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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 현대사 기술 분석과 그 문제점

1. 주체성⋅정체성의 확립

국학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한민족의 한민족 됨을 나타낼 수 있는 현대사의 주체성⋅정체성문제는 ① 분단의 원인과 외세의 의 미, ② 대한민국 출발의 사상적 배경, ③ 민족반역자 청산으로 나누 어 살펴볼 수 있다.

1) 분단의 원인과 외세의 의미

분단의 원인을 현행 한국사 교과서는 대체로 냉전체제의 구축과 좌우의 대립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냉전구조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형성된 좌우대립의 원인과 그 성찰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있 다. 분단의 1차적인 원인은 냉전구조에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민족 내부의 사상대립도 심각한 문제였다. 사실 한민족은 항일전쟁기 동 안 한민족을 일치단결시킬 가장 큰 결속력으로 작동되었던 단군을 중심으로 항일전쟁을 온전히 전개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세계사의 조류에 말려들어가 자본주의 세력(이승만)과 공산주의 세력(김일성) 의 이익을 위해 민족전체를 희생시키고 말았다. 이는 본성을 잃은 데 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그 결과 외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였던 것이다.

국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신라의 고구려⋅백제 멸망에 대한 북애의 비판과 같은 선상에서 미소를 추종한 사대주의 정치세력이 민족의

분단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자기성찰 내용을 교과서 에 기술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원론적 관점과 사대적 식민사관에 따 른 숙명론과 외인론은 여전히 견고하고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 따라서 현행 한국사 교과서는 국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단히 문 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학사관의 특징은 사대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소의 한민족 분할 지배는 일제의 그것과 그 성격을 결코 달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부분에 이 대목을 분명 하게 기술해야 이후 전개된 한국 현대사의 궤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교과서에는 미소군을 ‘해방군’ 또는 ‘점령군’이라는 상반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미군을 해방군으로 인식하는 대표적 인 교과서는 교학사 교과서45)이다. 이 교과서는 「소련의 아시아 공 산화와 미국의 저지」에서 “미국은 일본과 대한민국을 공산주의로부 터 지켜주었다.”46)라고 하였으며, 「소련군과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서는 “한반도에 주둔한 일본군의 무장 해제와 치안 유지를 위하여 미군과 소련군이 각각 남북에 주둔하게 되었다”47)라고 기술하고 있 다. 이처럼 교학사는 미소의 한민족 점령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외세를 마치 ‘구세주’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는 사대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국학사관과는 너무나 거리 가 먼 주장이다.

반면, 미군을 점령군으로 본 대표적인 교과서는 금성출판사의 한 국사이다. 이 교과서는 「미소의 한반도 분할점령」에서 미소의 한민 족 분할지배에 대해 ‘점령’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쓰고 있다.48) 하지만 45) 교학사 교과서의 기본적인 시각은 이명희⋅강규형,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사회과교육󰡕 48-1, 2009 참조.

46)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302쪽.

47) 위의 책, 303쪽.

금성출판사도 분할점령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있 다. 미소의 한반도 지배가 왜 점령인지 설명이 부족한 이유는 명확한 사관이 서 있지 않은 데서 찾을 수 있다.49)

2) 대한민국 수립의 사상적 배경

조선의 건국은 단군세력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50) 이점에 서 성리학 세력만을 조선건국의 배경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제는 지 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출발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의 출발은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다. 그 임시정부의 주축 세력은 단군민족주의 계열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조선후기에 출현한 단군민족주의 세력(국학세력)의 역량 결집이 대한민국 출발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 역사는 결코 “이 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친미사대주의자들의 ‘노력’만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건국 배경을 2차 세계대전의 종결에 따른 결과로만 기술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

이 점에서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세의 의미를 국학의 관점에서 정 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수립은 분단 구조 속에서 한반 도의 남쪽을 ‘점령’51)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승만 세력을 중심으로 48)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2014. 302쪽.

49) 이외 비상교육 「광복과 국토분단」(346쪽), 천재교육 「8.15 광복과 미⋅소 양 군의 진주」 (304쪽), 두산동아 「한반도에 미군과 소련군이 들어오다」(267쪽), 미래엔 미소군정이 실시되다」(309쪽) 등의 소제목에서 보듯이, 전체적으로 교과서들은 미소의 한반도 점령 의미를 애매하게 그리고 있다.

50) 신운용, 조선건국의 사상적 배경에 관한 시론」, 참조.

