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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을 띤다. 전통적으로 인구변동 모니터링은, 인과적 기제 대신, 경험 적 규칙성에 대한 탐색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Willekens, 1999, p.

265).

이 연구의 제8장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혼인, 출산, 사망, 이 동의 연령별 패턴(age-schedule)과 같은 경험적 규칙성에 대한 탐색은 전통적으로 인구학적 연구가 보여 준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접근에 기초한 대표적인 사례가 소수의 모수(parameter)를 사용하여 인구학적 사건의 경험적 규칙성을 탐색하는 모델 스케줄(model schedule)과 관 련된 연구들이다(Coale & Trussell, 1996, p. 469).

뒤에서 논의하듯이 최근 들어 인구변동의 미시적 과정에 관한 이론화 작업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구학 전통에서 미시적 과정에 관한 이론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인구학자들에게 있어서 ‘인구학적’ 연구 는 인구변동의 패턴이나 추세의 발견(discovery)과 기술(description) 그리고 인구통계 모형을 적용한 경험적 분석으로 충분한 것으로 인식되 었다(Philipov, 2011, p. 38).

비록 인구변동 모니터링에서 자료에 기초하여 경험적 규칙성을 탐색하 는 접근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기본적으로 이 접근은 관측된 패턴의 기저에 있는 요인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요 인들은 자료로부터 직접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적절한 이론의 도 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인과적 기제에 기초한 인구변동 모니터링 을 강조하는 입장의 논거이다(Willekens, 1999, p. 265).

물론 인과적 기제에 관한 설명을 강조하는 접근이 경험적 규칙성에 관 한 탐색이 불필요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경험적 규칙성에 관 한 탐색을 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니터링 절차(설명)의 전제 조건으로 이해한다. 다만, 모니터링 작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험

적 규칙성을 관측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그 기저에 놓여 있는 근 본 요인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미래 인구변동 모니터 링에 해당하는 예측(forecasting)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험적 규칙성 관측을 넘어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 있는 인과적 기제를 확인할 필 요가 있음을 강조한다(Willekens, 1999, p. 266).

유사한 맥락에서 Billari(2015, p. S11) 또한 인구변동에 관한 연구를 집계적 수준에서 관측되는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하는 접근과 개인들의 행위와 상호작용을 통해 이러한 집계적 수준에서 관측되는 패턴을 ‘설명’

하는 접근으로 구분하며, 미시적 수준의 행위와 상호작용이 거시적(집계 적) 수준의 인구변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설명’

단계의 핵심 과제임을 지적한다.

인구변동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계적(거시적) 차원에서 인구변동을 초래하는 개인들의 삶과 그 변화와 같은 미시적 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함에는 의문이 없다. 비록 최근 들어 생애과정 관점 (life course perspective)에 기초한 연구들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거에 비해 개인들의 생애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인구변동 모니터링과 관련하여 무엇보다 강조할 필 요가 있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인구학적 사건들이 개인들의 생 애과정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그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기술 혁 신, 개인의 자율성 증대 등으로 인해 생애과정에서 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크게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과거에 비해 개인들의 생애과정이 인구학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조화되는 경향이 크게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Willekens, 1999, p. 269).4)

4) 생애과정 변동을 개인주의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Beck(1986)은 가족 생애가 교육 체계, 노 동 규제, 사회보장 체계 등 제도적 규제에 의해 형성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에 의하면 개인주의화는 전통적 삶에서의 이탈이지만 동시에 생활양식의 표준화를 의미한다. 과거 내

Willekens(1999)의 논의가 거시적 인구변동의 인과적 기제를 이해하 기 위해 미시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가 제 시하는 미시적 과정에 관한 사례는 생애과정(생애사) 이론(life course theory or biographic theory)이나 세대 이론(generation theory)처 럼, 출산이나 사망과 같은 인구학적 주제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일반 이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

거시적 인구변동의 미시 인구학적 기초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자 하는 최근의 시도로 REPRO(Reproductive Decision-Making in a Macro-Micro Perspective)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거시적(사 회적) 맥락과 출산율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 1) 거시적 맥락이 출산에 관한 미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2) 개인(부부)의 미시적 의 사결정 과정을 거쳐 실제 출산이 이루어지는 과정, 그리고 3) 미시적 출산 행위를 통해 거시적(집계적) 차원의 출산율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모두 아우름으로써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접근의 연계를 강조한다(Philipov, Liefbroer, & Klobas, 2015).

