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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여성의 자율성과 같은 근대화 지표를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는 프린스 턴 프로젝트를 보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의무교육이나 아동 노동의 제한 입법과 같은 정치적 발전이 출산력 변화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며, 전통적 이론의 범위 밖에 놓여 있던 정치적, 법적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 였기 때문이다(Greenhalgh 1990, pp.85~86).

인구변천이론에 대한 반론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프린스턴 프로젝트 이후 대표적으로 제2차 인구변천이론 역시 출 산력 변천에 대한 문화적 영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Lesthaeghe 와 Van de Kaa에 의해서 발전된 제2차 인구변천이론(Lesthaeghe &

Van de Kaa, 1986) 은 1960년대 후반 유럽의 출산력 변화, 가족형성, 배우자 행위 등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등장하였다(정성호 2009). 이 들 주장의 핵심은 가족생활과 자녀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과 출산율이 대체 수준 이하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가치와 태도 변화가 출산율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서 최근까지 제2차 인구변천이론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 인구학과 인류학의 결합은 출산력 변천의 문화적 접근에 중 요한 자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인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연출산력 (natural fertility)’의 개념을 비판하고, 인구변천 이전 단계의 인구현상 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 출산력이 문화적 영향을 받은 행동과 결정의 결과 임을 밝히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인류학자들은 다양한 친족체계와 출산 율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Skinner(1997)는 가족체계가 인구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유럽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였다. 그는 인구구조가 가족체계를 제한하거나 또는 형성시킬 수 있다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살피고자 하였다. Skinner는 과거 의 인구 데이터를 이용하여 “가족체계내의 규범은 자녀의 수나 구성에 대

해 가족마다 다른 기대를 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많은 가족들이 그에 따 라 자녀의 수나 구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Skinner는 출산 과 가족체계 같은 문화적 요소의 관계에 집중한 것이었다.

인구학과 인류학의 결합은 또한 출산력 변천의 ‘정치경제학적 접근’으 로 새롭게 발전하였다. 문화인류학, 사회사, 역사와 거시사회학 학자들 일부는 출산율 변천의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였다. 이들을 출산력의 정치 경제학(political economy of fertility)이라 칭 할 수 있는데, 정치경제 학 연구에서 중요한 관점과 방법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Greenhalgh 1990, p.86). 정치경제학적 관점은 문화적 측면에서 사회적 제도와 맥락 적(contextual)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살펴보면, 출산율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인의 중요성은 대체로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적 접근의 이론적 기 초와 학문적 관심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특성에 주목할 것인가는 여전히 논쟁적일 수 있다. 본 연구는 문화적 요인의 특성 중에서 특히 요 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제도의 중요성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Karen Mason(1997)은 출산력 변천의 고전이론(Notestein 1953)부터 가족규범체계 등의 전파 효과를 강조하는 최근의 이론 (Cleland & Wilson 1987)까지 고찰하고, 출산력 변천 과정에 영향을 미 치는 요인은 복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복합적인 “상호작용” 모델을 발전 시켰다. Mason은 이 모델을 통해서, “수용 가능한 생존 자녀수”, “낮아진 임신 조절비용”과 같은 요인이 개인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출산 통제 를 실행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주장하였다 .

또한 인구학에서 오랜 논쟁거리였던 경제적, 문화적 요인의 영향 정도 도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접근이 가능해진다. 즉 출산력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경제 또는 감정 중 어떤 요인이 더 핵심 요인인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상호작용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 요인이 사람들의 출산 결정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규범과 관념은 주변 사람들의 네트워크, 친척관계 등을 통한 광범위한 사회적 맥 락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Ellingsaeter et. al. 2013, p.7).

문화적 접근과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또 한 가지 초점은 제도 의 중요성이다. 제도주의적 관점에서는 문화의 규정력이 존재론적 실체 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문화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며, 행위자나 행위의

‘존재론적 가치’를 규정하는 구체적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 는 ‘사회의 제도적 모형’이며 사회현상을 지배하는 제도화된 규칙으로 이 해된다(이재열 1996, p.83).

제도주의 학파는 또한 출산력 변천과 관련하여 개인의 비용효과에 집 중하는 경제학 모델(Pollak & Watkins 1993)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와 같은 모델은 차별적인 문화적 구성요소, 구성요소 간의 상호관계, 그리고 다양한 수준에서 영향을 주는 인과적 힘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부족하다 는 것이다(Portes, 2006: 254). 같은 맥락에서 McNicoll도 제도의 중요 성을 주장한다. McNicoll (1980; 1992; 2001)은 출산력 변천 논쟁을 고 찰한 이후 제도주의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도적 조건에 대해 주의 깊게 분석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Caldwell(1980)은 출산력 변천에 대한 의미 있는 이론적 설명을 제시 하였다. 그는 다양한 맥락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실질적인 제도적 결정요 인을 이끌어 냈다. 바로 그 하나의 요소가 공공 대중교육의 출현인데, 세 대 간 부의 흐름은 대중 교육의 도입과 함께 그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 다.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는 이 관계를 지배하는 도덕성의 변화와 함께 변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Caldwell 1980, p.225).

본 연구의 관점에서 Caldwell 이론은 중요한 의미를 제시해주고 있다.

우선 그의 이론은 가치관이 변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거나, 출산 통제가 가능해지면서 변화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단순이 설명하지 않고, 문화 안에서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실질적 힘을 특정해 주었다. 둘째로 변화가 특수한 제도적 맥락에 의존하다고 주장하지 않고, 수많은 제도적 맥락에 일반화할 수 있는 하나의 원칙을 발전시켰다(Portes 2006, p.255). Caldwell은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맥락의 일반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이론적 맥락에서 본 연구는 출산 결정이나 자녀양육 과정 의 문화적 환경을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사회체계 전반 에서 작동하는 제도적 맥락의 중요성에 초점을 둘 것이다. 자녀의 사회적 의미는 비용편익의 분석틀을 넘어서, 차별적인 제도와 맥락의 연계 속에 서 형성될 것이라는 관점을 유지할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자녀의 의미는 다시 제도와 맥락의 형성에 반영될 것이라는 상호작용의 관점을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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