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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이야기] 슈뢰딩거의 묘비명과 1935년 논문 -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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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55

슈뢰딩거의 묘비명과 1935년 논문

김 재 영

저자 약력 김재영 박사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물리학 기초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플 랑크 과학사연구소 초빙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물리철학 및 물리학사를 가르치고 있다. 공저로 『정보혁명』, 『양자, 정보, 생명』, 『뉴턴과 아인슈타인』 등이 있 고, 공역으로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 도』, 『에너지, 힘, 물질』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그림 1. 에르빈 슈뢰딩거의 묘비.(오스트리아 티롤 소재) 그림 2. 에르빈 슈뢰딩거의 묘비명.(오스트리아 티롤 소재) 오스트리아 티롤에는 에르빈 슈뢰딩거 의 묘가 있다. 그 묘비명에는 1942년에 슈뢰딩거 자신이 쓴 존재론적인 글귀가 새겨져 있다.

“Denn das, was ist, ist nicht, weil wir es fühlen,

Und ist nicht nicht, weil wir es nicht mehr fühlen.

Weil es besteht, sind wir und sind so dauernd.

So ist denn alles Sein ein einzig Sein. Und dass es weiter ist, wenn einer

stirbt,

sagt dir, dass er nicht aufgehört zu sein.” E. S. 1942 “그러니까 있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느 끼기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더 이상 느끼지 않는 다고 해서 그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지속되므로, 우리는 있으며 그렇 게 이어진다. 따라서 그렇게 모든 존재는 하나뿐인 존 재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죽는다 해도 그것이(그 가) 계속 존재하며 그것이(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 이다.” 슈뢰딩거는 마흔 살이 되던 생일(1927 년 8월 12일)에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쓴 적이 있다.

Er hatte mit seinem vierzig Jahren Von Leben weniger erfahren

Als manche von den Jüngern um ihn her.

Und dennoch wusste er erheblich mehr davon,

Wie dieses Weltgetrieb im Innersten zusammenblieb

Als er zu sagen sich erkühnte,

Obwohl er nicht den Namen “Prud” verdiente.

Sein Wissen stab zum Glück mit ihm, Jetzt teilt er’s mit den Cherubim.

Ob denen Neues brachte sein Bericht, Das wusste er zu Lebzeit selbst noch

nicht. 1927.8.12 E.S. 그가 지낸 40년 동안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경험이 적었다. 그 주변의 다른 제자들에 비해. 그러나 그는 더 많은 것을 알았다. 이 세계가 그 안에서 어떻게 묶여 있는지. 그는 거기에 대해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샌님”이라 불리기는 어려웠지 만. 이 지식이 그와 함께 사라진 것은 다행 스런 일이다. 이제 그는 이것을 케루빔과 나눌 수 있다. 이 소식이 새로운 것이 될지는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알 수 없 었다. 인도 고대철학 우파니샤드에 나올 법 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아리송한 묘 비명들은 무슨 의미일까? 혹시 양자역학 과 무슨 관련은 없을까?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적어도 1930년대의 노벨상 위원회는 그렇게 보았다. 하이젠베르크의 1932년 노벨물리학상 업적은 “양자역학 을 만든 공로, 그리고 이를 응용하여 특 히 수소의 동소체 형태를 발견하게 한 공로”이다. 이에 비해 1933년 노벨물리 학상 수상자인 슈뢰딩거와 디랙의 공동 업적은 “원자이론의 새로운 생산적 형태 를 발견한 공로”이다. 또 1924년에 ‘양자 역학(Quantenmechanik)’이란 이름을 처 음 만들어 제안한 사람은 다름 아니라 막스 보른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양자 가설(quantum hypothesis)’이란 말이 사 용되기도 했고, 보어-조머펠트 이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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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56 그림 3. 슈뢰딩거의 1935년 논문 표지. ‘양자이론(Quantentheorie)’으로 지칭하기 도 했지만, 이를 ‘역학’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 사실상 새로운 이론체계로 제시한 것은 보른의 공이다. 그렇다면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에 어떤 공로를 세웠을까? 물론 슈뢰딩거의 방정 식과 거기에 바탕을 둔 파동역학은 인류 사에 길이 남을 거대한 업적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가 더 유명하다. 이 역설 같은 이야기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35년이었다.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논변이 미국 에서 발표되던 그 해에 세 번에 걸쳐 독일의 <자연과학지>에 발표된 슈뢰딩거의 논문 “양자역학의 현재 상황(Die gegenwärtige Situation in der Quantenmechanik)”[1]

