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한국YMCA전국연맹)
Ⅰ. 들어가며
<우리도 대통령을 뽑고싶다 18살청춘의'이유있는 반항' / 한겨레 / 1997.05.24.>
이 기사는 만 18세 선거권이 통과되기 얼마 전에 나온 기사가 아니다.
18살 청춘이 참정권을 갖지 못함을 비판하는 1997년 5월의 기사이다. 그때의 청소 년들이 지금은 40대를 바라보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1950년 선거연령이 만 20세 로 결정되기 전 반세기 동안 낮아진 선거연령은 단 2살에 불과하다. 2019년 12월 27일 선거법개정으로 만 18세 선거권은 통과되었지만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대한 우 리사회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되묻고 싶다.
Ⅱ. 청소년모의투표를 통해 본 청소년 참정권
한국YMCA연맹과 60여개 지역YMCA 및 시민단체에서 진행한 청소년모의투표운동 은 전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들이 직접 뽑는 대한민국 대통령, 지방도·지사, 교육감, 국회의원 등의 모의투표를 실시하였다. 청소년모의투표는 청소년의 결의와 참여로 이루어진 당사자 참여운동이며, 민주시민으로서 청소년 당사자의 주권을 표 현 할 수 있는 장이다.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은 청소년들에게 정치가 특수한 일부의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삶과 같이하는 일상임을 가르치는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또한 선거권은 정치에 지식을 갖춘 자만이 가지는 특수한 권리가 아니라 그러한 권 리를 누릴 수 있게 됨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스스로 함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선거인단의 설문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사전선거인단으로
김 소 영 | 한국YMCA전국연맹 청소년팀
토론2 | 청소년모의투표운동으로 본 청소년참정권의 과제
등록하고 투표 전까지 모의투표 과정 속 청소년들은 자신이 선택하고자 하는 후보와 정당들의 활동전력이나 정책-공약에 대해 세심히 살폈다. 후보와 정당에 대하여 나 름의 판단기준을 세워가며 자연스레 기존 유권자와 다름없는 행동패턴을 보였다.
지난 2020년 4.13지방선거 모의투표의 참여자 설문의 결과를 보면 언론매체(TV,신 문), 선거공보물, 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정보 등의 제공된 정보와, 모의투표사이트 의 정책질의서, 인터넷 검색 등의 자발적 검색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의 참정권 문제를 논할 때마다 ’청소 년들은 본인의 판단에 기초한 표심이 아니라 주위의 의견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 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라고 하는 부정적 의견에 대비되는 결과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에서는 ”투표하기 전 각 정당의 공약이나 정책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정치의식도 높아졌다“라고 분석하고 있다.1)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청소년들이 공약과 정책들을 비교하고 과정을 논하고, 적용을 상상하는 유권자로서 시민의 모습 을 보였다.
[표1_2020 청소년모의투표 비례정당 투표 이유] [표2_2020 청소년모의투표 선택을 위한 정보를 얻은 매체]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은 특정한 정당, 후보를 뽑는 행위가 아닌 개인과 공동체에게 적절한 것을 선택하고, 숙의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집중, 실천하는 모든 과정이고, 집결된 활동이며 이것이 민주시민교육이자 정치교육이다. 민주시민교육 및 선거교육 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이며, 민주시민으로서 성장을 위한 과정이 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의 정치참여활동은 보장되고 권장되어야 한다.
Ⅲ. 일상의 청소년참여활동의 필요성
2012년 국립중앙박물관 내에서 개별음식을 먹을 수 없는 불편함에 문제의식을 가 지고 시작한 수송초등학교 ’솔루션‘동아리가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립중앙박물
1) 교육선진국은 학교 모의투표 ’대박‘ 한국은 ’쪽박‘ /오마이뉴스 /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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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민의 참정권 현황과 후속과제관에 편지를 보내고, 타 박물관 조사를 거치며 ’비바람이나 미세먼지 피해없이 밥을 먹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포스터도 제작 게시하였다. 이같은 청소년들의 노 력으로 박물관에서는 결국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장소를 개방해주고 이후 이 활동 은 6학년 사회교과서에도 수록된 사례가 있다. 2)
<초등생의 편지 한 통, 박물관을 움직였다 / 경향일보 / 2012.09.13.>
사회참여활동 역시 특별한 대상만이 하는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생활 속에 서 일상의 불편하고 불합리한 점들을 개선하여 더 나은 대안을 만들기 위한 문제의 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비롯한 민주주의의 체험은 삶 속에 서 체득하는 현장체험활동이다.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현실들을 나누고, 실천의 경험들이 상시적으로 축적되며, 참여를 통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정치적 효능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사회참여활동이 지속되어야하며 필요한 이유이다.
