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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berative Poll Method - 학습과 토론을 통해 공론 확인하기

문서에서 연구 잘 하는 길 (페이지 135-149)

김선희 _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소통과 참여의 시대, 참여적 의사결정을 요구한다

민주화, 지방화, 정보화, 환경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민의 참여욕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만드는 정책에 대해 관심과 협조를 보인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면 정책형성에 있어서 국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즉 ‘정책의 파트너로서의 시민(Citizens as Partners)’을 어떤 정책사안에, 언제, 어떻게 참여시켜야 하는가?

국책사업 추진 등 공공정책 결정에 있어서 시민의 참여는 정책에 대한 불신과 사회갈등을 예방한다는 소극적인 차원에서 의사결정의 책무성(accountability)과 정당성(legitimacy)을 향 상하고, 결정에 대한 수용성(acceptance)과 합의(consensus)를 창출, 정부와 시민사회의 신뢰를 구축하는 적극적인 차원의 의미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여 일방적으로 결정-공표-집행하는 DAD(Decide-Announce-Defend)방식으로 정책을 결정·추진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을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시켜 함께 대화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참여적 의사결정방식을 통해 효과적 인 정책형성을 도모해야 한다. 국책사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국민과의 대화통로를 확보하여 갈등잠재력(Potential Conflict: PC)을 합의형성과 협력잠재력(Cooperation Potential: CP)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별한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는 국책사업의 정책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 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는 매일 매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난해한 정책이슈들이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별, 세대별, 사안별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다르게 형성 되어 정책형성에 있어서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현상도 두드러진다. 이런 다원주의사회에서 국민의사를 수렴하고, 합의를 도출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2000년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법안문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감세·증세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부동산대책문제, 교육문제, 전력정책과 원전입지문제, 경부고속철 2단계사업 과 한탄강댐건설사업 추진여부 등 사회적 합의를 요하는 많은 문제에 직면한 바 있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3년 4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갈등 현안과제 24개를 선정하여 갈등관리시 스템 구축을 통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공론조사, 합의회의, 시민배심원제 등 적극적인 국민참여 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자 하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적 의사결정방식’들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자 시도하였다.

지난 2003년 7월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노선재선정을 위한 공청회가 무산되고 이해관 계자별 갈등과 대립이 치열해 노선선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사회갈등이 증폭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전문가 집단들에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용한 방법론이 무엇인지 긴급하게 수소문한 적이 있다. 이때 제안된 것이 공론조사기법이다. 기존에 일반적으 로 사용되던 방법들은 여론조사, 공청회, 세미나, 심포지엄, 자문회의 등이었다. 그러나 노선재 선정을 둘러싼 갈등을 기존 방법들로 결정하기엔, 정당성이나 객관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보였다. 특히 여론조사의 경우, 개별정책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의견이 아니라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의견만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였다고 할 수는 없고 이러한 쟁점사항을 결정하기엔 부적절하였다. 이에 노무현 정부에서 는 ‘공론조사’라는 새로운 조사방법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자 시도하였다.

공론조사의 개요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는 숙의과정을 거친 국민여론조사다. 통상적 여론조사방법이 일반 시민의 피상적인 태도조사에 그치는 약점을 숙의와 토론과정을 덧붙여 보완한 것으로 국민여론 수렴의 새로운 방법론이다. 과학적 확률표집을 통해 대표성을 갖는 시민들을 선발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게 한 후 참여자들의 의견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1차로 2천~3천 명의 시민에 대해 통상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 중 200~300명의 표본을 추출하여 이들에게 주어진 쟁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심도 있는 그룹별 토론을 진행시킨 후, 2차 의견조 사를 통해 숙의를 거친 여론, 즉 ‘공론(Public Judgement)’을 확인하는 것이다.

