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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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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부파는 18세기 초부터 19세기 초에 적용되는 이탈리아의 희극적 극음 악을 통칭하고, 오페라 세리아의 반발로 시작되었다. 희극 오페라가 갖추고 있는 웃음이라는 희극성을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저서 『웃음』(Le Rire, 1900)에서 희극성을 생명적인 것에 덧붙여진 기계적인 것, 자동주의와 경직성, 인간의 행동에 나타난 메커니즘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다. 베르그송은 살아가는 행위 자체를, 끊임없이 변화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생동적인 움직임과 반대되는 기계적인 삶의 자동주의, 경직된 삶을 희극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고치는 것이 웃음이라 주장하였다. 따라서 오페라 부파는 당시의 이상주의적이고 이성적인 사상이 지배 하는 사회의 영웅들과 귀족 중심의 세계관을 다루었던 오페라 세리아와 대비되 며,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삶을 주제로 한다.94)

희극적 요소가 가득한 오페라 부파는 그 유래를 즉흥극라 할 수 있는 콤메디 아 델라르떼 (Commedia Dell'arte)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콤메디아 델라르떼는 이 탈리아에서 발생한 극형식으로 16세기 말에 유럽 전역으로 발전해 갔다. 이 용어 는 ‘콤메디아’(희극)와 ‘아르떼’(기교, 예술)의 혼합 명사로 희극적 요소가 두드러 진다. 여기에 속하는 연극들은 간략한 줄거리를 토대로 배우들의 즉흥적인 기지 와 우스꽝스러운 연기로 구성되어지는데, 이러한 이유로 기교적이지만 깊이가 없 93) 윤필상(2018), pp. 43-44

94) 김미영(2010), ‘18/19세기 서양 희가극에 나타난 ‘희극성’에 대한 연구’, 『서양음악학』, 제 13-2호, p. 69 재인용

어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이러한 수준의 콤메디아는 극작가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 1707-1793)의 개혁으로, 고상한 말과 문장으로 정제되었다.

이런 희극성 오페라를 추구하는 부파는 보는 재미와 재치 있는 연기로 웃음을 선사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희극 오페라는 세밀한 연결보다는 줄거리의 핵심적 포인트를 성악가들이 어떻게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는가가 중요 하다.95) 이전의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성악가의 기량에 중점을 뒀던 나머지 대본 의 빈약함과 스토리 전개의 미비로 인한 작품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면 오페라 부파는 작품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짜임새 있는 줄거리에 주안점을 두었기에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 될 수 있다. 또한 소재 면에서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흥미 로운 일들을 재치와 해학으로 승화시켜 웃음을 선사하였다. 이러한 전개는 대중 화된 오페라가 서민에게 더욱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페라 부파의 희극적이고 음악적 기법은 단어 반복, 어눌한 코미디적 언어사 용, 빠른 레치타티보와 노래 등의 언어유희, 배역들의 코믹한 움직임과 다양한 변장, 바뀐 역할과 소란하고 웃긴 싸움 장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코믹 적 요소는 회화적이고 상징적으로 모방되어 텍스트의 희극성을 강화한다. 인물이 나 대본의 내용을 악기의 음향을 통해 상징적 묘사로 연상을 유도한다.96) 희극성 의 카니발적 속성은 18세기의 오페라 부파들의 해석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 을 것이다.

희극이라는 말의 어원을 우선 살펴보자면, 그리스어의 코모디아(Komodia)에서 유래했으며, 코모디아라는 말은 술의 신이자 다산의 신인 디오니소스(Dionysos) 를 위해 거나하게 취한 가장행렬을 의미하는 코모스(Komos)에 그 근원이 있 다.97) 미하일 미하일로비치 바흐친(Mikhail Mikhailovich Bakhtin, 1895-1975)에 의하면, 카니발은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삶의 경험이며, 거꾸로 된 세상이다.

즉, 기존 사회의 위계질서가 더욱 부각되어 나타나는 공식적인 축제와는 달리 카 니발은 모든 계층, 서열, 관계, 특권, 금지를 일시적으로 파기하는 축제이다.

