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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적 구조

문서에서 영상서사의 소통구조 연구 (페이지 123-135)

기본적으로 소통은 사회적 체계에 의지한다. 따라서 영상서사에서의 전반적인 전개흐름은 사고 플롯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영상서사는 필름의 운동성으로 인해 필름의 시․공간적 흐름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영상서사는 전개과 정에서 두 개의 큰 흐름을 지니게 된다. 하나는 필름의 고유한 흐름이며, 다른 하 나는 이야기가 구성되는 흐름이다. 그러므로 영상서사에서는 지각에 따른 흐름과 이야기의 흐름을 동시에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와 같은 자극 즉, 영상기호의 유상성과 필름의 운동성 때문에 수용자는 오히려 이 두 흐름을 순차적이며 일치 한다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영상서사는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 문자서사보다 수용 의 용이성을 동반하며 이러한 특징은 사고 플롯을 체계화 시키는데 용이하다.

그러나 영상서사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용자가 의미를 파악하기에 매 우 난해한 경우가 있다. 작자가 대상에 대해 비호응적 태도를 보이면서 개인적, 주관적 소통체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이 경우 사회적 소통체계의

일정한 흐름을 정서가 부분적으로 개입하여 일순간에 뒤집어 버리는 현상을 동반 한다. 이러한 현상은 영상서사에서 작자가 대상에 대하여 정서가 매우 강하게 작 용하면서 사회적 소통체계의 흐름을 개인적, 주관적 소통체계로 전환시켜 서로 대 립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개인적, 주관적 소통체계가 영상서사의 전 과 정을 완전하게 지배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어느 일정부분에서 작용하면서 전 체 의미 구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로 심층적 의미층위를 형성하게 된다. 이 경우가 반어적 구조이다.

하지만 반어적 구조에서의 사고 플롯은 지각의 차원에서 구성되는 플롯과는 다 르다. 이때 사고 플롯은 텍스트내의 정서와 지향성이 다름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 의 장치로서 작용하며 정서 플롯을 구성하는 하위 영역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렇 게 되면 텍스트는 풍자적인 경우보다 더 직접적이며 격하게 사회적 소통체계와 사고플롯을 뒤집게 된다. 그럼으로써 수용자로 하여금 심리적 충격을 유발시킨다.

이는 현실에서의 불가능한 재현이나 공포나 환상을 다루는 영상서사의 하위 장르 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외적으로는 기법에 의한 자극이 중심을 이루 지만 내적으로는 강한 비판을 드러낸다.

보통 공포와 환상을 기반으로 하여 심리를 자극하는 텍스트를 수용자가 대면할 경우 의미 파악보다는 주변 부가요소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의 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거나 시․공간의 병렬적 연결과 동화상의 환상적 분위기, 대상에 대한 심리적 불일치로 인해 텍스트 자체가 매우 혼란스럽게 드러나기 때 문이다. 따라서 갈등에 대한 양상이 사고의 통제 범위를 넘음으로써 순간적인 불 안과 공포 등이 그대로 드러나 사회적 소통체계 측면에서 보면 비유기적 구성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자서사에서 이와 같은 경향의 작품들과 비 교하게 되면 영상서사는 그보다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는 영상서사의 정서적 측면이 제작자에 의해 수용되고 다시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사회적 소통 체계를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서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수용자의 감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수용자는 영상서사 내

에서 미묘하고 복잡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전체 의미 파악에 접근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김성호 감독의 ꡔ거울 속으로ꡕ의 줄거리이다. 이 영상서사의 성격을 흔히 영화 장르에서는 미스테리나 스릴러로 구분되고 있다. 이는 영상서사의 외적인 형 식 즉, 기법이나 표층적인 전개 양상을 중심으로 구분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이를 내적인 양상에서 살펴보게 되면 불합리한 사건이나 병폐에 대한 작자 의 강한 정서적 거부감이 상징화되어 있다. 이는 자칫 묻혀버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과도한 해결 의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나마 요 약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의문의 화재 사건 이후 재개장을 준비중인 한 백화점. 이른 아침 화장 실에서 백화점 여직원이 숨진 채로 발견된다. 백화점 사장은 빠른 시간 내에 사건을 무마하고 개장을 서두르려 하지만 곧 두 번째 희생자가 나 타난다. 총무부의 김부장이 엘리베이트 안에서 자신의 귀에 볼펜을 집 어넣어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후 세 번째 희생자가 발견된다. 주 차장 자신의 차 안에서 손목이 꺾인 채 죽어있는 한 남자의 시신이 발 견되면서 더욱더 경찰 수사는 미궁 속으로 빠진다.

