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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이 즈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토론1 |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해 청소년 인권 문제는 더 심각한 것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해

청소년 인권 문제는 더 심각한 것이 되어야 한다

- 치이즈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최근 아수나로에서는 학생 체벌을 옹호하는 웹툰 <참교육>을 비판하는 카드뉴스를 올렸다. 만 화 속에서 교사는 학교 폭력 가해자인 학생들에게는 체벌을 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많은 댓글 들에서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는 것을 보고, 여전히 대중들은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은 문제적 이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는 용인한다는 (심지어 추앙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학생 간 폭력이 교사-학생 간 폭력보다 더 심각하게 인식된다는 뜻인데, 학생 간 따돌림과 폭력 문제 가 지난 몇 십년간 크게 부각되고 보도된 결과일 것이다. 반면, 아동복지법 개정 등을 통해 아동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금지되었음에도, 체벌 금지의 필요성을 체감하 지 못한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청소년에게 더 많은 참정권이 보장되려면 청소년이 참정권을 얻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더 크게 부각되고, 더 심각하게 여겨져야 한다. 사회가 청소년들이 겪는 인권 침해를 더 문제 적으로 인식해야 하고, 그 원인이 참정권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소년이 있는 모든 곳에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 참정권의 확대를 위해서는 청소년이 있는 모든 곳, 지역과 학교에서 정치적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모든 곳에서 청소년이 정치적 시민이어야 할까? 정치가 이루어지 지 않는 곳에서는 (비청소년의) 명령과 (청소년의) 복종, 그리고 처벌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교사가 지시하고, 이끌고, 주도할 때 청소년은 따르고, 순응한다. 그것이 오랫동안 비 청소년과 청소년에게 지정된 역할이었으며, 이러한 역할 지정이 뒤집어지고 흔들릴 때 청소년 이 참정권을 얻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인권운동에서 수차례 지적했던,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많은 학교 규칙들이 학생들 이 참정권을 갖지 못해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2020년, 아수나로 청주지부추진모임이 충북 지역 중, 고등학교를 전수 조사했을 때, 교사의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교사의 지도에 불응했다 는 이유로 징계 사유가 되는 규정이 있는 학교가 82.5%였다. 예의가 바르지 못하거나, 언행이 불손하다는 등의 사유로 학생을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학교는 80.6% 였다. 이러한 규 칙들이 문제적인 이유는 학생의 불손한 태도 또는 학생의 본분이라는 것이 교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결정되고, 교사가 지시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논의 없이 불합리한 지시에도 학생이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의 자의적인 판단과 명령이 주를 이루는 학교에서, 학칙의 이러한 내용은 교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사실, 교사의 자의적인 판단과 명령이 마음껏 가능하려면 규칙이 없 는 게 가장 좋다. 그래서 많은 학칙들의 내용이 부실하고, 대부분 학생들이 학칙의 내용을 모 르는 데다 학칙을 어기는 교사들을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예를 들면, 학생을 징계하는 방식에 대해서 학칙에는 교내/사회 봉사, 특수 교육 이수, 출석 정지가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더 폭력적인 방식의 처벌이 폭넓게 이루어진다. 또한, 징계를 당할 때 학생이 소 명할 기회를 가진다는 내용이 있지만 지켜지는 학교는 거의 없다. 학생이 지켜야 할 의무는 매우 많고 상세하나 학교가 학생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해서는 거의 나타내고 있지 않다. 학칙의 내용이 권력을 가진 교사나 학교장을 제재하는 데에 쓰이지 않고 학생들을 어떻 게 통제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한, 학칙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 학생 들이 학교의 부당한 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학칙에 대한 청소년인권적인 관점이 필요한 것에 앞서, 학칙을 만들고 고치는 이들이 학생이어야 한다. 학칙 재개정 위원회에 학 생들의 비율이 늘어야 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교육감을 청소년들이 뽑을 수 있어야 한다. 논의의 자리에 앉는 학생들이 많아야 청소년인권적인 관점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교 운영에 참여할 권리

