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지난 2011년은 우리 나라의 복지정책의 발전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 게 이루어진 해였다. 무상급식의 시행을 둘러싼 정책적 대립은 결국 서울시장이 바뀌는 정치적 변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대학 반값등록금 시행 을 둘러싼 의견의 대립도 그에 못지 않게 격렬 한 형태로 표출되었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다소 학술적인 쟁점도 일반 시민들 에게 별로 낯설지 않은 주제가 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 일까. 우선 복지정책이 정책적 경쟁, 나아가 정 치적 경쟁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 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그만큼 서민들의 생 활이 고달프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중산 층을 포함하여 다수의 국민들은 이러 저러한 사 회적 위험에 직면해 있고 그에 따라 지출의 필 요성은 늘어나는데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는 3 중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 문제가 시장에 서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비로소 복지정책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올 바른 복지정책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각 영역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의 환경이 변화하고 복지제도에 대한 관 심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적 위험 을 국가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질문은 다른 한편 으로는 기존의 제도들이 국민들을 보호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었는가 하는 형태로 제기될 수 있다. 만일 그 기능이 미흡했다면 새로운 환경 에 대응하여 어떠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가 하 는 질문이 따라서 제기될 것이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 공공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쟁점과 전망
Issues and Prospect of the Basic Social Security
in 2012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최근의 소득분배 동향을 보면 빈곤의 문제가 계속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되는 것이다. 더 많은 빈곤층을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이 지 난 한 해 동안 활발히 논의되어 왔다. 금년에는 제도 개편 논의가 더욱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이하 기초보장제도) 역시 이러한 문제제기를 비껴갈 수 없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둘러싼 2012년의 정 책 환경을 전망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변화 와 발전을 계속하기 위해 어떤 점들이 검토되어 야 할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2. 기초생활보장정책의 여건 전망
주지하다시피 기초보장제도는 빈곤층의 최 저생활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금년도에 기초보장제도가 얼마나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하 는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빈곤층의 규모가 어 느 정도이고 빈곤층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림 1〕은 시장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속하는 인구의 비율(빈곤율)과 그 빈곤가구의 소득격차비율이 2006년 이후 어 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초보장제도 는 소득과 재산을 동시에 고려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를 보호대상 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비율을 추정한〔그림 1〕의 결과가 곧 잠재적인 기초보장 수급대상자의 규모를 의 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빈곤율의 변화 경 향은 기초보장제도에 부과되는 제도적 부담의 정도를 충분히 가늠하게 한다. 이 그림을 통해 보면 2006년 이후 빈곤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 다가 2010년에 다소 감소(0.9%p)하였다. 그러 2012년 보건복지정책의 변화와 전망 (4) 그림 1. 최근 빈곤율 및 소득격차비율의 변화 추이 (단위: %)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각년도 원자료. ‘김문길 외(2011). 2011년 빈곤통계연보’에서 재인용.의 생활보호를 위해 정부가 지출해야할 현금급 여의 크기는 더 증가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을 추론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빈곤율이나 소득격차비율이 증가 하는 추세로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소득층 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것이 다. 위의〔그림 2〕는 이러한 상황을 보여준다. 전체 소득계층을 10개 분위로 나누어 볼 때, 소 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의 지난 2006~2010 년 사이의 소득증가율은 거의 항상 (-)였던 것 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해 전체 인구 가운데 약 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가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 에 빈곤율은 늘어났고 빈곤층의 소득은 최저생 계비 수준을 점점 밑돌게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2010년의 경우 저소득층의 소득이 전 년대비 다소 상승하였으나 그 정도는 이전의 소 득 감소경향을 상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1) 아직 2011년의 저소득층 소득이 어떻게 변하였 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평균 실질 소득 증가율이 2010년에 비해 둔화되었을 가능 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0년의 전년대 그림 2. 저소득층의 실질 시장소득증가율 추이 (단위: %)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각년도, 원자료. 1)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실질소득(시장소득)은 2006년의 경우 약 31만원이었으나 2010년의 경우 약 24만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됨.
비 실질 시장소득 증가율은 약 3.1%였으나 2011년 1/4분기의 가구 총소득 증가율은 1.4% 였고 3/4분기의 경우도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2)더구나 아래의〔그림 3〕에서 보듯이 최근 들어 4%를 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은 저소득층의 지출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요컨대 저소득층의 소득증가가 정체되는 경 향은 지속되고 있고, 그나마 2010년에 다소 개 선되었던 상황이 2011년에는 계속되지 못할 것 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물가불안 까지 지속된다면 빈곤층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고, 대표적인 빈곤층 소득지원제도인 기 초보장제도에 부여되는 하중은 더욱 커질 것으 로 전망된다.