공론조사는 1988년 미국의 제임스 피쉬킨(James Fishkin) 교수가 ‘절차의 이론적 근거와 민주주의의 기여’에 관해 발표한 이후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 덴마크, 미국, 한국 등 세계 각국에 서 다양한 분야의 공공정책결정을 위해 도입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94년 ‘범죄대응방안’에 관해 공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고, 호주에서는 1999년 공화제 개헌과 관련해서, 덴마크에서는 2000년 유로화 도입에 관해, 미국에서는 2003년 대체 에너지 도입과 관련해서 공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환경 및 사찰수 행권 등으로 갈등을 겪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노선재검토 과정에 최초로 소개되어 도입하고 자 하였으나 불교계의 불참으로 추진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2005년에는 재정경제부에서

‘8·31 부동산제도 개혁방안’과 관련한 여론확인과 의견수렴을 위해 공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공론조사

구분 일반 여론조사 공론조사

개념 순간적인 인식수준 진단 설문 → 학습 및 토론 → 2차 설문

방법 전화, 우편, 웹사이트 등 매체 활용, 수동적 참여

과학적 표본 추출기법

학습 및 토론 필수, 능동적 참여

결과 고정된 선호의 단순 취합(aggregation) 학습 및 토론을 거친 선호변경(Opinion Change)

장점 많은 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의견수렴 학습과 토론을 통한 신중한 의사결정

단점 비교적 단순하고 피상적인 의견수렴 대표성과 정확성 결여

비용 및 시간 소요

복잡한 절차, 적은 표본 집단 집단 내 다수의견 동조현상 발생

<표 2> 일반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의 차이점

공론조사와 여론조사의 차이점

공론조사는 여론조사(Opinion Survey)에 숙의과정을 보완한 공론(Public Judgement) 확인수단 이다. 공론조사의 특징은 공적이슈에 관한 상이한 관점과 주장에 대해 균형 잡힌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상호 토론이 가능하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자수를 줄이되, 전체 국민에게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과학적인 표본 추출이 중요하다. 공론조사와 일반 여론조사의 차이점 은 <표 2>와 같다.

일반적인 여론조사는 응답자들이 해당 이슈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응답을 양적으로 단순 취합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신뢰성과 정당성이 결여되는 단점이 있다. 즉 해당사안에 대한 지식과 관심부족으로 자신의 입장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응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또한 해당 이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응답할 가능성이 높은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조사기관이 작성한 설문에 대해 응답자들이 수동적으로 답변하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이기 때문에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응답자의 의사가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일한 여론조사라도 조사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국민의 의사분포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공론조사는 이러한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롭게 시도되는

쌍방향 의사결정방식이다. 그러나 공론조사는 조사대상자들을 한 장소에 모이게 하여 일정기간 동안 토론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조사자 탈락률이 높아지고, 결국 조사대상자의 대표성이 취약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토론과 숙의과정에서 개개인의 독립된 판단보다는 집단 내 다수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단점도 있다.

공론조사 절차와 실행방법

공론조사는 <그림 1>과 같은 3단계 절차로 이루어진다. 1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학습과 토론과 정을 거친 후 2차 설문조사를 통해 공론을 파악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1차 설문 학습·토론 2차 설문

표본집단 선정 여론조사

표본집단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 실시

설문을 통해 공론을 파악

<그림 1> 공론조사의 절차

1차 설문조사는 기존의 여론조사방법과 같다. 과학적인 확률표본추출방법을 사용하여 조사 대상 표본을 선정하고 설문지를 통해 조사를 진행한다.

학습과 토론은 1차 설문이 완료된 후 설문분석 결과를 토대로 의견분포와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조사 응답자 중 대표성을 갖춘 토론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토론자들을 10~20여 명으로 나누어 소그룹을 구성한 후 조사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토론자들은 다른 그룹과도 토론할 수 있으며, 주제에 대해 찬반을 주장하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토론자들은 조사주제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기도 하고 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학습과 토론은 1차 설문이 완료된 후 설문분석 결과를 토대로 의견분포와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조사 응답자 중 대표성을 갖춘 토론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토론자들을 10~20여 명으로 나누어 소그룹을 구성한 후 조사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토론자들은 다른 그룹과도 토론할 수 있으며, 주제에 대해 찬반을 주장하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토론자들은 조사주제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기도 하고 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문서에서 연구 잘 하는 길 (페이지 135-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