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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접근으로서 자문화기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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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문헌 고찰

3. 죽음에 대한 접근으로서 자문화기술지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는 자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 이자, 타인들과 관련된 자아의 위치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관련이 있는 자기연구(self-study)의 하나다. 그래서 자문화기술지는 하나의 정형화 된 연구방법이라기보다 철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김영천·이동성, 2011: 3에서 재인용) 그러나 어떤 질적 연구방법도 연구에 대한 명확한 방법과 절차를 가지지 않는다. 만약 특정한 질적 연구방법론에 ‘주문(呪 文)’과 같은 고정적인 연구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론은 더 이상 방법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 할 것이다(김영천·이동성, 2011: 2-3). 그러므로

특정한 질적 연구방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그것을 생성한 이론 적 관점을 자세히 따져서 밝힐 필요가 있다. 따라서 2절에서는 자문화기 술지에 대한 이론적이고 방법론적인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문화기술 지의 학문적 배경을 살펴본 후,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통해 명료한 개념 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문화기술지 연구의 특징적인 효과로서 치 료적 가치를 살펴봄으로써 상담과 심리치료 분야에의 적용가능성을 모색 해 볼 것이다.

가. 기본개념

‘Auto-ethnography’는 인류학자 Heider(1975)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다(Chang, 2008: 46; 박순용·장희원·조민아, 2010: 57).

Pratt(1991)은 󰡔Arts of the contact zone󰡕이라는 글에서 자문화기술지 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식민지인(植民地人) Felipe Guaman Poma de Ayala가 쓴 텍스트를 분석하였다. 스페인 식민지인 작가인 Guaman Poma와 그의 아들 Manuel은 스페인의 왕 Philip III에게 보내기 위해 1613-1615년에 걸쳐 1200쪽 분량의 편지글을 작성하였다.

현대적 의미의 자문화기술지는 Hayano의 작품인 󰡔Auto-ethnography:

Paradigms, problems, and prospects󰡕와 󰡔Porker faces: The life and wrk of professional card players󰡕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사 회과학 연구에서는 처음으로 연구자의 경험과 관점, 주관성을 드러내면 서 자문화기술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박순용·장희원·조민아, 2010;

이동성, 2012; 김영천, 2013a: 293). 이후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다가 Reed-Danahay(1997)와 Ellis & Bochner(2000)에 의해 학문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Chang, 2008: 46-49).

‘기억의 예술(art of memory)’이라고도 불리는 자문화기술지는 재현의

한 형식으로 유동성을 지니며, 근대문화의 균질성과 동일성에 대항하는 경향이 있다(Russell, 1999). 자문화기술지는 포스트모던 철학 (post-modern philosophy)과 해석학적 현상학(hermeneutic phenomenology)에 근거한다(Berry, 2006; Wall, 2008). 저자의 목소리 와 반영성을 강조하는 자문화기술지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체험과 성찰 을 바탕으로 자아에 대한 사회·문화·정치적인 이해를 밝히고 풀어낸다 (Jones, 2005).

자문화기술지는 연구자 개인의 경험에서 도출된 이야기(narrative)가 연구자가 속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Reed-Danahay(1997)에 따르면 자문화기술지는 ‘연구자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자신의 자아를 위치시키고 개인과 문화를 서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Ketelle, 2004: 450-451에서 재인용). 연구자 스스로가 개인적 경험을 드러내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면 그 역시 자문화기술지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auto-ethno-graphy라는 용어는 auto와 ethno-graphy의 합성어다.

auto는 고대 그리스어 ‘sαὐτο(autó)’에서 유래하였으며 ‘자기(self), 나 자신(one’s own)’을 의미한다. ethno-graphy는 ‘민속, 국가, 사람들’을 의미하는 ‘ἔθνος(éthnos)’와 ‘쓰다’의 뜻을 가진 ‘γράφω(gráphō)’가 결합 되어 형성된 단어이다.(Wikipedia, 2014) 그러므로 auto-ethno-graphy 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문화적인 차원을 주제와 연관 지어 분석 및 해석한 기록이라 볼 수 있다.

Ellis & Bochner(2000)는 자문화기술지를 “언어와 역사 그리고 문화 기술지적 해석을 통해, 자신과 개인적으로 연결된 문화에 대한 설명과 반성적인 상호작용을 자의식적으로 탐색하여 드러내는 자서전”이라고 정 의한다(Ellis & Bochner, 2000: 742; Chang, 2008: 46). 여기서 주목해

야할 개념은 ‘문화기술지적 해석’이다. 그러므로 자문화기술지는 자서전 (autobiography)을 뛰어넘은, 개인적인 것(the self)과 사회적인 것(the social)을 연결시키는 작업이다(Ellis & Bochner, 2000: 739; Chang, 2008: 46). 즉, 문화 속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성찰적인 이 야기를 비판적으로 기술하여 개인적 삶의 맥락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편으로 독자들은 저자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 투영함으로써 연구결과의 이론적 타당성을 뒷받침 할 수 있다(김영천, 2013a: 293에 서 재인용).

