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한국 기업집단의 조직특성과 제도적 요인

문서에서 공정거래정책 공정한가 (페이지 36-49)

비용이 높게 발생한다. 따라서 혼합형식으로 정부나 중재자 같은 제3자를 동원한 거래방식이 사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표준건설계약의 내용을 정하기 위해 독 립적인 입장에 있는 건축사를 활용하여 계약을 조정하거나, 미국에서처럼 구매자 의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게 되면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상업계약(Uniform Commercial Code)등이 이런 유형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34)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시장거래, 조직내부거래, 혼합거래 방식은 제각기 나름 대로 거래비용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단순 시장거래방식은 계약의 이행이 불확실 하며 계약 주체들이 거래내용을 협상, 이행, 감시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계약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행동에서 초래하는 불확실성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비용이 덜 드는 거래방식을 모색하게 되며 그 대안으로 장기계약을 통해서 한층 복잡한 계약구조를 가지거나 완전한 통합으로 거래자체를 내부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처럼 거래의 속성에 따라 시장기구보 다 내부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며 이는 조직의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대체하는 것과 같 다.35) 그러나 기업조직의 확장은 자체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기업의 조직이 확장 할수록, 거래를 내부화할수록 이에 따른 조직비효율성과 관료화 현상 등 조직거 래의 확장에 따른 한계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기업조직은 거래를 내부화하는 데 따른 한계수익이 한계비용보다 작아질 때까지 거래를 내부화하여 기업을 확장 한다. 이것이 기업의 성장 한계이며 모든 기업이 하나의 거대 단일기업으로 통합 될 수 없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36)

거래비용= f(거래전속성, 거래빈도, 불확실성 : 제도, 시장, 기술)

무엇이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통제구조인지는 거래비용의 차이가 결정하며 거래비용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외생변수(shift parameter)는 바로 제도적 환경이 다. 노스(North)에 따르면 “제도가 경제적 성과를 결정한다”는 전제하에 "저비용 의 거래low-cost transacting, "신뢰할 수 있는 담보장치credible commitment”를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제도의 집합들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율적인 생산물시장, 요소시장을 가능하게 한다.37)

노스는 교환에 따르는 거래비용을 결정하는 변수를 다음 4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변수는 교환과정에서 상품이나 용역을 정확히 측정하는 비용이다. 이 비용이 높을수록 재산권 설정이 미흡하여 시장거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둘 째 변수는 시장의 규모이며, 이에 따라 특정personal 혹은 불특정impersonal 다수 와의 교환방식이 달라지며 거래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셋째 변수는 계약의 집행 enforcement의 문제이다. 계약이행을 중립적으로 평가하고 집행할 수 있는 사법 제도와 법규가 정비될수록 시장거래는 그만큼 활성화되면서 복잡한 계약구조와 전문화specialization구조가 발전할 수 있다. 넷째 변수는 이념ideology의 문제이 다. 이념은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주지만 경제적 성과에도 영향을 주는 주요한 변수이다. 특히 측정에 따른 비용과 집행에 따른 거래비용이 낮다면 게임의 룰이 공정하거나 혹은 불공정하다고 믿는 이념은 중요하지 않지만, 만약 이러한 비용 이 높다면 게임의 룰에 대한 이념적 신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제도는 재산권, 계약법, 규범, 관습 등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공식, 비공식 제도를 포괄하는 것이며, 제도가 변화하면 시장과, 기업, 중간형태의 통제장치를 이용하는 상대가격이 변화하여 기업의 통제구조governance structure 자체를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37). North(1997)

<그림 8> 제도적 환경과 기업지배구조(williamson, 1996, 223면 그림 변형)

지배구조

개 인 쉬프트

파라메터

행동 특성

전략적

내생적 선 호 제도적 환경

전반적인 기업형태

의식‧태도 재산권 제도 등 공식

‧비공식 법‧경제질서

기업의 수직결합, 수평결합 및 혼합결합처럼 실체적 변화는 물론 계열관계, 장기거래계약 등 계약적 관계도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처럼 거래비용 경제학의 요체는 제도나 시장환경과 같은 외부요인에 따라 기업조 직이나 통제구조(governance structure)는 내생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38)

한국 기업집단의 특징은 “소유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위계적 계열관계 와 비관련다각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집단은 사업부제형태(M-form)의 중핵회 사와 단일구조(U-form)를 가진 계열기업이 출자를 통해 결속된 혼합기업집단 (C-form)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림에서처럼 지배구조의 특징은 종적인 기업집단 의 위계구조(hierarchy)와 횡적인 사업구조의 다각화(diversification)로 나타낼 수 있다.

38). 물론 개인도 기업의 통제구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래비용의 분석에서는 이른바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즉 사이몬Simon(1957)이 지적한대로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는 개인’을 상정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을 “사익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인간’으 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분석의 전제가 된다. 물론 개인을 ‘주인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청지기 (stewardship)’로 본다면 기업의 구조나 통제시스템은 당연히 달라진다. 즉 개인을 기회주의적 인 간으로 보느냐, 정직한 청지기로 보느냐는 거래비용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전자에서는 주인(소유자)이 대리인(경영자)을 충분히 감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대리인 비용을 감안해야 하는 반면에 후자에서는 이런 비용은 전혀 발생하지 않아 거래비용의 성격이 달라진다.

