들입니다. 그래 서 칸트는 이를 감성의 형식이라 부를 정도로 이것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 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 또한 이런 성격의 자득적 개념입니다. 이 것이 바로 낱생명 개념인데 사람들은 여 기에서 벗어나기를 극도로 거부합니다. 하지만 물리학에서 일상적 시간 공간 개 념을 벗어나 4차원 시간 공간을 파악하 듯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이것을 넘어설 수는 있지요. 그러나 이것은 물리 학자들에게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지요. 지금 생명 개념에 대해서도 비슷합니다. 합리적으로는 온생명 개념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자득적 개 념 곧 일상적 생명 개념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합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생물학자들 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온생 명에 대해 체계적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 은 거의 없고 단지 이것을 그저 생명이 아닌 허상이라고 보고 있을 뿐입니다. ◀ 온생명을 제시하신 지도 많은 시간이 지 났습니다. 처음에 발표한 이론에 비해 더 개선되었거나 변화한 내용이 있다면 소개 해 주세요. 그 내용을 한 마디로 말씀드릴 수는 없고, 저의 처음 생각들이 제 저서 ‘과학 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등에 서술적 으로 표현되었다면, 그 후에 나온 ‘물질, 생명, 인간’ 그리고 ‘생명을 어떻게 이해 할까?’에서 좀 더 체계화되었다고 할 수 있고, 최근에 쓴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 의’에서는 이것을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 간을 이해하는 전체 맥락 안에 담아내었 다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초기에 주로 온생명의 형태적인 관점이 강조되었다면 후기로 오면서 이것이 어떻게 가능해졌 는가 하는 발생론적인 관점과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존재론적 관점이 보강되었 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생명에 대한 이론 말고도 양자역학의 새 로운 해석인 ‘서울해석’을 내놓으셨습니다. 어떤 해석이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쉽게 설 명해주세요. 이것 또한 말로 하기 보다는 최근에 쓴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4장 ‘양자 역학’과 제9장 ‘앎이란 무엇인가’하는 부 분에 정리해 놓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양자역학에 관한 기존의 여러 어수선한 설명과 해석들을 과감히 떨쳐내고 몇 가지 가장 자연스러운 공약 을 중심으로 그 핵심적 내용만을 추려내 었다고 하면 될까요? 아마도 핵심적 요 지는 4차원 위치-시각 공간과 4차원 운 동량-에너지 공간이 서로 Fourier 변환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과, 측정의 문제를 변 별체(discerner)를 통한 ‘사건(event)’, ‘빈 -사건(null-event)’ 개념으로 설명한다는 점 등이 될 것입니다. ◀ 오래 전에 칸트의 비판철학에서 현대물리 학을 이끌어내신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아마도 제 책 ‘물질, 생명, 인간’을 보 시고 하는 말씀 같은데, 시간, 공간 등의 개념이 우리의 이성 안에 박혀 있다고 보는 칸트의 생각이 오늘 우리가 물리학 에서 말하는 관념의 틀에 해당한다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칸트의 생각과 다 른 점은 이것이 이성 안에 고정 불변의 형식으로 고착된 것이 아니라 이것 또한 우리 이성의 산물이라는 점이지요. 그래 서 상대성이론의 시공 개념, 양자역학의 복합적 시공 개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칸트의 이론을 받 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라, 칸트가 행한 것 과 같은 인식론적 검토를 수행해 나가자 는 것입니다. ◀ 최근 양자컴퓨터 연구와 개발과정을 보면 한편으로는 양자역학에 대한 본질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다 른 한편으로는 AI의 등장 등 과학기술이 매 우 위험한 미래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염 려도 됩니다. 선생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고 계십니까? AI의 등장으로 어떤 미래를 만드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린 문제 입니다. 대체로 강력한 도구가 만들어지 면 이를 감당할 여건을 만들어내지 못한 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심리적, 사 회적, 정치적 문제들이 산적하겠지만, 가 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기이해를 심화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주가 무엇이 고 그 안에 있는 나는 어떠한 존재인지 에 대한 심층적 이해에 바탕을 두지 않 는다면 오히려 AI와 이것이 만들어내는 세계 속에 매몰될 수 있습니다. ◀ 선생님 연세가 이제 팔순에 들어서셨는데 젊은 사람들에 뒤지지 않는 활동을 하고 계 십니다.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계십니까?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기력이 떨어지 고 기억력도 감퇴하기 마련이지요. 이것 은 자연스런 일이니 자연스레 받아들이 고 대신 좋은 습관과 긍정적 마음가짐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태를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아마도 중년 이후의 건강은 자기 가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할 경우, 노년이라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나는 나이 80 이 되어 내 놓은 물리학 논문이 있는데, 이것은 내 일생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고, 아울러 중요한 작품이기도 합 니다. 이것은 내가 80까지 살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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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NOVEMBER 20 1 9 55 면 못 내 놓았을 작품이니, 나이가 많아 야 할 수 있는 일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겠지요. 대체로 통합적 시각, 그리고 지 혜로운 판단은 노년이 될수록 더 향상된 다고 봅니다. 그러니 노년이 많아야 더 좋은 세상이 될 수도 있지요. 내게 건강 과 활동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는다면, 오 직 좋은 습관과 낙천적 생각이라고 말하 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한두 시간 정도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을 하는 습관 만 붙여놓아도 건강 걱정은 별로 안 해 도 됩니다. ◀ 올해에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라는 무 게 있는 책을 내셨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퇴계가 선조에게 올린 그림인 ‘성학십도’와 불교의 구도 과정을 말하는 곽암선사의 ‘심 우십도’의 틀에서 자연철학을 풀어놓으신 점 입니다. 어떤 의미를 가진 책인지 소개해주 세요.

