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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혼란을 조장하는 용어들

문서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바른 용어 (페이지 79-101)

경제와 관련된 개념들 중에서 개념적 혼란을 주는 용어들도 있다. 이윤과 관련해서 이것 이 누군가로부터 대가 없이 받아낸 것 같은 착각을 유발하여 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 게 하거나 이의 몰수나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된 왜곡된 용어로는 폭리, 이윤의 사회적 환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 있다.

다음으로 무역과 관련해서 자유무역보다는 특정 산업의 보호를 정당화하거나 중상주의 적 정책을 정당화하는 기능을 수행할 위험이 있는 용어들로는 보호무역주의, 국제수지 적 자와 같은 것들이 있다.

어떤 정책의 원인과 결과를 애매하게 만드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은 원래 통화(신용)의 팽창을 의미했는데 지금은 그 결과 나타나는 물가상승을 뜻하게 되어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 외 정부의 소위 복지지출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지니거나 복지지출에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용어 사용 사례들로는 소득양극화, 낙수효과, 권리(right)에 대비 된 부여된 자격(entitlement) 등이 있다. 낙수효과라는 말도 부자의 부가 가난한 이에게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큰 통에 물이 차면 그 일부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에 빗댐으 로써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자본축적을 통한 성장 과정을 희화화하는 효과를 낸다. 그 결과 자본축적에 따른 경제성장과 경제성장에 따른 그 경제 구성원들의 소득의 증가 현상 에 대해 그 중요성을 경시하게 한다.

“고용 없는 성장과 같은 용어는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나 노동시장에 대한 간섭정책이 없이는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처럼 왜곡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세대 전체를 88만 원 세대 등으로 명칭을 붙이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세대 전체가 월 88만 원을 받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선동적인 정치적 명명이고 이들에 대한 지원과 그들의 정치적 지지를 받아내는 하나의 의도적 작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경쟁 개념과 관련해서도 개념적으로 문제가 많은 용어들이 있다. 그런 용어 들은 불행하게도 시장에서의 경쟁과정이 방해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생산주체를 지원하거나 규제하는 성격의 정책을 지지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경쟁, 독점, 시장지배자, 시장점유율 등의 용어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1) 이윤 개념 관련 용어들

폭리, 초과이윤, 적정가격

‘이윤’과 관련한 오해를 보여주는 용어로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용어로는 폭리(暴 利)와 같은 용어가 있다. 이윤이 많으면 그 이윤이 강박, 사기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용어이다.35) 부당 이득은 혹은 부당 이윤이라는 용어는 이윤을 너무 많이 받으면 그 자체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용어이다. 이와 유사하지만 약간은 감정적 뉘앙스가 약해진 용어로서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는 초과이윤이라는 용어도 있다.

이와는 약간 다르면서 성공확률이 매우 낮지만 크게 성공했을 때 일반사람들은 대박이 터졌다는 표현을 쓴다. 이 말은 폭리나 초과 이윤과 같은 용어에서와는 달리 개념적 혼란 을 내포하지 않고 있다.

“가격이 폭락했다거나 폭증했다는 표현 속의 폭(暴)은 단순히 너무나 많이라는 단순 한 의미일 수 있다. 이 말 속에는 특별한 비난의 감정이 들어 있지 않다. 이에 비해 폭리를 취했다”고 했을 때의 ‘폭(暴)’ 속에는 비난과 함께 그렇게 하지 말라는 요구가 숨어 있다.

피서지에서의 높은 가격을 바가지 요금, 혹은 폭리라며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여타 지역에 비해 높은 가격은 다른 장소, 즉 피서지라는 특별한 장소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특정 서비스나 재화를 그 피서지에서 제공하는 권리가 독점적으로 부여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자(前者)라면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 후자라면 비난 받을 여지가 발생하지만36) 피서지 이용객으로서는 언제든지 높은 가격을 주고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 기를 거절할 수 있다. 사실 폭리(暴利)라는 말은 자주 사용되지만 엄청난 손실(損失) 혹은 손해(損害)라는 의미의 폭손(暴損)과 같은 용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초과이윤이라는 말은 만들어졌지만 초과손실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커다란 손실에는 별 관 심이 없지만 커다란 성공에는 너무나 관심이 많거나 그 속에 일정한 속임수가 있었으리라 고 추측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35) 이에 대해서는 Block, Walter, Defending the Undefendable 참고. 블록은 이 책에서 폭리의 개념을 맹 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36) 후자의 경우에는 조금 복잡하다. 만약 피서지의 재산권에 대한 권리가 있는 사람이 이를 부여했는지 혹 은 누군가 권리가 없는 자가 폭력을 사용해서 영업을 제한했는지에 따라 비난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 될 것이다. 피서지 영업을 두고 폭력이 개입되기도 하고 말썽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비대칭적인 언어 사용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사례가 있다. 예상외의 폭설(暴 雪)로 눈을 치우는 삽의 가격이 급등했다면 이것이 공평한(fair) 것인지 사람들에게 설문조 사를 했더니 대다수가 불공평한 처사라고 답했다고 한다. 대부분 눈을 치우는 사람의 입장 이 되어 남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서 너무 높은 가격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쉽게도 이 설문조사에서는 예상 외로 눈이 별로 오지 않아서 눈 치우는 삽의 가격이 폭락했다면 이것도 불공평한 것이라고 보는지 여부는 묻지 않았다. 아무도 너무 낮은 가격도 불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두 가지 설문에 접한 사람들은 아마도 스스로 자신들이 비대칭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을지 모른다.

