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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인구변동 요인별 모니터링 지표: 의미와 산출 과정

2. 출산력(Fertility)

출산력 분야에서는 용어의 사용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한다. 이는 우 리나라에서 저출산 현상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과 맞물려 용어 의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용어를 둘러싼 논란 은 인구학 전문 용어의 특수성, 용어의 일상적 의미와 학술적 의미 간 차 이는 물론 인구학 내에서도 용어의 정의와 사용에서 어느 정도 혼선이 있 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인구학에서 ‘출산력’ 용어는 출산을 할 수 있는

‘생물학적’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록 출생(birth)이 이루어지는 과정 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출산력’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반 적으로 인구학적 논의에서의 출산력은 실제의 재생산 활동(actual re-productive performance)을 의미한다(Carmichael, 2016, p. 248).

비록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출산을 할 능력은 없지만, 출산력 용어 자체는 여성은 물론 남성(부부)이나 전체로서의 인구 집단에도 적용된다(예컨대, Zhang, 2011). 물론 전통적으로 인구학에서 출산력 논의는 여성에 초점 을 맞추어 분석을 진행해 왔으며(예컨대 제5장의 재생산율 지표 참고), 출산력에서 남성의 역할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출산력이 실제의 재생산 활동을 의미한다는 점에 서 출산력 용어는 가임기(fertile age)에 국한하여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이흥탁, 1994, pp. 219-220). 물론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간(가임기)에 대한 정의가 상대적으로 명확하지만, 남성 의 경우 재생산 활동을 하는 연령 기간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다. 출산력 용어가 지닌 이러한 특징은, 뒤에서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출생률(birth rate)에 대비한 출산율(fertility rate)의 정의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출생률(예컨대 조출생률) 지표가 전체 인구(연앙

인구)를 기준(분모)으로 함에 비해 출산율(예컨대 일반출산율, 합계출산 율) 지표는 특정 연령대(예컨대 15~49세)에 국한하여 산출되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앞에서 언급한 ‘재생산’을 할 수 있는 여성, 남성, 혹은 부부(인 구 집단)의 생물학적 능력은 인구학에서 가임력(fecundity)이라는 용어 로 사용된다. 개인(여성) 수준에서 가임력은 최대 30명 정도로 보고되지 만, 인구 집단 수준에서는 대략 15명 정도가 상한으로 논의된다. 물론 실 제 관측되는 출산율은 다양한 출산 억제 요인들이 작용하는 관계로 고출 산 국가들에서도 8명을 초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Bongaarts &

Potter, 1983, p. 87; McFalls, 2007, p. 4).

다른 한편으로 임신 확률(fecundability)이라는 용어도 사용되는데 이 용어는 불임이 아닌 여성이 피임을 실천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월경주 기 동안 임신을 할 확률로 정의된다(Swanson & Stephan, 2004, p.

760). 인구학에서 ‘가임력’이 재생산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 지만, ‘임신 확률’ 개념은 임신이 출생(live birth)으로 이어지는가에 관 계없이 월경주기별로 임신할 확률로 정의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는 측면 도 있다(Trussell, 2003, p. 397).

출산력 관련 용어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저출산’(low fertility) 용어 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 용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학적 상황 을 기술하기 위해 인구학 내부는 물론 대중매체에서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출산’ 용어가 현재의 인구학적 상황에 대한 책 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기에 성 차별적 용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출생’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제안되기도 한다. 물 론 언어의 사용은 사회 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이어야 한다. 과거에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된 용어라도 현 시점에서 사회 성원들의 사회 통념상 받아

들일 수 없다면 변화가 필요하며, ‘저출산’ 용어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음 은 당연하다.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 용어가 지닌 의미에 대한 체계적인 검 토 없이 이러한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 사회 가 직면한 현재의 인구학적 문제는 경제·사회·문화·정치적 조건과 복잡 하게 얽힌 구조적 문제이다. 현재의 인구학적 문제가 여성의 책임이라는 주장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잘못된 주장이다.

