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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의 위법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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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Ⅲ. 카르텔의 위법성 판단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적용 여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행정청의 행정지도를 계기로 개별 사업자들 이 합의를 한 경우 자율적‘합의’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부당공동행 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이러한 경우 에 해당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고 대부분 합의가 인정되어 부당공동행위 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만 공정거래 법 제58조(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 또는‘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 라 행하는‘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에 해당할 경우 공 정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14)제58조에 적 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지도가‘법률에 의한 명령’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검토해 보고 해당한다면 다시 그러한 행위는‘정당한 행위’인지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한 번 더 있어야 최종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위법성 단계에서의 논의는 주로 미국 판례법상 묵시적 적용제외 이론의 시사점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 이다. 다만 행정지도에 따른 카르텔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 라가 일본이므로, 일본의 논의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일본의 논의에 대해서는 이미 국 내 문헌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다만 1994년 공표된 일본 공 정거래위원회의‘행정지도에 관한 독점금지법상의 고찰방법’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문제가 된 행정지도가 법령에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그에 따른 행위가 독점금지법 위반행위 의 요건을 충족하면 동법을 적용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법령에 구체적인 규정이 있는 행정지도와 구체 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로 나누어 행정청이 그와 같은 행정지도를 행함에 있어서 독점금지법 위반을 초 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점들을 규정하고 있다. 독점금지법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 는 행정지도를 행함에 있어서는 개별적으로 사전에 공정거래위원회와 조정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 다. 일본에서의 논의는 이호영(2006) 참조.

14)

김성원, 「행정지도에 관한 소고」, 『공법학연구』, 제6권 제1호, 2005, pp.414-415.

15)

1. 행정지도와 법률에 의한 명령

행정지도 → 법률에 의한 명령 → 정당한 행위 → 공정거래법 적용제외

‘행정지도’가‘법률에 의한 명령’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 는 ⅰ) 행정지도에는 강제성은 있는지(행정지도의 구속력), ⅱ) 정당한 행 정지도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법적근거를 가져야 하는지(행정지 도와 법률유보), ⅲ) 행정지도 때문에 당사자들이 합의를 한 것인지(행정지 도와 협력적 행정) 등에 대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결국‘행정 지도’가 어떠한 행정법상의 논리를 거쳐 어떠한 요건하에서‘법률에 의 한 명령’으로 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1) 행정지도의 구속력

행정지도는 임의적 협력을 구하는 형식으로 상대방의 이행이 강제 되지 않는 세련된 형태임에 틀림없으나, 행정지도를 받아들이는 상대방 으로서의 국민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행정청이 국민에 대한 경제적 이익의 제공(보조금 교부, 조세감면 등)이나 시정권고를 받은 사실 의 공표, 기타 비공식적 억제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때 로는 실질적으로 규제행정의 경우에 못지않게 강제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15) 행정지도의 유용성은 인정되지만 현실적 관점에서 수권행위의 유무에 관계없이 행정지도의 사실상 강제력이 존재하는 경

우가 적지 않고, 따라서 국민은 행정기관의 행정지도에 대해 소극적・

수동적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16)

행정작용법상 사업자의 가격 등에 관한 협의나 사전승인 등을 허용 하는 명문규정은 없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행정작용법이 아닌 행정조직 법상에 근거해 사업자들의 시장행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정지도 를 하였고, 이것은 공권력을 배경으로 한 것이므로 수범자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사실상의 강제력’을 수반하게 된다. 과연 이러한 경우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설이 대립되고 있다. 이러 한 경우 위법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이를 거부할 기대 가 능성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책임감경 또는 면제사 유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와 공정거래법 제58조 소정의 정당 한 행위로 보아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 다는 견해가 있다. 행정기관이 행정지도의 명목으로‘사실상 강제력’을 수반하는 행위를 하고 행정객체로서는 행정청의 지시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경우에는 당해 행정기관의 행위는 행정지도가 아니라 행정행위 (처분)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행정지도의 권력성과 관련된 논의는 전정황적 접근(totality of circumstances approach)이 필요하 며, 특히 일방적으로는 보복이 가능하지만 상대방의 보복은 어려운 게임상황에서 이러한 보복 가능성 에 대한 검토를 통해 권력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행정청이 당해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제를 가지고 강제적이고, 사실상 처벌이라고 볼 수 있는 보복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권력적 행위이므로 이를 따르는 것이 설사 위법하더 라도 위법한 행정명령에 따른 행위와 같이 보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게임이론 에서의 보복 가능성 개념을 가지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최승재, 「게임이론을 통한 행정지도의 권력 성과 부당공동행위의 추정의 복멸 :권력적 사실행위 도그마에 대한 비판적 검토」, 『경쟁법연구』, 제12 권 제1호, 2005. 8.

