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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역인과관계(reverse causality)

두 변수 사이의 관계를 추정하는 모형이 아무리 세련된 것이라 할지 라도 통계적 모형 자체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모형이 역인과 관계(reverse causality)에 의해 편의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우리가 사용할 모형이 생존분석을 차용한 것이어서 측정된 인과변수가 결과변수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역인과관계의 위 험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종사상 지위가 출산력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모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이 예에서는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으로 개념화된 종사상 지위가 출산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심을 가 지며 기본적으로 종사상 지위가 출산력에 영향을 준다는 선험적 가정 하에 모형을 추정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인과기제(causal mechanism) 에 대해서는 6장에서 논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두 변수 사이에 역인과 관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즉 출산일에 가까워지는 여성의 경우 태아의 성

제3장 인과분석(causal analysis)에 관한 논의39

장에 따른 부담과 신체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많은 에너지와 직무헌신을 요구하는 상용직을 벗어나서 일용직이나 임시직으로 직종을 전환할 가능 성이 있다(Clarkberg & Moen, 2001; 은기수·박수미, 2002). 특히 다니 는 직장의 업무량이 많고 근무시간이 길어 과도한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직종이라면 이러한 경향은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분석 자 료를 살펴보면 자녀를 출산한 여성의 경우 자녀 출산 월에서 이전 자료 가 측정된 시간을 계산했을 때 첫째 자녀 중 20.8%가, 둘째 자녀 중 27.4%가 3개월 이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인과 관계는 종사상 지위와 출산력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 이 아니라 다른 두 근로조건 변수, 즉 근로시간 형태와 임금변수와 출산 력의 관계에도 내재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여성고용과 출 산력의 관계를 연구한 Cramer(1980)는 장기적으로는 여성고용이 출산 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단기적으로는 출산력이 여성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만약 우리가 상정한 인과관계가 지금까지 논의한 역 인과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면 통계적 모형을 통해 얻은 추 정치는 양의 방향으로 과대추정(overestimation)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 다.

미국에서 여성의 노동시장참여가 출산력에 주는 영향을 분석한 Budig(2003)은 역인과관계에 의한 편의를 제거하기 위해 출산 월에 8 개월을 뺀 자료를 만든 후 모형을 추정하였다. 한국에서 여성노동시장참 여와 출산력의 관계를 연구한 본 보고서의 저자들 또한 이전연구(Kim

& Kim, 2012)에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출산 월에서 일정 시간을 뺀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Kim & Kim은 8개월을 뺀 자료에 더하여 5개월을 뺀 자료 또한 분석하고 있는데 이는 결혼이 출산과 밀 접한 관련을 가지고 결혼과 출산간의 시간적 간격이 작은 한국의 현실

40∙여성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따른 출산수준 차이와 정책방안

에서 8개월을 빼는 것은 노동시장참여의 부정적 효과를 과소추정 (underestimation)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출산 15개월 전에 결혼을 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여 바로 자녀를 가진 경우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있을 때 자녀를 낳은 것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노 동시장참여 효과를 양의 방향으로 편의시킨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들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출산 월을 조작하지 않은 경우, 5개월을 뺀 경우, 그리고 8개월을 뺀 경우 등 모두 3가지의 시나리오 하에 모형을 추정하 고 결과를 제시할 것이다.

K I H A S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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