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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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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대상으로서 나

가. Self-Zoom-in 나를 인터뷰하다

2013년 1월, 이태원 모퉁이의 한 카페에서 책 한권을 발견했다. 반가 웠다. 그래서 정신을 놓고 그 책을 읽었다. 줄줄 눈물이 났다. 주인공은 두 주 전 인사동의 갤러리에서 봤던 그림의 작가였다. 처음 그림을 봤을 당시 그 화가를 꼭 찾아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인 터넷을 검색해보니 그녀는 이미 3년 전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안타깝고 허무했다. 그녀는 본래의 모습으로 거리낌 없이 이 세상을 살 다 떠난 사람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는 왜 사는지에 대해 고 민하고 갈등하던 때였다. 그녀가 남긴 그림과 글을 보면서 생각에 머물 러 행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반성했다. 나를 돌아보고, 버 렸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내가 되었다.

1) 세상에 나를 꺼내다

나의 첫 직장은 국제자유도시포럼이라는 협회의 사무국이었다. 당시 회장직을 맡으셨던 분께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상근부회장을 지내고 계 셔서 우리 사무실도 전경련회관에 자리하게 됐다. 덕분에 각계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고 업무적으로도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던 멋진 언니들과의 만남이 첫 직장생활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나의 두 번째 직업은 ‘개성공업지구

인도요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밥을 먹기 위해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으로 넘어가는 일이 손쉬운 것만은 아니었지만 그 일에 자부심을 느꼈고, 남북관계의 무지개 빛 미래를 희망했다. 나의 큰 바람 중 하나는 우리 민족의 하나됨이다.

스스로의 주장을 펴던 때부터 한반도의 하나됨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 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학부에서 북한학을 전공하 게 됐다. 아직 학부에서의 전공이 현재의 삶에 크게 발현되고 있지는 않 지만 통일은 나에게 커다란 관심사이고 염두를 떠나지 않는 목표다. 그 래서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2) 꿈을 그리다

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되기 위한 첫 도전은 KOICA 해외봉사단으 로 파견되어 카자흐스탄에 간 것이었다. 나는 알마티에 있는 카자흐스탄 국립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였다. 학생들과 함께 한 2년간의 시간이 선생으로서 나의 자질을 확신하는 기회가 되었 다.

우리들 각자는 씨앗을 품고 있다. 그 씨앗이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성장에 대한 가능성은 달라진다. 그렇지만 모든 씨앗에게 동일한 환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각 씨앗에게 맞는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줄 때 그 씨앗은 싹을 틔우고 줄기를 갖게 되고 꽃을 피우며, 궁극에는 열 매를 맺게 될 것이다. 우리들 각자에게는 고유한 자리와 역할이 있기 때 문에 열매의 크기나 기능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이 타고난 에너지를 온전히 사용하며 살아갈 때 건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세 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 씨앗 들에게 좋은 환경의 역할을 하려한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씨앗들의 친구가 될 것이다. 지금도 학생들과 눈맞춤하며 대화하던 강의실이 생생

하다. 그리고 그런 소통은 늘 내 가슴을 뛰게 한다. 학생과 선생은 배우 는 자와 가르치는 자의 관계를 넘어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행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과 다시 만나게 될 그 날을 꿈꾸며 살아간다.

3) 나를 키우는 울타리

나는 한 가정의 맏이이자, 세 남동생의 누나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부모가 있고, 형제자매가 있는 가족의 구성이 일반적이고 당연 한 것으로만 알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은 나에게 여러 가지 깨우침 을 준 사건이었다.

<사진­1> 1991년 여름, 제주 여미지 식물원

<사진­2> 2008년 2월, 제주 용눈이오름, 김희준 찍음.