16)

(2) 행정지도와 법률유보

법률에 직접적인 근거규정이 없는 행정지도의 적법성이 문제될 수 있다.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하여 또는 법률의 수권에 의하여 제 정된 명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이 행정지도 에도 엄격히 적용되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공정거래 위원회는 법령에 근거가 있는 행정지도와 근거가 없는 행동지도를 구분 하며 개별 작용법에서 공동행위를 유도하는 행정지도를 할 구체적 권한 을 부여한 경우라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고 있다. 즉, 행정지도의 근 거가 법령에 명문화되어 있고, 실제로 행정지도의 목적, 수단, 내용 및 방법 등이 당해 법령의 규정에 합치되는 경우에는 비록 경쟁제한적 행 정지도에 따른 사업자의 행위라 할지라도 공정거래법 제58조의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제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반면 행정지도에 법률유보의 원칙을 적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오 늘날의 통설은 행정지도는 이른바 조직법상의 근거만을 요하며, 작용법 상의 근거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본다.17) 행정청은 자신의 임무범위에 속하는 한 특별한 수권규정이 없더라도 자유로이 행정지도를 할 수 있 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행정지도는 조직법적 근거만 요하고 작용법적 근거는 요 구하지 않는 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령상 행정지도에 관한 규정 이 있는 것이 오히려 예외이므로 행정청은 자신의 임무범위에 속하는

김동희, 『행정법』, 박영사, 2005, pp.198-199; 박균성, 『행정법론(상)』, 박영사, 2005, pp.363-364.

17)

한 특별한 수권규정이 없더라도 자유로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고 보 는 것이 바람직 하다. 행정지도가 명시적으로 법령상 근거를 두고 있는 지의 여부에 따라 행정지도를 차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행정지도의 본 질과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조직법상 근거가 있는 행정 지도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행정지도의 적 법성 판단을 위한 법률유보의 근거는 행정조직법상 임무규정에 있다.

마찬가지로 행정지도의 작용법적 근거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경 우라도 법령상 처분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경우에는 처분권한 속에 행정 지도에 대한 권한부여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유스 럽다.

(3) 행정지도와 협력적 행정

행정지도의 일반적 유형은 특정 상대방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부당공동행위와 관련해서 문제를 야기하는 행정지도에서“상대방에게 요구되는 특정한 행위”란 특정한 내용의 행위가 아니라 대부분 당사자들 간의 자율적인 합의를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행정지도는 그 본질상 행정지도와 행정지도의 결과물인 당사자 간의 합의 사이에 당사자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이라는 자율성의 징표가 개입되어 있다. 그러나 부당공동행위의 구성요건 자체 가‘합의’이며, 합의만 있으면 그 자체로서 제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의할 것만을 요구한 행정지도는 그 합의의 내용과 관 계없이 부당공동행위를 요구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통신요금에 관

한 규제는 원가계산의 어려움 등 때문에 적정한 수준으로 합의하라는 식의 막연한 기준을 제시할 뿐이지, 구체적인 요금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통해 정보통신부장관(현 지식경제부장관)이 달성 하려는 목적 자체가 일차적으로는 관계 통신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합 의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18)

이러한 해석은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협력적 행정’의 관점에서도 접근해 볼 수 있다. 단순히 행정지도의 비법률성을 논의하기보다는 행 정에 대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서 협력적 행정시대에 적합한 행정지도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며 행정수단으로서 행정지도가 가지는 현대 행정학 적 함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행정지도 가운데 특히 협력형 행정지도 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신청과 관련한 것으로는 허가나 신청시 의 사전절충, 처분안의 사전제시와 절충, 허가・계획책정 신청시의 응 답유보와 지도, 신규 사업자 진출시 주차장설치 의무의 부과 등 각종 규 제권한의 융합을 통한 토지이용의 변경지도 등이 있다. 다음으로 행정 기관의 직권행위와 관련한 것으로는 노후시설 개선조치와 같은 규범집 행형 합의, 환경보호분야에서 볼 수 있는 사업자 간의 자숙결의와 같은 규범대체형 합의, 합의내용을 서면화한 협정 등이 있다. 정책수단으로 서의 행정지도는 정책의 주체와 객체가 대립하기보다는 협력적인 관계 를 형성함으로써 좀 더 유연하게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협력적 행정시대에 행정지도는 분쟁조정 내지 합 의 형성의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다만 행정이 일방적으로 국민을 지

이원우(2005), p.15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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