자문화기술지는 개인의 자전적 이야기(self-narrative)를 기록하는 자 서전(autobiography)과 문화기술지(ethnography)의 탐구적 특성이 결합 된 질적 연구방법이다(Reed-Danahay, 1997; Chang, 2008; 이동성, 2010). Reed-Danahay(1997)는 전통적 문화기술지의 학문적 특성을 강 조하며, 자문화기술지를 원주민 또는 소수자의 문화기술지(native/

minority ethnography), 성찰적 문화기술지(reflective ethnography), 자 서전적 문화기술지(autobiographic ethnography)로 구분하기도 했다 (Chang, 2008; 박순용·장희원·조민아, 2010: 61). 이 세 가지 유형은 다 가가는 방식과 중점을 두는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개인과 타인 그리고 대상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함을 보인 다. 이 연구는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겪은 한 여성의 직접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원주민 문화기술지이며, 자신의 극복 과정을 반성하는 성찰 적 문화기술지이고, 20여 년간의 삶의 여정을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자 서전적 문화기술지라고 볼 수 있다.

자문화기술자는 전통적 문화기술지의 화자인 ‘객관적 연구자’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서전과 문화기술지의 특징적인 부분을 결합하 여, 타인과 대상세계의 이야기에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포함시킨다

(Reed-Danahay, 1997). 연구자는 1인칭으로 자신의 경험, 감정, 에피 소드 등을 기술하며 그런 것들이 어떻게 역사, 사회구조, 문화와 관계를 맺는지 알아보고자 한다(주형일, 2007: 7). 연구자는 내부와 외부 세계 를 자세히 관찰하고 묘사함으로써 개인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Ellis, 2004: 38). 자문화기술자는 자신의 삶의 여정을 독자들에게 노출함으로써 연약한 저자의 위치성(positionality)을 가짐과 동시에 개인적 이야기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확보하게 된다(이동성, 2011: 38). 자문화기술자가 삶의 이력을 밝히는 것은 독자들이 저자의 인식 및 존재적 특성과 한계를 파악하게 하여,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성 (trustworthiness)과 타당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게 한다. 따라 서 연구자는 논문 뒤에 숨겨진 작가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나’로서 독자 앞에 서게 된다. 이때 연구자의 자기노출은 불가피하다.

자기노출은 연구자를 비판에 무방비로 드러나게 하고 공격받기 쉬운 존 재로 만든다. 또한 이성적인 감정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거나 연구 자의 개인적 주장과 요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 의 입장에서 자기노출의 위험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김영천, 2013a:

297). Foster(2005)는 자기노출과 폭로가 연구자와 독자들 사이에 놓인 위계적 속성을 감소시켜 오히려 친밀감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적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자문화기술지는 개인을 개인이 살면서 경험한 문화와 연결시킴으로써 의식의 다층적(multi-layered)이며 복합적인 측면을 드러나게 한다 (Ellis & Bochner, 2000: 739). 개인은 세계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개인은 세계에 속하고, 세계 또한 개인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래서 개인의 경험은 단순히 개인을 넘어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사 회의 한 부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다른 개인에게 자신

의 색깔로 또는 우리의 색깔로 개인과 사회를 보여주게 된다. 그러므로 개인의 경험에서 사회적 측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것이 자문화 기술지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연구 절차

연구자는 일상사라는 토양을 바탕으로 뿌리에 해당되는 경험하기, 탐 문하기, 조사하기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한다(이혁규, 2005). 이때 연구 대상은 연구자 자신이 된다. 자문화기술지는 여러 전략 중에 참여 관찰 전략인 문화기술지의 가지에 해당된다. 문화기술지 방법은 연구자가 연 구대상 집단의 삶과 문화 속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그 안에서 이루 어지는 의미 있는 행동 패턴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문 화기술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기술지와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필 요하다.

자문화기술지 텍스트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자문화기술지의 결과물은 이야기, 시, 픽션, 소설, 사진, 에세이, 일기, 파편적인 글, 사회과학 논문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될 수 있다(Ellis & Bochner, 2000). 국내에서는 자문화기술지를 적용한 연구가 아직 많지 않지만, 외국에서 진행된 연구 논문의 형식은 그 틀이나 구조가 다양하다.

