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자유주의와 분배

문서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바른 용어 (페이지 49-54)

소득과 부의 분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복지복지국가는 가치중립적인 언어가 아니 다. 자유주의자는 복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복지라는 말을 사용하 자말자 복지 프레임에 빠져들어, 아무리 보편적 복지를 비판하고 선별적 복지를 주장한 다고 해도, 복지는 좋은 것이라는 프레임에 밀려 이 논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따라 서 복지선별적 복지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고 사회 안전망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순수자유주의와 분배

정부가 사회의 총소득을 재분배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본 공리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와 달리 순수자유주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소득은 사회 구성원 개개 인에게 속한 것이지 사회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득이나 부는 개인에게 속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사회적 약자나 사회의 공리를 높이기 위해 소득재분배를 시행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철학자 노직은 1974년에 발행한 무정부,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파이 한 조각을 받아들고 그 파이 조각을 잘못 잘랐다고 다시 자르고 있는 사람의 곁에 있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중앙집권적 분배란 없다. 어느 누구도, 어떤 집단도 자원을 통제하거나 얼마만큼 나누어 줄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질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가졌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과 교환했거나 선물로 받은 것이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자원을 통제한다. 새로운 재산은 자발적인 교환과 인간들의 행동을 통해 형성된다.”

공리주의자들과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은 어느 정도의 불평등이 바람직한 수준인지 를 판단하려고 하지만, 노직에 따르면 이런 논의 자체가 쓸모없는 논의이다. 소득재분배는 정당화될 수 없다.

노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나 소득이 부당하게 이전하는 경우에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부나 재산을 강탈했다면 정부는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소득의 분배 과정에 강압이나 강제가 개입되지 않았다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 분배는 정당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부나 소득의 분배가 평등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정의로운 분배이다.

순수자유주의자들은 기회의 균등이 결과의 균등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모든 사람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난다.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의 분배

평등주의적 자유주의(liberalism)는 철학자 롤즈(John Rawls)가 그의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 에서 처음 발표하였다. 이 책은 정치사상서의 고전이 되었다.

롤즈는 사회의 각 단체, 법, 정책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전제를 충족 시키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을 찾아야 한다. 타고난 재주, 부지런한 정보 수집, 교육 정도, 재산 등이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정의 의 원칙을 달리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철학에서 수많은 정의론이 논의되는 이유는 인류가 지금까지 보편적인 정의의 원칙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가?

롤즈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을 찾아내기 위해 가상의 상황을 설정한 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공정한 정의의 원칙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고 가정 해 보자.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 롤즈는 무지 의 베일(veil of ignorance)에 가려져 있는 상황을 ‘원초적 상황(original position)’이라고 부른다. 원초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의의 규칙에 합의할 수 있다고 롤즈는 말한다. 사람들 은 자신들이 합의한 정의의 원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한다. 모두 동일 한 입장에 있고,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유리한 정의의 원칙을 세울 수 없다면, 공정한 합의 와 협상의 결과로 정의의 원칙이 도출된다.” 공공정책과 법률을 제정할 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우리는 어떤 것이 옳은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롤즈는 원초적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소득 분배에서 어디에 위치할지를 모른다 면, 즉 상위층에 속할지, 중간층에 속할지, 하위층에 속할지를 모른다면, 어떤 소득 분배가 정의롭다고 생각할지를 추론하였다. 롤즈의 추론에 따르면 원초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 의 소득이 최하위층에 속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최하위층에 떨어지더라도 문제가 없는 상황을 상정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추론에서 나온 정의의 원칙은 당연히 최하위층을 배 려하는 원칙이 될 것이다.

롤즈의 차등의 원칙에 따르면, 공공정책의 목표는 그 사회에서 최빈층에 속한 사람들의 복지를 증대하는 것이다. 공리주의와 달리 모든 사람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효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최소극대화의 기준은 사회의 가장 불우한 계층의 사람들의 복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부자 에게서 가난한 사람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최소극대화의 기준은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모든 사회구성원의 소득을 균등하게 만들겠다고 나서면 사람들의 근로의욕이 저

하되고, 사회전체의 총소득도 줄어들어 최빈층의 복지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극대화의 기준은 소득이 균등하지 않은 배분을 용인한다. 불균등을 허용하면 열심히 일할 동기를 살리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많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즈의 철학은 사회의 최빈층에게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공리주의자 들보다 소득의 재분배를 강력하게 주장하게 된다.

무지의 베일에서 사람들이 롤즈의 주장처럼 자신이 최악의 상태에 빠질 경우를 상정하고 정의의 원칙을 도출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원초적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할 계층이 확률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모든 사회 구성원의 평균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롤즈의 이론은 공리주의와 유사한 분배 정책을 선호할 수도 있다.

공리주의와 소득분배

공리주의는 정치 철학 중에서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은 위대한 철학이다. 공리주 의의 창시자는 영국의 철학자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과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이다.

공리주의는 개인의 의사결정과 공공정책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다. 공리주의는 효용(utility) 개념에서 출발한다. 효용은 인간이 얻는 행복이나 만족의 척 도이다. 효용은 복지의 측정 지표이며, 모든 공공정책과 개인행동의 궁극적 목표이다. 정부 의 목표는 사회구성원 전체의 효용의 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소득재분배의 정치철학으로 공리주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는 소득재분 배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과 소득 분배의 정도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한다. 이 세 가지 철학은 각기 다른 철학적 배경과 전제를 가지고 있다. 공리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 주의가 소득재분배가 좋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다르다.

소득분배에 대한 공리주의자들의 논리는 한계효용 체감 현상의 가정에 기초해 있다. 예 를 들면 1만 원이라는 돈은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효용을 창출한다. 이러한 가정 을 받아들이면, 국가가 소득을 분배하는 것이 국민 전체의 총효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역할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갑의 연간 소득은 1억 원이고, 을의 소득은 1천만 원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갑의 돈을 을에게 어느 정도 넘겨주는 것이 두 사람 전체의 효용이 높아진다. 1천만 원의 효용이 갑과 을에게 동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를 놓고 생각할 때에도 부나 소득이 고르게 분배되는 것이 국가 전체의 효용을 높인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전 국민이 동일한 소득을 가질 때까지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효용을 최대로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리주의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기 때문에 완전히 평등하게 소득을 재분배하면 분배의 대상이 되는 사회의 총소득이 감소할 것이다.

정부가 소득재분배 정책을 시행하려면 소득이 높은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낮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세금은 사람들의 열심히 일할 의욕을 저해하고 경제 적 순손실을 발생시킨다. 자신의 노동의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열심 히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리주의를 실현하려는 정부는 평등한 분배에서 오는 이익과 근로 의욕의 감소에서 오는 손해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총효용을 극대화하려면 정부는 사회를 완전히 평등하게 만들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문서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바른 용어 (페이지 49-54)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