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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지불제 관련 주요 쟁점

직접지불제 도입 이후 약 20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 다. 이 연구에서는 직접지불제가 안고 있는 개선 과제를 개별적으로 접근 하지 않고, 유사한 부류로 구분하였다. 쟁점별로 일정 정도 합의가 이루어 진 논의는 추가로 다루지 않고, 여전히 이견이 있다고 판단한 내용을 중점 적으로 분석‧논의하고자 한다.

3.1. 쟁점 1: ‘소득보전형’ 직불제의 유효성

‘소득보전형’ 직불제를 둘러싼 가장 큰 논쟁 중 하나는 ‘과연 (직불제를 통해서) 소득보전을 계속해 주어야 하는가?’이다.

소득보전에 반대하는 입장의 대표적인 논리는 직불제를 도입하여 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가격하락에 따른 피해를 부분적으로 흡수(변동직불제, FTA피해보전직불제)하면 오히려 경쟁력 향상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사 공용 2007a).56 1990년대 구조농정의 핵심 배경이자 논리였던 ‘일정 수준 의 개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 투 자하여야 한다.’는 주장 역시 직불제로 소득 보전을 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주요 논거였다(오내원 외 2002: 22).

그러나 양정개혁 같은 정책 전환은 전환 전에 사회적 비효율이 생겼을 것을 인지하고 바로잡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과거 정책에 맞추어 적응해 온 이해관계자가 급작스런 여건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여 생기는 손실을 보 전하는 것 역시 이론적 정당성을 갖는다(이정환‧조영득 2013).57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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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장은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을 추구한 최근 농정 기조를 암묵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2013년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유럽 연합 의회가 이와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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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용(2007a)도 “개방체제하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농산물가격지지가 더 이상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당초 소득보전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는

이 쟁점을 둘러싼 논의 중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은 직불제를 도입‧시행하면서 농가소득을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제도 설계상 당연 하기 때문에 추가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

반면, 추가로 논의할 세부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연구에서는 직불제의 농가·농업 소득 증대 효과를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다. 둘째, 개별 직불제에서 제시하고 있는 ‘소득안정’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직불제가 의 도한 목적을 달성하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3.2. 쟁점 2: 직불제를 실시하면서 의도치 않게 유발한 영향

이 쟁점에서 가장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내용은 생산중립성(decoupling) 이다. 직접지불제를 실시하면 1) 생산 증가 유인 때문에 시장을 왜곡할 수 있고, 2) 시장 가격이 불안정해지며, 3) WTO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 다는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다(서세욱 2008; 안병일 2015; 김윤종 2013; 김 윤식 2006; 사공용 2007b; 이용기 2005; Goodwin and Mishra 2006;

Sumner 2000).60 쌀변동직불제가 생산연계성을 가진다는 점에는 상당 부 분 동의가 이루어졌다. 직불제가 부재지주나 임차료 인상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그러나 생산연계성 효과를 실증 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직불금이 부재지주에게 귀속되어 실경작자 소득보전 효과가 제약되거나, 농지 가치(가격)에 반영되어 농지 유동화를 제한한다는 주장도 있다(김관 수·안동환·민선형 2014; 김관수·안동환·이태호 2007). 이러한 비판은 비교 적 자주 거론되었지만, 직불제가 규모화(구조조정)에 미친 또는 미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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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보면 WTO에서 정의하는 무역왜곡보조총량(Overall Trade-Distorting

Support: OTDS) 또는 국내보조총량(Aggregate Measure of Support: AMS)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현행 WTO 규정상 AMS 한도(한국은 2016년

현재 1조 4,900억 원)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할 수 없다.

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김관수‧안동환 (2006a; 2006b)은 직불금 중 약 16%가 지주에게 귀속된다고 추정하였다.

후속 연구인 김관수‧안동환‧이태호(2007)는 직접지불제 시행이 임차 수요 에 미치는 영향을 1) 쌀 가격 변화가 농가 임차 면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 향(직접효과)과 2) 쌀 가격 변화가 임차료 변화에 영향을 주고 다시 농가 임 차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간접효과)로 나누었다. 분석 결과 직불금이 커질수록 임차료가 올라(직불금이 지주에게 귀속) 간접효과 비중이 낮아진 다고 주장했다. 직접지불제의 소득보상효과 때문에 임차 수요가 증가하여 농가의 토지 집적이 어려워져서 규모화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61

오내원·채광석·이명헌(2008: 27-36)은 1) 임대차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이 상당하고, 2) 경지 규모별 ‘잉여’ 크기가 임대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영향 을 준다면 직불제 지급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전제가 되는 두 가지 가정(특히 후자)이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지불 제를 실시해도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정도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결론지 었다.

3.3. 쟁점 3: 직불제의 구조조정 효과 저해 가능성

앞선 쟁점들이 주로 직불제 ‘내부’에 관한 것이라면, 직불제 ‘외부’에서 직불제를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대표적인 주장이 직불제가 ‘한계농가’를 잔존시켜 구조화 정책(특히 쌀)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사공 용 2007b; 이태호 2009; 김정호 2004; 김형성‧황성원 2009). 반면, 김병택‧

김정호(2005) 등의 연구는 쌀 농업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한계를 비판했다.

