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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서사의 의미화 방법

문서에서 영상서사의 소통구조 연구 (페이지 81-84)

영상서사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과학문명의 발전과 보조를 맞추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영상서사의 특성조차 연구되지 않아서 이론화 단계까지 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연구 성과도 매체기술의 급속한 발 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영상서사는 문자기호와는 달리 매 우 복합적이며 입체적인 기호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제작과정 및 수용상의 변화 와 소통절차 상의 변화를 수반한다.

영상서사는 종합 매체로서 정보의 생산과 수용과정이 문자서사와는 다르게 전 개된다. 즉, 문자서사의 생산과정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작자와 기술매체의 도입과 정이 추가됨으로써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영상서사는 제작자와 기술매체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작자의 메시지를 문자가 아닌 복합 기호와 약호를 이용하 여 영상 텍스트로 전환시킨다. 그러므로 영상서사는 작자와 제작자, 기술매체가 결합되어 텍스트로 현시된다.

일찍이 비고츠키(Vygotskii Lev Semenovich)는 언어 조직에는 두 개의 상반된 경향이 있음을 주장하였다.48) 하나는 언어가 추상적인 탈맥락화(脫脈絡化;

48) Vygotsky, L. S .(1934/1987). Myschlenie i rech', N. Thinking and Speech, In R. W.

Rieber, A. S. Carton (Eds.), The collected works of L. S. Vygotsky. Vol .1 : Problems of general psychology. New York: Plenum Press. (TS). 비고츠키에 의하면 단어의 지시 기능에서 상징기능의 동시수행은 ‘언어와 대상의 관계’에 있어서 언어 자체가 가지고 있 는 탈맥락화의 특성과 ‘언어에 의하여 매개되는 개념 간의 관계’라는 두 가지 속성으로 인하여 가능하다. 무의미철자와 같은 언어의 지시기능으로부터 상징기능으로의 전환은 동 일한 언어가 직접적인 단어사용의 맥락으로부터 단어가 지시하는 대상의 내적인 속성들 을 파악하여 그것들에 공통되는 속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개념을 획득하던 상 황으로부터 탈맥락화하는 과정이다. 언어에는 언어가 획득되는 순간, 상황에서부터 탈맥 락화 될 수 있는 요소가 그 안에 함께 들어 있다. 비고츠키에 의하면 개념의 형성이 이루 어지는 상황으로부터의 단어의 탈맥락화는 동시에 개인 안에서는 언어들 간의 맥락화의 작업으로 연결된다. 지시기능에서 상징기능으로의 전환은 언어라는 기호에 있어서 기호 간의 체계성을 확립하는 일, 다시 말하면 기호들 간의 맥락화를 구축해 나가는 일이 된 다.

언어가 처음 개인간의 상황에 사용되는 순간에는 상황과 맥락에 극히 의존적인 형태로

decontextualization)된 성찰(reflection)에 기초하여 조직될 수 있으며 말의 상징 기능은 이러한 경향에 근거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그가 개념 발달, 범주화, 연역적, 과학적 추론을 분석하는데 기초가 되었으며 그는 언어의 탈맥락화 특히

‘의미’의 탈맥락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다른 경향은 이와는 반대로 언어가 맥락 화에 기초하여 조직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 바 로 말의 지시 기능이며 이것은 내적 언어를 설명하는 기초가 되었다. 이 두 가지 경향은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서 말하는 경우에 따라 두 측면 중 하나가 더 두드 러지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항상 이 두 가지가 동시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 다.49)

따라서 이 장에서는 비고츠키의 언어 조직 방식을 기본 원리로 하여 영상기호 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영상서사의 의미화 구조를 제시해 보려고 한다. 그의 언어 의 조직 방식과 원리는 곧 서사의 소통내용이 되는 사고와 정서의 교응을 이용한 의미창조 방식과 밀접한 상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을 포함한 문자서사나 영상서사의 의미창조 방식은 2단계로 진행된다. 곧, 표층구조 에는 상식적이고 사전적인 의미의 공간을 구축하고, 심층구조에는 상징적이고 확 장된 의미의 공간을 구축한다. 서사체의 이러한 이중적 의미작용은 비고츠키가 주 장한 두 가지 언어(단어)의 기능인 지시 기능과 상징 기능에 연결된다. 구조주의 자들이 언어의 구조 문법 원리를 확장시켜 이야기의 구조 문법을 추출하는 원리 로 삼은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에 따르면, 언어는 획득되는 순간부터 이 두 가지 기능을 함유하는 동시에, 맥락화의 상황(지시 기능)으로부터 탈맥락화의 상황(상징

