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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필자는 동북아시아 국제정세, 한반도 안보 문제 등에 대한 강의 를 자주하는 편이다.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중국의 미래에 대 한 질문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질문에 대한 답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필자의 질문은 “중국은 궁극적으로 미국 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 군사대국 즉 패권국이 될 수 있다 고 생각하는가?”라는 것이었는데 45년 전만 하더라도 이 대답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인 다수였다.

필자의 미중 관계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분들 혹은 대학생들이었다. 최근 중국이 궁 극적으로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드 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2012년 7월 20일 해군대학 강의에서 필자는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날 내 강의를 들은 사람 들은 총 67명으로 전원 해군 소령이었다. 이분들은 해군 소령이 니 국가안보 문제와 국제정치에 이미 상당한 식견을 가진 사람 들임이 분명하다. 이분들에게 “중국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앞서 는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라는 필 자의 질문에 딱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아무리 중국이 강해진다 해도 결국 미국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고 미국은 앞으로 오랫동 안 세계 패권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손들어 보

세요”라고 했더니 나머지 거의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28)

물론 이분들은 군사전문가들이다 보니 군사력 위주로 미중 관계를 보았을 것이며, 특히 미국 해군의 막강함을 인식하고 있 는 해군 장교들이기 때문에 이 같은 대답이 나왔을 수 있다. 그 러나 최근 중국에 대한 한국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대폭 확산 되었고,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 적인 생각을 가지게 했을지 모른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연 평도 도발에 대해 중국이 북한에게 보인 온정적인 태도는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분노와 유감을 느끼게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천안함 문제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 당국자들이 한국 외교 관들에 대해 거만하고 방자한 행동을 보였던 것은 한국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더욱 나쁘게 했을 것이다. 물론 최근 중국 경 제상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보도들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한 국인들의 낙관적 기대를 대폭 감축시키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다수설 혹은 분위기는 중국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앞서는 패권국이 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이다. 특히 중국에서 공부하고 온 중국전문가들의 다수가 그렇 게 생각하는 것 같다.29) 필자는 또한 전직 장차관들로 구성된

28) 2012년 7월 20일 군사종합대학 해군 소령들을 대상으로 한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 강의에서.

29) 중국에서 공부한 학자들의 글들과 언급들을 듣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평가는 정밀한 분석은 아니고(필자는 이들의 논문들을 content analysis하지는 않았다) 다만 ‘감’으로 느끼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독서시 장에 소개된 책들 중에도 중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서적들이 훨씬 많 은 것도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방향 으로 몰고 갔다.

엘리트 그룹의 초청을 받아 그분들을 대상으로 미중 관계의 미 래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강의에서 필자는 중국은 미국을 앞지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청중들의 반응은 정말 놀랍다는 것이었다. 물론 필자의 주장에 노골적인 반박을 하는 분들은 없었다. 필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곤란한 이유 들을 가능한 한 학술적으로, 체계적으로 소개했었다.

이곳에서는 중국의 미래가 다수가 예상하는 것처럼 낙관적이 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얼마 전까지는

‘당치 않은’ 학설이라고 생각되던, ‘중국의 미래는 밝지 않다’라 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와 근거들을 제시하 고 있는 것일까.

2020년의 중국은 종이호랑이

중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학자들이 여럿 있지만 가장 결 정적인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는 학자는 미국의 조지 프리드먼 (George Friedman)박사가 아닐 수 없다. 지정학과 국제정치학 이 론으로 무장하고 미국 CIA를 능가할 정도의 국제 정보를 축적 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미래를 예측한 베스트셀러들 을 여러 권 간행했다. 향후 100년: 21세기 예측 30)이라는 2009 년판 저서에서 프리드먼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없는

30) George Firedman, The Next 100 Years: A Forecast for the 21st Century (New York: Doubleday, 2009).

이유를 설득력 있게 밝히고 있다.

프리드먼 박사의 책 제5장의 제목이 바로 China 2020: A Paper Tiger(2020년의 중국은 종이호랑이)라고 되어있다. 물론 중국 의 부상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는 프리드먼은 미국이 지 속적으로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 기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은 2100년에도 역시 현재와 같은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이 미국을 대체 한다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단정한다.

2020년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앞설지 도 모른다고 말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와 근거를 가 지고 프리드먼 박사는 이처럼 결정적인 언급을 하는 것일까? 프 리드먼 박사는 경제학, 경영학자가 아니다. 그는 군사, 안보, 정 치, 특히 지정학적 변수를 대단히 강조하는 군사전략 학자다. 그가 제시하는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요소들은 중국 의 부상을 말하는 전문가들이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들이 지만, 국가의 국력 분석에서 제외되면 절대 안 될 중요한 변수 들이다. 프리드먼이 제시하는 “2020년의 중국은 종이호랑이”라 는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31) 필자의 설명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프리드먼 박사의 주장을 소개해 보기로 하자.

