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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지불제의 구조조정 저해 효과 분석

3.1. 선행연구 결과

제2장에서 직불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검토하였다. 대부분의 쟁점과 비판이 개별 직불제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지만, 직불제와 정책 기조 간 상 충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있다. 대표적인 논쟁은 ‘직접지불제를 시행하면 서 한계농가를 잔존시켜 구조개선 정책에 역행했다’는 비판이다(사공용 2007b; 이태호 2009; 김정호 2004 등). ‘소득보전형’ 직불제와 ‘구조개선 형’ 직불제(경영이양직불제, 폐업지원제)와 효과가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 다.111 ‘구조개선형’ 직불제 예산 규모가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보전 형’ 직불제가 구조개선을 저해한다는 비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은 비교적 자주 거론되었지만, 직불제가 규모화(구조조정)에 미친 또는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 다. 제2장에서 살펴본 김관수‧안동환(2006a; 2006b), 김관수‧안동환‧이태 호(2007)와 오내원·채광석·이명헌(2008: 27-36)은 직접지불제 도입이 구조 조정에 미친 영향을 두고 상반되는 주장을 하였다.

위 연구들은 직불금 지급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그 정 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추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만약 구조조정 지연 효과 가 문제시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면 직불제와 구고조정 정책의 상충 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직접지불금이 한계농가를 온존시켜 규모화를 저해한다.”는 주장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111

최근 도입을 다시 논의하고 있는 쌀생산조정제도 이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정환 외(2006: 99)는 쌀생산조정제가 경영이양직불제를 저해한

다고 주장했으며, 이용기·이동명(2011)도 현행 직불제를 유지할 때 생산조정

제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적시하였다.

3.2. 직접지불금의 구조조정 저해 효과 분석

먼저 직불금이 농지 가치를 얼마나 상승시킬 수 있을지 시산해 보고자 한다.

농지은행 자료를 이용하여 2010~2014년 전국 농지가격(원/㎡)을 추산하 였다. 농림지역 내외 가격 자료가 모두 있는 129개 시‧군 자료만 사용하였 다. 농림지역 내외 논 가격을 가중 평균한 결과 ㎡당 가격은 평균 39,431.3 원이었다. 같은 기간 논 ㎡ 평균임차료(토지용역비)는 110.7원(자가)~126.4 원(임차)이었다(국가통계포털, 󰡔농축산물생산비조사󰡕).

2014년 지급한 변동직불금(26.8원/㎡, 2010~2014년 모두 지급했다고 가 정)과 고정직불금(2010~2014년 동안 100만 원/ha 또는 100원/㎡이라고 가 정)은 5년 동안 평균 126.8원/㎡을 받은 셈이다.112 강마야‧이관률‧허남혁 (2014: 57)의 분석 결과에 따라 최대 270만 원/ha113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직불금 단가는 270원/㎡이다. 김관수‧안동환(2006a; 2006b)에 따라 이 중 16%가 지주에게 귀속된다고 가정하면 ㎡당 최대 20.3~43.2원의 지가 인상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잠재적 인상분을 지가 또는 토지용역비와 비교하면 직불제가 토지임차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시산해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가정할 때 직불금 수령에 따른 ㎡당 임차료 상승분이 임차료(평균값 118.6원/㎡ 기준) 대비 17.1~36.4%에 이른다.114 그러나 지 주에게 귀속되는 직불금 수령액은 지가 대비 0.05~0.11%에 불과하다. 그 러나 직불제가 토지 임차료 인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임차료 인상이 지가 상승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위의 시산 결과에 따라 직불금이 농지 임차료를 실제로 인상시키지만, 그럼에도 소규모 농가들이 영농 활동을 지속한다고 가정하자.115 이 결과

112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이보다 작다. 직불금이 임차료에 미치는 영향의 상한(upper bound)으로 볼 수 있다.

113

고정직불금 단가 90만 원/ha을 100만 원/ha으로 수정하였다.

114

이 인상분은 할인율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더 작을 것이다.

