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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기계적 재현화

문서에서 영상서사의 소통구조 연구 (페이지 146-161)

이 과정은 영상서사의 소통 과정 중 영상기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단 계이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자가 영상서사를 완성하게 되는 단계로서, 집단 제작진과 영상기술적인 작업에 의해 작자의 의도가 영상으로 텍스트화 하게 된다.

처음에 작자의 의도는 문자기호와 문법구조를 빌려 현시된다. 이를 다시 시나리 오로 전환하는 과정은 같은 문자기호와 문법구조를 지니지만 그 자체로 별개의

구성방법을 요구한다. 즉, 시나리오 작자의 중복되는 역할 수행으로 <작자 대 작 자>와 <작자 대 독자>의 관계가 성립함으로써 문자서사의 일차적 수용과 이로 인한 이차적 생산이 이루어지게 된다. 문자서사 작자에 의해 형성된 의도가 다시 작자이면서 독자의 위치에 있는 시나리오 작자에 의해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럼으로써 시나리오는 문자서사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자에 의해 개별적 으로 감상되고 다시 기술매체와의 결합을 고려하여 작성된 이차적 생산물이다.

이 때 문자서사를 영상서사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변형과정을 거 쳐야 한다. 우선 일차적 변형의 결과물인 시나리오에서는 작자의 시선이 아닌 카 메라의 시선을 빌어 모든 것을 보여주기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문자기 호를 이용하여 묘사되고 서술된 내용을 배우의 행위와 대사 및 카메라의 특성에 의거하여 드러내야 한다. 이러한 점은 시나리오도 기술매체와 마찬가지로 영상서 사의 구현을 위한 중간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환을 통해 실제로 영상서사에서는 카메라에 의해 현시되는 동화상과 배우의 대 사, 그리고 음악 등이 조화를 이루게 됨으로써 새로운 문법 체계가 발생한다. 즉, 동화상, 자연언어, 음악에 따른 기호작용이 개별적이면서 통합작용을 하게 됨으로 써 전혀 새로운 영상기호의 작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초 작업은 시나리 오를 통해 그 운용범위를 지시한다.

시나리오는 작자의 사고와 정서를 영상서사로 전환시키기 위한 준비단계이면서, 전 단계로 작자진에 속한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영상서사 제작과 관련된 과정으로 영상서사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자 텍스트에서 시나리오로의 변환 과정 자체가 무의미 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제작자와 매우 밀접한 관계 를 지니면서 또한 문자로 쓰여진 텍스트로서 문자서사의 하위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시나리오가 영상서사 제작과정의 중간 단계 역할을 하지 만 영상서사의 전체적 소통과정을 살펴볼 때 그 역할이나 경계점이 불분명하다.

하지만 제작된 영상서사는 시나리오와는 전혀 별개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시나 리오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 영상서사는 제작과정에서 중간 매개체인 기술

의 도움을 받게 됨으로써 획기적인 변환이 일어난다. 문자 텍스트에서는 잉크와 종이가 기본 재료라면 영상서사는 촬영과 녹음을 위한 여러 가지 기계장치가 재 료이다. 이러한 기계장치는 실제 사물을 모두 빛과 파동의 속성으로 받아들이고, 필름에 저장하게 되며, 이를 다시 재현하게 될 경우에는 빛과 파동으로 화면에 다 시 재구성하게 된다.

이 때 제작자는 두 가지 요소를 필수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하나는 시나리 오를 객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바탕으로 제작자의 사고와 정서를 드러낼 수 있도록 기술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다. 시나리오 를 객관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은 시나리오에 함의된 작자의 의도를 획득하는 것이 다. 앞에서 언술했듯이 이는 이차적 수용과정으로 제작자는 독자가 되어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제작자는 시나리오에 함의된 의도를 영상서사 로 재조직하게 된다. 이러한 영상서사로의 재조직은 영상기호의 특성을 결정하는 기술매체의 특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어야 가능하며 동시에 시나리오에 함유된 의도를 기술매체로 전환시킬 수 있는 나름의 문법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상서사는 영상기호의 조직 절차를 거쳐 일정한 체계로 드러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영상기호는 기계적 장치를 수반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기계적 장치는 모든 영상서사 생성과정에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논의의 중심 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예로 자연언어 발화에 대한 논의에서 뇌의 신경조직 인 뉴런 구조가 반드시 작용하지만 하나의 주어진 조건으로 전제하고 논의를 진 행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좀 더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조형예술에 대한 논의 를 할 때 정과 망치, 찰흙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 논의에서는 기계장치의 종류와 조작방법에 대해서는 생략하 기로 한다.

