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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가치와 의미의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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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갖는 것이 당연한 순리였다면, 이때의 자녀는 어떤 의미를 가지 고 있는 것이었을까? 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전통적 의미로써 가장 기본적 인 가치는 ‘노후의 의탁’과 ‘세대의 계승’이었다. 이런 자녀가치는 전통적 으로 혈연중심의 가족형성과 세대계승을 중요하게 여겼던 유교문화적 전 통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대뿐만 아니라 70~80년대까지 자녀는 세대 를 계승하는 도구적 의미를 함축함으로써, 자녀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가 지속되고 있었다.

아무리 수(壽)하고 부(富)하고 귀하되 다남(多男)하지 못하면 그 여자는 오 복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완전히 한 여성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며 일가의 문중에 대하여 가정에서나 부부간에 있어서 용서받지 못할 큰 죄인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이예행, 사회학적 견지에서의 찬성론, 여원, 1956년 2월).

1958년도 서울시 지역의 가족조사와 1959년도 농촌 지역의 가족조사 결과를 비교한 연구를 보면, 농촌의 경우 자신이 아이를 낳지 못하면 소 실을 얻게 하겠다는 여성 응답이 65%에 육박하는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양자를 들인다는 응답도 25.3%로 나타났다(배은경 2012, p.36). 그런데 이 각각의 응답은 남성 응답자들의 비율보다 더 높게 나타 났다. 이는 남성이 느끼는 의무감보다 여성이 느끼는 아들 출산의 의무감 이 더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성은 자녀가 전혀 없을 때뿐만 아 니라 딸만 있고 아들이 없을 경우도 같은 경향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서울의 경우는 38.4%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양자를 들인다 는 응답까지 합하면 65.6%가 아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아들의 필요성은 전통적인 혈연중심의 가계계승의 의미를 담고 있다.

〈표 3-1〉 자녀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에 대한 응답(1950년대 말)

띠게 되고 즐겁게 된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노후생활의 보장’, ‘자 녀와의 정적(情的)인 인간관계’ 순서로 나타났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자 녀를 갖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녀의 장래에 대한 불안’, ‘경제적 인 문제로 애를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이 꼽혔다.3)

자녀에게 노후를 의탁하겠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1979년의 조사에 따 르면 59.2%로 나타났고, 자립하겠다는 사람의 비율은 36.6%를 차지했 다. 59.2% 중에서는 장남이나 아들에게 의지하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각 각 30.6%, 22.2%나 되어 여전히 아들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게 남아있었 다. 여기서 언론 보도 방향은 ‘가족제도가 점차 핵가족화됨에 따라 노후 에 자녀들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자립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4) 1970년대 말에 들어서면 자녀에 대한 노후의탁 의미는 이전 보다 많이 약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85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모부양책임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아 들딸 모두 27.1%, 장남 22.1%, 아들 21.7%, 자립 20.5% 등으로 나타나 장남 의존성은 많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난다.5)

또한 아들을 필요로 하는 이유의 변화는 전통적 자녀가치의 변화를 명 확히 보여준다.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서 적 만족을 위하여 아들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 난다. 심리적 만족을 위해 아들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991년 34.9%, 2000년 69.8%, 2012년 72.7%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가정행복 을 위해 아들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991년 18.8%, 2000년 43.4%, 2012년 73.5%로 역시 증가하였다.

반면, 가문유지를 위하여 아들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감소하는 추세이

3) 동아일보, 1976년 11월 6일, 자녀는 왜 둬야 하나.

4) 경향신문, 1979. 11. 29, 기획원 6만명 대상 조사-노후엔 자녀의지보다 자립 36.6%.

5) 매일경제, 1985. 1. 25, 한국의 사회지표(상) 1주 평균 52.5시간노동.

다. 1991년 39.9%에서, 2012년 22.9%로 낮아졌다. 다만 자식한테 노후

1991 2000 2006 2009 2012

가문유지 노후생활 심리만족 가정행복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각종 홍보자료에는 전통적인 성선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었다. “애를 키워보니 딸 키우는 재미가 역시 잔 재미가 있어요. 남자아인 좀 극성스럽고 말썽을 많이 부린다고 할까”(가정의 벗 76년 1월 p.8). “딸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딸 키우는 재 미가 아들보다 나아요”(가정의 벗, 76년 3월, p.5).

이런 남아선호에 대한 비판은 1990년대 말까지 지속된다. 이 당시 유 행하던 주요 담론 중 하나는 남아선호 관념이 지속되면, 향후 신부감이 모자라게 된다는 것이었다.

신부감은 모자라고 신랑감은 남아돌고...아들 욕심으로 인한 인공임신중절 이 남녀성비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들 욕심만 부리다 보면 며느 리는 어디서 데려와야 할까요?(가정의 벗, 95년 7월, 7월 11일은 세계 인구 의 날).

