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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관과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대전략 33)

패권국이 된 미국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의 패권국이다. 미국 사람들은 패권(覇權)이란 용어가 무엇인가 강압적, 제국적인 의미, 즉 부정 적 의미를 가진 용어라고 보아 패권국 보다는 세계의 지도국가 (Global Leader)라고 불리기 원한다.34) 패권은 강압적 의미가 있 지만 지도력(Global Leadership)이라는 말은 미국의 세계 지배가 자발적인 지지도를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패권은 전 세계를 자유롭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미국은

‘자유주의 제국(Empire of Liberty)’ 혹은 자유주의를 위한 제국 (Empire for Liberty)이라고 불려야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람 들도 많다.35)

패권국이란 경제력과 군사력이 1위가 되는 것만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는다. 2차 대전 이후 1990년 소련이 해체될 때까지 미 국은 1위이기는 했지만 패권국은 아니었다. 전 세계가 미국이

33) 이 부분은 필자가 2010년 11월 호 월간 조선에 기고했던 “미국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에세이와 한국 해양전략 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지 「Strategy 21」 2009년 여름호에 발표했던 ‘미국의 대전 략’이라는 논문을 기초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34) 2012년 1월 5일 발표된 신 국방전략 보고서의 제목도 미국패권의 유지 (sustaining the global leadership)로 되어 있다.

35) Richard H. Immerman, Empire for Liberty: A History of American Imperialism from Benjamin Franklin to Paul Wolforwitz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0).

제시하는 정치, 경제적 원칙에 의해 주도되지는 않았기 때문이 다. 미국은 냉전 시대 동안 경제력 측면에서 1위의 지위를 유지 하고 있었지만, 패권국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인 군사력에서 는 소련을 압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소련에 뒤진 적도 있었다.36)

냉전 당시 세계경제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소련식 사회주의에 의해 양분되어 있었다. 중국, 인도 등이 사회주의를 추종한 결 과 지구 인구의 거의 절반이 사회주의 경제체제 아래 살고 있었 다. 미국은 소련과 중국 등을 지배할 수 없었음은 물론, 친 사 회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제3세계도 지배하지 못했다. 미국이 주 도하는 자본주의, 자유주의 정치 경제체제가 소련의 사회주의 체제를 압도할 것이라는 확신도 그다지 강하지 못했다. 지식인 들은 오히려 사회주의 체제가 승리할 것, 혹은 적어도 장기간 존속할 것이라고 보았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체제의 종언을 확 신했던 레이건 대통령은 오히려 멍청하고 무식한 사람이라고 비난받았다.37)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의 신념대로 사회주의는 종말을 고했고, 1990년 이후 미국식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이 같은 상황을 보고 “역사는 끝났다”고 선언했다.38) 더 이상 미국

36) 1980년대 초반 레이건 대통령의 대대적인 군비증강 정책이 있기 이전 미 국의 연간 국방비 지출은 소련의 연간 국방비 지출액보다 더 적었다.

37) 레이건 대통령을 달을 보고 울부짖는 멍청이라는 의미에서 moon calf라 고 비하했다.

38) Francis Fukuyama,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 (New York:

The Free Press, 2006 reprint edition).

식 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무렵부터 미국은 세계의 패권국이 된 다.39) 미국은 저절로 패권국이 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이르 는 소련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패권적 지위를 쟁취한 것임 을 알아야 한다.

패권국 미국의 속성

미국은 피눈물로 쟁취한 패권을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다. 많 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의 힘의 전이를 간단한 외교 사례를 말 하듯 쉽게 이야기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것은 물 론, 패권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패권국으로 등극한 1990년대 초반 이후, 냉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외교정책을 천명한다.

미국이 패권국이 된 후 첫 번째 대통령인 부시 대통령(1989 1992, 41대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향해 모든 국가는 민주주의 정치 제도를 실행해야 하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를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들에게

39) 이 같은 면에서 필자는 일반 학자들과 견해를 달리한다. 한국 학자들 대 부분은 미국이 1945년 이후 패권국이 되었다고 보지만 필자는 미국이 진 정 패권국이 되었다면 그것은 1990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일 것이라고 주 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학자들도 다수가 미국 패권을 1945년 직후부터라 고 본다. 반면 Robert Liber 등과 같이 미국 붕괴론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미국이 패권국으로 등극한 시기를 1990년대 이후로 본다. Robert J.

Lieber, Power and Willpower in the American Future: Why the US is not Destined to Declin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미국에게 도전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냉전 시대 동안 미국은 공산주의와 싸우는데 급급한 반공 국 가라면 그 나라의 정치가 독재정치라 할지라도 서슴지 않고 도 와주었다. 어떤 나라가 미국 편이라면 미국은 그 나라에 대해 자유주의 무역의 원칙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의 반공적 독재정권들을 지지했고, 한국에 대해 엄밀한 자유무 역 원칙의 적용을 강요하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 국의 냉전 정책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우익 독재국가를 지원했 었다.40)

냉전이 종식된 이후, 비로소 패권국이 된 미국은 자신이 진정 으로 원하는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세계를 주도하는 패권국은 세계 모든 국가들이 따라 올 수 있는 기치를 내세워야 한다. 미 국이 세계 나라들에게 따라 오라며 치켜 든 깃발에는 민주주의 (Democracy), 자유(Freedom), 평화(Peace)라고 글자들이 쓰여 있다 고 비유할 수 있겠다.