3.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변화와
쟁점
2012년 들어 기초보장제도에는 중요한 변화 가 생겼다. 부양의무자에 대한 소득기준이 완화 된 것이다. 종전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인정액 이 최저생계비의 130%를 넘을 경우 부양능력 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왔으나, 금년부터는 이것이 185%로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초 생활보장 분야의 정부 예산이 약 3,860억원 증 가(전년 대비 5.1% 증가)하였다.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충분치 않아 실질적 으로 부양을 받지 못하던 빈곤층 가운데 약 6만 1천명이 새롭게 기초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 2012년 보건복지정책의 변화와 전망 (4) 그림 3.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추이 (단위: %) 자료: 통계청 KOSIS 2)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3) 보건복지부 <보도참고자료> 2011. 12.28.치게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지목되어 왔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틀림없이 사각 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부분적 변화, 즉 자격 조건의 완화만으로는 기초보장제도가 안고 있 는 근본적인 한계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분명해 보인다. 기초보장제도는 사각지대의 문 제 이외에도 빈곤 위험계층에 대한 보호기능이 미흡하다거나 수급자의 탈수급을 촉진하는 기 능이 미흡하다는 점, 특히 충분한 탈수급 유인 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지적받 아 왔다. 수급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는 빈곤층에 대한 보호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긍정 적인 것이지만, 기초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유인 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그동안 논의 되어 온 것이 현재의 급여체계를 욕구별 급여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이었다. 특히 2011년에 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공동 을 <빈곤정책 제도개선 기획단>을 만들어 운영 하면서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 초보장 급여체계의 개편과 관련된 구체적인 문 제점들을 세밀하게 검토하였다. 그 기본적인 내 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첫째, 현재의 통합적으 로 운영되고 있는 생계, 의료, 교육, 주거 등 급 수준과 내용을 조정하여 해당 욕구를 실질적으 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며, 넷째 근로능력이 있 는 수급자에 대한 근로유인을 강화함과 동시에 근로능력자에 대한 관리체계 및 지원체계를 효 율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4) 이러한 개편 방안에 대해 더 많은 토론과 고 민이 필요하다는 점은 물론이다. 향후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정되거나 보완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본적인 방향은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런데, 기초보장제도의 개편방안을 지속 적으로 논의해 나가는 데 있어서 금년 한 해 동 안 몇 가지 눈여겨 볼 지점들이 있다. 첫째, 금년은 두 차례의 선거 즉 총선과 대통 령 선거가 있는 해라는 점이다. 복지제도가 정 당간 정책 경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기초보장제도의 개편방안 자체가 정책 경 쟁의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그만큼 제도 자체나 제도의 개편 방안이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 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보장제도 의 개편이 정책 경쟁의 대상 목록에만 올라간 채로 일 년간을 별 논의의 진전 없이 보내게 되 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 초보장제도의 개편은 그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법령을 정비하며 개편의 비용과 효과 4) 자세한 내용은‘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정책제도개선기획단(2011. 12. 5). 한국형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위한 공청 회’자료집 참조.
를 예측하는 것 만으로도 적지 않은 노력과 시 간이 소요되는 과정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 년 한 해는 매우 소중한 시간일텐데, 이 시간을 정치적, 정책적 경쟁의 결과가 가시화되기만을 기다리며 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작년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복지제도 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의 양상을 놓고 보건데 향후 복지제도의 설계와 발전은 중산층을 포함 한 광범위한 계층을 대상으로 구상되게 될 것이 다. 이럴 경우 기초보장제도가 차지하는 위상은 현재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 예로, 기초보장 제도가 시행된 직후인 2001년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가운데 기초보장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였지만 금년의 경우는 약 35%로 감소하 였다. 국민연금 지급이 이루어지고 기초노령연 금제도나 보육료 지원제도 등이 신설되면서 양 적인 면에서 기초보장제도의 비중이 줄어든 것 이다. 향후 여타 현금 및 현물(서비스)지원제도 들이 더욱 발전하면서 기초보장제도는 다른 제 도와의 관계 설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