★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했다는 사실이 앞으 로도 중국이 지속적으로 고속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31) Ibid., Chapter 5. pp. 88-100. 인용된 각각의 주장에 대해 별표를 부쳤다.

중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가장 치명적으로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도 지 난 수십 년 수준의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 견해는 1978년 이후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중국의 경제성 장률을 미래에 그대로 대입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것이었는 데 이 같은 고도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중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을 앞서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 이 될 것이다.

그런데 경제성장률 10%가 6070년씩 지속된 사례가 있는가? 그런 사례는 지구 역사에 없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영 국, 미국, 독일, 일본, 대한민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그 어 느 경제체제도 10% 경제성장률을 50년은커녕 30년을 지속하기 도 힘들어했다. 중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많은 연구결과 들이 중국경제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년 평균 10% 경제성장 을 이룩할 수 있다는 정확한 근거를 대는 대신, 과거에 그러했 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높다.32)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 미만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려 가고 있다. 물론 8%라는 경제성장률은 경이로운 것이기는 하지 만 중국의 경우 8%는 중국 정부가 상정하는 경제성장의 하한( 32) 예로서 중국 부상론의 대표적인 책인 Martin Jacque, When China Rules

the World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설 해(year)는 제시되어 있지만 중국이 고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학술적인 논거는 제시되지 않 고 있다.

) 마지노선이다. 8% 성장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사회에 큰 변 란이 야기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기를 쓰고 유지하 려는 경제성장률이라는 의미다.

필자는 2012년 8월 15일부터 22일까지 8박 9일 동안 중국의 4개 도시를 순방하며 각 지역 한국인 지도자 및 기업가들을 면 담할 기회를 가진 바 있었다. 이들의 공통적 견해는 현재 중국 의 경제가 2년 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었다. 베이징에서 목 회를 하는 목사님 한 분은 경제가 나빠진 탓에 교회 신도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광저우, 베이징, 창춘, 칭다오 등에 거주하는 한국인 숫자가 줄고 있으며 더 이상 중국 에서 기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 견해 였다. 칭다오는 특히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곳인데 한국인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뚜렷한 곳이었다.

분양이 되지 않아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바 람에 마치 유령도시처럼 변해 버린 아파트 건설현장, 야적장에 끝없이 늘어선 팔리지 않는 자동차들은 이들 한국기업인들이 그 동안 일찍이 보지 못하던 풍경이라고 말해주는 것들이었다.

★ 중국은 고속성장이 멈추게 되는 경우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주요 강대국이 될 가능성은 고사하고, 지금과 같이 통일된 국가를 유지하기도 어 렵다. 고속 경제성장이 멈추는 경우, 사회 전체가 흔들거릴 정 도로 중국은 허약한 구조다.

중국이 고도 성장률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사회의 현재 모습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중국의 급 속한 경제성장은 기왕의 전통적 중국사회를 해체시켰다. 중국은 본시 농업 사회였고 개혁 개방 이전 중국은 농촌 인구가 중국인 구의 80%가 넘는 그야말로 농촌 사회였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발전은 중국의 농촌 인구가 도시로 몰려드는 현상을 초래 했다. 그러나 도시로 몰려든 농촌 인구가 모두 도시에 정착하는데 성 공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은 박봉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그것조차 아껴 쓴 여분의 돈을 고향으 로 보내는 중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저임금 노동력 의 원천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농민공(農民工)이라고 부르는 데 이들의 숫자는 평가마다 다르지만 2010년 현재 약 2억 4,000 만 명에 이르며 매년 1,300만 명씩 증가된다.33)

2억 4,000만의 농민공은 물에 떠 있는 식물처럼 뿌리를 내리

지 못하고 도시의 변두리에 거주하는 문자 그대로 부유(浮游)하 는 유랑세력이다. 이들의 자제들은 다닐 학교도 없고, 가족들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집도 별로 없다. 그래도 가족을 도시에 데 려온 농민공들은 행복한 사람들에 속한다고 한다. 2012년의 중 국 인구를 13억 5,000만 정도로 추정하는데 2억의 인구가 부유 세력이라는 사실은, 이 세력이 중국사회의 안정에 치명타를 가

33) Karl Lacroix and David Marriott, Fault Lines on the Face of China: 50 Reasons Why China Never be Great (Marrito and Lacroix Project, International Edition 2010-2011), p. 22. 이 책의 요약 번역 한글판은 김 승완, 황미영 (역)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중국 낙관론 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31가지 근거」 (서울: 평시리출판사, 2012), p.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