115

김병택‧김정호(2005)에서 주장하듯이 “고령 경영주는 다각적인 사회‧경제적

규모화된 농가의 토지 집적이 어려워 구조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면, 영세농 이 받는 혜택이 늘어나도록 직불제를 개편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고, 이들 계층은 직불금이 아닌 복지제도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한석호 외 2013: 171)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116

극단적으로 1ha 미만을 경작하는 농가에게 직불금을 지급하지 않아 이 농가들이 영농을 포기했다고 가정해 보자. 또한, 필지들이 분산되어 있지 않고 3ha 이상 농가들에게 집적된다고 가정하자.117

2010년 1ha 미만을 경작하는 농가 574,143호가 경작한 면적은 257,970ha 이었고, 3ha 이상 농가 50,845호가 317,133ha를 경작하였다(국가통계포털,

󰡔농림어업총조사󰡕, 2010). 위의 가정을 따르면 50,845호의 평균 경작면적 은 6.2~11.3ha로 증가할 것이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2010년 󰡔재배규모별 논벼 생산비󰡕, 󰡔재배규모별 논벼 소득분석󰡕, 󰡔재배규모별 논벼 생산농가의 경영개황󰡕 자료를 이용하여 이러한 변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시산했다.118

요인에 의하여 영농활동에 애착을 지니고 있다.” 경제학 관점에서 보는 바와 달리 수익성이 낮더라도 실제로는 영농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116

이러한 논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였다.

117

최소 3단계, 즉, 직불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소규모 농가가 이탈하고, 이 농지 가 대규모 농가에 효과적으로 집적되고, 규모화 효과가 시현되는 과정이 순조 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118

규모화된 농가의 평균 경작면적을 고려하여, 2015년 5.0~7.0ha 미만과 10.0ha

이상의 평균 단위면적당 수확량, 생산비, 10a당 소득을 적용하였다.

  2005 2010 2011 2012 2013 2014

전국 평균 0.681 0.671 0.689 0.657 0.706 0.722

0.5ha미만 0.665 0.667 0.671 0.646 0.692 0.728

0.5-1.0ha 0.670 0.658 0.674 0.642 0.703 0.722

1.0-1.5ha 0.665 0.672 0.681 0.660 0.704 0.725

1.5-2.0ha 0.669 0.668 0.676 0.652 0.705 0.722

2.0-2.5ha 0.688 0.670 0.690 0.652 0.694 0.706

2.5-3.0ha 0.680 0.701 0.698 0.659 0.695 0.720

3.0-5.0ha 0.700 0.702 0.703 0.680 0.702 0.732

5.0-7.0ha 0.742 0.713 0.724 0.645 0.721 0.764

7.0-10.0ha 0.695 0.736 0.725 0.648 0.713 0.746

10.0ha 이상 0.700 0.583 0.709 0.698 0.715 0.687

주: 재배규모별 주산물 수량을 재배면적으로 나누어 계산함.

자료: 국가통계포털(각 연도). 󰡔농림어업총조사󰡕.

<표 3-15> 재배규모별 논벼 생산농가의 단위면적당 수확량

단위: kg/㎥

위 시나리오대로 규모화가 이루어지면 10a당 생산비는 668,300원에서 626,943원으로 6.2% 낮아질 것이다. 이를 전체 면적으로 환산하면 약 2,378억 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가 있다.

단위면적당 생산비가 줄어들더라도 논벼재배 소득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119 2015년 10a당 논벼 재배소득(5.0~7.0ha 651,013원, 10ha 이상 529,960원)을 적용하면 소득은 오히려 6,991억 원 감소할 수 있다. 단위면 적당 수확량이 경지면적이 커지면서 증가하다가 7.0ha 이상에서는 오히려 감소하는 ‘뒤집힌 U자형’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표 3-15>. 규모를 확대 하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단수 감소에 따른 조수입 감소 때문에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119

이정환 외(2006: 15)에서도 경영규모가 커지면 생산비가 감소하더라도 임차지

의존율이 높아져 경영비가 늘어난다고 적시했다.

