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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의 일주일: 1일

문서에서 공공임대주택의 성과와 발전방향 (페이지 73-78)

‘500일의 썸머’의 배경이 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스페인어로

‘the Angels’, 즉 천사들을 뜻한다. 원래 이곳의 지배자인 인디언들이 이곳을 ‘양나 (Yang Na)’라고 불렀는데 양나는 ‘우리 천사들의 여왕’이라는 의미다. 온화한 기후 의 LA는 자유로운 생각과 사상, 또 실험이 넘치는 곳이다. 전통적인 행정과 정치 의 도시 워싱턴DC나 자본주의의 천국 뉴욕과 사뭇 다르다. 또 같은 캘리포니아 주 에 속한 샌프란시스코와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특히 도시 풍경이 그러한데, 샌프 란시스코가 서부의 뉴욕을 만들기 위해 철저한 법규와 규정으로 건물을 계획하고 설계했기 때문에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은 뉴욕과 상당히 유사하다. 반면 LA는 기 후적인 이유뿐 아니라 이곳의 자연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문화 때문에 다른 도시 에 비해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고, 이 때문에 종교도 다양하다. 당연히 사상과 철 학,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유를 존중하는 문화로 인해 건축적인 실 험들이 많이 펼쳐진 곳이다. 우리에게 스페인 빌바오 시의 기하학적인 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 프랭크 오 게리(Frank O. Gehry)가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형태로 만든 월트디즈니 콘서트홀도 자유로운 이 도시의 상징이 되었다.

영화의 주 무대인 LA 다운타운은 과거 오랫동안 범죄의 온상으로 악명을 떨쳤 던 곳이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대대적인 재개발 붐이 일면서 새로운 고층 건 축물로 정비되었다. 덕분에 새롭게 지은 멋들어진 건축물이 주로 스크린에 담기

500일의 썸머(2009)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클로이 모레츠, 제프리 아렌드 등

로스앤젤레스 위치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 United StateS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곤 하는데 ‘500일의 썸머’는 그렇지 않다. 비교적 최신작 인 이 영화는 LA의 현대적이고 포스트모던한 건축물 대신 낡은 건물과 옛 낭만의 시대를 차분히 기록한다. ‘500일의 썸머’는 원래 LA가 아닌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하기로 예 정됐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제작 과정에서 LA로 수정됐다.

아무래도 옛 정서와 낭만을 담기에 LA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주인공 톰 헨슨(조셉 고든 레빗 분)과 썸머(주이 디샤넬 분)가 만난 500일을 톰의 시 점에서 488일째 되는 날, 290일, 1일 등 시간의 흐름과 다 르게 보여준다. 그리고 둘이 만난 지 95일째 되는 날부터 카메라는 LA의 아름다운 근대 건축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2일

주인공인 두 남녀의 성장 배경에 관한 간략한 소개가 나 온다. 두 사람의 운명과 사랑에 대한 철학이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사 사장의 비서로 새로 들어온 썸머 를 처음 본 순간 톰은 그녀가 자신의 ‘운명의 여인’임을 직 감한다. 95일째 되는 날 둘의 사이는 급격하게 가까워진 다. 계기는 건축이다. 톰은 시내를 걸으며 건축에 관해 설 명한다. 원래 건축가가 되는 게 꿈이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카드 문구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그였다. 그 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건축에 관해 말할 때 그는 빛나는 눈빛을 숨길 수 없다. “워커 앤 아이젠(Walker & Eisen Architects)을 가장 좋아해.” 톰의 대사 속 이 회사는 실제 LA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알버트 레이먼드 워커(Albert R.

Walker)와 퍼시 오거스터스 아이젠(Percy A. Eisen)이 파 트너로 있는 유명한 건축 회사다. 특히 1920~1930년대 유명한 작품을 많이 남겼고 그중 1924년에 완공한 내셔널 시티 타워(National City Tower)가 대표작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LA의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엔젤스 놀(Angel’s Knoll) 공원의 한 벤치에 앉은 톰은 이곳이 가 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말한다. 이곳에선 LA 최초의 고층 건물인 콘티넨털 빌딩(1904)이 시야에 들어온다. 46m 높 이의 13층짜리 이 빌딩은 완공 당시 LA에서 가장 높은 ‘마 천루’였다. 썸머는 자신의 팔과 펜을 내어주며 어떤 모습 의 도시를 원하는지 그려달라고 하고, 톰은 썸머의 팔에 자신이 계획한 도시를 그려본다.

이렇게 건축은 둘의 사이에서 큰 역할을 한다. 썸머와 헤어진 이후 402일째 되는 날 톰은 회사 동료 밀리의 결 혼식에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썸머를 발견한다. 모르는 척하려고 했지만, 이미 눈이 마주친 둘. 썸머는 먼저 톰에 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란 책을 들고 있는 톰을 보며 관심을 가지는 썸머. 둘은 커피

콘티넨털 빌딩 © Wjbean 2014

를 마시며 다시 웃는다. 이렇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축 에 대한 정보와 건축물 그리고 건축가를 쫓다 보면 영화의 재미가 배가 된다.

