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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인구 정책과 출산율의 관계

인구 정책은 인구 조정 정책과 인구 대응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정 경희, 2006). 인구 조정 정책은 국가가 출산, 사망, 이동 등에 영향을 미 쳐서 인구 과정 및 인구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 정의할 수 있으 며, 인구 대응 정책은 인구 변화의 결과에 개입하는 정책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이 연구의 주된 관심은 인구 조정 정책, 즉 출산 정책이 어떻게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지에 있다. 출산 정책은 인구 조정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데, 이는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출산 행위에 개입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피임 방법의 보급 등 출산 억제 정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며, 출산 장려금

지급 등 최근의 출산 장려 정책 또한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출산 환경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데, 일-가정 균형과 관련된 정책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림 2-3]은 이를 도식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2-3〕 인구 정책과 출산의 관계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출산 정책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 한 고티에의 연구는 출산 정책들의 효과에 대해서 확증적인 증거를 발견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Gauthier, 2007). 이 연구에 따르면, 직접적인 출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현금 지원 정책의 경우에는 무의미 하거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를 지원하 는 정책은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모성 휴가 등 일-가정 균형과 관련된 정책의 효과는 국가와 시기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 논의했 듯이, 기간 효과와 코호트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에 따르면 일관성 있게 기간 효과가 코호트 효과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출산 정책의 효 과에 대한 연구는 직접적인 정책과 출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정책 간의 상대적 효과성에 대해서 일관성 있는 경험적인 증거를 제시해 주지 않는다. 이는 기간 효과가 지배적이라는 사실과 직접적인 출산 정책

과 간접적인 출산 정책의 상대적 효과성에 대한 논의는 별개라는 것을 보 여준다.

그런데, 정책의 효과성 평가와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점은 정책의 효과 를 측정하는 시간 단위의 문제이다. 직접적인 출산 정책의 경우에는 단기 적인 출산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간접적인 출산 정책의 효과는 오랜 기간 동안 실행된 후에야 그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 만, 장기적인 시계열 자료를 사용하지 못하는 연구들이 대부분인 상황에 서 출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출산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 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따라서 일-가정 균형과 관련된 정책의 효과에 일 관성 있는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고티에의 평가는 이러한 자료의 한 계를 부분적으로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간 단위의 문제는 출산력 변천과 관련된 연구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 집합 수준 자료를 주로 활용한 프린스턴 대학의 유럽 출산력 변천 연구(Princeton Fertility Project)는 사망력 변천이 출산력 변천보다 선행한다는 고전적 인 인구변천 이론(classical demographic transition theory)이 주장 하는 핵심적인 패턴이 많은 국가들(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에서는 관찰되지 않음을 보여준 반면(Knodel, 1986; van de Walle, 1986), 개인 수준 자료를 활용한 최근의 연구들은 고전적인 인구변천의 이론과 일치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Reher and Sanz-Gimeno, 2007; Alter et al., 2007). 메이슨은 이러한 서로 상충되는 발견은 부분 적으로는 서로 다른 시간 단위에 집중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Mason, 1997). 즉, 단기적으로 보면 출산력 하락이 사망력 하락에 선행 하는 경우가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사망력 하락이 출산력 하락의 전제조건이라는 고전적인 인구변천 이론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다. 이러한 주장은 출산 정책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출산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의 시간 단위를 단기간으로 제 한할 경우에는 그 효과성을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간접적인 출산 정책의 효과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슈 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출산율의 반등을 경험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 이 여성-친화적인 노동시장 환경이 발전되어 있고 일-가정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잘 확립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의 효과를 단기 적인 시각에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성평등주의의 확산은 출산 정 책의 측면에서 보면 출산 환경에 영향을 주는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출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 적인 출산 정책의 효과를 살펴보는 기존의 연구들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 다. 이러한 연구는 그 특성상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연구는 한국 출산력 조사 및 ISSP 자료를 활용하여 성평등주의의 확산이 라는 출산 환경의 변화와 출산력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