51) 미국은 한반도를 해방시킨 것이 아니라 점령했다는 사실은 “태평양 방면 미 국 육군 부대 총사령관인 나(맥아더)에게 부여된 권한에 의해 나는 이에 북 위 38도선 이남의 조선과 조선주민에 대하여 군사적 관리를 하고자 다음과 같이 점령 조건을 발표한다.”라고 한 맥아더 포고령 포고 1호(1945년 9월 9 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밑줄: 글쓴이). 물론 소련의 북한 점령도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김일성은 소련군의 점령과 지원 아래 조선 민주주의 인 민 공화국을 출범시켰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교과서들은 유엔의 결의에 의해 성립된 유일 한 합법정부가 대한민국이라고 하여 대한민국에 정통성이 있음을 강 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학의 관점에서 보면 민족전체를 희생시킨 이 승만과 김일성의 분단세력이 주도한 권력의 출발은 정통성52)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민족적’이고 ‘반인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국권회복은 민족독립운동가들이 흘린 피의 대가 였지만 현실에서는 이들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한 민족의 유일한 구심체였던, 같은 단군의 자손이라는 의식으로 형성 된 단군민족주의가 대한민국 수립의 사상적 배경이었다는 사실도 간 과해서는 안 된다. 이 점도 모든 교과서에서 외면하고 있다. 이는 현 행 교과서가 다원론적 관점과 자유민주주의 사관에 의해 기술된 결 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헌의회의 헌법 제1조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9년 12월 31일 법률 제86호로 제정⋅공포된 교육법 제1조에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

벗어날 수 없다.

52) 굳이 정통성을 주장하려면 3.1투쟁의 결과로 성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그 정통성을 찾아야 한다. 최근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며 대한민국이 출발한 1948년 8월 1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 손한 미국과 소련의 입장을 따른 사대주의적 시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 다. 건국절 교학사 교과서 편찬의 배경이었던 ‘교과서포럼’⋅뉴라이트계열 기독교의 한기총 등 이승만을 추종하는 ‘사대주의적’성향을 보이는 단체들 (http://www.k815.co.kr)이 앞장서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이 참고 된다. 이동복,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건국절’이자 ‘독립기념일’이다」,

󰡔北韓󰡕 488, 2012; 「광복절과 건국절 : 보수권력의 역사인식과 식민주의 극 복의 과제 <對談> / 白基玩, 金明仁 대담」, 󰡔황해문화󰡕 68, 새얼문화재단, 2010; 이완범, 「건국 기점 논쟁 : 1919년설과 1948년설의 양립」, 󰡔현상과 인식󰡕

33, 한국인문사회과학회, 2009; 辛珠柏, 정부수립과 한국근현대사 속에서 광 ⋅건국의 연속과 단절」, 󰡔한국근현대사연구󰡕 48, 한국근현대사학회, 2009.

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공유하게 하여, 민주국 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 로 한다.”라고 하여 교육의 근본이념을 홍익인간이라고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홍익인간 정신으로 세운 나라이 다”라는 문구가 들어갔어야만 했다. 제헌의회의 헌법 1조는 “대한민 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이념이 들어가는 헌법 은 거의 없다고 한다. 물론 이는 분단구조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 만 국학의 관점에서 보면 사대모미(事大慕美)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어느 교과서도 단군민족주의가 대한민국 출발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는 점을 주목하지 못하였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외세와 국제정세라는 사대사관에 따라 정통성이 결여된 남 북 권력의 출현 배경을 기술하고 있을 따름이다.

3) 민족반역자 청산의 문제

대체로 ‘민족반역자’ 청산의 문제에 대해 현행 교과서들은 크게 두 가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는 정부 운영을 위해 친일파 등용은 어쩔 수 없었다는 ‘현실론’과, 민족정기를 위해 민족반역자를 처리해 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현실론을 대표하는 교과서는 교학사의 한국사이다. 이 교과서 집 필자는 “미군정은 일본인 관료를 대체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여 치 안 공백이 우려되자, 총독부에서 근무하였던 관료와 경찰을 그대로 재고용하였다.”53)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미국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현실론을 대표하는 교과서는 교학사의 한국사이다. 이 교과서 집 필자는 “미군정은 일본인 관료를 대체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여 치 안 공백이 우려되자, 총독부에서 근무하였던 관료와 경찰을 그대로 재고용하였다.”53)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미국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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