서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사람의 활동을 지시하거나 구속하게 된다. 그러다가 점차 언어가 개인내적으로 점유되면, 그 기능은 상징기능으로 전환하면서 각 단어가 지시하는 대상에 대하여 일반화와 추상화를 시도한다. 즉, 도구적인 지시기능을 통하여 개념이 형성되면서 고등정신기능이 점유하고 상징기능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는 언어기능의 질적 변화를 의 미하는 것으로 개인 정신 간 언어의 기능과 개인 정신 내 언어 기능을 구분하는 것이기 도 하다. 즉, 사회적 언어, 음성 언어, 의사소통적 언어의 기능은 고등정신기능을 내적으 로 매개하는 언어가 되면서 다시 그 기능이 각 사람의 지각이나 주의집중, 개념형성, 사 고활동을 매개하는 기능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비고츠키는 탈맥락화와 맥락화를 통해 동 시적이면서 변증법에 의해 언어를 조직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49) 한순미, ꡔ비고츠키와 교육-문화, 역사적 접근ꡕ, (교육과학사, 1999). pp. 40~41.

기능)으로 동시적으로 이행된다. 즉, 사회적 소통이 수월한 지시적 기능을 통해 표 층의 개념이 형성되면 개인․내적 소통이 우월한 상징적 기능을 통해 심층적 개 념이 형성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장에서는 영상서사의 소통 내용인 사고와 정서의 교응(交應 : correspondance)50) 양상에 따른 의미화 방법을 지시적인 맥락화와 추상적인 탈맥 락화로 나누어 영상서사에서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밝혀보고자 한다. 이 러한 의미의 일반화 방식과 추상화 방식은 영상서사의 핵심적인 의미화 방법 원 리로 체계화 될 것이다. 맥락 지향 텍스트는 사회․문화적 소통을 중시하므로 사 고 중심적이면서 지시적 기능이 우세한 텍스트를 구축하고, 탈맥락 지향 텍스트는 개인․내적 소통을 중시하므로 정서 중심적이면서 상징적 기능이 우세한 텍스트 를 구축하게 된다. 이때 사고와 정서는 사고 자체나 정서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양자가 교응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환기시키며 호응하는 가운데 본질 적인 가치를 서로 교환하고 일치시킴으로써 상호간의 일체감의 형태로 실현된다.

그러나 사고와 정서의 일체감도 주제를 형상화시키고 소통시키는 지향성에 따라 사고가 강한 지시적이고 맥락적인 텍스트와 정서가 강한 상징적이고 탈맥락적인 텍스트가 구축된다. 따라서 전자에는 순행적 구조와 풍자적 구조를, 후자에는 병 치적 구조와 반어적 구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유형화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 전제 하에 성립될 수 있다. 예컨대 첫째, 모든 서사텍스트는 맥락 지향적인 표층적(지시적) 의미와 탈맥락 지향적인 심층적 (상징적) 의미를 동시적으로 형성한다. 둘째, 사고가 정서보다 우월한 텍스트는 표 층적 의미 층위에서도 주제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정서가 사고보다 50) 오세영 편, 문예사조(고려원, 1986), pp. 213-226; 여기서 필자 김기봉은 다음과 같이 밝

히고 있다. 교응이란 상징주의자들의 미학을 설명하는 핵심 원리이자 개념으로서, 현상 상호 간의 조화롭고 심원한 통일성 및 일체성을 밝혀주는 관계론적 규명의 이론체계이다.

교응은 항상 종합과 조화를 도모하고, 서로가 서로를 환기시키고 호응하는 가운데 개체 현상 및 관념적 실체를 함께 포괄하는 세계 일반에 대한 질서와 조화의 미학이요 종합과 통일의 이론이다. 이러한 교응이 실현되는 형태는 현상 세계에서 현상 상호간의 감각교류 및 주체와 객체 간의 일체감의 형태로 실현된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교응을 사고와 정 서가 서로를 환기시키고 호응하는 가운데 일체감의 형태로 실현시키는 주객합일의 통일 과 조화의 호응 원리로 사용한다.

우월한 텍스트는 심층적 의미 층위를 통해서 주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 를 바탕을 하여 영상서사 텍스트의 의미화 구조를 구별하는 근거로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주제의 지향성, 둘째 감정이입의 난이도, 셋째 주제 인식의 수월성, 넷째 사고와 정서의 강도 등이 그것이다. 첫째 기준은 주어진 영상 텍스 트의 주제가 사회적 소통과 개인적 소통 중 어느 쪽으로의 접근성을 보여주느냐 가 판단 근거가 된다. 둘째 기준은 감정이입이 수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다. 셋째 기준은 주제 인식의 난이도에 따른 판단을 요구한다. 넷째 기준은 정 서와 사고 작용의 우열성이 판단 근거가 된다. 이제, 이상의 기준을 토대로 텍스 트 분석을 통해 영상서사의 의미화를 가능하게 하는 맥락 지향의 텍스트와 탈맥 락 지향의 텍스트의 유형적 특성에 대하여 설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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