Ⅳ. 선거권 획득 이후 청소년참정권의 방향
현재 만 18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통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지만 국회의 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직의 피선거권을 25세로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 법3)은 헌법상 권리인 공무담임권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침해하고 있다. 우리 헌법 상 정해져있는 보통・평등 선거 원칙의 부합을 위해서도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과 동일하게 만 18세로 하향시켜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모든 공적의무를 부담하 고 있는 만 19세부터 만 24세의 청소년-청년세대에게 근거 없이 피선거권을 제한하
2) 우리가 박물관을 바꿨어요. 배성호 지음, 2016
3) 공직선거법 16조 ②25세 이상의 국민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다.
③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公務로 外國에 派遣되어 選擧⽇전 60⽇후에 귀국한 者는 選擧⼈名簿作 成基準⽇부터 계속하여 選擧⽇까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으로서 25 세 이상의 국민은 그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60일의 기간은 그 지 방자치단체의 설치ㆍ폐지ㆍ분할ㆍ합병 또는 구역변경(제2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른 구역변경을 포함한 다)에 의하여 중단되지 아니한다.
고 있으며 이는 다른 공무담임권과 달리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연령제 한을 두는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이다. 만약 만 19세부터 만 24세의 청소년-청 년이 선출직공무원이 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는 민주적 선거과정을 통해 검증되는 것이 민주적이며, 후보에 나설 수 있는 자격까지 제한될 수는 없다.
만 18세의 청소년들이 이제 막 선거권을 갖게 된 시점에서 여전히 청소년들의 의 견을 반영할 수 있기에는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높고도 많다. 선거법은 개정되었지 만 일부의 학교에서는 여전히 교칙으로 청소년들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제한하 고 있는 상황이다.4) 학교라는 교육공동체는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교육과 훈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적담론의 공간으로 좀 더 문을 열어야 한다. 이러한 장으로서 자리매김을 위하여 청소년들의 삶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의 선거연령은 현행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춰야 한 다. 물론 청소년은 교육문제만의 당사자도 아니며, 정치의 영역은 영역별로 분할되 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점진적으로 만 16세 참정권 운동의 진행은 역 시 앞으로의 주요한 운동과제이다.
또한 여타 외국의 여러국가에서처럼 우리도 모의투표를 법제화하여 선거관리위원 회, 교육청, 여성가족부 등의 공적 국가 기관의 주도로 실시되어야 한다. 모의투표 과정 속 다양한 사회의 이슈를 공론화하고 토론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정치적 문제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정치 신뢰 도와 투표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 시기에 체험한 정치참여와 정책에 대한 관심, 투표습관은 평생의 민주주의 학습으로 남을 것이다.
Ⅴ. 맺으며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난하지만,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의 정치혐오와 무관심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치 관심과 민주적 시민성은 어느 순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 시기부터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코피아난 전UN사무총장은 ‘청소년을 배제시키는 것은 자신의 생명선을 자르는 것 이며, 그 사회는 결국 출혈과다로 죽을 운명에 놓여진다’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만 18세 선거권 통과로 이제 막 지혈을 시작한 단계이다. 지혈은 치료의 시작이지 결 론이 아니다. 만 18세 선거권은 통과되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진정한 청소년참정권 은 실현되어야 한다.
4) 첫 투표권인데.. 고교 둘 중 한 곳 ‘정치활동 하지마. / 경향신문 / 2020. 0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