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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여성의 근무시간형태와 출산력

앞선 장과 유사하게 본 장에서는 여성의 근무시간형태와 출산력의 관 계를 살펴본다. 우리는 여성의 근무시간 형태를 세 개의 유형으로 구분한 다: 정규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업무, 정규근무시간이 있고 초과근 무가 없는 업무, 그리고 정규근무시간이 있으나 초과근무가 있는 업무. 1 절에서는 이러한 근로시간유형에 따른 차별출산력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2절에서는 경험적 자료를 분석하여 이러한 이론 적 입장을 검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3절에서는 소결을 내린다.

제1절 이론적 배경

정규근로시간 유무나 초과근무시간 유무에 따른 차별출산력을 예측하 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다양한 근로시간 형태에 따라 나타나는 특 성이 다른 것이라는 추측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정규근로시간 유무는 앞장에서 살펴본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구분과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 다. 즉 상용직은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는 형태가 다수 일 것이고 많은 임시·일용직은 정규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추측이 옳다면 앞 장에서 발전시킨 이론을 준용하는 한편 상용직 내에 서 초과근무시간 여부에 따라 출산력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생각해

96∙여성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따른 출산수준 차이와 정책방안

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예측과는 다르게 임시·일용직의 여러 직 종들이 정규근로 시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자녀 출산월에 아 무런 조작을 하지 않은 첫째 자녀 출산자료에 따르면 약 72.1%의 임시·

일용직이 정해진 근로시간이 있으나 초과근무가 없다고 응답한 반면 약 8.2%가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고 또한 초과근무가 존재한다고 보고하였 다. 이러한 관찰은 앞장에서 살펴본 상용직 대 임시·일용직의 이론적 논 의를 본장에서 준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논의를 한편으로 하고, 근무시간형태와 출산력에 관한 선행연구 의 이론적 논의가 매우 적기 때문에 본 장에서는 보다 추측적인 이론을 발전시켜 보도록 하자. 무엇보다 먼저 정규근로시간이 없다는 것은 근로 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임신이나 출산의 경우 일정한 기대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사건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정규근로시간이 없다는 것은 출산을 낮출 가능성이 높 다. 예를 들어 출근과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어린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일정한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자녀를 출산한 후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염려로 인해 임신을 늦출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매일, 매주 혹은 매달 변한다고 한다 면 이에 드는 체력적·감정적 에너지의 소비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 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 쓰는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 다면 다른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줄어들 것으로 볼 수 있다(Baumeister et al., 1998). 이런 면에서 정규근로시간이 없 는 직종에 근무하는 여성의 출산력이 낮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정규근로시간이 없는 직종은 임금의 형태적 측면에서 시간당 임금이 나 과업 당 임금의 형태를 띠기 쉽다. 이러한 형태의 임금은 직장이 가 지고 있는 복지 혜택뿐만 아니라 전체 임금의 수준에서 정규근로시간이 있는 직장의 임금과 비교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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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밝힌 임금의 소득효과와 대체효과에 관한 논의가 어느 정도 본 장 과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 임금이 가지고 있는 대체효과에 비해 소득 효과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므로 정규근로시간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의 출산력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한편 업무의 강도라는 면에서 본다면 정규근로시간이 있는 직업 이 그렇지 않은 직업에 비해 노동강도가 강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어 려운 직종일수록 보다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인센티브로 정 규근로시간이라는 형태의 고용형태를 채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동일한 임금이라면 노동 강도가 높은 곳에 종사하는 여성의 출산 력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도 잠시 논의한 것처럼 주어진 에네 지의 총량을 사용하는데 직장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면 자녀출 산과 양육에 드는 에너지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위라는 측면에서 표현하자면 어렵게 일하는 직종에 근무하 는 여성의 경우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유인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정규근로시간의 존재가 출산력을 낮출 것이라고 예측하는 또 다른 이 론적 기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연한 근무시간을 여성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면 정규근로시간의 존재가 출산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보험판매원이나 학습지 교사의 예에서 보듯 많은 여성들이 불특정한 시간에 근무를 하게 된다. 대다수가 그런 경험을 하지 않겠지 만, 이런 비정규적인 근무시간을 선호하는 여성이라면 자신의 궁극적인 혜택을 위해 이러한 업무에 종사할 수 있고 그러한 혜택의 증가로 자녀 출산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초과근로에 관한 이론도 유사한 맥락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초과 근로는 업무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출산력을 낮 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초과근로는 임금총액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임금의 소득효과에 의해 출산력을 높일 수 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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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이미 시간이 정해진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이 초과근로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의 크기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소득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초과근로에 의한 임금 상승은, 임금자체의 상승이 아니라 추가적인 근로에 의한 추가수입이며, 한국사회에서 초과 근로에 대해 근로자는 선택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것이 대체효과와 가지는 관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덧붙여 초과근로의 존재는 보다 많고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하기 때문에 출산 력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논의에 기반하여 본 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설정한다.

가설 7-1. 정규근로시간이 없는 경우에 비해 정규근로시간이 있으며 초과근로시간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은 높은 출산력 을 보일 것이며, 정규근로시간이 있으며 초과근로시간이 없는 여성의 출산력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앞 장에서 우리는 성적접촉기회 이론과 학습이론에 기대어 출산순위 별로 차별적인 종사상 지위의 효과에 관한 논의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논의는 본 장에서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 어 정규근로시간이 없는 여성의 성적접촉기회가 양적인 면에서 가장 활 발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출산력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 서 정규근로시간이 있으나 초과근무가 없는 여성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논의에 따른다면 첫째 자녀 출산에 있어 도입 한 가설 7-1의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학습이론 또한 유사한 맥 락에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맥락에 적용하는 것이 그리 어려 운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 따라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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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7-2. 근로시간 형태가 출산력에 미치는 영향은 출산순위에 따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수준과 관련된 이질적효과(effect heterogeneity)부분 을 생각해 보자. 만약 교육수준이 경력추구를 측정하는 적합한 도구라면 높은 교육을 받았을수록 정규근로시간 형태의 효과가 음의 방향으로 변 할 것이다. 즉 정규근로시간 형태에 종사하는 여성이 경력추구를 위해 출산을 늦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여성의 정규근로형태 업무종사 효과는 양이 아닌 음의 방향을 이룰 것이다. 초과근로시간이 있는 곳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경력추구를 위한 성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는 (정규근로시간이 없는 여성에 대비한) 초과근로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즉 교육과 초 과근로시간의 상호작용항이 음의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본 장 의 마지막 가설은 다음과 같다.

가설 7-3. 교육을 많이 받았을수록 정규근로시간이 있고 초과근로시간 이 없는 업무의 효과가 음의 방향을 띨 것이며 이러한 음 의 효과는 정규근로시간이 있고 초과근로시간이 있는 직종 에서 더 클 것이다.

제2절 분석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