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학 집단미술치료와 창의성

Steiner의 창의성은 다양한 차원을 가지고 있다. Steiner는 그의 여러 저서에서 창의성에 대해 산발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따로 규정하거나 정리하여 언급 하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Steiner의 창의성을 명확하고 폭 넓게 다루지 못하였고 Steiner의 광범위한 저서와 강연문 중에서 탐색하고 파악한 부분에 한정하여 정리 하였다.

그 중 Steiner가 창조성의 기초가 되는 능력인 상상력에 대해 구체적이고 체계적 으로 기술을 해 놓은 부분을 알아보고자 한다.

상상력은 “실제로 지각되지 않거나 실제 경험하지 않은 정신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행위 혹은 능력” 또는 “이전 경험의 통합과 재구조화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이미지를 창조하는 행위 혹은 능력”으로 정의된다(Webster New World Dictionary, Colledge, 1964). Steiner의 상상력은 인간의 의지와 감정 그리고 사고 의 전 영역뿐 아니라 몸과 혼, 그리고 영과의 깊은 관련 속에서 여러 양상을 지닌 다(Steiner, 2007b). Steiner의 ‘상상력’은 인간의 혼과 영의 경계에서 초월적, 신적, 영적 영역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매개로 인간 본성의 근원적이고 철저한 탐구를 통하여 도출된다(최숙연, 2010).

Steiner 상상의 여러 차원은 ‘판타지(phantasie)’, ‘일상적 상상(die gewohnliche imagination)', '형상적 상상(die bildliche imagination)', '영감(inspiration)', '직관 (intuition)', '도덕적 판타지(die moralische phantasie)'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들은 의지, 감정, 사고와의 깊은 관련 속에 일련의 관계와 위계를 지니고 있다 (Steiner, 2004).

아동기 판타지에서부터 의식적인 표상(사고)이 싹트면서 시작되는 일상적 상상, 그리고 고차적인 영(정신)의 영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형상적 상상에까지 Steiner의 상상은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상상은 아동기에 몸과 의지에서 시작하 여 점차 영(정신)과 사고의 영역으로 상승한 후 다시 인간의 감정과 몸으로 침투하 는 순서와 양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상상이 잘 발현되기 위해서는 ‘아동의 몸과 감각을 배려’하고, ‘자유’를 주어, ‘공감적 환경’속에서 길러진다.

Steiner에게 상상은 단순히 인간사고인 정신의 측면만이 아니다. Steiner의 상상은 인간의 의지와 감정이 잘 보호받아야 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며 그것을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는 데에서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다 (Steiner, 2007a).

이러한 상상을 기본 토대로 한 인지학 예술은 본질적으로 창조성을 기초로 하며 Steiner의 이론 역시 모든 예술적 창조성을 기초로 한다. 예술을 통해 아동의 내부 에 잠자고 있던 창조적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가 바로 예술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의 자아 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멋진 도구이며, 예술을 통해 인간의 잠자는 영혼을 깨울 수 있다고 본다. 깨어난 영혼은 인간의 창조성과 감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게 되며 이를 통해 인간 저 깊은 내면의 마음을 끌어올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창조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Echer, 2001). 이를 위해 Steiner는 예술성 있는 창조 적 활동을 격려한다. 인지학에서는 예술적 경험을 통해 깊은 통찰과 직감의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며 이는 아동의 창의성과 집중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설희정, 2009).

구체적인 활동으로서 인지학 이론을 적용한 자유발도르프 학교는 창의적인 사고 를 허용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상상력을 북돋워주고 엉뚱한 아이디어도 받아들이는 창의적인 태도를 길러주며, 인지학 미술활동은 기하학의 기본 요소를 무의식중에 익히기도 하고, 선의 질서, 교차, 방향 등의 운동감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해내는 독특한 체험도 하게 한다(Harwood, 1982). 또한 사물의 윤곽선을 그리는 것과 같은 재현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비재현적으로 선, 형태, 색, 농담에 의한 명암, 공간과 같은 미적 요소로서 표현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윤곽선은 흐려지고 형태 와 색 등 여러 요소에서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김성원, 2005).

인지학 미술치료기법인 습식 수채화는 맑은 색, 명도 변화에 의한 명암, 색채에 의한 공간감 등 다양한 미적 요소를 통해 한층 고양된 심미감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 때 심미감은 단순한 정서적 감흥의 차원이 아니라 상상과 창조적 지식의 토대가 되는 지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심미적인 체험은 창의적인 활동과정에서 도 중요하다고 하였다(Miller, 2000).

인지학과 창의성에 대한 선행연구에서 고은지(2003)는 Steiner 사상에 근거한 발도르프 유치원의 미술교육이 인간의 내면적 감각을 풍부하게 하고 감각능력을 향상시켜 창의적이고 조화로운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황민정 (2007)은 발도르프 수공예놀이 프로그램이 유아의 감성지능 및 창의적 표현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밝혔으며, 김정임(2001)은 아동의 창의성 발달을 위한 교육환경으로 발도르프 유치원 환경을 소개한바 있다. 또한 추은하(2008)는 포르멘 (형태소묘) 활동이 아동의 창의성 신장에 효과적이라고 했으며 유창성, 유연성, 독창성과 정교성 향상에도 효과가 있었다고 하여 인지학 집단미술치료와 창의성의 연관성을 밝혀주고 있다. 조진희(2006)는 발도르프 교육 중 Eurhythmie이론을 적용한 무용 프로그램이 아동의 창의성과 리듬감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창의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입증하였는데, 이 또한 인지학 예술 활동이 창의성 증진 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