은 흔히 거시적인 대상에는 양자역학을 적용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거나, 미시적 대상에서의 양자역학적 중첩이 증폭되어 거시적 대상에서 발현하는 상황을 말해 준다거나, 일종의 역설로서 양자역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양자역학에서 가 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 으며,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양자 얽힘’의 개념을 정립하고 상세하게 논의하고 있 다는 점에서 차분하게 음미해볼 만한 가 치가 있다. 슈뢰딩거의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 되어 있다. §1.모형의 물리학 §2.양자역학에서 모형변수의 통계 §3.확률예측의 예 §4.이론의 기초를 이상적인 앙상블에 둘 수 있는가? §5.변수들이 정말로 흐려지는가? §6.인식론적 관점의 의식적 교체 §7.기댓값의 목록으로서의 함수 §8.측정의 이론 1부 §9.상태의 서술로서의 함수 §10. 측정의 이론 2부 §11. 얽힘의 풀림. 실험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 §12. 예 §13. 예의 계속: 모든 가능한 측정은 명 백하게 얽혀 있다 §14. 얽힘의 시간에 따른 변화. 시간의 특별한 역할에 대한 고찰 §15. 자연원리인가, 계산도구인가? 슈뢰딩거는 고전물리학에서 상태 (Zustand)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관 찰을 통해 자연의 대상에 대한 표상을 만드는 것은 기하학에서 부분을 통해 전 체를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렇 게 대상에 대한 표상을 결정하는 부분 (Bestimmungsstücke)이 바로 상태이다. 고전통계역학에서는 상태의 개념이 입자 들의 위치와 운동량으로 표현되지만, 양 자역학에서는 하이젠베르크 미결정성 관 계(Ungenauigkeitsbeziehung) 때문에 이 러한 상태 규정이 어려워진다. 즉 기브즈 의 앙상블 개념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 나 고전적인 상태 규정이 아니라고 해도 적절한 수학적 장치가 있어서 이로부터 임의의 시간에 모든 변수에 대해 통계적 분포를 결정할 수 있다면 상태 규정으로 서의 역할은 다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 확률분포만을 예 측할 수 있다고 해서 대상이 이것 또는 저것으로 명확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 라 뭔가 흐려져서 어중간한 구름이나 안 개처럼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 슈뢰딩거의 주장이다. 미결정 성 관계의 의미에 대한 해석에서도 마찬 가지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5 절에서 도입하는 고양이의 사고실험이다. 엉뚱하게도 지금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라는 용어가 양자역학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되어 버렸지만, 슈뢰딩거가 이 사고실험을 제안한 것은 귀류법적인 논변을 통해 당시 퍼져 있던 잘못된 관 념을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고양이에게 ‘반생반사’의 상태를 부여하는 것이 우스 꽝스럽고 납득할 수 없는 것과 꼭 마찬 가지로 원자나 전자의 경우에도 상태의 서술은 존재론적인 서술이 아니다. 즉 양 자역학에서의 확률예측을 실재의 상 (Abbild der Wirklichkeit)에 대한 ‘흐려 진 모형(verwaschenes Modelle)’으로 보 면 안된다. 확률예측은 대상에 대한 지식 의 부족을 의미하며 인식론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함수는 측정결과의 확 률분포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다. 기대값의 목록으로서 함수의 변화 는 인과적이며 연속적이지만, 이것은 측 정이 일어나기 전까지에만 해당한다. 측 정을 할 때마다 일종의 갑자기 변화하는 함수를 할당해야 하며, 이는 측정 결 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예측할 수 없다. 이렇게 실재론을 거부하게 되면, 변수 가 일반적으로 측정하기 전에는 어떤 특 정한 값을 갖지 않으며, 따라서 측정은 변수가 가지고 있던 값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적 귀결을 얻게 된다. 슈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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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57 딩거는 측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두 개의 계(측정대상과 측정장치)의 주 도면밀하게 준비된 상호작용을 통해 뒤의 계(측정장치)에 대한 직접 감지할 수 있는 속성(눈금위치)이 바로 반복되 는 과정에 대해 특정의 오차범위 내에 서 재생될 수 있을 때, [이 상호작용 을] 앞의 계(측정대상)에 대한 측정이 라 부른다.” 어떤 변수에 대해 측정을 하고, 바로 뒤이어 그 변수를 다시 측정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 측정이 일어나기 전에 임의의 양자이론 예측이 가능하다 면, 그 첫 번째 측정에서는 그 예측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측정의 정의로부터 두 번째 측정에서는 앞에서 의 예측과는 달리, 이미 나온 측정 결과 가 반복되리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따라 서 함수를 기대값의 목록으로 본다면, 측정의 과정에서 함수가 불연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따라서 슈뢰딩거가 “측정은 함수의 연속적인 시간적 변 화를 지배하는 법칙을 따르지 않고, 아무 법칙의 지배도 받지 않으며 측정 결과에 따라 서술되는 전혀 다른 변화 를 겪는다.” 