이 세 가지 개념은 21세기 세계의 보편적 가치다. 만델바움 (Mandelbaum)교수는 이 세 가지를 “세계를 정복한 이념들(Ideas that Conquered the World)”이라고 말했다.41) 민주주의와 자유가 미국적 이념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제시한 세 번째 개념, 평화에 대해 이의를 제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 40) David E. Schmitz, The United States and Right-Wing Dictatorship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6).

41) Michael Mandelbaum, The Ideas That Conquered the World. 이 책의 한국어판은 황원남(역) 「자유의 지배」 (서울: 민음사), 2009.

들은 중동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며 그 다 음이 최근 패권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해지는 중국 사람들 이다.

역사적으로 패권국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 해 노력했다. 로마제국의 평화(Pax Romana), 대영제국의 평화(Pax Britannica)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지금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를 건설했고 미국식 세계질서와 미국식 평화를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애미 추아(Amy Chua) 박사는 성공한 제국은 모두 관용이 넘쳐 흐른 나라였다고 주장한다.42) 로마제국은 전쟁터에서 패배한 적국의 병사를 자국의 시민으로 흡수하는 관용을 베풀었고 그 결과 대제국을 1,000년 동안이나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애 초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양한 유럽 국가의 국민들이 바다를 건너와서 만든 새로운 나라다. 미국은 인종적으로 볼 때 건국 그 자체가 다른 인종을 관용함으로써 건국된 나라다.

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이 “우리”라며 뭉치는 요인은 그들의 선조, 즉 과거가 같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지구상 모든 나라 국민들은 할아버지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똘똘 뭉친 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단군의 자손이니 모두 같은 피붙 이이며, 결국은 모두가 다 친척이라고 간주한다. 심지어 우리는 생각이 전혀 다른 북한마저도 ‘민족은 하나’라며 피와 과거에 기 반을 둔 동질 의식을 확대하고 재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

42) Amy Chua, Day of Empire: How Hyperpowers Rise to Global Dominance and Why They Fall (New York: Doubleday, 2007).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을 뭉치게 하는 ‘우리 인식(We Feeling)’의 기반은 ‘공통의 과거(common past)’다.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뭉치는 근거가 과거에 놓여있다.

그러나 미국만은 여기서 예외다. 미국 사람들은 피가 전혀 같 지 않다. 피로서 자신들이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 그래서 독일계, 일본계, 유태계 미국인들이 팀을 이뤄 함 께 일하며, 심지어 전쟁도 함께 수행하는 것을 보면 놀랍지 않 을 수 없다.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당시, 국방장관은 독일계 인 럼스펠드, 국방차관은 유태계인 월포 비츠, 육군 참모총장은 일본계인 에릭 신세키 대장, 이라크 점령군 초대 사령관은 레바 논계인 아비자이드 대장이었다. 아프간 사령관, 이라크 사령관 을 거쳐 2012년 현재 CIA 국장으로 재직하는 페트레이어스 대 장은 네덜란드계 미국인이다. 이들 중 누구도 미국이 아니라 자 신의 할아버지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미국 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도 바칠 미국의 애국자들이다. 미국 과 자기 할아버지 나라가 전쟁을 벌일 경우 기꺼이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들이다.

미국사람들이 이처럼 과거가 다 다른데도 다른 모든 나라에서 나 타나는 “우리 의식”이 막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인위적 으로 “우리 의식”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지구 위의 모든 나라들 은 우리 의식의 기반이 ‘공통의 과거’에 있지만 미국만은 우리 의식 근거가 ‘공통의 미래’에 있다고 믿는다. 과거가 다른 미국 국민들은 미국을 건국할 때 “우리는 미래가 같다”라는 이념 아래 한 나라를 건설한 것이고 그 같은 사상은 오늘 최고의 정점에 도달했다.

미국의 패권 쟁취 및 유지 전략

미국은 패권국이 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 국이 오늘과 같은 패권적 지위에 저절로 도달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오늘과 같은 패권적 지위를 각고의 노력 끝에 쟁취한 것 이다. 미국이 경제력으로 세계 제1의 국가가 된 것은 180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1900년이 시작되었을 당시 군사 력으로는 피그미 수준에 불과했다. ‘국제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다’라는 건국이래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미국에게 막강한 군사력 은 필요 없었다. 1차 대전에 뒤늦게 개입한 미국의 덕택으로 연 합국들은 독일을 꺾을 수 있었다. 그러나 1차 대전 이후 미국은 다시 고립주의로 되돌아갔고 세계 평화를 위해 국제문제에 개 입하려던 윌슨 대통령의 원대한 꿈도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 의 회는 윌슨 대통령이 만든 국제연맹에 미국이 가입하는 것조차 부결시켰던 것이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 이래 지속되어온 고립 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연맹 가입을 거부한 미국 의회의 입장이었다.

미국이 국제정치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것은 2차 대전 이후의 일 이다. 1차 대전 이후 단 20년 만에 또 다른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밖 에 없었던 국제정치 상황을 경험한 미국은 1945년 이후 비로소 건 국 이래 고수되어 왔던 고립주의를 버리고 전 세계의 문제에 본격 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미국의 정치 경제제도를 본질적으로 부정하는 소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막강 한 강대국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