선거운동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권리이며, 선거운동의 자유가 확대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과 토론, 정치 참여를 범죄로 만드는 선거법이 바 뀌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법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전에 ‘스쿨 미투’ 고발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학교는 무언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의 입을 막고 사건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은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신고할 수는 있지만, 이후 사 건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해결될지에 대해 알기 어렵고, 해결 과정에 의견을 내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과거 학교 폭력 사건들이 논란이 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변하지 않는 학교의 이러한 태도는 권위적이고 경직적인 학내 분위기, 학교의 명예나 실적이 학생들의 권리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 보조차 학생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정보공개센터의 조사 결과, 752개의 서울 시내 중, 고등학교 중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공개제도를 안내하고 있는 학교는 7개교에 불과했다. 학교는 정보공개 청구 대상인 공공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정보 공개 청구에 1년 3개월 동안 응하지 않아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1) 이렇듯 학교는 폐쇄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 의 운영에 관여할 일말의 틈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해도 가장 큰 피 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 인권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 들도 정작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변화를 만들 엄두를 잘 내지 못한다. 직접 부딪혀 싸우는 것 외에, 학교 운영에 학생이 개입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의 영역을 정치의 영역으로 바꾸기

참정권 보장을 위해 주장했던 슬로건 중 하나는 “입시가 아닌 정치로 삶/세상을 바꾸자”였다.

이 말은 입시에 성공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닌, 지금 내가 처한 위치 에서 바꾸어야 한다는 말과 동시에, 개인의 좋은 삶이 개인의 노력과 성공에 달려 있는 것이 1) “학생이 본인과 관련된 선도위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 법률신문, 2019.06.12.

https://www.lawtimes.co.kr/Case-Curation/view?serial=153650

아니라 공동체의 정치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표어였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 활동 을 하려는 청소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입시에 대한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청 소년은 미래를 준비하고, 입시에 집중하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 꾸고, 지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낙오자인 것처럼 만든다.

청소년의 삶이 입시에 지배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학교 안팎에서 조금씩 입시가 아닌 정치의 영 역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학생들이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면 서 학교에서 페미니즘 동아리 등을 만드는 일이 늘어났다. 청소년들의 동아리 활동은 오랫동 안 모순된 압박 속에 있어 왔는데, 학생들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 활동만 하려고 한다 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를 학교에서 공공연히 불허하고, 활 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주장을 가지고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모임을 사회는 생활기록 부의 ‘스펙 한 줄’로 만들지 말고, 엄연한 정치 활동으로 해석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아수나로와 같은 인권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 SNS에서 정치적인 소식을 공유하는 것 등을 청 소년의 정치적 활동으로 인식하고, 더 많은 이들이 활발하게 정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꿈드림이 검정고시 공부를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지금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 활동을 통해 사회의 더 나은 변화에 기여하는 청소년들에게 사회는 입시의 낙오자라는 낙인이 아닌, 제대로 된 보상과 대우를 해야 한다. ‘기특하다’는 평가가 아닌, 존경과 존중을 보내야 한다. 청소년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익히고,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 적으로 나서야 한다.

청소년 인권 전반이 향상되어야

마지막으로, 청소년의 더 많은 참정권 보장을 위해 청소년 인권 전반이 향상되어야 한다. 선 거연령 하향이라는 두드러진 성과로 인해, 어떤 이들은 청소년 인권 활동이라고 했을 때 참정 권 활동만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만화 <페르세폴리스>에서는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그 너머의 질문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화장한 게 너무 진한가?”, “내 바지 가 충분히 긴가?”라며 스스로를 검열할수록 “나의 사상의 자유는?” “나의 언론의 자유는 어 디 있지?”라는 질문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욕구 를 가로막는 것은 일상을 옭아매는 수많은 통제와 금지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학생다운’

차림을 강요당하고, 당장 부모나 교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나 눈치 봐야 하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계좌를 만드는 것도, 병원에 가는 것도, 공공기관에 출입하거나 공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도 제한이 있는 현실에서는 나의 권리와 자유를 넘어 공동체의 안녕과 개선 방향 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거연령이 하향되고 청소년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는 너무 조용하고,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의미를 제대로 기념하거나 분석하려는 시도도 부족하다. 선 거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한 살 내려갔다고 해서 다 해결된 것처럼 굴지 말아야 한다. 앞 으로도 이 문제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다룰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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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민의 참정권 현황과 후속과제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