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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절에서는 본 보고서의 발견에 기초하여 어떠한 정책적 제안이 이 루어질 수 있는가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론적인 맥락에서 보았을 때 본 보고서가 보고하는 발견은 크게 두 가지를 지지한다. 하나는 경력을 추 구하는 여성이 출산을 낮추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임

132∙여성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따른 출산수준 차이와 정책방안

금이 높은 여성일수록 출산력이 높다는 점이다. 경력을 추구하는 여성의 경우 일-가정 양립이 어렵고 경력단절에 대한 기회비용이 적지 않기 때 문에 출산력을 낮춘다는 발견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고 사회적 으로도 확산되어가는 분위기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본 과제를 연구 하면서 만난 근로여성들은 직장 내 분위기가 일-가정 양립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을 하였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은 차 치하고 출산휴가만이라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여성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소규모 사업장에서 출산휴가는 일종의 고용주의 시혜 로 여겨졌다. 또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해 유산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보고하였다. 일례로 다음의 <사례12>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사례12> 그 여직원이 결혼한 지 한 6개월 정도 됐는데, 면접을 본 거에 요. 근데 그 때 되면 충분히 애기가 생기고 애기도 낳아야 하는데 근데 어떻게 하다가 그 직원을 뽑았어요. 근데 그 여직원이 유산이 돼 버린 거 에요, 임신을 했는데. 업무가 시공 쪽인데, 업무가 너무 많다보니까 유산이 되는 바람에 여직원들 너무 스트레스 받고 힘드니까 자기 스스로 사표를 내버렸어요. 그랬더니 거 봐라, 거 보라고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예요. 결 혼한 애들은 저런 식으로 나온다. 솔직히 좀 속상하더라고요. ... 임신을 한게 솔직히 죄는 아니잖아요.

이러한 인식은 몇몇 단기적 효과를 노리거나 이러한 정책이 있다는 전시성 정책이 아닌 사회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실질적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일례로 직장에 다니다가 과도한 업무나 상급자의 지 나친 명령에 의해 유산이 된 경우 이에 대해 제재를 주고 피해자를 구 제하는 것은 출산친화적 직장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

제9장 결론 및 정책과제133

될 것이다.

경력추구 및 단절에 의한 효과가 첫째 자녀가 아닌 둘째 자녀의 출산 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사회전체의 전반적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자녀 출산을 높이 는 것이 아니라 둘째나 셋째 자녀 출산을 목표로 하여야한다고 주장한 다. 우리의 보고서 또한 이러한 방향에서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차적 으로 첫째 자녀를 출산한 여성을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정책을 보다 강 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 자녀가 아닌 둘째 자녀 출산에 더 많은 영향 을 미친다는 것은 첫째 자녀 출산 시 느꼈던 어려운 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학습효과의 반영이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첫째 자녀를 출산한 여성만을 정책대상으로 한 정책 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일-가정 양립에 관한 정책은 사회전반적인 차원에서 획기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향후에 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부분에서 더욱 근본적인 발전 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임금수준 또한 출산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 다. 즉 임금이 높을수록 첫째 자녀와 둘째 자녀 모두 출산위험이 올라간 다는 발견이 있었다. 교육에 따른 효과의 차이가 없다는 발견은 임금의 효과가 모든 집단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하고 이를 사회전반으로 확산하 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여성의 임금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 히 낮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실질임금을 끌어올리는 것은 비단 출산력 을 높이는 것만이 아닌 인간의 기본 권리인 평등권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이다.

134∙여성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따른 출산수준 차이와 정책방안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임금을 보조하는 정책 은 도입과 실행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있는 사람들의 실질 임금을 상승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자녀의 출산에서 임금의 효과가 크다는 발견에 기초 한다면 첫째 자녀를 낳고 둘째 자녀를 임신한 여성 중 최저임금에 가까 운 여성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 저임금선 가까운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 소득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덧 붙여 현재의 저출산 정책이 여성의 근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정책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부터 탈퇴 하는 유인을 제거하고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 에서 수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