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 변화는 물리적 변화일까? 슈뢰딩 거는 측정의 이론을 다음 세 가지로 요 약한다. 1. 측정에 따른 기대값 목록의 불연속 변화는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측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여하튼 측정값을 얻 어야 하기 때문이다. 2. 이 불연속 변화는 인과적 법칙에 지 배를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는 측 정된 값에 따라 달라지며, 측정된 값 은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다. 3. 이 변화에는 일종의 지식의 손실이 생기지만, 지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 기 때문에, 대상이 변화해야 하며, 이 는 예측할 수 없는 다른 방식으로 이 루어진다. 슈뢰딩거로서는 측정이 비록 인과적이 고 연속적인 법칙으로 서술될 수는 없더 라도 측정대상과 측정장치 사이의 상호 작용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측정 이전의  함수가 말해 주는 기대값 목 록과 측정 이후의 기대값 목록이 다르기 때문에, 서술자의 지식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때 대상은 그대로인 채 서술 자의 지식만 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대 상 자체가 달라지는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슈뢰딩거가 후자의 선택을 하는 근거 는 무엇일까? 1935년과 1936년에 <케 임브리지 철학 학회 수학 학술지>에 출 판된 논문에 따르면,[2] “어떤 전체 계의 최대 지식이 반드시 그 부분들의 최대 지식을 포함하는 것 은 아니며, 부분들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 전혀 영향을 줄 수 없을 때에도 그러하다.” 따라서 우리가 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부분계들 사이의 관계이다. 슈뢰딩 거가 측정에서 일종의 지식의 손실이 일 어나지만, 실제로 지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상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측정과정은 단순히 측정대상과 측 정장치 사이의 상호작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측정과정은 그 러한 물리적 상호작용일 수 없다. 왜냐하 면 이를 서술할 수 있는 물리적 법칙이 없기 때문이다. 슈뢰딩거에게 측정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 이 바로 얽힘(Verschränking, entangle- ment)이다. “상태(representative)를 알고 있는 두 계가 일시적으로 물리적 상호작용을 할 때, 상호 영향의 시간이 지난 뒤 두 계 가 떨어져 있게 되면, 이전과 같이 각 각 기술되지 않고 그 계들 자체의 상태 를 부여받게 된다. 나는 이것을 양자역 학의 여러 특징들 중 하나가 아니라 오 히려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본다. 바로 이것이 양자역학을 고전적인 사고 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상호 작용을 통해 두 상태(또는 함수)는 얽 히게 된다(entangled).” 1935년 8월부터 1936년 4월까지 슈 뢰딩거의 언급에서 무엇이 얽히는지가 계속 달라진다. 위의 인용문에서는 “상태 (대변자, representatives)의 얽힘”을 말 하고 있지만, 뒤에는 “예측치의 얽힘 (Verschränkung der Voraussagen)”이 나 “지식의 얽힘(Verschränkung unseres Wissens)”을 말하기도 한다. 두 계가 얽힌 상태에 있다면, 아직 정 해지지 않은 첫 번째 계의 측정 결과에 따라 두 번째 계의 확률분포가 정해진다. 슈뢰딩거의 표현을 빌면, “이런 식으로 두 번째 계에 대한 임의의 측정과정이나 그에 상응하는 임의의 변수는 첫 번째 계의 임의의 변수에 따라 달라지며, 당연 히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에 전 체 목록에서 조건부 명제가 성립한다면, 전체 목록은 단일계에 대하여 최대가 될 수 없다.” 슈뢰딩거는 여기에서 매우 흥미로운 측정의 이론을 전개한다. 측정과정을 얽 힘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얽힌 상태의 두 부분계 중 하나를 측정되는 대상으로 하고 다른 하나를 측정장치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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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58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측 정장치를 자동장치로 만들고 눈금을 읽 는 것은 최대한 뒤로 미룬다. 이렇게 자 동으로 데이터를 얻는다면 전체 계에 대 한 최대 기대값 목록을 얻게 된다. 이 측정결과는 조건부 명제로 되어 있다. 장 치에 있는 펜이 1번 줄에 표식을 남긴다 면 대상은 이러저러한 상태이고, 2번 줄 에 표식을 남긴다면 또 이러저러한 상태 에 있다는 식이다. 측정되는 대상의  함수에도 도약이 없으며 그렇다고 파동 방정식으로 표현되는 자연법칙에 따라 변한 것도 아니다. 대상의 기대값 목록은 부분들의 기대값 목록들의 조건부 논리 합이다. 즉 여러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 이다. 만일 사람이 측정결과를 들여다보 지 않는다면 손실되는 지식은 없다. 가능 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살 아 있는 주체이다. “측정대상과 측정 장치의 결합에서 대 상이 분리되는 것은 오직 살아 있는 주체가 측정 결과를 실제로 인지함으 로써만 가능하다.” 