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자유주의와 법의 지배 19)

문서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바른 용어 (페이지 39-42)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는 해석자의 정치적 입장, 철학적 견해, 사회문화적 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며, 법의 지배의 개념 및 목적, 기능과 구성 원리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일반적으로 법의 지배는 국가 권력은 법에 따라서 통치해야 하며, 법의 의해서 지배되 어야 한다.”라는 주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자유지상주의는 법의 한계 안에서 자유가 있는 사회, 곧 개인들이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이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존중하는 경우에 한에서 자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자유지상주의에 따르면 법은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지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법은 특정의 결과나 성과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20)

법의 지배는 지배하는 자와 지배를 받는 자의 구분을 전제로 한다. 역사적으로 ‘법의 지배의 구현은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달리 표현되었지만, 공통의 목적은 국가의 권력 행사를 제한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곧 법의 지배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인치가 아닌 법치 또는 정치에 대한 법의 우위성이 필수적인 수단이 된다.

법의 지배는 (1) 국가 권력의 견제 (2) 개인의 권리 보호 (3) 민주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가 권력의 견제

법의 지배는 정치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통치인 인치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이시(A. Dicey)는 법의 지배는,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자의적 또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통치 방식에 기초를 둔 모든 종류의 통치구조와 대립한다.”고 하였다.

법의 지배는 법에 의한 지배(the rule by law)와도 구별된다. 법에 의한 지배에서 법은 그 어떤 다른 권위에 의해서도,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서도 구속되지 않는 주권자의 통치 수단이다. 여기에서 권력은 일인 또는 소수 집단에게 독점된다. 법의 지배에서 통치자는

19) 김도균, “근대 법치주의의 사상적 기초: 권력제한, 권리보호, 민주주의 실현”, 김도균, 최병조, 최종고, 법치주의 의 기초: 역사와 이념 ,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3-17쪽에 의거함.

20) David Boaz, Libertarianism: A Primer, The Free Press, 1997, p.17.

자신의 자의가 아니라 법에 따라서 통치하고, 법 아래 있다. 법에 의한 지배는 권위주의적 통치기구와 결합되고, 법의 지배는 입헌주의적 통치구조와 연결된다. 법에 의한 지배에서 는 권력이 집중되고 법의 지배에서는 권력이 분산된다.

‘법의 지배는 법원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실현한다는 사법부의 독립을 전제로 한 개념 이다. 사법부는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법의 지배는 시민의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시민의 근본적인 도덕적 확신과 정의의 원리와 어긋나지 않는 법에 한하여 복종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법의 지배는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를 위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소유권과 계약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정당화되기도 한다. 법의 지배가 확립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제발전도 가능하지 않다는 믿음이 법의 지배를 떠받치고 있다.

‘법의 지배’의 기본 원리

법의 지배의 근본 이념의 두 측면은 법적 안정성 또는 예측가능성법 앞의 평등이다.

법의 안정성을 위해 시민은 국가권력의 자의가 아닌 법에 의해서 규제되어야 하며, 평화로 운 공동 생활을 위하여 각자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

“국가와 시민은 법에 의하여 지배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법에 따라서 자신들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도록 법은 명확해야 한다.”는 법의 지배의 근본 요청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법의 지배의 기초 원리가 탄생한다.

(1) 모든 법률은 장래의 행위를 규율하여야 하며, 공개적이고 명확하여야 한다.

(2) 모든 법률은 가능한 한 안정적이어야 한다.

(3) 법 제정은 공개적이고, 안정적이며, 명확하며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

(4) 사법부의 독립이 보장되어야 한다.

(5) 법은 공평무사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자연적 정의의 원리들이 지켜져야 한다.

(6) 사법부는 입법부의 입법 작용과 행정부의 행정 작용에 대하여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여야 한다.

(7) 시민들이 법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8) 범죄 예방 및 처벌기관의 재량은 법을 왜곡할 정도로까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다이시는 법의 지배의 기본 원리를 (1) 자의적 권력의 지배에 대하여 법률의 절대적 우위 성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 (2) 시민, 정부, 공무원들이 법 앞에서는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요청 (3) 헌법이 단순히 정치적 타협의 문서에 그치지 않고, 통상적 의미의 법률의 일부로 서 구속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요청으로 집약될 수 있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법의 지배가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는가는 범죄와 폭력이 일어날 가능성, 경찰과 법원의 효과성, 공무원이 사회 규칙의 준수 정도”에 의해 평가된다. 선진국일수록 법의 지배 정도가 높으며, 시민들의 행복 지수도 높다. 관료가 권력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 을 취하는 정도 및 정부가 특수 이익집단에 영향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부패 통제의 정도가 낮으면 시민들은 더 행복하다.21)

순수자유주의는 법이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지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주 장한다. 서양에서 법의 지배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권력의 부당 한 침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이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전통에서는 그렇게 이해 되지 않고 있다. 동양에서는 덕치와 상극 관계에 있는 통치 방식으로 법치가 자리 잡고 있으며, 덕치가 올바른 통치 방식으로 선호되고 있음에 반하여 법치는 올바르지 못한 통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양에서 법치는 法家의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법가의 법은 신상필벌에 바탕을 둔 강력 한 군주 중심의 중앙집권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법가의 법치는 人治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권력을 장악한 집단이 자의적으로 자신의 편의와 이익에 맞게 다른 집단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인치와 비교하여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집단의 사람들이 그에 속하지 않은 집단의 사람들을 자의적으로 지배하지 않고 미리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국가 권력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법치’는 ‘인치’와 비교하여 긍정 적인 통치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가의 법치는 자유주의 전통에서 말하는 법의 지배와 구별된다. 법가의 법치 또는 법치주의는 임금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전제 위에서 법의 엄정한 실현을 통해 임금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법가의 법치도 감정이 개입 되지 않는 공평무사한 법 집행을 내세우지만, 그 목적이 개인의 권리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동양의 법치나 법치주의는 서양의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

21) 데릭 보크, 행복국가를 정치하라 , 추홍희 옮김, 지아, 2011, 315-317쪽.

(rule by law)를 의미한다. 법에 의한 지배는 국가 권력이 시민들을 통치할 때 직접적인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된 절차에 따라 통치해야 한다는 명분을 따른 것이다.

‘법에 의한 지배는 법을 이용한 통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법을 제정하고 통치에 이용하는 권력자는 권력의 제한이나 통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황제는 법에 속하지 않는다.라는 고대 로마법 이래의 법에 대한 이해가 바로 법에 의한 지배의 핵심을 보여주 는 것이다. 이때 법의 목적은 통치의 도구이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덕치와의 대비 속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 법치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지배’는 구별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치’나 ‘법치 주의보다는 법의 지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문서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바른 용어 (페이지 39-42)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