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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행적 구조

문서에서 영상서사의 소통구조 연구 (페이지 89-95)

59) 안형관,『화이트헤드 철학의 이해』 (이문출판사, 1988). p. 68. 화이트헤드의 주관주의 원리에 따르면 대상이라는 것이 언제나 경험하는 주체의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와 서로 관계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때 대상이란 단지 사물 혹은 외부적 사물, 외 부적 존재자와 단순한 동의의가 아니라 언제나 경험하는 주체 속에 내재하는 것으로서의 존재자이다.

영상서사에서 내용과 형식은 동화상, 자연언어, 음악의 구성기호들의 작용에 의 해 구체화된다. 이때 영상서사에서 의미 작용을 하고 있는 구성기호가 복합적이므 로 영상서사의 내용과 형식에 따른 유형들은 문자 텍스트보다 더 다양해지고 복 잡해진다. 그러나 의미적 국면에서 보면 영상서사와 문자서사는 별반 다르지 않 다. 다만, 영상기호의 작용과 마찬가지로 구성기호의 사고와 정서의 개별적인 양 상에 의해 영상서사의 내용과 형식이 달라진다기보다 이들의 통합된 영상기호 작 용에 의해서 텍스트 구조가 좌우된다. 그러므로 영상서사에서는 구성기호들에 따 른 의미적 국면을 파악하게 되면 전체 영상서사의 의미와는 무관해져 오류가 발 생한다. 그러므로 영상서사의 의미적 국면은 영상기호 단위에서 사고와 정서의 교 응을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하며 구성기호의 개별 양상은 조직적 국면과 관계된다.

대부분 표층적이면서 사회적 약호와 문법체계를 이루는 사고 중심인 영상서사 에서는 우선 대상에 대한 작자의 태도에 따라 작자가 대상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대상에 대하여 작자가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 심 리적 거리가 거의 일치되어 내용과 형식을 파악하는 데 수월하다. 일상적이고 인 접된 시ㆍ공간 전개와 더불어 사회적 약호와 문법체계를 통해 구성된 영상서사는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나의 주제로 집약시킨다. 즉, 의미를 알기 쉽고 선명 하게 제시함으로써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나의 주제로 통일시켜 나간다. 이 러한 특성은 수용자로 하여금 매우 쉽게 감정이입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따라서 영상서사의 내용과 형식에 따른 표층적 의미 층위와 심층적 의미 층위가 거의 일 치하여 수용자로 하여금 해석과 감상이 거의 자동화 되도록 유도한다. 이로 인해 미적 세계의 체험이 수월해지면서 감정이입 역시 쉽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우를 영상서사의 순행적 구조라 한다.

순행적 구조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매우 일상적이며 구성기호와 영상기호 층위 모두 유기적인 구조를 지님으로써 동일한 지향성과 사고와 정서의 교응 양상이 사회적 체계에 맞춰 전개를 시킨다. 그렇다고 영상서사가 실제 현실적인 시간적 흐름에 의한 공간적 전개를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일반적인 지각 범위를

기준으로 사회적 약호와 문법체계를 차용하여 텍스트를 전개시킴으로써 생산자와 수용자의 의미전달과 파악이 사회적 소통체계 내에서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그러 므로 순행적 구조는 대부분 상징적 기능과 심층적 의미 층위가 지시적 기능과 표 층적 의미층위와 일치되면서 현실적이면서 실제성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구조는 대상에 대한 지식과 정보 전달 측면이 강해 문학성이나 예술성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 등처럼 사실적인 정보 제공에 목표를 두는 특성을 보인다.

① 초등학교 아이들의 급식시간, 아이들이 차례차례 줄을 서 있다. ‘오늘 반 찬은 뭐가 나올까’ 궁금해 하는 녀석, 군침을 삼키는 아이, 뱃속에서 나 는 ‘꼬르륵’ 소리에 까르르 웃는 녀석들의 해맑고 귀여운 모습이 차례차 례 지나간다.

② 그 때 “요 녀석들 참 귀엽죠?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먹여야 할까 요?”하는 성우의 내레이션이 덧붙여진다.

③ 그리고 연두부 한 숟가락을 폭 퍼서 입안에 떠 넣는 아이의 모습과 함 께, “바른 먹거리에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연달아 나 온다.

④ 초등학교 교실에서 밝고 활기찬 아이들의 점심식사 모습 위로 회사 마 크와 자막이 나온다.

이 광고는 우선 심리적으로 밝고 건강한 아이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아이들의 군 침 삼키는 모습, 뱃속에서 ‘꼬르륵’ 나는 소리에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들을 동화상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매우 즉각적인 정서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즉각적인 정서 자극 측면은 자라나는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바른 먹을거리가 제 공되어야 하며, 그런 식품을 먹고 자라나는 아이는 건강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 키고 있다. 반면 내적으로는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식품업체의 의지와 아 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그런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동시에 피력하고 있다.