3.3. 요약

앞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직불제가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실증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다수 소규모 농가가 점유하는 경지면적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이들을 정책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영농활동을 포기하도 록 유도해도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120 셋째, 규모화가 진전 되었을 때 상정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조차 생산농가의 생산비 감소분이 경영비 증가분이나 조수입 감소분 때문에 상쇄될 수 있다. 직접 지불제가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정도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직접지 불제를 개편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하더라도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4. 소결

제3장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쌀소득보전직불제를 실시한 결과 농가소 득을 충분히 보전하지 못했지만, 경영안정과 안전망 기능을 일정 부분 수 행했다. 쌀변동직불제는 쌀 생산을 자극하는 유인이지만, 그 효과는 제한 적이라고 판단한다. 직불금을 지급한 결과 ‘한계농가’가 영농활동을 계속 하여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정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음과 같은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첫째, 지금보다 소득보전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면 현행 직불제 설계 또 는 지급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 예산 총액을 늘릴 수 있다면 소득보전 효 과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예산 한도를 늘리기 어렵다면 1) 경지 규모별 로 받을 수 있는 금액(또는 단가)을 조정하거나, 2) 지급 대상 범위를 조정

120

이정환 외(2006: 27)에서도 유사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2년차 연구에서 분석할 예 정이다.

둘째, 쌀변동직불제의 생산연계 정도가 제한적이어도 개편해야 한다. 쌀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직불제 예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분석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목표가격을 현실화하거나 쌀변동직불제 규모를 줄이면 농가소득이 감소할 것이므로 이 충격을 완화 할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쌀고정직불금 단가 조정이나 수입보장보험 도입 등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직불제가 구조개선을 심각하게 저해시키지 않는다면, 소규모 농가 를 대상으로 소득효과 또는 안전망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 편할 수도 있다. 소규모 또는 고령농을 대상으로 한 안전망 장치가 충분하 지 않은 상황에서 직불금이 일정 부분 이 역할을 대행할 수 있고, 제4장에 서 논의할 ‘공익적’ 기능 수행의 전제가 되는 영농 활동을 지속하도록 유 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4장에서는 ‘공익형’ 직불제 논의에서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다원적 기능’을 살펴보고, 이 논의를 토대로 ‘공익형’ 직불제의 효과를 분석한다 (쟁점 2). ‘공익형’ 직불제는 친환경농업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 경관 보전직불제, 쌀소득보전직불제(고정)를 포함한다.121 먼저 ‘다원적 기능’ 정 의와 속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부분을 취사선택하여 제시하 고, 친환경농업직불제를 중심으로 실증분석을 한다.

1. ‘다원적 기능’과 정책 수단

1.1. ‘다원적 기능’의 정의와 논의 배경

1.1.1. ‘다원적 기능’ 개념의 등장과 발전

‘다원적 기능’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세계 각국에서 농 업 정책 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시점과 비슷하다(Cahill 2001: 36).

‘다원적 기능’의 정의 또는 개념이 최초로 공식 등장한 것은 1992년 ‘지속

121

쌀고정직불제는 소득안정과 공익적 기능 제고라는 목적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의 분류를 따라 ‘공익형’에도 포함시켰다.

주장 함의 definition)를 제시하였다(Maier and Shobayashi 2001).

1980년대 후반부터 WTO 협정 논의가 진전되면서 ‘다원적 기능’에 대한

주장 함의

‘다원적 기능’을 둘러싼 국제적 논쟁의 핵심은 ‘다원적 산출물(multi- functional outputs) 또는 비상품 산출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와

‘다원적 기능을 반영하려면 어떠한 정책 수단이 가장 적합한지’이다. 다원 적 산출물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1)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정의 와 2) 농업의 기능 중 어느 것이 ‘다원적 기능’의 정의를 만족하는지의 문 제로 귀결된다(Sakuyama 2003: 37).

1.1.2. ‘다원적 기능’의 정의

Maier and Shobayashi(2001: 13)에서는 ‘다원적 기능’을 ‘1) 영농활동을 하면서 상품 산출물(commodity outputs)과 비상품 산출물(non-commodity)을 결합생산(joint production)하고, 2) 비상품 산출물이 외부효과(externality) 나 공공재(public goods) 성격을 지니지만, 3) 비상품 산출물에 대한 시장 이 없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국내에서는 ‘공익형’ 직불제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 또는 농업 전반에 관한 논의에서 ‘(농업의) 다원적’ 또는 ‘공익적’ 기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127 ‘다원적 기능’은 농업 부문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농업 부문 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 근거, 또는 친환경농업 확산의 필요성을 강

국내에서는 ‘공익형’ 직불제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 또는 농업 전반에 관한 논의에서 ‘(농업의) 다원적’ 또는 ‘공익적’ 기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127 ‘다원적 기능’은 농업 부문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농업 부문 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 근거, 또는 친환경농업 확산의 필요성을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