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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소년이 시민이 된다는 것

흔히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말할 때 ‘선거가 끝나는 순간 유권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가 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게다가 선거권도 단지 투표 당일에 행사하는 투표권 정도로 만 축소되어 이해되곤 한다. 우리가 삶의 모든 공간에서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해야 하 는 이유는 선거가 끝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청소년이 모든 삶의 현장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서 몫과 권리를 지닌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으 로서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법·제도와 사회 인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청소년이 적극적 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야말로 시민으로서 삶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정치적 말하기와 정치적 실천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18세 선거권’을 시작 삼아 청소년의 사 회적 지위를 향상하고 청소년을 시민으로 존중하는 문화와 질서를 만드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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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민의 참정권 현황과 후속과제

이런 변화들은 학교 밖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활동진흥법’과 ‘청소년기본법’에 의해 구 성된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특별회의 등이 설치되어 있지만 대부분 청소 년에게는 이 기구들의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기구의 설치에 관한 법률에서도 그 권 한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청소년 참여기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표 성과 활동의 자율성, 권한을 확대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과 조례의 개정과 함께 청소년이 직접 자 원(공간, 시설, 예산, 프로그램, 정책 등)에 접근하고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 있는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청소년의 ‘권한 있는 참여’를 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선구적 사례들을 참고할 수 있다. 성 남시 청소년의회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청소년예산은 청소년이 심의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성남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에 ‘청소년·교육 분야 제안 사업에 대한 청소년 의견 수렴 및 심의를 위하여 주민참여예산 청소년 위원회(이하 “청소년 위원회”라 한다)를 둘 수 있다.’라는 내용의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다. 성남시 청소년의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참여예산을 넘어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관련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청소년의회가 행사할 수 있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성남시 청소년의회의 시도처럼, 청소년 참여기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자 율성, 대표성과 활동 권한을 확대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과 조례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5) 정치적 언어에 힘을 더하는 교육

민주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의 확대를 요구하는 흐름은 선거권 연령 하향 이전부터 형성되어 왔다. 그런데 2022년 교육과정 전면 개정을 앞둔 데다 18세 선거권 시대가 열리면서 관련 논 의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변화가 추진된 한편으로는 오히려 청소년 정치의 현장들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 것이 2020년의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협소한 유권해석이 끼친 영향이 컸다.

(1) 학교 내 정치교육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

18세 선거권 통과 이후 참정권 확대의 의미나 정치에 관한 교육이 한 걸음 더 학교 안으로 들어갈 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2월, 교육청과 교사가 진행하는 모의선거교육을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해 정치교육 확산 물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서 나온 선거 관리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역시 학생과 교사의 선거 관련 발언이나 수업 일체를 금지하겠다는 식의 엄포로 가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청소년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선거교육에서도 이어졌다.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올해 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든 선거교육 영상을 살펴보면 올바른 유권자가 되 기 위해 ‘선거법’을 어기지 말 것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선거교육 하에서는 참정권이 왜 중요 한지, 선거법이 제대로 된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없다.

자기 삶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힘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바꿔나 가는 실천을 해보는 과정이 바로 정치교육이다.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력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 현실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정치 교육은 선거기간에만 그치지 않고 일상과 정치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꾸준히 느낄 수 있도 록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아 정치교육이 청소년의 권리로 존재할 수 있도 록 초·중등교육법이나 교육기본법 등에 정치교육의 근거를 마련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2) ‘교육의 정치적 중립’의 재구성 – 학교는 이미 정치적 공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애초에 학교 내 본인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정치적 성향을 밝힐 것을

요구할 때 답하지 않을 권리, 교육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방어하기 위한 권리였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개념은 학교에서 정치를 언급하면 안 된다는 듯이 해석되고 있다. 교 사의 정치적 발언을 처벌하는 근거로 학생들이 ‘선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는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하는 일인 동시에 학생들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교사의 선동을 막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통제가 아니라 학생의 권한 확대와 자유로운 발언권의 보장에서 나온다. 학교 내 정치적 실천 을 위한 교사와 학생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

Ⅲ. 다시, 청소년이 시민이 된다는 것

흔히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말할 때 ‘선거가 끝나는 순간 유권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가 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게다가 선거권도 단지 투표 당일에 행사하는 투표권 정도로 만 축소되어 이해되곤 한다. 우리가 삶의 모든 공간에서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해야 하 는 이유는 선거가 끝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청소년이 모든 삶의 현장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서 몫과 권리를 지닌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으 로서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법·제도와 사회 인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청소년이 적극적 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야말로 시민으로서 삶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정치적 말하기와 정치적 실천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18세 선거권’을 시작 삼아 청소년의 사 회적 지위를 향상하고 청소년을 시민으로 존중하는 문화와 질서를 만드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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