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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핑 앤더슨과 빌라리(Esping-Andersen and Billari, 2015)의 다 중상태 평형이론은 전통적 성역할 분업의 가족 규범이 만연해 있던 사회 가 외부적 충격이나 내부적 변화(예컨대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의 증가)로 전통적 규범과는 다른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면, 사회구 성원들이 서로 상충하는 규범에 따라 행동하여 타인의 행동 혹은 본인의 행동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불안정한 평형 상태 에 들어서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때 특히 성평등주의적인 새로운 규범을 수용한 여성들이 파트너를 만나거나 안정적 관계에 대한 예측 속에서 출 산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져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성을 보이게 될 것 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남성을 포함한 인구의 절대다수가 새 로운 규범을 수용하면서 서서히 해소될 수 있는데, 결국 성평등적 사회로 의 이행 속도는 여성들이 성평등적 의식을 가진 남성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Breen and Cooke, 2005; Esping-Andersen and Billari, 2015).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사회 전체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남녀 간 문화적 차이는 여성의 출산 의도 및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아피노 등(Arpino et al., 2015, pp.3-4)은 성평등 의식의 남녀 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비전통적 인 여성들이 협력적인 남성을 만나기 어려워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 회피 (exit) 전략이나 자신의 진정한 선호를 단념, 재조정하는 충성(loyalty)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이때 회피 전략이 지배적으로 나 타날 경우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충성 전략이 지배 적인 경우 역시 단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때 남녀 간 성평등 인식의 격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집단은 성평등주의적 태

도를 갖고 있는 여성일 것으로 예측된다. 에스핑-앤더슨과 빌라리 (Esping-Andersen and Billari, 2015, pp.18-19)는 성평등주의 확산 이 진행되면 전통적인 집단의 출산율에는 큰 변화가 없고 성평등주의적 태도를 가진 집단의 출산율만 변화한다고 가정하는데, 이는 확산이론에 따르면 성평등주의적인 집단만이 그러한 태도에 수용적인 파트너 집단이 증가함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설 4: 여성의 성평등주의적 성역할 태도와 출산의 부정적 관계는 성역할에 대한 남녀의 인식 격차가 적은 사회일수록 완화된다.

2. 한국의 출산율 변화

위에 논의한 연구 가설들은 국가 간 출산율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 들인데, 한국의 출산력 변화를 성평등주의적 입장에서 설명하기 위해서 는 이러한 가설들을 다소 변형할 필요가 있다. 성평등주의적 접근과 선호 이론에 따라 이 연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와 성평등주의적 인식을 출 산 의도 및 행위를 설명하는 중심 변수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수 들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조절된다 고 가정한다. 이때, 거시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은 거주 지역의 성평등주의 발전 정도로 측정한다. 거주 지역의 성평등주의 발전 정도의 측정에 대해 서는 5장에서 보다 자세히 기술한다. 또한 경제활동 참가가 출산에 미치 는 영향은 성평등주의적 인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표 1>에 제시한 것처럼 여성의 선호실현이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가설을 발전시킬 수 있다.

가설 5: 한국에서 여성의 성평등주의적 태도와 경제활동 참가는 초기에는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 부정적인 영향은 점차 약화된다.

가설 6: 한국에서 여성의 성평등주의적 태도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활동 참 가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이러한 상호작용 효과는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가설 7: 한국에서 여성의 성평등주의적 태도와 경제활동 참가가 출산에 미치는 영 향은 거주 지역의 성평등주의적 태도의 발전 정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