C. P. Snow의 유명한 ‘The Two Cul- tures’란 책이 있어요. ‘인문 문화’라는 것이 있고 ‘과학 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여 인류의 장 래가 어둡다는 것입니다. 아마 나온 지 칠팔십년은 된 책일 텐데, 아직 그 장벽 은 두텁고 어쩌면 날로 더 두터워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이 콘크 리트 벽에 구멍을 뚫어보자는 겁니다. 인 문학자가 이 책 한 권 읽으면 과학의 세 계가 보이고, 과학자가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인문 세계에 나가서도 할 말이 있도록 해보자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자 기의 전공 영역이 어디에 있든 이 책 한 권으로 우주와 인간 그 전체를 보게 되 리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물리학자에게는 읽기가 가장 좋을 것입니다. 우선 그 수 학적 표현에 익숙하니까요. 하지만 인문 학자도 넉넉잡아 1년만 붙들고 씨름을 하면 자연이라는 것이 눈앞에 보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서로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들으면서 대화 를 할 수 있지요. 특히 물리학자 혹은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 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통해 자기가 하 는 물리학의 심층적 내용을 그 문화적 배경과 함께 한 눈에 파악하는 데에 도 움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사실 공부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전체를 보 려면 깊은 속이 안보이고 깊은 속을 보 려면 전체가 안보이지요. 이 딜레마를 극 복하기 위해 최대한의 심혈을 기울인 책 이 이 책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 수학적 표현도 썼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어렵다고들 합니다. ◀ 앞으로 또 계획하고 계시는 저서가 있으 시면 알려주세요. 나는 이제 책을 그만 써도 탓할 사람 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에 건강을 장담할 수 없기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 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도 사정이 허락한 다면 ‘앎과 깨달음’이란 주제를 정해 놓 고 이른바 깨달음의 세계와 앎의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 한국의 과학교육 혹은 교육전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너무 세세한 부분만을 보려하고 전체 를 보는 눈을 기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 지금은 우리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변화의 시기이자 위기의 시기인데 물 리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물리학이 지닌 지적 자원을 최대로 활 용해 자신과 그리고 세계가 깨우친 삶을 살아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학문 가운데 물리학만큼 심오하고 신뢰할만한 앎의 체계도 없는데, 우리는 이 보물을 안고, 이 안에 매몰되어 스스로 바보가 되어가지나 않나 하는 느낌을 종종 가지 게 됩니다. ◀ 스스로를 공부꾼이라 하신 적이 있는데, 공부꾼으로서 후학들에게 학문을 이렇게 하 라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항상 살 피고, 그것의 중요성이 느껴지면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라는 것입 니다. 여기서 내 것으로 만든다는 말은 그것을 완전히 내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 유상균 교수] 유상균 교수는 경남 함양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대학 녹색대학교(지금은 ‘온배움터’로 개명), 그리고 서울에 있는 지식순 환협동조합(지순협) 대안대학에서 강의와 더불 어 교과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대안교육운동에 힘쓰고 있다. 또한 함양에서 군민들을 대상으로 물리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서울시립대학교 에서 「과학사 이야기」와 「인문사회계를 위한 물 리」를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시민의 물리학』이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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