이처럼 개인적 속성이 달라지면 가장 효율적인 기업조직의 형태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림 9> 기업집단의 다각화와 위계구조적 특징 C

M

U U U U U

C : 혼합결합 성격의 기업집단 M : 사업부제조직의 중핵기업

U : 기능조직별 기업조직 계열관계 결합 기업내 조직 다각화

M

3.1 내부조직 및 계열조직 확대

한국의 기업집단이 현재의 통제구조를 가지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데는 앞서 살펴본 거래비용적 접근법이 유용하다. 거래를 통제하는 장치들은 크게 시장거래, 내부조직화, 이들의 혼합형태로 나눌 수 있음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러면 한국의 기업집단이 시장거래 보다 거래를 조직(위계구조)거래나 준準조직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래 그림은 주어진 법과 제도하에서 거래의 전속성에 따라 거래비용이 변화 하는 거래비용 곡선을 가리킨다. 거래의 전속적 관계가 높아질수록 시장보다는 중간형태가, 중간형태보다는 위계구조가 상대적으로 거래비용이 낮다. 여기서 중 요한 사실은 재산권제도, 계약법 등 이른바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면 이는 여러 통제장치의 거래비용곡선 자체를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각종 제도의 변화가 거래비용 곡선의 변화를 통해서 기업들의 통제구조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10> 거래비용과 지배구조의 변화(Williamson, 1991)

k1

M(k) X(k) H(k)

시장

중간

위계구조

$

0 k2 k

자산전속성 거

래 비 용

우리 나라의 기업집단이 외부의 독립기업과 시장거래 보다는 거래를 내부화 하여 계열사들과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업집단이 확장과정에 서 독립기업들과의 시장적 거래보다는 계열사 설립이나 기업결합과 같은 내부거 래를 증대시켜온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요소시장(factor market)의 불완전성이 기업집단의 내부확대의 주요 한 요인이다39). 경제개발 초기부터 우리 나라에서 대기업의 가공조립형 생산구조 가 효과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부품의 공급이 필수적이 었다. 그러나 부품업체의 품질이나 생산기반이 취약한 경우 이를 시장에서 조달 하게 되면 여러 가지 거래비용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품질불량, 납기미준수 등의 일반적인 위험은 물론이고 부품이 거래전속성이 높은 경우 부품업체들의 고의적 인 태업이나 기회적 행동(opportunism)에 수요기업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40) 반면에 수요기업이 갑작스럽게 주문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부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품업체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39). Chang and Choi(1988), Lee(1992), 공병호(1992), 정구현(1990)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찾아볼 수 있다.

40). 모기업의 갑작스런 주문중단이나 거래거절이 협력업체에 미치는 거래비용 효과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부품회사 입장에서도 기업결합이나 완전하게 계열기업화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시장거래에 따르는 이러한 문제점을 회피하기 위하여 거래 쌍방이 사실상 기업을 통합하거나 장기계약(longterm contract)을 체결함으로써 非시장적 거래방법을 선 택하게 된다.

이런 여건하에서는 수요기업이 관련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계열사로 흡수하 거나 사업부를 신설하여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요소시장이 불완전한 제약조건은 시장거래에 따른 거래비용을 급격히 높여 그림에서 M(k) 곡선을 상향 이동시킨다. 결과적으로 기업집단은 외부의 독립기업으로부터 부품 을 공급받기 보다 거래를 내부화하는 하는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다.

또한 요소시장의 불완전성을 넘어 요소시장 자체가 부재한 경우 기업가 스스 로 요소시장을 창출하는 노력도 필요하였다.41)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신흥공업국가 의 경제성장에서 기업가가 부족한 자원의 보충자(input-completer)로서 중요한 기 능을 한다는 지적은 기업집단의 내부화를 설명하는 유력한 이유가 된다.42) 개발 도상경제에서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시장이 불충분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경우 기 업가들은 이러한 자원을 직접 생산함으로써 이러한 결함을 메워 나가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레비Levy는 한국과 대만의 국가간 산업조직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경제개발초 기에 우리 나라는 대만과 달리 시장거래가 제대로 형성되기 힘든 여건이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43) 한국에서는 시장거래에 의존하기에는 자본과 기술을 가진 변 변한 기업들이 없었으며, 반면에 대만의 경우는 당시 풍부한 자금과 기술을 축적 해온 중소기업들이 풍부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거래비용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과 내부조직을 운용하는 상대가격이 한국과 대만이 서로 다르며 한국의 경우 시장보 다는 내부화나 계열거래를 통해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거래비용을 절감한 방식이 었다.

둘째, 정부의 각종 특혜성 산업정책이 계열기업의 수직적 확장을 유인하였다.

수출촉진, 중화학산업, 자본재산업 육성 등 정부가 중점시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호응하는 기업들에게는 금융제공 등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 사업 분야에 신규로 진출하는 경우 특혜성 지원(rent)도 뒤따랐기 때문에 기업집단은 내부수요가 있으면 외부기업과 거래하기 보다 계열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이득이 되었다. 예를 들면 수출입 무역거래를 하기 위해 다른 그룹의 종합상사를 이용할 수도 있으나 회사를 신설하는 경우 내부수요를 처리하면서 부가적으로 각종 정부

41). 이근(1997)은 시장부재 상황에서 시장을 창출하는 과정이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라고 설명한 다.

42). 이규억․이재형,「기업집단과 경제력 집중」 62-63면. 라이벤스타인Leibenstein(1968) 재인용 43). Levy(1988), Levy(1991), Levy and Kuo(1991)를 참고

문서에서 공정거래정책 공정한가 (페이지 36-49)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