REPRO 프로젝트와 유사하게 거시-미시 현상의 연계를 강조하는 또 다른 접근이 미시모의실험 모형(MS: Micro-Simulation Model) 혹은 행위자 기반 모형(ABM: Agent-Based Model)인데, 이 접근에 대해서는 본 연구의 제8장(인구통계 모형과 인구변동 모니터링)에서 좀 더 자세히 검토한다.

[그림 2-1]은 미시적 행위와 거시적 현상을 연계하고자 하는 REPRO 프로젝트에서 거시적 출산율과 미시적 출산 행위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우선, 실제 출산 행위로 이어지는 미시적 의사결정

밀한 하위문화가 작동한 가족 영역이 시장에 의한 외적 통제 과정을 통해 단일화되고 표준 화된다는 것이다.

과정([그림 2-1]의 왼쪽 화살표)을 살펴보는 대표적인 이론이 계획행동이 론(TPB: Theory of Planned Behavior)(Ajzen & Klobas, 2013)이다.

그러나 이 이론조차도 미시적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 한 자료 요구도가 매우 높다는 점(예컨대 패널조사 자료)에서 실제 경험 적 연구에서 이 이론의 광범위한 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으로, [그림 2-1]의 아래쪽 화살표는 미시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의도한 출산 을 실제로 실현하는지에 관한 논의(realization of fertility intention) 이다. 마지막으로, [그림 2-1]의 오른쪽 화살표는 미시적 수준의 출산 행 위가 거시적(집계적) 수준의 출산율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현재까지 이 과정은 인구학에서 미시-거시 현상의 통합 논의에서 핵심 도전으로 남아 있다(Billari, 2015, S14).

[그림 2-1] 출산율과 그 영향 요인에 관한 미시-거시 연계 모형 틀 Macro-level

conditions Fertility rates

Micro-level decision-making

process

Fertility behavior

자료: Liefbroer, A. C., Klobas, J. E., Philipov, D., & Ajzen, I. (2015, p. 5). Reproductive decision-making in a macro-micro perspective: A conceptual framework. In D. Philipov, A. C. Liefbroer, & J. E. Klobas (eds.). Reproductive Decision-Making in Macro-Micro Perspective. (1-15). Dordrecht: Springer.

종합적으로, 인구변동이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들이 선택하는 의사결정 에 의해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에 인구변동의 미시적 기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에는 의문이 없다. 그러나 미시적 기초에 관한 체계적 이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인구변동 모니터링에서는 관측된 자료 분석에 기초하여 경험적 규칙성 발견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인구학적 접근이 더 욱 일반적인 상황이다.

현재까지 인과적 기제의 확인을 강조하는 접근은, 인구변동 모니터링 대신, 개별 연구자들이 특정 주제에 관한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반 적으로 지향하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생존분석(survival analysis) 과 같은 통계적 모형의 활성화 그리고 생애과정 관점(life course per-spective)의 등장은 거시적 인구변동에 대한 이해 없이 미시 인구학적 사 건들에 대한 분석을 활성화시킨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인 구 없는 인구학’(demography without population)에 대한 우려를 자 아내기도 한다(Coleman, Basten, & Billari, 2015, p. S2). 비록 이러 한 노력들이 미시 인구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시적 현상들이 거시적 인구변동과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 해 부족의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