자문화기술지 연구물은 개인적인 이야기 형태로 보이지만 단순히 이야 기를 하는 것 보다 많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자문화기술지의 기록은 문화기술지적 연구와 마찬가지로 연구자 혼자만의 의견으로 구성되지 않 으며, 다양한 근거 자료에 기초하여 확인되거나 검증을 거친다. 자문화 기술지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은 참여 관찰, 반성적 글쓰기, 인터뷰, 문서 수집과 문화적 인공물(cultural artifacts) 등을 포함한다(Duncan, 2004: 31). 문화적 인공물 자료는 연구자의 삶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

는 물질적 증거이다. 예를 들면 공문서, 증명서, 신문기사, 달력, 메모, 편지, 이메일, 게시판 글, 그림, 사진, 동영상, 웹사이트 등이 있다.

자문화기술지에서는 자기 회상으로부터 얻은 자료가 연구의 중심이 된 다. 자기 회상 자료는 연구자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과거의 경험을 기 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기억이란 쇠퇴할 수도 있고 과거의 것을 떠올리 는 과정에서 재구성될 수도 있으므로 자료의 객관성을 강조하는 사회과 학자들에게 이러한 자문화기술지의 특성은 신뢰를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질적 연구의 다른 연구방법에서 사용되는 자료의 수집도 마찬가 지로 연구자나 연구대상자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을 대 상으로 하는 연구는 기억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억을 통해 재생되는 자료들은 연구자에 의해 선택되고 왜곡될 수 있으며 과거를 특정 방식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Chang, 2008; 박순용·장희원·조민아, 2010: 64-65) 이러한 점에 있어서 자문화 기술지는 다른 질적 연구방법과 다르지 않으나, 스스로의 기억을 회상하 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생생하고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경험한 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자기성찰 자료에는 내성법(introspection)과 자기분석, 그리고 내가 누 구이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자기평가가 드러난다(Chang, 2008: 95).

특히 반성적 저널을 통해 개인의 가치관, 문화적 정체성,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소속감과 인지, 행동, 정서적 깨달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박순용·장희원·조민아, 2010: 65; 이동성, 2012: 41).

자료는 수집되면서 동시에 정리되고 조직화되어야 한다. 자료는 기본 적으로 수집날짜, 장소, 상황, 자료출처 등의 기준으로 정리한다. 자료가 정리되면 수시로 반복하여 읽으면서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한다.(박순용·

장희원·조민아, 2010: 66) 자문화기술지의 자료 분석은 내용분석과 구조

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내용분석은 연구 주제와 관련된 내용의 주요한 패턴과 인상적인 부분을 추출하여 분석 및 해석하는 방법이며, 구조분석 은 전체적인 자료의 반복적인 읽기를 통해 플롯 등의 구조적 유형을 파 악하는 것이다(Ellis, 2004).

자료 분석이 자료를 해체하는 미시적 작업이라면 자료 해석은 거시적 인 관점에서 각각의 관계성을 이해하면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한 의미 를 찾는 것이다(박순용·장희원·조민아, 2010: 66-67). 그러므로 해석 단계에서는 부분의 관계성과 문화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 폭넓은 문헌 고찰과 깊이 있는 성찰, 창의성 등이 강조된다.

Chang은 자문화기술지의 분석 및 해석을 위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 시했다(Chang, 2008: 131-137). 첫째, 반복되는 주제와 패턴을 탐색한 다. 둘째, 문화적 주제를 탐색한다. 셋째, 전환점 같은 예외적 사건을 확 인한다. 넷째, 타당도 확보를 위해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의도적으로 포 함되고 누락된 것을 분석한다. 다섯째,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킴으로써 개인의 역사를 해석한다. 여섯째, 나와 타인의 관계를 분석한다. 일곱째, 나의 경험을 타인의 경험과 비교·분석한다. 여덟째, 사건 간의 전후관계 를 살핌으로써 이야기의 맥락화를 시도한다. 아홉째, 자신의 연구물을 기존의 아이디어들과 비교한다. 열째, 체계적인 코딩과 범주화를 통해 이론을 구조화한다.

일반적으로 글쓰기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만 여겨지지만, 단순히 연구의 마지막에 거쳐야하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방법으 로써 글쓰기는 자신의 주제는 물론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글쓰기는 “앎으로” 통하는 길이다. 그것은 발견과 분석의 방법이며, 연구 주제에 대한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게 한다. 그러므로 양식과 내용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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