이 쟁점은 아직 실증 분석이 부족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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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ha 이상 농가가 겪는 규모화 역행 효과 중 98% 정도를 직접효과가 차지한다고

분석하였다(김관수‧안동환‧이태호 2007: 283-284).

3.4. 쟁점 4:‘다원적 기능’과‘공익형’직불제의 유효성

‘공익형’ 직불제를 둘러싼 쟁점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예산이 불충분하다. 둘째, 제도 설계가 명확하지 않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오내원 외(2002), 김태곤·채광석·허주녕(2010) 등은 ‘공익형’ 직불제 예 산 규모 자체가 작고, 제도 설계 등이 상세하지 않아 그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공익형’ 직불제 시행 과정에서 의무이행사항 (cross-compliance) 규정이 유명무실하다(강마야‧이관률‧허남혁 2014; 김한 호 외 2014)는 점도 문제이다.

‘공익형’ 직불제가 농업 부문이 ‘다원적 기능’을 공급할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다룬 연구나, 더 나아가 직접지불제를 실시하는 주요 근거 중 하 나인 ‘다원적 기능’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부족하다.62

‘공익형’ 직불제의 (예산) 비중이 작다는 비판은 오랜 기간 이어졌기 때 문에 이 연구에서는 쟁점화하지 않았다. 의무이행사항 규정이 충분히 기능 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견이 없다. 반면, ‘다원적 기능’이란 무엇인지, 이 를 직불제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기초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3.5. 쟁점 5: 직불제 제도 설계

직불제 간 또는 직불제와 다른 정책 간에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영역이 있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오랜 기간 제기되었다(서세욱 2008;

강마야‧이관률‧허남혁 2014 등). 예를 들어, 밭농업직불제와 FTA피해보전 직불제, 조건불리직불제 간의 관계 등 직불제 내부적으로 상충 또는 중복 되는 영역이 혼재하고 있다(박준기 외 2015: 58-59).

직불제의 포지셔닝 문제는 법적 근거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직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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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 연구는 이재옥(1999), 오세익·김수석·강창용(2001), 김태연(2015)

등이 있다.

불제 목적이 2개 이상이거나 중첩되기도 하고, 평가할 수 있는 성과지표도 미흡하다. 개별 직불제의 근거 법령과 정책 대상도 다양하다. 제도 목적과 유형 분류가 부합하지 않고, 직불제별로 1~4개의 근거 법령을 가지고 있어 법적 근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강마야‧이관률‧허남혁 2014).

이러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농가소득보전(지원) 정책과 농업구조조정(개 선) 정책의 사이에서 정책이 성숙하여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일관성을 유 지하지 못하고, 정치적 여건 혹은 여론에 밀려 유동을 반복하였다는 것”

(김형성‧황성원 2009)이 원인일 수 있다.63

직불제 제도 설계 자체가 그동안 누적된 문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연구에서 수행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현행 제도 설계를 전반적으 로 검토해야 한다.

3.6. 쟁점 6: 직불제 운영 방식의 효율성과 제약성

한정된 예산으로 다수 직불제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대부 분이 쌀소득보전직불제에 집중되어 있다(서세욱 2008; 김한호 외 2014; 이 정환·김명환·표유리 2015). 이 결과 쌀에 편중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다른 직불제 예산을 확대하기 어려웠다. 품목 간 형평성 문제도 지속적으 로 제기되었다.

제도 측면에서는 첫째, 현행 면적비례 지불 방식 때문에 소득재분배 과 정에서 역진성이 생긴다는 비판이 있다(김한호 외 2014; 서종석 외 2014).

소규모 농가의 소득보전 기능이 미흡하고, 농가소득 양극화를 조장할 수도 있다.

둘째, 쌀변동직불제와 FTA피해보전직불제 등은 발동조건이 까다로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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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직접지불제’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다른 정책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나, 이 연구의 목적과 범위에서 벗어나므로 깊게

다루지는 않는다.

규모 예산 불용이 발생하여, 집행 효율성이 떨어진다(임정빈·한두봉·안병 일 2011; 임정빈 2014). 제도 설계보다는 예산 운용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이다.

셋째, 제도 설계 자체가 직불제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동일필지 중복 수급 제한 때문에 개별 농가가 선택할 수 있는 직불제 종류와 직불금 규모 를 제한하고 있다(강마야‧이관률‧허남혁 2014; 서종석 외 2014; 성진근 2015)<표 2-15>. 개별 직불제의 목적을 고려할 때 조건불리지역지불제의 중복 지원을 허용하지 않는 점 외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쌀고정 밭(논 이모작) 밭(밭 고정) 조건불리 경관보전 친환경

쌀고정 - ○ × × ○ ○

밭(논 이모작) ○ - × × × ○

밭(밭 고정) × × - × ○ ○

조건불리 × × × - ○ ○

경관보전 ○ × ○ ○ - ○

친환경 ○ ○ ○ ○ ○

-주: ○는 중복수급 허용, ×는 중복수급 금지를 의미함.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

<표 2-15> 직불제 간 동일필지 중복수급 금지 원칙

직불제 예산이 쌀에 편중되었다는 점과 현행 면적비례 방식이 많은 문제 점을 초래했다는 점에는 다수 연구에서 동의가 이루어졌고, 여러 대안을 모색하였다. 다양한 대안이 있었던 만큼, 대안들을 비교하고 판단을 내리 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