얽힌 상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하 는 들여다봄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런 불 연속도 생기지 않는다. 슈뢰딩거는 이를 정신 작용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대상 과 측정 장치 사이의 물리적인 상호작용 은 이미 과거에 일어났고, 그 뒤에는 대 상이 아무런 물리적 영향을 받을 수 없 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관찰자와 무관하게 편미분방정식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의  함수가 이제 와서 일종의 정신 작용 을 통해 불연속적으로 변화한다고 말하 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 상의  함수는 이제 사라져 버리고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없는 것이 변화할 수는 없다. 대상의  함수는 인식행위 (Wahrnehmungsakt)를 통해 다시 태어 나고 다시 구성되고 이전에 가지고 있던 꼬여[얽혀] 있는 지식으로부터 분리된다. 그 인식행위는 사실상 측정대상에 대한 물리적 효과가 아니다. 이전에 알고 있던  함수의 형태로부터 다시 나타난 새로 운 형태로 가는 길은 연속적이지 않다. 그 길은 실상 소멸을 통해 나아간다. 이 두 형태를 대조시키면 상황은 도약인 것 처럼 보이게 된다.” (강조는 인용자) 슈뢰딩거가 보기에, 측정에서 가장 중 요한 것은 대상과 측정 장치 사이의 얽 힘이지만, 이를 통해 여러 가능한 선택지 들 중 하나로 가게 되는 것은 물리적 효 과가 아니다. 새로운 상태 함수는 이전의 상태 함수로부터 연속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신 작용을 통해 대상 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슈뢰딩거가 측정 과정이 단지 물리적 상호작용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은 의 미심장하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구성적 이론(constructive theory)과 원리적 이 론(principle theory)을 구별하면서, 원리 적 이론에서는 임의적인 요소들이 최대 한 배제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가령 상대 성이론에서조차 시계나 막대와 같은 요 소들을 통해서만 측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 았다. 양자역학이 원리적 이론이라면 측 정과정도 양자역학으로 서술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원리적 이론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다. 슈뢰딩거가 세 번에 걸쳐 나누어 발표 한 이 논문, “양자역학의 현재 상황”에서 굳이 두 절을 할애하여 ‘측정의 이론 (Theorie des Messens)’을 상세하게 논 의한 것은 측정과정을 양자역학의 형식 이론, 즉 자신의 이름이 붙은 상태변화의 방정식만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 가능 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측정과정 도 두 부분계 사이의 얽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결국 측정 장치로부터 대상계의 상태를 읽어내는 것은 살아 있는 주체임을 강조함으로써, 측정의 이론을 형식적 양자역학으로 환 원할 수 없음을 주장하는 셈이 되었다. 양자 얽힘은,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고 이어져 있다는 고대 인도의 우파니 샤드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종종 이야기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주장 은 물리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 다. 그러나 궁극의 실재로서의 브라흐만 과 각 개인의 영혼과 정신으로서의 아트 만이 하나라는 베단타 특유의 사상을 깊 이 공부하고 성찰했던 슈뢰딩거는 적어 도 자신의 묘비명에서는 그런 얽힘과 이 어짐을 역설하고 있다. 양자역학에서 가 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 측정의 문제 를 형식적 양자역학만으로 해결할 수 없 다는 슈뢰딩거의 주장도 얽힘에 대한 그 의 고유한 이해와 연결될 것이다. 슈뢰딩 거의 1935년 논문을 1942년에 슈뢰딩거 자신이 쓴 묘비명과 연관시키는 것이 아 주 무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 참고문헌

[1] Erwin Schrödinger, Die Naturwissen- schaften 23, 807-812, 823-828, 844- 849 (1935); J. D. Trimmer (transl), Proceedings of the American Philoso- phical Society 124(5), 323-338 (1980); reprinted in J. A. Wheeler and W. H. Zurek (eds.), Quantum Theory and Measurement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3). pp. 152-167.

[2] Erwin Schrödinger, Mathematical Pro- ceedings of the Cambridge Philoso- phical Society 31, 555-662 (1935); Erwin Schrödinger, Mathematical Pro- ceedings of the Cambridge Philoso- phical Society 32, 446-45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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