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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 을 타개하기 위한 법이다.42) 인구의 증가가 산업의 증대를 초래한 것인 지 반대로 산업의 증가가 인구의 집중을 초래하게 된 것인지를 불문하고 이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입법취지가 수도권에의 산업과 인구의 과도한 유입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방법은 우선 유입을 차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43) 수도권의 과잉집중을 차단 하면 그 여력이 지방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수도권정비의 관념 은 동시에 지역의 균형발전의 사상과도 상통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점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 분을 항상 수반한다.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유입은 지역간의 격차를 유발 함은 물론 교통난, 주택난, 공해, 범죄 등의 도시문제의 심화를 초래하므 로 그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수도권에의 더 이상의 집중을 저지하는 수단으로서 이른바 총량규제가 도입되고, 총량규제를 구체적으로 타당성 있게 실현하기 위하여 과밀억 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이라는 지역구분을 행하여 해당 지역 마다 총량규제의 정도를 달리하여 합리적인 규제를 기도한다. 이어서 규 제의 실효성을 달성하기 위하여 과밀부담금(제16조)이라고 하는 경제적 수단(간접강제)을 사용하고, 경제적 부담부과방식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 있어서의 감면의 길(제17조)을 열어놓고 있다. 또 한 밀집지역으로부터 이전하는 자에 대한 지원조치(제10조)도 마련하여 과밀부담금이라고 하는 강경책에 대비되는 유인책을 함께 구사할 수 있 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총량규제란 자연적인 흐름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에 의하여 실력으로 저지하는 매우 42) 1982년의 입법당시 전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산업과 인구의 35%가 집

중되는 상황에 있었다.

43) 여기서 유입이란 수도권의 외부로부터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내부에서 팽창하는 것(신설, 증설)도 의미한다.

후진적인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총량규제는 환경분야에서도 주목받는 규제방식이다. 그런데 환경분야 에서의 총량규제와 공장설립의 그것과는 기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공장설립총량규제를 오염물질배출총량규제(대기환경보전 법 제9조)와 비교하여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환경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오염배출물의 총량규제는 그 규제의 대상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분량이 다. 오염물질 그 자체는 대기나 토양을 오염시켜 사람의 건강이나 재산, 동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누구도 얼마든지 오염물질을 배출 해도 좋다는 권리는 없다. 이에 반하여 공장의 경우에는 공장의 입지와 설립은 경제활동을 위한 전제가 되며 공장의 설치와 가동 그 자체가 사 람의 건강이나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공장의 입지 와 설립에 대한 제한은 헌법상의 거주이전의 자유(제14조)나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따라서 공장의 총량규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의 긴장관계를 초래하는 것이며 기본권과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오염물 배출에 대한 총량규제보다 더욱 엄격한 요건하에서 그 도입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총량규제는 실력에 의하여 목전의 팽창을 억지하려는 물리적인 억제책으로서 미봉적인 수단이며 근원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 바꾸어 말하면, 수도권에의 과도한 집중이 수도권의 교통난, 주거난 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지방의 과도한 낙후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 고 하는 점이다. 지방에서의 공장의 설립과 가동, 그에 따른 효율성이나 비용 등이 수도권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면 총량규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수도권에의 과도한 집중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 에서 총량규제는 근원적인 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의 균형발 전에 대한 정책이 함께 추구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 그에 비추어 볼 때 지역균형발전의 법제도적 정비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본격 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44)은 매우 때늦은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4) 국가균형발전법 2004년 1월 제정; 지방분권특별법 2004년 1월 제정; 국가균형발전 위원회 2003년 4월 설치; 지역균형발전기획단규정(대통령훈령) 2000년 2월 제정 등.

공장설립에 관한 총량규제는 이상과 같은 그의 특성상 보편적으로 정착 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며 지역의 균형발전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한 시적으로만 기능하고 소멸해야할 운명의 제도라 생각한다. 지역의 균형발 전정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총량규제는 지방에서의 공장의 설립을 증대시 키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외국으로 공장의 이전을 고려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통계자료는 총량규제의 허점을 잘 보여준다.45)

공장설립 총량규제의 엄격한 운용은 예외적으로 총량규제의 적용에서 벗어나게 되는 소수기업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과 같은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그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왜 예외적으로 총량규제에서 벗어나 게 되는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과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인 데 많은 이해관계가 관련되므로 현실적으로 용이하지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총량규제가 오히려 공장의 지방이전을 저해하는 요인으 로 작용할 수 있음도 현실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수도권 내에서 대기업정도 만이 인수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던 업체가 해당 공장을 매각하고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하는 경우 대기업은 수도권에서의 공장의 신증설이 불가하게 되어 있으므로 위 업체공장의 매수자는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가 없다고 하면 이는 총량규제가 기존공 장의 지방이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이다.46)

이와 같이 공장의 총량규제는 자연적인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려고 하는 결과 마치 한쪽에서의 치료가 다른 쪽에서의 상처를 초래하고, 그 상처를 봉합하려고 하면 또 원래의 곳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 상처가 발 생하는 식의 악순환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와 같이 생각된다. 공장 설립 에 있어서의 총량규제를 후진적인 제도라고 평가하는 이유이다. 그렇다 면 아무리 총량규제를 정치하게 다듬고 정비한다고 하더라도 총량규제라

45) 2003년의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제조업 수출 업체의 경우 생산시설의 해외이전과 관련하여 이미 이전한 업체가 26.1%, 이전을 계 획하고 있는 업체가 47.7%로서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경우가 이전 계획이 없는 업 체(26.1%)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방민석, 앞의 보고서, 59쪽에서 재인용.

46) “수도권공장총량규제, 지방이전 기업에도 ‘걸림돌’ - LS전선, 군포공장 매수자 반년넘게 못 찾아, 묶인 자금 3,000억 달해 신규투자 발목잡혀,” (2005.8.21.) http://economy.

hankooki.com/lpage/industry/200508/e2005082117323047580.htm 참조.

고 하는 수단 그 자체가 기본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므로 공장 설립에 있어서의 총량규제의 폐지가 무엇보다도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총량규제가 당장에 있어 수도권의 공 장의 신증설을 억제하는 것만큼은 기대될 수 있으므로 수도권의 집중으 로 인한 부작용의 확대를 일단 붙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지적 한 바와 같이 단기적인 해법으로서만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