3일

깊은 사랑에 빠졌던 두 남녀는 290일째 영화를 보고 나와 정말 영화같이 헤어진다.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이 보 인다. 영화를 보고 나온 썸머는 펑펑 운다. 하지만 톰은 썸 머가 왜 이렇게 서럽게 우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졸업’은 두 남녀의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상징한다. 남자 주인 공은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지, 남자 의 사랑으로 어떻게 불행을 느끼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500일의 썸머’에는 이렇게 톰과 썸머가 함께 그리고 톰이 혼자 영화 보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영화 속에는 ‘Vagiant(Part Vampire Part Giant)’라 고 쓰인 간판의 극장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은 LA에서 도 가장 오래된 극장인 ‘밀리언 달러 극장(1918)’이다. 당시 엄청난 공사비용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있 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중 하나로, 건축가 앨버트 C. 마틴(Albert C. Martin)과 윌리엄 L. 월렛(William L.

Woollett)이 설계한 12층 높이의 건물이다. 영화처럼 바로 크풍의 화려한 입구가 눈에 띈다. 극장 내부엔 큰 기둥이

있고 발코니와 천장은 화려한 무늬로 장식돼 있다. 1980 년 폐쇄돼 한동안 교회로 사용되다가, 요새는 영화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이 영화에 등장한 이후 관광객들이 일 부러 찾는 명소가 됐고 극장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4일

87일째 되는 날 비디오 가게에서 데이트하는 톰과 썸머.

썸머는 비틀즈의 노래 중에서 ‘옥토퍼스 가든’이란 곡이 최 고라고 말하지만, 톰은 동의하지 않는다. 다시 썸머는 “비 틀즈 중에 링고 스타가 제일 좋다”라고 말하지만, 톰은 퉁 명하게 “링고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그녀의 취향을 무시한다. 그러나 둘은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성인 영화인 ‘스윗 앤 샤워(sweet & shower)’를 빌려 보며 즐거 운 한때를 보낸다. 사소한 이 장면에서도 놓칠 수 없는 건 축이 등장한다. 이 비디오 가게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샌 페르난도 빌딩(San Fernando Building, 1906) 이다. 100년이 넘었으니 LA에서 역사문화기념물로 지정 해 보호하고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이다. 과거 부유한 밀 농 장의 대지주이자 제분업자가 당시 2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만든 오피스 건물이다. 이름은 농장이 있던 샌 페르 난도 계곡에서 따왔다. 건축가 존 F. 블리(John F. Blee)

샌 페르난도 빌딩 © LA시 2008 영화 속 비디오 가게 데이트 장면

가 디자인했는데 완공 당시 LA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오 피스 빌딩이었다고 한다. 로비에 들어서면 6.7m가 넘는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관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판 목으로 된 정교한 처마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원래 6층짜리 건물인데 1911년 2개 층이 증축됐다고 한다.

5일

톰은 썸머의 손을 이끌고 건축 투어를 한다. 두 사람 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파인 아츠 빌딩(Fine Arts Building, 1927)은 영화에서 비교적 실내외가 잘 드러나 는 건물이다. 톰이 좋아했던 워커 앤 아이젠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대리석상과 실내의 청동상이 화려하다.

특히 건물 외부의 대리석상은 각종 예술을 상징하는 이름 과 의미가 있다. 3층에 있는 2개의 대리석상은 각각 ‘건 축’과 ‘조각’을 상징한다. 9층과 12층의 부조와 조각은 ‘영 감(inspiration)’을 상징한다고 한다. 모든 조각상을 찾 아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다. 또한 영화 엔 이스턴 컬럼비아 빌딩(Eastern Columbia Building, 1930)도 등장한다. 건축가 클로드 빌먼(Claud Beelman) 이 설계했다. 사우스 브로드웨이 849에 있는 이 건물은 2차 대전 이후까지 LA에서 가장 높은 고층 건물이었다.

외부는 철강과 콘크리트를 사용해 단단한 느낌이고 내부 는 푸른 빛의 테라코타로 장식했다. 이후 2007년 전면 보 수를 통해 고급 아파트로 새로 단장했다. 이때 네 방향에 서 모두 볼 수 있는 시계탑이 더해지고, 외관을 정교한 패 턴, 기하학적 도형, 지그재그, 동물, 식물 등 다양한 무늬 로 장식했다. 금빛 나뭇잎 무늬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 다. 이 건물은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Johnny Depp)이 소유한 초호화 펜트하우스로 유명하다. 323평짜리 펜트 하우스가 얼마 전 자그마치 1280만 달러(약 146억 원)에 부동산시장에 나와 화제가 되었다.

이스턴 컬럼비아 빌딩 외관 © Galkab 2010

영화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톰과 썸머

엔젤스 놀 공원 벤치에 앉은 두 사람

6일

“그녀의 이름은 어텀(가을)이다”로 유명한 마지막 장면.

이렇게 봄과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며 겨울이 온다.

그리곤 다시 봄이 온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썸머를 잊지 못하는 톰은 시간이 흘러 새로운 인연(가을)을 만난다. 둘 이 사랑의 결실을 보았을지 아니면 다시 실연할지는 모른 다. 분명한 건 아픈 만큼 성숙하고, 춥고 어려운 시기에 자 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원한 운명을 믿었고 그 운명의 상대가 썸머라고 생각했던 톰은 그녀에게 배신감

그리곤 다시 봄이 온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썸머를 잊지 못하는 톰은 시간이 흘러 새로운 인연(가을)을 만난다. 둘 이 사랑의 결실을 보았을지 아니면 다시 실연할지는 모른 다. 분명한 건 아픈 만큼 성숙하고, 춥고 어려운 시기에 자 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원한 운명을 믿었고 그 운명의 상대가 썸머라고 생각했던 톰은 그녀에게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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