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식(서강대 교수)
요약 192
Ⅰ. 연구의 목적과 범위 199
Ⅱ. 부당공동행위의 요건으로서의 합의의 개념과 범위 201
1. 행위요건으로서의 합의와 그 내용으로서의 실행행위 201
2. 합의의 정의와 개념요소 203
3. 명시적 합의와 묵시적 합의: 합의개념의 포섭범위는 어디까지인가 207
4. 합의는 극복되어야 할 도그마인가 214
Ⅲ. 합의추정을 위한 경제학적 분석 틀에 대한 검토 218
1. 경제학적 분석 틀 검토의 필요성 218
2. 의식적 병행행위에 대한 Turner/Posner 논쟁 218
3. 카르텔 문제와 그 해결방법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 224
Ⅳ. 합의입증에 사용되는 증거와 입증의 방법 227
1. 합의입증에 사용되는 증거 227
2. 직접증거에 의한 합의의 입증 230
3.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 231
Ⅴ. 미국에서의 합의의 추정 법리의 발전 236
1. 법리 발전의 배경 236
2. 명시적 합의와 그 추정 237
3. 묵시적 합의와 그 추정 248
Ⅵ. EU에서의 합의의 추정 법리의 발전 253
1. 법리 발전의 배경 253
2. 합의와 그 추정 254
3. 동조적 행위와 그 추정 256
Ⅶ. 합의추정에 있어 법적 분석과 경제학의 통합 261
1.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제도설계를 통한 합의추정 문제의 해결과 과제 261
2. 합의추정과 관련된 정황증거의 식별과 구성 263
Ⅷ. 한국 법과 실무의 현황과 발전 방향 266
1. 한국 법의 현황 266
2. 한국 법 실무의 현황 267
3. 발전방향 281
참고문헌 291
Abstract 299
표 목차 <표 1> 정황증거의 유형과 내용 230
이 연구는 부당공동행위에서의 수평적 합의요건을 합리적으로 추정하 기 위한 법리의 정립과 관련된 판례와 이론을 정리하고 그에 기초하여 그 법리의 정립 및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합의의 개념을 정의하는 문제와 합의요건을 충족 하는 증거의 수준을 판단하는 문제가 분명히 구별되는 문제라는 점에 서, 합의의 의미와 범위를 분명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Ⅱ). 부당 공동행위에서의 합의는 그 자체가 행위요건이므로, 내심의 의사나 계획 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느 정도 외부에서 인식하거나 미루어 알 수 있는 표현행위의 형태로 나타날 것을 필요로 한다. 합의는 의사의 합치를 의 미하는 것이므로, 합의의 개념요소를 도식화해 보면, 첫째, 합치의 대상 이 되는 개별의사의 존재와 그 소통, 둘째, 그러한 개별의사의 주관적 합치를 의미하는 상호 인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합의는 흔히 명시적 합의와 묵시적 합의를 포함한다고 설명되는데, 이 글에서는 명시적 합의와 묵시적 합의 모두 합치의 대상으로서의 실 체에 대한 의사소통의 결과라는 공통분모를 갖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한 다. 합의가 명시적인지 아니면 묵시적인지 하는 점은 의사소통의 수단 에 의하여 구별될 뿐이다. 입증의 대상인 합의의 개념을 정의하는 문제 와 합의요건을 충족하는 증거의 수준을 판단하는 문제는 명확히 구별되 어야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특히 합의가 갖는 규범적인 요소와 기능 에 주목하여 의식적 병행행위나 조장적 관행과 같은 개념을 통해 현상 적으로 나타나는 행위에 근거함으로써 명시적 합의를 추정하거나 묵시 적 합의를 인식하는 접근방법을 경계한다.
이어서 의식적 병행행위에 대한 Turner/Posner 논쟁과 카르텔 문 제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을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합의 추정을 위한 경제학적 분석 틀을 검토한다(Ⅲ). 경제학에서는 법학에서 중시되는 합의가 특별한 기술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고, 경제학자 는 어떤 정황증거가 합의의 추정을 야기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하여 답 변하는 임무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정황증거를 통하여 인정되는 사실을 토대로 하여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개연성 있는 설명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정황증거를 종합하여 합의를 합리적으로 추정하는 데 에도 큰 도움이 된다.
미국 판례법상 명시적 합의를 인정하기 위한 판단기준이 정립되는 과정은 의식적 병행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그에 더하여 명시적 합의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추가적 요소를 다양하게 식별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추가적 요소가 존재하여야 명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법원의 입장의 변천과정을 보여 준다. 여기에는 판례가 나올 당시에 우세하던 과점시장에서의 기업행위에 대한 경제학적 이론 의 발전과 이를 법정책적으로 반영하는 방법론에 대한 학자들의 논쟁의 성과가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여기서 소개하는 Turner와 Posner 사이의 의식적 병행행위를 둘러싼 유명한 논쟁을 들 수 있다.
