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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적 의미의 창조적 인식화

문서에서 영상서사의 소통구조 연구 (페이지 171-182)

영상서사의 의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상언어의 약호체계를 사용하여 유기적 으로 재조직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처리된 의미는 전체 구조와 구성 기법, 개별기호들의 사용 등과의 적절한 관계성 속에서 생성된 것이다. 영상서사 는 동화상과 자연언어, 음악의 결합체로 일상언어의 약호체계를 사용하여 통사처 리 하기에는 미비한 점이 존재하지만 결국에는 일상언어의 약호체계를 사용하여 구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상서사의 전개가 비유기적이며 단절적 양상을 보이 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여 이를 다시 사회적, 문화적 범위 내에서 파악해야 한다.

영상서사에서 구성기호인 동화상과 자연언어, 음악과 영상기호가 적절히 해석되 었다 하더라도 감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감상은 영상서사에서 환기시키는 작가의 의도가 수용자의 경험과 결합될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경험이란 수용자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학습된 직접, 간접의 모든 지식으로서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다시 재구성된 정보를 의미한다.76) 따라서 수용자는 텍스트의 해석을 통하여 수용 자가 지닌 모든 지식을 다시 재구성시킴으로써 이에 맞는 반응 양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인식의 창조적 심화와 올바른 감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영상서사의 텍스트를 해석하고 난 후 수용자의 경험에 의해 재구성되는 감상은 문자서사와는 그 양상이 다르게 드러난다. 문자서사에서 해석된 의미는 독 자 자신의 경험구조와 연결시켜 미적체험의 구체적인 세계를 형성시키기가 영상 서사 보다는 어렵다. 왜냐하면 문자 기호작용으로 인한 이미지의 구축은 실제 체 험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형태나 형상이 추상적이거나 개괄적인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77) 반면 영상서사에서는 유상적 특성으로 인해 매우 구체적이며 사실적 인 이미지를 현시하고 있어 수용자는 이에 토대를 두고 미적체험 세계를 구축한 다.

76) 비고츠키에 의하면 지식은 객관적으로 주어진 세계를 여과 없이 모사(模寫)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인식의 주체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구성되며, 그러한 구성의 관여 없는 절대적 인 세계로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77) Ronald W. Langacker, ꡔ인지문법의 토대ꡕ, 김종도 역 (도서출판 박이정, 1999), pp. 78~

81.

텍스트의 사고와 정서가 독자 자신의 경험과 결합된다는 것은 과거의 불특정한 경험과 무작위로 결합한다는 뜻은 아니다.78) 인간이 어떤 것을 매개로 무엇을 환 기한다는 것은 인접성에 의한 것이거나 유사성에 의한 것이다. 이는 곧 연상에 의 해 사고가 중심적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인접성이나 유사성은 문화적 배경과 밀 접한 관련이 있으며, 수용자와 환경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함을 뜻하기도 한 다. 그러나 만약 영상서사의 의미를 처리하여 감상한 후 형성되는 미적체험의 세 계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수용자를 중심으로 현시된다면 수용자는 이를 실제처럼 느끼게 되고 소통구조는 다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원래 계기가 되었던 텍스트 와 미적체험의 텍스트가 공존함으로써 수용자가 원하는 한 새로운 텍스트가 끊임 없이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상서사의 수용은 끊임없이 열린 구조를 지향 한다.

문자서사의 경우 독자가 텍스트를 수용한 후 두뇌 속에서 이를 재구성한다면 영상매체에서는 수용자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텍스트를 창조해 나갈 수 있다.79) 그러므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영상서사에서의 미적체험은 내적․외적 자극에 따 라 만들어지는 완결된 심리적 세계이며 동시에 미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 위를 할 수 있거나, 미적 욕망을 체험할 수 있는 세계가 구현될 수 있다.80)

78) 루돌프 아름하임, ꡔ예술심리학ꡕ, 김재은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8), pp. 488~

489. 심리학은 외부대상을 지각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자기의 정서, 욕구, 자세에 따라 영 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79) Friedman, T. "Making Sense of Software : Computer Games and Interactive Ttextuality", in Jones, Steve, ed., Cybersociety : Computer-Mediated Communincations and Community. London : Sage Publication. 1995. pp. 73~89. 문자서사는 구조적 완전 성, 확정성을 지향하는 완경된 형식으로 이야기의 진행에서 해석 및 의미 창출 이상의 수 용자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반면, 디지털 내러티브에서 이야기는 이용자의 개입이 있어 야만 발생하며 또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내러티브에서 이용자는 상호작용을 통 해 일련의 이야기 요소들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 낼 수 있게 되며, 디지 털 내러티브는 선택적 플롯, 다원적 엔딩과 같은 전통적인 내러티브와는 다른 기능을 갖 는다. 따라서 디지털 내러티브는 변형가능성, 유동성을 가진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 80) 한순미, ꡔ비고츠키와 교육 문화-역사적 접근ꡕ (교육과학사, 1999). pp. 82~83. 비고츠키

