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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문화의 구성요소와 이론적 쟁점

4. 제도적 영역

본 연구에서 자녀 출산 및 양육을 둘러싼 사회ㆍ문화적 환경 분석에서 가치, 규범과 함께 분석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제도와 정책의 영역이 다. 제도와 정책 영역은 가치와 규범에 비해 더욱 행위 강제력이 큰 영역 으로써, 일반적으로 개인은 가치와 규범뿐만 아니라 제도적 틀 속에서 행 동을 결정하게 된다.

제도주의 이론은 문화의 규정력이 존재론적 실체를 가진다고 주장한 다. 문화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며, 행위자나 행위의 ‘존재론적 가치’를 규정하는 구체적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문화는 ‘사회의 제도적 모형’이 며 사회현상을 지배하는 제도화된 규칙이기 때문에, 문화의 ‘신화적 ’규 정력은 행위자의 행위의 관계를 인과적이기보다는 동어반복적이게 만든 다고 한다(이재열 1996). 이런 맥락에서 문화적 분석에서 제도는 핵심적 내용에 해당한다.

여기서 제도는 좁은 의미로는 법제도와 정책을 의미하기도 하고, 넓은 의미로 각종 제도적 장치(institutions)를 말한다. 앞서 문화의 구성요소 로써 살펴보았듯이, 인간이 상호작용을 형성하는 강제의 형식(any form

of constraint)으로 볼 수 있다(North 1990). 제도는 성문화된 것 또는 비공식적인 규칙의 묶음이고, 가족, 학교, 그리고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 를 말한다. 여기서 제도는 역할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를 지배한다(Portes 2006, p.241). 따라서 출산과 양육활동에 연관되는 각종 제도로서 가족 제도, 노동시장제도, 교육제도 등을 주요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출산과 양육 활동에서 정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논 의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McDonald(2000)는 여성친화정책이 여성의 자녀출산과 양육 의지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정책은 개인 행위자에게 압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가족정책은 자녀를 갖으라는 사회적 압력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Letablier 2013).

Murphy(2003)는 중국의 정책 사례를 분석하면서, 인구정책과 문화가 젠더화된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상위 수준의 국가 제도는 지역의 가족 형태와 재생 산적 실행을 이해하기 위한 공식적 분류체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분 류체계는 가장 하위 수준에서 관료들이 이용하고자 할 때는 지역의 재생 산적 문화와 협력하게 된다. 예를 들어 늘 존재하던 아들이 없고 딸만 있 는 가구를 “딸만 있는 가구”로 분류하고, 이들이 아들을 낳는 시도를 금지 시킴으로써, 국가 제도는 일반적으로 박탈과 관련되는 새로운 사회적 실 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둘째, 남성 편향성은 특정 지방의 모든 정부 기구(제도)에 배태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인구 정책과 실행을 젠더화 시킨다. 이런 편향은 여성 가족계획 담당자를 남자로 대체시키는 사례에 서 확인되었다. 셋째, 젠더에 관한 확고한 문화적 규범은 공식적 출산 계 획 그리고 교육 캠페인과 협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좋은 어머니, 좋은 아 내라는 역할 모델은 전통적인 여성 미덕을 내포하게 되고, 이것은 젠더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넷째, 공식적 인구정책과 젠더 규범은 전복

되고 재조정되고 심지어 무시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국가의 제도나 정책은 개인의 행위를 결정하거나 특정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프랑스의 정책사를 분석한 Letablier의 연구에 따르면, 인식의 양식이 어떻게 가족의 규모와 가족구성, 모성에 대한 가치에 규범을 부여하는지 알 수 있다. 프랑스 정책사 전개 과정에서 대가족은 찬양할만한 시민적 가치였고, 소가족은 개인주의 심지어 이기주의를 의미하게 되었고, 가족 을 지원하는 정책이 여기에 기초를 제공했다. 가족정책은 가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가족의 규모, 형태, 기능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냄으로써 가 족을 구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Letablier 2013).

다른 한편,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 즉 정책신 뢰성이다. 출산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예측가 능성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런 전형적 예를 보여주는 것이 노르웨이 사례인데,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출산은 계층에 관계없이 고비용과 고위 험이 수반되는 이벤트가 아니다. 경제적 안정성에 대하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라고 한다. 여기서 경제적 안정성이란 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말하는 것으로써, 맞벌이 가정을 지원하는 정책과 보 육지원 및 직업과 노동시장에서의 제도적 지원을 의미한다. 노르웨이 젊 은 부모들의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와 같은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성이었음이 드러났다(Ellingsæter & Pedersen 2013).

노르웨이 사례는 자녀의 출산 및 양육에서 국가의 책임 분담에 대한 확 신이 출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준다. 출산과 양육의 경제 적 비용 지원, 고용의 안정, 일가족양립을 위한 휴직과 휴가제도의 체계 적 지지가 출산을 충분히 유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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