그러나 ‘저출산’ 용어가 현재의 인구학적 문제를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출생’이 출생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출산’은 기본적으로 출산 행위를 하 는 여성의 관점에서 정의되기에 ‘저출산’ 용어가 문제적일 수 있음을 지 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기초하여 ‘저출산’을 성 차 별적 용어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이라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출생아 수가 적다는 것을 표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록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사용될 수는 있지만, ‘저 출생’ 용어는 정의상 엄밀성이 부족하다. 출생아 수가 많고 적음을 의미 하지만, 구체적으로 ‘고출생’과 ‘저출생’을 구분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 은 쉽지 않다. 출생아 수는 출산율과 함께 인구 규모(구조)의 영향을 받기 에 국가별 인구 규모(구조)를 고려함 없이 출생아 수가 많고 적음을 평가 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인구학에서 ‘저출산’(low fertility)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 되기도 하지만, 명확한 기준점이 정의될 수 있다. 대체출산율 (replacement-level fertility)이 바로 그것이다. 인구학에서는 순재생 산율(NRR)이 1에 해당하는 출산율을 대체출산율로 정의하는데, 이러한 정의에 기초할 때 ‘저출산’은 순재생산율이 1 미만인 인구학적 상황을 지

시한다. 이러한 논의는 후속적으로 수리인구학(안정인구) 모형과 연계하 여 인구동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재 생산 지표들과 대체출산율에 대해서는 5장과 7장에서 좀 더 자세히 검토 하기로 한다.

‘저출생’ 용어의 더 큰 문제는 이 용어가 현재의 인구학적 문제의 근원 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출생’은 출생아 수가 적음을 의미할 뿐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제한적인 함의만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인구학적 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염두에 두는 대신 용어 사용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논란을 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앞의 출생률과 출산율의 구분에서도 보았듯이, ‘출 생’과 달리 ‘출산’은 여성(부부)의 실제적인 재생산 활동에 초점을 맞춘 용어이다. 실제의 재생산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생물학적 요인들 에 대한 논의를 넘어 출산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사회·

문화·정치적 조건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비록 개념을 둘러싼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국가적, 문화적 경계를 넘어 이상 자녀 수(desired family size)는 대략 2명 수준에서 강건하게 유지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실 제 인구학적 상황은 이와는 큰 괴리를 보인다. 초저출산(TFR < 1.3) 상황 이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러한 심각한 인구학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생산에 관한 의사결정 과 정에서 개인들, 특히 여성들이 어떠한 문제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본다면 최근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용어는 바로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더욱 명 확히 보여 줄 수 있는 용어인 것이다.

용어 사용 논의에 이어 아래에서는 출산력 분야의 주요 지표들을 살펴

본다. 출산력에서도 사망력에 대응하는 기초 지표들이 측정될 수 있다.

우선, 조출생률(CBR: crude fertility rate)은 특정 연도의 출생아 수() 를 연앙인구()로 나누어 산출한다. 조사망률과 마찬가지로 조출생률의 연앙인구는 특정 연도의 생존 인년 수(number of person-years lived) 에 대한 근사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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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출산력에서의 단기적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1년 이내의 단기 지표 산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의 일환으로 출산율의 월별 변이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본 연구에서 소개하 는 월 출생률(MBR: Monthly Birth Rate) 지표는 연간화된 출생률 (ABR: Annualized Birth Rate)의 개념인데, 해당 월의 출생아 수에 해 당 월의 일 수 대비 해당 연도의 전체 일 수의 비를 곱한 후 해당 월의 인 구로 나눔으로써 산출될 수 있다.

예컨대, 월별 인구동향 자료(통계청, 2020s)에 기초하여 2020년 1월 기준의 연간화된 출생률은 아래와 같이 산출 가능하다. 참고로 2020년 1 월 인구는 주민등록인구(통계청, 2020b) 기준으로 2019년 12월 말 인구 와 2020년 1월 말 인구의 산술평균으로 산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월 별 인구변동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에서 해당 월말의 주민등록인구 를 사용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이러한 ‘연간화된’ 출생률 대신 월 출생률 지표를 직접 산출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월별 일수 차이로 인해 월별 출산율의 정 확한 비교가 가능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1년 이내의 단기간에 걸친 출산 율 변동은 일수에서의 차이뿐만 아니라 계절적 요인에 의해 변동할 수도

있다. 만일 계절적 변이의 추세가 확인 가능하다면 추세 효과를 제거한 후 지표를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월 출생률 지 표가 시의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지연 신고나 미신고 등으 로 인해 실제 출생률을 과소 추계할 개연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한 조출생률(DBR)과 마찬가지로 월 출생률 지표도 연령 구조의 영향을

있다. 만일 계절적 변이의 추세가 확인 가능하다면 추세 효과를 제거한 후 지표를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월 출생률 지 표가 시의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지연 신고나 미신고 등으 로 인해 실제 출생률을 과소 추계할 개연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한 조출생률(DBR)과 마찬가지로 월 출생률 지표도 연령 구조의 영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