② 한편 이 백화점의 보안실장인 우영민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숨진 사람 들이 모두 예전에는 총무부 직원이었으며 주변에 거울이 있었다는 공통 점을 발견한다. 이를 우영민의 전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형사 하현수 에게 이야기 했으나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리고 사건의 담당형사 인 하현수는 강력한 용의자로 정신병 경력이 있는 이지현을 지목한다.

그는 이 백화점 화재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언니의 복수를 자행하고 있 다고 생각하고 있다.

③ 우영민에게 괴로운 기억이 있다. 1년 전 형사시절, 범인을 쫓던 도중 거 울에 비치는 이미지를 실제로 오인해 절친한 동료를 잃었던 적이 있다.

그는 이로 인한 기억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④ 사건에 접근해 갈수록, 우영민은 거울 앞에서 일어난 이 모든 살인 사

건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죽음의 형태가 사람의 범행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지현은 죽은 언니가 거울 속에 살아 있다고 믿고 집 내부를 거울로 도배한 채 생활하고 있다. 그러한 그녀 가 우영민에게 계속되는 살인을 경고한다.

⑤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화점의 재개장은 강행되고, 그 날 다 시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백화점은 일대 대혼란이 일어난다. 그 후로도 백화점 곳곳에서는 알 수 없는 죽음의 공포가 드문드문 나타난다. 이로 인해 백화점은 문을 닫게 되고 우영민의 삼촌은 백화점 경영권을 상실 하게 된다.

⑥ 우영민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지현의 언니와 총무과 직원들의 죽음과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이지현 언니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에 서 우영민에게 자꾸 제시되었던 거울 속의 숫자 의미를 알게 된다. 그 리고 이지현 언니가 입원했던 정신병원 사물함에서 회계장부를 발견한 다.

⑦ 백화점 경영주가 바뀌고 여전히 계속되는 살인. 우영민과 이지현은 살 인죄로 유치장에 갇히고 만다. 그리고 라이벌이었던 하현수 역시 사건 해결과 더불어 진급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성과보다는 권력의 서열에 밀 려 탈락하고 만다. 이에 그는 성과에 급급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⑧ 하현수의 묵인으로 몰래 유치장을 빠져나온 이지현과 우영민은 백화점 지하로 들어갔는데 거울이 가득한 홀에 들어선 그들에게 희미한 전자 알람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 전자음을 추적하여 드디어 백화점 지하 거울 뒷면에서 이지현의 언니의 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⑨ 그때 전직 경찰관이었던 백화점 이사가 나타나면서 백화점 인수와 이지 현의 쌍둥이 언니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비리가 밝혀지면서 우영민과 하현수, 백화점 이사의 결투가 벌어진다. 그러나 우영민은 매번 범인을 향해 권총을 겨누지만 발사하지 못한다.

⑩ 우영민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자꾸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 러면서 자신의 과거로 인해 계속 자신과 싸움을 벌인다. 거울의 반대편 으로 떨어진 우영민, 그는 거울에 나타난 자신과의 싸움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⑪ 상황은 악화되어 모두 위험에 처한 순간, 거울 속에서 이지현의 언니가 빠져나와 이사에게 보복을 한다. 이를 지켜보는 우영민, 이지현, 하현수 는 경악해 한다.

⑫ 사건이 종결된 뒤 하현수는 진급을 하고 우영민은 병원에서 퇴원하고 거리로 나섰다. 그런데 모든 것이 반대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은 거울 속에 서 있고 거울 밖 세상에는 자신의 실체가 없음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 영상서사의 동화상과 자연언어, 음악을 실제로 접하게 되면, 위와 같 은 사건의 흐름에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동화상과 음악에 집중을 하게 되어 사고 중심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영상서사에서 자극되어지는 감각이 일반적 범주를 넘어서 즉각적으로 정서에 반응하도록 하며, 비록 이에 대한 정서의 의미 가 처리되더라도 감정적일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한 공포감과 불안감 으로 인해 표층적, 사전적 의미 파악조차 미루어진다.

이러한 점은 작자와 외부세계, 즉 대상을 부조리, 불합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수 용자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제시하려는 의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귀신 이 야기는 일반적으로 황당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정서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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