카니발에서는 지배계급에 의해 강요된 거짓질서와 엄숙함이 파괴된다. 카니발

95) 허영한(2002),『마법의 성-오페라이야기 2』, 심설당, p. 172 재인용

96) 최철 (2021),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끼끼>와 단테 『신곡』 <지옥> 편의 연관성”, 조선 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p. 15

97) 류종영(2007),『웃음의 미학』유로서적, p. 15

적 세계는 인간의 육체성을 무시하는 정화된 형식의 세계가 아니며, 여기서 인간 의 관계는 새로운 생생한 물질적, 감각적인 접촉 속에서 실제 실현되고 체험되는 것이다.98) 희극에 대한 속성과 연관된 부파의 본질을 카니발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위의 주장을 통해 계층과 서열로 정형화된 세상의 구속 아래서 일탈을 통 해 해방감을 느끼고 차별 없는 사회를 갈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카니발이 그 순간 가면 안에 자기를 감추고 함께한 모든 이들 이 그 순간만큼은 차별을 던져버리듯이, 오페라 부파를 보는 관객들도 무대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추태와 사랑, 비방, 슬픔, 미움 등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카타르 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페라 부파의 소재는 계급을 타파하고 하층민 이 귀족계급을 농락하고, 우리의 삶 속에 벌어지는 흔한 에피소드를 소재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비방과 조소, 비하 등은 그 순간의 웃음으 로 덮이고 즐거움만 우리에게 남아있다.

오페라 세리아에 희극적 요소를 가미한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 1728>99)의 등장 이후에, 이탈리아 작곡가 조반니 바띠스타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에 의해 최초의 오페라 부파 작품이 탄생하게 되 었다. 영리한 하녀 세르피나가 부자 노인 우벨트를 꾀여서 그 노인의 마님이 된 다는 페르골레지의 <마님이 된 하녀-La Serva Padrona, 1733>는 작품이 갖는 예리한 풍자와 웃음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후 오스트리아 작곡가 모차르트에 의해 만들어진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1786>, <코지 판 투떼-Cosi fan tutte, 1790>, <돈 죠반니-Don Giovanni, 1787>도 남녀평등, 귀족과 서민, 그리고 하인들과의 관계를 위트와 풍 자로 잘 녹여내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98) 오민석(2003), ‘카니발의 민중성과 그 불안: 바흐찐의 『라블레와 그의 세계』를 중심으로,’

『안과 밖』, Vol.15, p. 43

99) 죤 게이(John Gay)의 명성을 세계 문학사에 남기게 한 작품은 발라드 오페라(Ballad Opera) 의 대표작품 <거지 오페라>이다. 20세기 대표적 희곡 작가겸 연출가인 버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1928년 <서푼짜리 오페라>(Die Dreigroschenoper)로 개작하여 더욱 유명해진 <거지 오페라>는 1728년 영국 런던에 있는 링컨스 인 필드 극장에서 초연 되었다. 런던의 도둑과 창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내용면에서는 당대 로버트 월폴 (Robert Walpole, 1676~1745)의 정권과 사회 전반의 도덕적 타락상을 풍자하였고, 형식면에 서는 정통 이탈리아의 오페라를 풍자하였는데 당시의 민요와 유행가를 교묘하게 곁들여 발 라드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유행시켰다. 김미량(2003), ‘정치 사회 풍자로서 죤게이의 거지오페라 연구’, 신영어영문학회 25집, p. 25

인간사 중 허위 허식에 대한 조롱과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던 18 세기 오페라 부파는 19세기 초에 이르러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끼노 롯시니 (Gioacchino Rossini, 1792-1868)와 가에타노 도니제띠(Gaetano Donizetti, 1797-1848) 에 의해 마지막 전성기를 누렸으며, 시대의 풍조였던 무거운 낭만주의 영향으로 인 해 점점 쇠퇴하였다.100) 하지만 오페라 부파는 영국에서는 발라드 오페라(Ballad Ppera), 독일은 징슈필(SingSpiel), 프랑스에서는 오페라 코믹크(Opéra Comique)라는 장르를 정착화 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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