이처럼 사람들이 폭리나 초과이윤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취업했음 에도 저개발국 인력을 저임에 착취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임금 등을 포함해 모든 재화나 서비스에는 적정한 가격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적정가격이라는 표현은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것 으로 보인다.

원가에 시장이자율을 약간 상회하는 이윤율을 더한 소위 mark-up 가격이 적정하다고 보는 경향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소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청-하청의 수직적 관계를 가질 때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은 납품 중소기업 에게 납품단가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었다. 원자재 값이 오르면 이를 반영해서 납품단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경제학의 가르침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주장이다. 시장에서 가격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자본재나 중간투입재의 경우 수요자)가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정 되며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만약 소비자들이 높게 평가하 지만 비용이 별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 공급자들이 더 늘어남으로써 그 비용은 소비자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비용에 근접해 간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많은 제조비용이 들었지만 별로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으면 그 생산이 줄어들거나 공급자들이 퇴출하여 가격이 점차 비 용에 가깝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납품단가 보장은 실은 이윤을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비록 2차, 3차 하청 납품중소 기업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가격보장 제도는 시장경제의 작동 자체를 크게 손상시킨다.

폭리나 초과이윤이 개념적 혼돈을 보여주는 용어인 이유는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때 이를 폭리나 초과이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을 전혀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래는 특정 물건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거래 이전에 비해 그 이후가 더 나은 상태라고 믿기에 성사된다. 따라서 폭리는 희생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폭리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재화의 가치가 고정되어 있다고 여길 때 가능하다. 노동가치설 아래에서 재화의 가치가 그 재화의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이라고 믿는다면 높은 이윤을 폭리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투입된 노동량을 헤아려 재화의 가치를 가늠하지 않는다. 그들의 필요에 얼마나 봉사하는지 그 효과를 따질 뿐이다.

성인들의 자발적 성-매매처럼 희생자를 만들어 내지 않는 범죄(victimless crime)의 경 우 비록 범죄로 규정되긴 하지만, 이에 연루된 사람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한, 이를 처벌하 는 논리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의 머리모양은 다른 특정인을 불유쾌하게 만들 수 있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성이 매매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특정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도덕이 아니라 법으로 다룰 성질의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성 매매와는 달리 불쾌감을 자아내는 것도 아닌 일반 재화나 서비스의 매매를 가격이 높다거나 이윤이 많이 난다는 것을 들어 비난할 이유는 없다. 이윤을 많이 내었다는 사실도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부당 이득’,폭리’,초과이 윤’ 등으로 불러 특정인이 취득한 부의 일부를 가져갈 수는 없다.

폭리, 부당이득, 초과이윤 등의 용어는 쓰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폭리, 부당이득, 초과이윤의 반대상황들 즉 폭실, 부당손실, 초과손실 등의 용어를 의도적으로 쓰면서, 폭리에 반대인 폭실의 상황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이 옳지 않음을 강조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폭리를 높은 법인세로 가져가는 것 또한 옳지 않음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부당손실, 초과손실 등과 같은 개념이 성립되지 않음을 깨닫게 함으로 써 부당이익, 초과이윤 등의 개념도 성립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느끼도록 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윤의 사회적 환원

‘이윤 혹은 이익의 사회적 환원은 기업이 사회로부터 얻은 이윤을 사회로 되돌려 준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윤과 관련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 용어 속에도 이윤에 대한 오해가 숨어 있다. 이 용어는 기업들이 이윤을 얻는 행위 자체가 사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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