시나리오를 수용한 제작자는 이를 바탕으로 구현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문자 텍 스트가 기초가 되어 시나리오가 작성되었다고 하여도 이때에 제작자가 객관적으 로 수용해야 할 것은 문자 텍스트가 아니라 시나리오이다. 따라서 제작자는 시나

리오를 중심으로 최대한 객관적이며 사실적으로 현시시키고자 노력하게 된다.

정서는 사고에 비해 매우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정 서의 성격은 단선적이며 일대일식 소통구조를 이루는 문자서사에서는 문제가 되 지 않는다. 왜냐하면 문자서사의 경우 개인적․주관적 소통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대부분 의미파악은 개인의 감상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즉, 단선적이며 일대일식 소통으로 의미파악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머물게 된다.

그러나 영상서사에서는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다수의 제작자가 작업을 수행하게 되므로 만약에 분업화된 제작진들이 각자 시나리오의 의미를 다르게 파악한다면 결국에는 영상서사의 제작 자체가 어렵게 되거나 이들의 작업 내용이 조화를 이 루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수용자에게 생산자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 게 된다. 배우의 행위와 대사, 배경, 음악 등의 생산과 제작은 각자 개별적으로 이 루어지며 이때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 이들이 지향하는 바가 달라진다.

문자서사는 단일 매체인 문자와 선형적인 구조를 통해 작자의 의도를 드러낸다.

하지만 영상서사는 복합기호작용으로 비선형 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어느 한 기호 만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즉, 동화상, 자연언어, 음악이 통합되어 영상기호 의 의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고와 정서의 전개 양상도 개별적인 작용을 거 쳐 통합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영상서사가 제작과정에서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보여주기 방식으로 전환 하면서 이러한 특성이 가장 크게 부각된다. 하지만 이외에도 시나리오의 의미를 파악한 후 다수의 제작자가 각자 개별적으로 작업한 내용물을 전체 텍스트와 조 화시키기 위해 최대한 사회적 소통체계에 맞추게 된다. 따라서 시나리오에 대한 제작진의 공감대 형성은 결국 시나리오의 정서적 측면이 사고 중심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러한 특성은 결국 수용 상에도 영향을 끼쳐 수용자가 개 별적으로 형성하는 미적체험 세계와 영상서사가 유사하며 허구와 현실의 경계선 을 모호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과정은 작자의 의도를 시나리오 작자가 의미처리한 후 감상을 거쳐

시나리오로 전환하는 양상과는 다르다. 영상서사는 시나리오에 대한 제2의 창작물 이 아니라 구현물이다. 따라서 시나리오의 감상의 양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 마만큼 이를 구체화 시켰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제작자가 시나리오 의 의도를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문자서사, 시나리오, 영상서사가 모두 개별적인 존재가 되거나, 영상서사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수용자에게 전달하 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다수가 참여하는 제작과정에서는 영상서사의 내용과 형식의 적절성을 위해 시나리오의 의미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제작자의 감상단계는 개 별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제작자는 이 를 바탕으로 영상서사 제작에 임하게 된다. 이러한 제작과정의 특징으로 인해 문 자 텍스트의 서정적 성격은 대부분 구체적, 객관적 성격으로 전환되어 줄거리가 형성되고 서사적 성격을 띠게 된다. 그러면서 다수 제작자의 정서를 사고 중심으 로 집약시키게 되는 것이다.

예술적 문법은 개별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영상서사는 수용자로 하여금 순차 적이면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문법체계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서사 가 새로운 예술 분야로 인정받는 이유는 영상기호의 성격과 그 작용에 의해서이 다. 영상기호작용은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 텍스트에서 문자기호와는 전혀 다른 문 법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문법구조는 다시 영상서사의 수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소통구조 전반에서 총체성을 획득하도록 한다. 이는 영상서사가 그 나름 대로의 독창성을 확보하고 있다. 예로 문자서사에서 서정적 장르인 경우에는 순간 적인 개인의 정서만을 중시하여 심리에 대해서만 세밀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문자서사를 영상으로 제작할 경우에는 제작자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일련의 사건과 행위를 객관적이면서 인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흐름을 형성하여 제시하게 된다.

영상서사가 서술되는 단위를 문자서사와 비교한다면 음운에 해당하는 프레임, 어휘에 해당하는 쇼트, 문장에 해당하는 장면, 문단에 해당되는 시퀀스로 구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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