위의 예시에서는 순차적이며 일반적인 전개로 인해 외적으로 드러나는 의미 파 악이 매우 손쉽게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정서에 해당되는 내적인 의미마저 사고 에 복속시켜 의미의 생산과 수용 측면에서 일정한 범위를 만들고 있다. 이는 수용 자로 하여금 텍스트의 표층적 의미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창출한다. 즉, 아이들의 행동과 반응에 수용자로 하여금 집중시킴으로써 아이들의 움직임과 기호(嗜好)에 주시하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수용자는 자연스레 부모의 입장으로 전이되면서 텍 스트에서 제시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일까 하고 자동적 으로 연상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연스런 감정전이에 의한 심층적 의미 층위로 의 접근으로 수용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심층적 의미를 얻는다. 이때 이러한 점 을 더욱 확고하게 고정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지막 쇼트에 나오는 성우의 내레이션이다.

내레이션은 영상기호의 의미를 고정시키면서 동화상을 통해 제시되는 많은 사 물들이 전체 의미에 기여하도록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즉, 텍스트의 다양한 요 소와 의미들을 전체 의미에 기여하도록 하면서 통일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텍스트가 사실적, 순차적으로 전개되어 의미 처리 측면에서 거의 자동화된 경향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서 위의 예시에서는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 는 모습=항상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회사의 이념’을 일치시킴으로써 매우 선명하고 강한 전체 의미가 형성된다.

다음은 영상서사로서 김기덕 감독의 ꡔ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ꡕ의 줄거리이다.

① 봄 : 장난에 빠진 아이, 살생의 업을 시작하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 숲에서 잡은 개구리와 뱀, 물고기에게 돌을 매달아 괴 롭히는 짓궂은 장난에 빠져 천진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 던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돌을 묶어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힘들 다고 하소연하자, 노승은 잘못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이른다

② 여름 : 사랑에 눈뜬 소년, 집착을 알게되다.

아이가 자라 17세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 어온다. 소년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감지한다. 소녀가 떠난 후 더욱 깊어가는 사랑의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산사를 떠나게 된다.

③ 가을 : 살의를 품은 남자, 고통에 빠지다.

절을 떠난 십여 년 후 어떤 남자가 산사로 도피해 온다. 그는 배신한 아내 를 죽인 살인범으로 분노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불상 앞에서 자살을 시도 하자 노승이 그를 모질게 매질한다. 남자는 노승이 바닥에 써준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 후 남자는 산사를 떠나고 고요한 산사에서 노승 의 다비식이 거행된다.

④ 겨울 : 무의미를 느끼는 중년, 내면의 평화를 구하다.

산사를 떠났던 남자는 중년이 되어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다. 그는 노승 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 모를 여인이 산사를 찾아 와서 어린 아이만을 남겨둔 채 떠난다.

⑤ 그리고 봄 : 새로운 인생의 사계가 시작되다.

어느새 노인이 된 남자는 자라난 동자승과 함께 산사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고 있다. 동자승은 그 봄의 아이처럼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멩이를 집 어넣는 장난을 치며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문학 작품에서 계절의 순환은 인생의 과정으로 비유 되어 사용되곤 하였다. 이 영상서사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절과 인간의 일생, 그리 고 인간의 일상에서 맞부딪치는 관계의 연장을 불교의 윤회설을 바탕으로 전개시 켜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순차적인 시간과 한정된 공간, 사실적인 유상 이미지 등을 통해서 현실성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외적으로 드러나는 전개는 수용자로 하여금 누구나 인생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쉽게 인지할 수 있 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일상적이며 일반적인 전개와 구성 기호들의 유기적 결합이 전부는 아니다. 정확한 의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심층적 의미 층위를 살펴보아야만 한다. 이때 영상서사의 내적 전개의 기본을 이루는 동 양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면 수용자가 의미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적인 전개에서 계절과 일생의 연관성을 유사성에 근거하여 드러냄으로써 구체적인 내적 전개 양상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아 도 접근이 가능해진다. 즉, 외적으로 순차적이며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전개됨으로 써 내적인 전개와 일치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적인 전개 양상은 봄과 다시 새로운 봄 사이에는 많은 갈등적 요소가 내포되 어 있으면서 장면과 장면 사이의 건너뜀과 전개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때 이러한 비유기적 구성을 수용자가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계절과 인간의 일생과 관계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위의 예시에서는 외적인 전개와 내적인 전개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외적인 전개 양상을 통해서 심 층적 의미로 자연스레 전이된다. 이는 수용자의 적극적인 사고작용이 없더라도 심 층적 의미에 대해 접근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표층적 의미층위와 심층적 의미층위의 자연스런 전이는 전체 의미를 특정한 관념, 불교의 윤회설이나 순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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