이런 담론의 기조는 1999년까지 지속되고 있었고, “출생성비 불균형 개선대책”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타나기도 한다(가정의 벗, 1999년 11 월, 출생성비 불균형 개선대책).

공식적인 통계로서 출생성비는 1970년대 대체로 보통수준6) 이상으로 높아 성비가 왜곡되어 있었지만, 1980년대 초에는 평균 수준으로 감소했 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부터 다시 급격히 증가하여 1993년 정점 (115.4명)에 이른 후, 다시 감소하여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보통 수준 에 이른다. 1970년대는 전통적 남아선호사상의 영향이 지속되어 성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런 남아선호는 1980년대 중반부 터 1990년대 말까지 다시 급속히 높아졌고, 1990년대 말까지 성선호는

6) 출생성비는 남녀출생아의 성별 구성비로써,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를 비(ratio)로 나타 낸다. 출생성비는 103~107을 보통수준으로 본다.

꾸준히 잔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초반 이후 남아선호는 대체로 의미를 상실하였다.

〔그림 3-2〕 출생성비 변동 추이

(단위: 명)

103.0 105.0 107.0 109.0 111.0 113.0 115.0 117.0

1970 1973 1976 1979 1982 1985 1988 1991 1994 1997 2000 2003 2006 2009 2012 자료: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출생통계), 각 연도.

전통적 자녀 가치는 점차 약화되는 추세를 나타내며, 실제로 평균 이상 자녀수 변화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65년 평균 이상자녀수 는 3.9명, 1976년 2.8명, 1985명 2명, 2012년 2.2명으로 점차 감소하 였다. 연령별 평균 이상자녀수 차이도 1968년 0.7명(최소 15~29세 3.5 명, 최대 40~44세 4.2명), 1973년 0.5(최소 25~29세 2.9명, 최대 40~44세 3.4명), 1988년 0.2명(최소 15~24세 1.8명, 최대 40~44세 2.1명), 1997년 연령별 평균 이상자녀수 차는 0.2명, 2012년 평균 이상 자녀수 차이는 0.1명으로 나타났다.

〔그림 3-3〕 유배우부인(15~44세)의 연령별 ‘평균 이상자녀수’ 변동추이(1965~2012)

주: 1) 이상자녀수가 있음'이라고 한 경우만을 분석대상으로 함 2) 1991년은 기혼여성을 분석대상으로 함

3) 2009년까지의 자료는 유배우부인만을 조사한 통계이며, 2012년 자료는 유배우부인의 부 재로 인하여 대리응답한 남편의 응답이 포함된 통계임

4) 1971년 20~24세 평균이상자녀수는 3.4명임 자료: 공세권 외(1966) 전국가족계획실태조사보고, 보건사회부

박병태 외(1978), 1976년 전국출산력 및 가족계획평가조사, 가족계획연구원 문현상 외(1982), 1982년 전국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인구보건연구원 문현상 외(1985), 1985년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인구보건연구원 문현상 외(1989), 198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인구보건연구원 공세권 외(1992), 1991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홍문식 외(1994), 1994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남훈 외(1997), 1997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00), 2000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04), 2003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06), 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09), 2009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12),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지난 10여 년간 점차 변화해 왔다. 조사 에 따르면, 자녀가 꼭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1991년 자녀 ‘꼭 필요함’으로 응답한 비율은 90.3%였으나, 2000년 58.1%, 2012년 45.5%까지 낮아졌다. 반면 반드시 가질 필요 없다는 응 답은 증가하였다. 1991년 ‘반드시 가질필요 없음’ 8.5%, 2000년 41.5%, 2012년 54.1%로 낮아졌다.

〔그림 3-4〕 유배우부인(15~44세)의 ‘자녀필요성’에 대한 응답(1991~2012)

0%

20%

40%

60%

80%

100%

꼭필요함 반드시 가질필요 없음

주: 1) 가구전체 자료에서 2003~2009년 자료는 유배우 부인만을 조사한 통계이며, 2012년 자료 는 유배우부인의 부재로 인하여 대리 응답한 남편의 응답이 포함된 통계임

2) 1991년은 15~49세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하는지 또는 반 드시 가질 필요는 없는지만 질문함

자료: 공세권 외(1992), 한국에서의 가족형성과 출산행태(1991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 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남훈 외(1997), 1997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00), 2000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04), 2003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06), 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외(2012),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녀의 전통적 가치는 점차 약화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노후의 의탁이라는 이유는 이미 1980년대를 거치면서 거의 영 향력을 상실했고, 가문유지라는 전통적 가치는 1990년대를 거치면서 점 차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문유지나 노 후 의탁의 의미가 현재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다만 의미가 크게 감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녀의 전통적 가치는 점차 약화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노후의 의탁이라는 이유는 이미 1980년대를 거치면서 거의 영 향력을 상실했고, 가문유지라는 전통적 가치는 1990년대를 거치면서 점 차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문유지나 노 후 의탁의 의미가 현재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다만 의미가 크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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