제주는 아버지의 고향이자 나의 고향이다. 1980년 여름, 아버지의 강 렬한 고향사랑으로 인해 어머니는 만삭의 배를 안고 공항을 세 번이나 오간 후에야 제주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어머니의 배는 지나가는 사 람들이 뒤에서 쌍둥이라고 수군거릴 정도로 크게 불러있었다 하니 삼복 더위에 하셨을 고생이 짐작된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자녀라는 특권으 로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에서 태어나게 됐다. 태어나고 백일 이후부터는 육지에서 자랐지만 해마다 여름휴가와 방학기간에는 대부분 제주에서 지 냈다. 그 시간 동안 우리 남매들은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할 환경을 접하 게 되었고 자연스레 뿌리에 대해 알아갔다. 그리고 한 살씩 먹어가며 아 버지가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모습들이 자녀들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넘 어 고향, 나아가 인류에 대한 큰 사랑에 의한 것임을 느끼게 됐다. 그렇 기 때문에 주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생활을 했음에도 제주에 커다란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제주”라는 단어는 늘 나에게 그리

움의 감정을 일으킨다. 나는 제주의 바람을 사랑한다. 나는 제주의 바다 를 사랑한다. 나는 제주의 신비를 사랑한다. 나는 제주 한라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사람, 정혜인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 이곳, 제주에 있는 까 닭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제주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 심리치료학과에 재학 중 이다. 제주에서의 이 여정은 나 자신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어느 순간 스스로에 대해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음에 대해 알고 싶었고, 마음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다. 이번 논문 작업을 계기로 어린 시절부터 써오던 일기장들을 정리했고, 다시 읽게 되었다. 그 속의 나도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누 구인가라는 의문.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고 앞으로도 항상 함께할 그 질문에 대해 이제 한번쯤은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했다. 그래서 내 가 자문화기술지라는 연구방법을 남다르게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013년 11월, 한국초등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사회과학/ 학교교육 연 구방법으로서 질적 연구방법론의 이해󰡕 워크숍에서 “모든 연구의 주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던 이동성 교수님의 한마디가 이 작업 의 도화선이 됐다.

2. 자료의 수집

자문화기술지에서는 기억을 이끌어내어 되살리는 작업이 연구의 뼈대 를 이룬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내부 자료에는 “연구자의 과거 경험과 현재의 지평,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이고 치열한 대화”가 담겨있 다(Stinson, 2009).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수집하였다.

<사진­3> 1994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록들

1994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꾸준히 써오던 일기가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는데 중심이 되었다. 거기에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하기 위해 남겨 두었던 메모와 쪽지, 주요 일정과 할 일을 기록해 두었던 다이어리(스케 줄러), 가족 및 친구,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사진 및 이미지 파일과 추억을 담은 영상, 블로그의 글(싸이월드, 네이버), 웹사이트 게시판의 글, 1999년부터 이용한 이메일 백업 파일과 현재 계정의 이메일, 신문기 사, 관련된 공문서와 증명서(예. 사망진단서) 등이 더해지며 정리되었다.

그것을 토대로 당시를 참고하고 종합하여 개인의 역사를 추적 및 재건하 였다. 그 과정에서 막연히 그렇다고 믿고 있던 나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하였다.

3. 자료의 분석 및 타당도 작업

가. 자료 분석

자문화기술지 연구의 과정은 자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된 자료들을 수집함과 동시에 출처, 날짜, 상황 등의 기준으로 정리하고 체계화하였다. 반복적인 읽기를 통해 주제 의 패턴을 탐색하고 그에 따른 재구성 작업을 진행하였다. 동시에 폭넓 은 문헌의 고찰을 시도하여 나의 경험이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도출하려 했다. 그리고 예외적인 사건을 확인하고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독자가 그 경험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 의 해석과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나. 타당도 작업

연구결과의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은 Richardson(1994, 2000a) 과 Duncan(2004)이 제시한 평가준거를 재구성하여 사용했다. 이 연구의 초고는 대학의 질적 연구 전문가(2명)와 동료(3명)로부터 검토를 받았 다. 자료의 분석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성찰을 기록하고 보완하였고, 주 제와 관련된 문헌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개인의 내부 자료 와 자기 관찰 자료의 진실성과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보조 자료로써 신문기사, 이메일, 관련 서류 등 각종 문서 자료들을 참조하였다. 도출된 결과에 대한 기록은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겪은 다른 사람(3명)에게 읽 게 하여 내용과 구성의 타당도를 확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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