는 사고의 발달을 논하면서 자발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의 대립을 설정하고 이들의 상호 작용을 주장한다. 그의 자발적 개념은 경험의 결과이며 역사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사물들을 만나며 그것들을 사고방식에 교응시킨다. 또한 과학적 개념은 사회적

이러한 소통구조의 경향은 인터넷이라는 통신망에서 이루어지는 하이퍼텍스트 소설 창작의 경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81) 현재는 기술의 미비로 문자를 이 용한 통사구조의 전개방식의 변화와 다수의 작자에 의한 연쇄 창작 정도에 머물 고 있지만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결국은 작자와 수용자의 사고와 정서만이 유일 하게 가치를 지니게 되며, 제작과정에서의 제작자 역할은 전부 기계적인 도움으로 생략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용자의 감상에 따라 새로운 영상서사가 탄 생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영상서사의 소통은 중간 과정인 제작과정이 전부 생 략되어 매우 단순한 구조로 변하게 되고 생산자의 의도보다 수용자의 의도가 중 심이 되는 영상서사가 탄생될 것이다. 이러한 소통구조에서는 생산자의 의도를 반 영하는 영상서사의 가치가 희소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달을 하여도 결국은 작자의 사고와 정서에 대한 의미 처리가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의미처리가 이루어져야만 감상을 통한 미적체험의 세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때 수용자의 감상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 이 유추를 통한 미적체험 세계의 형성이다. 수용자는 해석된 영상서사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 미적체험의 세계를 설정함으로써 축적된 정서를 드러낼 수가 있게 된다.82) 수용자는 동화상과 자연언어, 음악사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면서 정서가 자

요구의 결과로서 학습을 통해 일반적 지식과 과학적 개념들을 학습하나 그것들에 대한 특수한 일상적 지식을 갖지 않음으로 해서 실제 세계에서 그것들을 사용할 수 없다. 비고 츠키에게 있어 두 유형의 개념은 사고의 발달에 연결되어 작용한다. 과학적 개념은 자발 적 개념의 기반을 갖지 않으면 발달할 수 없으며 자발적 개념들을 의식적으로 체계화시 킴으로써 자발적 개념에 의식과 의지작용을 가져다 준다. 따라서 영상서사의 수용자는 텍 스트의 전개에 따른 의미파악을 통해 표층적, 심층적 의미 층위를 상호 연결시키게 되며 이때 연결은 사회, 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므로 미적체험은 사회적, 문화적 배 경으로 형성하게 된다.

81) 유현주, ꡔ하이퍼텍스트ꡕ (연세대학교출판부, 2003). 이 책에서는 다매체의 상호소통 양상 을 이용하여 하이퍼텍스트 창작의 여러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82) 최동호, 권혁웅외, ꡔ영화속의 혹은 영화 곁의 문학ꡕ (모아드림, 2003). p. 57. 이 책에서 는 다매체에 의한 미적체험의 세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영상매체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기술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재와 미적체 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우리는 실재 속에서 미적체험의 그림자를 느끼고 미적체험 속에 서 실재의 옷을 입히고자 한다. 수동적으로 읽는 독자에게 작중 현실의 상상력은 현실과 분리된 미적체험이었으나 직접 참여해서 체험하여 몰두하는 독자에게 미적체험현실의 상

극받을 수도 있고 또한 개별 구성기호들이 통합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전체 의미 의 유추와 미적체험 세계의 형성과정을 통해 정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두 경 우 모두 감상의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영상서사 자체에 대한 반응과 수용자의 경험구조 중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수용자의 몫이 다.

결국 영상서사에서는 수용자가 텍스트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였는가의 문제보다 어떤 반응을 드러내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영상서사에 서는 텍스트를 감상한 후 형성되는 미적체험을 통해 반대로 수용자가 의미를 올 바르게 파악했는지 여부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ꡔ살인의 추억ꡕ의 전개과정이다.

① 잘 익은 벼가 황금 물결치는 가을 들판의 농수로에서 두 손이 뒤로 묶 인 젊은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출동한 박두만 형사의 눈에는 그저 그런 살인 사건으로 비친다. 현장에서 뚜렷한 물증도 확보하지 못 했고 비슷한 수법의 전과자, 인근지역 우범자를 찾은 끝에 용의자를 붙 잡아 신문을 하고 현장 검증도 하지만 그를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결 정적인 단서도 없다.

② 그 때 이 사건 수사본부에 서태윤 경장이 부임해 온다. 사건을 해결해 보겠다고 서울의 엘리트 형사가 자원해온 것이다. 그는 과학수사를 지 향하면서 형사의 육감이나 범인의 자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큰소 리친다. 예컨대 용의자의 신발을 가지고 범행 현장 부근에 자국을 만들 어 놓는 것이나, 범행의 시나리오를 형사가 용의자에게 주지시키는 것 은 검찰이나 공판정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고 핀잔을 준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들이 몰려든 현장검증 자리에서 유력한 용의자 백광호(백

상력은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또다른 현실이다. 그러므로 미적체험현실의 미적체험이란 그것에 몰입되어 미적체험의 사물들을 실재적 사물로 느끼도록 하는 오히려 더욱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는 어떤 것을 지시한다. 미적체험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재현이나 표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 게 존재하는 시뮬라르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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