Turner/Posner 논쟁은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 합의의 필요성을 부 정하지는 못했지만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의식적 병행행위의 추정 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에 관하여 미국 판례 발전에 적지 않은 영 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제학적 접근은 합의가 명시적인지 묵
시적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카르텔 문제와 그 해결방법에 주목함으로써 법률가가 카르텔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규범적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법적인 접근에서는 합의가 명시적인지 묵시적인 지를 중시하여 그에 따른 합리적 증거법칙의 정립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범적 판단에 있어 경제학적 접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전제가 필요한데, 그것은 경제적 증거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사업자들 사이에 일정한 의사소통이 있고 이를 통하여 합의가 협의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합의입증에 사용되는 증거와 입증의 방법을 개관한다(Ⅳ). 합의입증에 사용되는 증거에는 직접증거와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가 있다. 그런데 합의는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묵시적으로 이루 어질 수도 있으므로, 합의가 이루어진 방식이나 수집할 수 있는 증거의 수준에 따라 입증되는 합의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명시적 합 의는 직접증거에 의하여 인정될 수도 있고 정황증거에 의하여 사실상 추정, 즉 추인될 수도 있다. 반면에 묵시적 합의의 인정 여부의 문제는 대체로 정황증거에 의하더라도 명시적 합의를 사실상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할 것이다. 합의인정과 관련하여 실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외관상 합의의 실행으로 볼 수도 있는 행위가 존재할 때 이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경쟁법 집행의 경험이 풍부한 외국에서 합의추정의 법리가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은 한국 법과 실무의 현황을 분석하고 그 발전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시사점을 얻기 위하여 유용하다. 이 글에서
는 미국(Ⅴ)과 유럽연합(Ⅵ)에서의 합의의 추정법리의 발전 모습을 차례 로 살펴본다.
미국에서는 셔먼법 제1조의 요건을 합의요건으로 포괄하고 여기에 명시적 합의와 묵시적 합의를 포함한다. 명시적 합의의 경우에는 개념 의 문제와 입증의 문제가 분명히 구별되므로, 명시적 합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식별하는 것이 주된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하여 묵시적 합의 의 경우에는 묵시적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반드시 명백하 지 아니하여 개념의 문제와 입증의 문제가 종종 혼동될 수 있다. 명시적 합의의 존재를 추정하기 위한 법리가 필요한 상황은 경쟁사업자들 간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 경우이다. 이에 대하여 미국 의 판례는 경쟁사업자 간 직접적인 합의가 아닌 중개자를 통한 간접적 인 합의를 추정하는 이른바‘바퀴통과 바퀴살’(hub and spoke)공모 법 리, 그리고 의식적 병행행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 요소들(plus factors)을 확인하여 명시적 합의의 존재를 추론하는 병행행위 플러스 (Parallelism Plus)법리를 발전시켰다.
한편 미국 판례는 명시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하여 묵시 적 합의의 성립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묵시적 합의의 경우 입증의 대상으로서의 실체적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 하여 묵시적 합의로 볼 수 있는 행위와 과점적 상호의존성으로 귀속시 킬 수 있는 행위를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제시된 조장적 관행(facilitating practices)에 관한 법리를 살펴본다.
EU 조약의 특징적인 점은 합의 외에 동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
가 병렬적인 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이다. 따라서 EU에서 합의와 동 조적 행위의 개념을 구별하고, 특히 경쟁사업자 간의 수평적 행위가 일 어나는 상황에서 합의와 동조적 행위를 추정하는 법리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합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참가 사업자들의 공동의 의도 또 는 공통적인 의사의 표현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한 당사자는 공식적으 로 반경쟁적인 목적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표현했어야 한다. 그러나 합 의의 개념이 계약법상 합의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상호 인식(consensus) 의 표현을 포괄하게 됨에 따라 합의의 개념과 동조적 행위의 개념 사이 의 경계는 희미해지게 된다. 동조적 행위요건을 통하여 합의수준의 의 사의 합치에 이르지 않더라도 경쟁행위의 조정에 관한 의식적인 요소가 있는 경우까지 카르텔의 개념 범위에 포섭될 수 있다. 판례에서 확인된 동조적 행위는 두 가지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의식적으로 장래 의 시장행동에 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 간의 상호적인 접촉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존재할 것, 둘째는 그러한 동조성에 따른 시장에서의 후속행위가 있을 것이다.
한편 합의추정에 있어 법적 분석과 경제학의 통합 필요성과 방법론 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대한 관찰과 합의추정과 관련된 정황증거의 식별과 구성을 위한 경제학의 기여에 대한 검토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Ⅶ).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카르텔 문제를 역으로 활용한 것으로, 이 제도를 통하여 직접증거가 확보되는 경우에는 경제학적 이론을 바탕으 로 설계된 제도를 통하여 합의추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나, 일정한 한계 역시 존재한다. 또한 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